후지야마는 사춘기 1
오지로 마코토 지음, 박춘상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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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655



두 소꿉동무는 중학생이 되어

― 후지야마는 사춘기 1

 오지로 마코토 글·그림

 박춘상 옮김

 AK 코믹스 펴냄, 2015.11.25. 8000원



  만화책 《오지로 마코토/박춘상 옮김-후지야마는 사춘기》(AK 코믹스,2015) 첫째 권을 보았습니다. 이 만화책에는 두 아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구나 싶습니다. 하나는 키가 작은 남자 중학생. 다른 하나는 키가 큰 여자 중학생. 두 아이는 어릴 적부터 소꿉동무였다는데, 중학교에 들어서면서 사춘기라는 때로 접어드는 사이에 살짝 뜸해졌다고 나오는 듯합니다. 다만, 이는 남자 중학생 눈길에서 그렇곡, 여자 중학생 눈길에서는 예나 이제나 가까운 소꿉동무로 역기는 마음이라고 봅니다.



“비웃었다. 네가 순순히 보여주지 않아서 그래.” ‘후지야마랑 있으면 나까지 웃음거리가 된다.’ “어라? 화났어?” (25쪽)



  다른 성별에 눈을 뜬다고 하는 남자 중학생 눈길하고 마음에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후지야마는 사춘기》인데, 다른 성별에 눈을 뜬다고 할 적에 사내는 으레 겉모습에 눈길을 빼앗기는가 하고 곰곰이 돌아봅니다. 겉모습이 아닌 속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겉모습에 홀리지 말고 속마음을 아끼는 길을 갈 수 있다면, 이러한 이야기를 찬찬히 짚을 수 있다면, 이 만화 얼거리는 사뭇 달라지겠지요.



“부활동이나 할 때냐? 이렇게 미칠 듯 더운데 남자만 야외라니. 가라오케나 가자. 에어컨 빵빵한 곳.” “전에는 나서서 땡땡이치지 않았냐? 칸바.” (56∼57쪽)



  어느 모로 보면 중학생도 고등학생도 어른도 차근차근 새로 배우는 삶이니, 이 만화책에 나오는 남녀 중학생뿐 아니라, 이 만화책을 읽는 어른도 무언가 새로 배워야겠다고 느낍니다. 삶에 불꽃을 지필 수 있는 힘이 어디에서 샘솟는지, 삶을 즐겁게 북돋우는 기운이 어디에서 흐르는가를 말이지요.



“자, 전리품 받아가! 수조에서 뜰 때 같이 딸려왔어. 작은 건 덤이야. 큰 게 여친이고 작은 게 남친 같지?” (160∼161쪽)



  2016년 가을까지 여덟째 권이 한국말로 나왔다고 하는데, 첫째 권을 마친 뒤 둘째 권을 더 장만할는지 말는지 살짝 망설입니다. 2016.11.22.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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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h! 혼자서 놀기
신큐 치에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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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654



혼술 혼밥 혼놀로 ‘내 참모습’을 깨닫는다

― yeah! 혼자서 놀기

 신큐 치에 글·그림

 문기업 옮김

 AK 코믹스 펴냄, 2014.11.25. 9000원



  만화가 신큐 치에 님은 《와카코와 술》이라는 만화를 꾸준히 그립니다. 《와카코와 술》은 도시 한복판에서 일하는 어느 아가씨가 하루 일을 마치고 나면 ‘오늘 하루도 씩씩하게 일을 잘 한 나를 내가 기린다’는 뜻으로 혼술(혼자 술 마시기)을 즐기는 이야기를 다루는 만화입니다. 이 만화책에는 ‘여느 회사원 아가씨’가 나오는데, 곰곰이 헤아린다면 이 아가씨는 바로 만화가 모습이라고 할 만해요. 만화가 스스로 ‘내가 나를 좋아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혼술을 무척 즐긴다고 하더군요.


  만화책 《yeah! 혼자서 놀기》(AK 코믹스,2014)는 만화가 아가씨가 ‘혼술’을 넘어서 ‘혼놀(혼자 놀기)’을 여러모로 누리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노래방에 혼자가고, 고깃집에 혼자 갑니다. 회전초밥집에 혼자 가고, 이것저것 혼자 해 봅니다. 흔히 ‘여럿이 즐긴다’고 하는 놀이를 하나하나 찾아보면서 ‘혼자 즐기면 어떤 멋이나 기쁨’이 될까 하고 생각해 본다고 해요.



