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유교수의 생활 30
야마시타 카즈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609



웃는 마음과 우는 마음을 배운다

― 천재 유교수의 생활 30

 야마시타 카즈미 글·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1.6.25. 4500원



  야마시타 카즈미 님이 빚은 만화책 《천재 유교수의 생활》(학산문화사,2011) 서른째 권에서는 두 가지 마음하고 얽힌 이야기가 흐릅니다. 하나는 ‘우는 마음’을 어떻게 나타내야 하는가를 놓고 오랫동안 생각에 잠긴 유교수 모습이 흐르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하나는 ‘웃는 마음’을 어떻게 드러내야 하는가를 놓고 그야말로 오래도록 생각에 잠긴 유교수 모습이 흐르는 이야기예요. 그리고, 두 마음을 함께 펼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되씹으며 지낸 삶이 흐르는 이야기입니다.



“딸이 결혼한다 해서 아버지가 슬프다거나 서운하다거나 허전하독 느끼는 감정을, 저는 이해할 수가 없군요.” (6쪽)


“세츠코가 결혼해도 그러실 겁니까?” “당연하지. 히로마츠 군이 세츠코와 결혼한대 해도 본인들의 자유인 이상 나는 반대하지 않겠네.” “그, 그게 아니죠. 그건 너무 무관심한 것 아닙니까?” “어째서?” (8∼9쪽)



  눈물이 나오면 눈물을 흘리면 됩니다. 웃음이 나오면 웃음을 지으면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느낌을 마음으로 드러내어 본 일이 드물거나 없다면, 스스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도무지 알 수 없겠지요.


  유교수는 다른 사람을 따라하거나 흉내내지 않습니다. 아니, 다른 사람 눈치를 보지 않습니다. 언제나 유교수 스스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세 딸이 시집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유교수 마음을 어떻게 드러내야 하는가’를 놓고 늘 망설이거나 생각에만 빠졌다고 해요.



“하나코한테만 할아버지, 아니 아빠 노릇을 하고 있어요. 언니들에게 못해 준 만큼. 우리는 그래도 아빠 성격상 아빠는 아빠니까 당연한 거고, 그래도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아빠 스타일이고 멋지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하지만, 왜 이제 와서 그런 얼굴을 하세요? 우리가 결혼하면 아무렇지도 않고, 하나코가 그러면 슬퍼요?” (20쪽)


“나츠코가 결혼했을 때도 빈 나츠코의 방에 억지로 책장을 들여놨잖아? 아마 허전했던 게지. 너희들이 태어날 때부터 쭈욱 보고 있었는걸. 온갖 생각이 다 나실 거야. 그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무슨 말을 할지 모르는 것뿐이지. 그게 네 아버지니까.” (29쪽)



  모르기 때문에 알려고 하는 유교수입니다. ‘모른다’고 하는 느낌을 아주 잘 알아채면서, ‘알자’라든지 ‘배우자’ 같은 마음이 되는 유교수입니다. 남들이 웃으니까 따라 웃는 삶이 아니라, 왜 웃음이 나오는가를 생각하고 생각한 끝에 스스로 실마리를 풀고 나서야 웃는 유교수예요. 남들이 우니까 같이 웃는 삶이 아니라, 왜 눈물이 나와야 하는가를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면서 스스로 실타래를 풀고 나서야 눈물을 짓는 유교수입니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빛날 때, 그것이 결과적으로 반드시 행복은 아닐지도 모른다. 나는 잠자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63쪽)


“하나코가 버릇없이 굴더냐?” “아니. 그냥 내가, 또 미움 살 짓을 한 것 같네요.” “걱정 마라. 노리코는 언제나 조금 먼 길을 오는 것뿐이니까.” (84쪽)



  유교수가 보이는 몸짓은 여러모로 엉뚱하거나 생뚱맞을 수 있습니다. 다만, 엉뚱하든 생뚱맞든, 이런 느낌은 ‘남이 바라보는 모습’입니다. 유교수 스스로는 늘 스스로 가야 하는 길을 갈 뿐입니다. 유교수가 걷는 길은 ‘유교수 삶’입니다. 이 땅에 태어나서 ‘스스로 겪고’ ‘스스로 보고’ ‘스스로 하고’ ‘스스로 누리고’ 해야 할 일이 많은데, 굳이 다른 사람이 하듯이 따라할 까닭이 없습니다. 유교수는 모든 일을, 그러니까 아주 조그마한 느낌 하나까지도 스스로 겪거나 보거나 하거나 누리면서 기쁨으로 맞아들이려 합니다.



“2년간 수험공부를 했다고?” “정확하게는 1년요. 아빠가 돌아가셔서 알바해야 했거든요.” “그렇군. 잘 왔네. 마음껏 면학에 힘쓰기 바라네.” (106쪽)


“요즘 자주 눈에 띄긴 하지만 유지 관리하기가 어렵지 않나?” “아뇨, 간단해요! 가발이거든요.” “가발?” “저 지금 암 치료중이라서, 머리가 다 빠졌거든요. 항암제 부작용이죠. 그랬더니 