노래하면서 다음 곡 예약! 내내 리모콘을 붙들고 있어도 뭐라 하는 사람 없음! 계속 발라드만 불러도 문제 없음! 다른 사람을 신경 쓸 필요가 없어. 왜냐하면 여기는 나만의 왕국이니까!! (12쪽/혼자서 노래방)


‘왜 계속 기름진 것만 먹어’라고 잔소리하는 사람도 없고, ‘너무 빨리 먹는 건가? 너무 느린가? 너무 가격 차이가 많이 나는 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할 필요도 없고 말이야. 이 모든 초밥이 오직 나를 위해 돌아간다는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26쪽/혼자서 회전초밥)



  어떤 놀이나 일을 혼자 해 본다고 할 적에는 만만하지 않을 수 있어요. 낯선 곳에서 혼자 헤맬 수 있고, 곁에서 도울 사람이 없기에 벅찰 수 있어요. 말벗이 없으니 심심하거나 외로울 수 있고, 어떤 좋은 모습을 함께 나누면서 기뻐할 벗님이 없기에 아쉬울 수 있어요.


  그러나 어떤 놀이나 일을 혼자 해 보기에 한결 씩씩할 수 있습니다. 비록 혼자 낯선 곳에서 헤매더라도, 헤매고 또 헤맨 끝에 혼잣힘으로 해내며 대견하다고 느낄 수 있어요. 말벗이 없지만 호젓하거나 한갓진 기운을 누릴 수 있어요. 혼자이기 때문에 ‘혼마실(혼자 마실하기)’을 할 적에 어디로든 스스로 내키는 대로 가 볼 수 있습니다.



자신과의 싸움은 이미 시작된 거나 마찬가지. 혼자서 먹을 수 있는 양은 적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추려낸다! (56쪽/혼자서 고깃집)


이거였어! 내가 원하던 스타일! 가게를 고를 땐, 자기 취향에 맞는(당연하지만) 곳을 고르는 게 중요하구나. (82쪽/혼자서 술 마시기)



  일본이나 한국뿐 아니라 꽤 많은 나라에서는 ‘가시내 혼자 여행’을 한다고 할 적에 위험하다거나 안전하지 않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밤길을 혼자 걷다가 큰일을 치를 수 있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가시내 혼자 여행을 나서는 발길은 꾸준히 늘어납니다. 영어를 썩 잘 하지 않더라도 혼자 씩씩하게 비행기를 타고, 혼자 다부지게 배낭을 짊어지고 뚜벅뚜벅 걸으며 여행을 하지요. 혼자 밥집을 찾아가서 말없이 한 끼니를 잇습니다. 혼자 여행을 누리다가 목이 좋은 곳이 있으면 배낭을 바닥에 내려놓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뒤 햇살을 받거나 나무 그늘을 누리며 책을 읽기도 해요.



어른 혼자서 큰 소리로 참가 신청을 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긴 하겠지만 그래도 좋다. (119쪽/혼자서 여행)



  《yeah! 혼자서 놀기》는 혼자 누리는 수수한 기쁨을 넌지시 보여준다고 할 만합니다. 다른 사람 손을 빌리지 않고서, 혼자 생각을 짜내고 힘을 기울여서 차근차근 한 가지씩 이루는 아기자기한 삶을 보여주어요. 혼자 길을 거닐면서 내 마음에서 울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주어요. 혼자 골목을 누비고 혼자 밥을 짓고 혼자 노래를 부르고 혼자 춤을 추는 동안 여태껏 깨닫지 못한 ‘홀가분함’이랑 ‘홀로서기’를 새삼스레 되새기는 살림을 보여줍니다.


  여럿이 있기에 즐겁다면 혼자 있기에 즐거울 수도 있어요. 혼자 누리면서 즐겁다면 여럿이 누리기에 즐거울 수도 있어요. 때로는 떠들썩하게 삶을 누리고, 때로는 조용하게 삶을 누립니다. 때때로 왁자지껄하게 살림을 짓는다면, 때땨로 차분하면서 고요하게 살림을 짓습니다. 2016.11.11.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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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이야기 7
모리 카오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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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639



이곳에서 살며 헤아리는 마음

― 신부 이야기 7

 모리 카오루 글·그림

 김완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5.6.30. 7500원



  만화책 《신부 이야기》(대원씨아이,2015) 일곱째 권에서는 ‘결연자매’ 이야기가 흐릅니다. 혼인을 한 가시내가 서로 마음으로 아끼는 사이가 된다는 결연자매라 하고, 사내와 달리 바깥마실을 좀처럼 쉬 하기 어려운 가시내로서는 서로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이가 된다고 합니다.



“맞아. 결연자매가 있어야겠어요. 좀더 뭐랄까, 수다도 떨고 놀기도 할 상대가 있어야죠.” “결연자매?” (41쪽)


“꿈만 같아. 시린이 결연자매가 되어 주다니.” “그렇게 기쁘오?” “네!” “그렇군. 잘 됐구려.” (127쪽)



  함께 살림을 짓는 사이라면, 서로 오붓한 마음이 되어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을 주고받기 마련입니다. 그냥 말없이 일만 하는 사이가 아니라, 서로 새롭게 짓는 생각을 차근차근 펼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생각하는 사이예요.


  ‘잘 해 준다’는 삶이랑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운다’는 삶은 사뭇 다릅니다. 누가 나를 잘 해 준다고 하더라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울 만한 사이가 안 될 수 있어요. 내가 누구를 잘 해 준다고 할지라도 그이가 나를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울 만한 사이로 못 여길 수 있어요.



“남을 도울 만한 힘이 있으면서 이를 행사하지 않는 것은, 좋지 못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그렇군요. 으음, 가진 이는 더 많은 의무를 짊어진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사고방식이 있지요.” (171쪽)


“떠나시는 겁니까?” “예, 그렇습니다. 그러려고요. 정말 오랫동안 신세를 졌습니다. 그동안 고맙습니다.” “저야말로. 손님을 대접할 기회를 주신 신께 감사드립니다.” (172쪽)



  잘 해 주는 마음도 넉넉하며 아름답습니다. 여기에 조잘조잘 가볍게 떠들기도 하고, 왁자지껄 웃음꽃을 피울 수 있다면 더욱 넉넉하며 아름다우리라 느껴요. 일과 살림은 일과 살림대로 알뜰살뜰 여미고, 살아가는 기쁨과 보람을 누리도록 북돋우는 이야기랑 노래랑 웃음은 이러한 이야기랑 노래랑 웃음대로 펼쳐야지 싶어요.


  돈이 넉넉하기에 삶이 넉넉하지 않아요. 이름값이 높기에 삶이 드높지 않아요. 이곳에서 같이 살며 헤아릴 수 있는 마음이 있기에 비로소 넉넉한 삶이요 드높이는 살림이 된다고 느껴요. 2016.11.6.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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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의 린네 22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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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648



꿈에서 들여다본 속마음

― 경계의 린네 22

 타카하시 루미코 글·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6.8.25. 4500원



  밤에 잠이 들면서 꿈을 꿉니다. 꿈을 안 꾸는 사람도 있을 텐데, 지난밤 문득 한 가지를 깨닫습니다. 꿈을 꾸려고 하지 않기에 꿈을 안 꿀 수 있고, 꿈을 생각하지 않으니 꿈을 안 꿀 만하겠다고. 그리고 꿈을 꾸려고 하기에 꿈을 꾸지만, 어떤 꿈을 꾸려는가 하는 생각이 제대로 서지 않으면 꿈에서 흐르는 이야기를 스스로 알 수 없겠다고.



‘후우, 내 인생에, 1억이라는 터무니없는 단어를 쓸 날이 올 줄이야.’ … “나도 양심은 있어! 너희들도 100만 엔 정도는 나눠 줄게!” ‘100만 엔 정도? 아아, 두 번이나 내 입에서 이런 여유 넘치는 말이 나오다니.’ (56∼57쪽)


“어쩐지 엄청 화가 난 것 같은데.” “이거 좀 성가시겠어. 왜냐하면 나무의 정령은 신에 가까운 존재거든.” (69쪽)



  타카하시 루미코 님 만화책 《경계의 린네》(학산문화사,2016) 스물둘째 권에서는 꿈에서 겪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꿈이기에 ‘꿈 아닌 삶’에서는 들여다보거나 느끼지 못하던 속내를 고스란히 읽습니다. 몸이 있는 이 삶에서는 사람들이 서로 속내를 감추거나 바꾸지만, 몸이 아닌 오직 마음만 있는 꿈에서는 사람들이 속내를 거침없이 드러냅니다. 감추기도 속이기도 없이 모두 날것입니다.


  이리하여 꿈속에서 쉽게 생채기를 받을 수 있어요. 또는 꿈속에서 서로 깊은 속내만 들여다보기에 더욱 깊이 서로 다가설 수 있을 테지요. 겉치레가 흐르는 곳하고 속마음이 있는 곳에서는 몸짓이 아주 다를 수밖에 없어요.



‘아니, 속이 없어? 어, 어떻게 된 거지? 나 같은 가난뱅이는 만두피나 감지덕지하며 먹으란 말인가?’ (116쪽)


“놔줘 변태! 돈벌레! 가난뱅이! 쓰레기!” ‘윽, 꿈인 줄은 알지만 멘탈이 무너진다.’ (161쪽)



  꿈을 꾸면서 생각해 봅니다. 이 꿈에서 마주하는 내 모습은 어떤 나인가 하고. 오늘 내가 꿈에 나오지는 않을 테고, 어제를 살던 나라든지 모레를 살 내가 꿈에 나올 테지요. 오늘 나는 어제에 어떻게 살았는가를 잊었을 수 있으나, 마음 한구석에는 어제 살아온 모습을 어렴풋하게 떠올릴 수 있는지 모릅니다. 오늘 나로서는 앞으로 어떻게 살는지 어림조차 못할 만하지만, 마음 한구석으로는 앞으로 맞닥뜨릴 새로운 삶을 씩씩하게 맞아들일 수 있어요.



‘흑. 꿈이기에 엿본 마미야 사쿠라의 진심.’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어!” (167쪽)



  속내를 감추지 않는 꿈나라에 있다고 한다면, 나는 어떻게 삶을 지을까요? 속내를 감추거나 바꾸어 드러내는 이 자리에서, 나는 어떠한 삶을 지으려는 생각일까요? 꿈속에서 우리 짝님이나 이웃님 속내를 읽는다면, 나는 부끄러워서 몸둘 바를 모를까요? 꿈속에서 엿본 짝님이나 이웃님 속내를 곱씹으면서, 오늘 이곳에서 더 씩씩하고 더 즐거우며 더 사랑스레 살림을 짓자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바라보려고 하면 꿈이 아닌 삶에서도 속내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바라보려 하지 않기에 꿈에서도 삶에서도 속내를 못 느낄 수 있습니다. 지난밤 여러 가지 꿈을 꾸면서 이 꿈이 참으로 언젯적 내 모습이나 삶이었나 하고 되새겨 봅니다. 아침이 밝으면 나는 새 하루를 어떻게 맞이해야 즐거울까 하고도 헤아려 봅니다. 2016.10.30.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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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 이야기 4
타니카와 후미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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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652



혼자 살며 깨닫는 함께 사는 기쁨

― 솔로 이야기 4

 타니카와 후미코 글·그림

 대원씨아이 펴냄, 2016.10.15. 6000원



  만화책 《솔로 이야기》(대원씨아이,2016)는 ‘혼자 사는’ 사람들 이야기를 그리는 만화라고 할 만합니다. 요즈음 ‘혼밥·혼술’처럼 혼자서 뭔가 하는 사람들 이야기가 북적이기도 하니, 혼자 사는 사람들 이야기라면 ‘혼삶’이나 ‘혼살림’쯤 될까요.


  그러나 혼자 사는 사람들 이야기라고 해서 외딴 집이나 방이나 섬에 그야말로 혼자 동떨어져서 지내지는 않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도시 한복판에서 혼자 살지요. 회사도 다니고 학교도 다니지만, 이웃이나 동무하고도 어울리지만, 언제나 ‘집에는 혼자 돌아가서’ 고요히 생각에 잠겨요. 이렇게 따진다면 《솔로 이야기》는 ‘혼집’이나 ‘혼집살이’ 이야기를 다룬다고도 할 만합니다.



‘‘나’를 위해 꾸며 놓은 방에서 편히 쉬고 있노라면, 제 자신이 여유를 즐길 줄 아는 어엿한 ‘어른’ 같아서, 간질간질하면서도 자랑스러운 기분이 듭니다. (9쪽)


‘그 정도 일로 칭찬을 받는다는 건 민망하지만, 그래도 역시 기뻤다. 그래서 지금 자취방에서 특훈의 성과를 확인하는 중이다. 다섯 정거장 떨어진 곳에 사는 엄마의 맛이 지금 여기 있다. 먹어 본 적 없다고 했던 파에야를, 내가 만들어 드리면 얼마나 감격하려나.’ (24쪽)



  태어나서 서른 살이 넘도록 늘 어머니하고 한집에서 살다가 처음으로 혼자 떨어져서 지내는 아가씨가 있다고 합니다. 혼자 살림을 나서 지내니 바야흐로 ‘어른’이 되었네 하고 느낀다고 합니다. 스스로 자랑스럽고 스스로 대견하며 스스로 뿌듯하다고 해요.


  그런데 이러면서 마음 한쪽이 서늘합니다. 언제나 알게 모르게 곁에서 따사로이 어루만지고 보듬던 손길하고 떨어진 탓이지요. 예전에는 거의 느끼지도 못하는 듯싶던 어머니 손길이 문득 떠오르기 때문이지요.


  함께 살면서 늘 받을 적에는 모르던 사랑을 혼자 살면서 비로소 느낀다고 할까요. 함께 있는 동안 한결같이 누릴 적에는 모르던 사랑을 그야말로 혼자 지내는 사이에 뒤늦게 알아챈다고 할까요.



‘그냥 평범하게 사랑하는 사람과 웃으며 함께 사는 게 꿈이었는데, 그 후로 그 누구와도 잘 풀리지 않았지. 그런데 이 녀석은 이렇게 예쁘장한 여자랑. 아아, 왠지 맹렬히 화가 오르기 시작한다.’ (37쪽)


‘그랬구나. 이름이 키미코였구나. 그런 이름이었구나. 오늘 네 옛날 남친을 만났어. 나한테는 처음부터 죽어 있는 존재였던 네가 너와의 기억을 가득 간직한 살아 있는 그 사람을 데리고 온 셈이야. 기분이 묘하네.’ (61쪽)



  혼자 사는 어느 사내는 혼자 사는 그 집에서 ‘귀신’을 보기도 합니다. 이승에 아쉬움이 많아서 미처 떠나지 못하는 귀신은 이 사내만 알아볼 수 있었고, 처음에는 몹시 무서웠으나 귀신이 아무런 해코지를 할 수 없을 뿐더러, 아쉬움을 풀어 달라고 하는 말을 찬찬히 듣다 보니 ‘무서움 아닌 살가움’을 느낀다고 해요.


  혼자 사는 사내가 만난 귀신은 혼자 사는 사내가 애써 준 보람으로 아쉬움을 말끔히 털고 저승으로 갔답니다. 이러고서 얼마 뒤, 귀신이 귀신이 아니던 무렵, 그러니까 이승에서 따사롭고 아름다운 사랑을 속삭이던 무렵 함께 있던 남자친구를 만난대요.


  아무런 끈이 안 이어졌다고 여기던 사람들인데 어느덧 알게 모르게 끈이 이어집니다. 아무런 실타래도 실마리도 없던 사람들인데 어느새 마음 한쪽을 뜨끈하게 덥히는 반가운 이웃이나 동무가 됩니다.



‘솔로 생활이 길어서 잊고 있었따. 항상 좋아한다는 감정만으로 달라질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을 하고 만다. 청소가 좋아지고, 방에 꽃을 장식하곡,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멋들어진 음식을 휘리릭 차려내고, 멋진 방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스마트하게 사랑을 키워 가는, 그런 자기 자신을 꿈꾸지만, 무리를 하다가 중간에 지치고 만다.’ (77쪽)



  만화책 《솔로 이야기》에 나오는 사람들은 ‘집 바깥’에서는 으레 수다쟁이요 말이 많습니다. 이러다가 바깥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언제나 혼잣말을 해요. 아니 혼잣생각을 합니다. 가만히 삶을 돌아봅니다. 고요히 살림을 되새깁니다. 찬찬히 사랑을 헤아립니다.


  함께 살던 때에는 깨닫지 못하던 삶·살림·사랑을 혼자 살면서 하나둘 또렷하게 깨닫습니다. 함께 있던 때에는 느끼지 못하던 꿈·노래·웃음을 혼자 있으면서 차근차근 환하게 느낍니다.



‘나는 스스로 나에게 저주를 걸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스스로 행복해질 수도 있다는 얘기 아닐까?’ (115쪽)


‘좋아하는 물건에 둘러싸여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산다는 건 굉장히 즐거워. 그거면 됐어.’ (133쪽)



  외로워야 하거나 쓸쓸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누구나 혼자 고요히 생각에 잠기면서 삶을 돌아볼 겨를을 누려야 하는구나 싶습니다. 호젓한 방이나 집이나 쉼터에서 가만히 눈을 감고 온 하루를 차분히 되새길 짬이 있어야 하는구나 싶어요.


  혼술이나 혼밥이란, 또 혼놀이나 혼살림이란, 또 혼책이나 혼영화란, 이런저런 ‘혼자 짓는 삶’이란, 남하고 안 어울리고 싶은 몸짓이 아니라고 느껴요. 내 넋을 되돌아보면서 내 꿈을 씩씩하게 가꾸려고 하는 ‘혼자 있기’요, 이웃을 새롭게 바라보면서 즐거이 어깨동무하는 길을 곱게 살피려고 하는 ‘혼자 지내기’이지 싶습니다.


  혼자인 듯하지만 혼자가 아닙니다. 언제나 함께 있습니다. 혼자 떨어진 듯하지만 혼자 떨어지지 않습니다. 늘 곁에 있으면서 조용히 안아 주고 보살펴 줍니다. 2016.10.19.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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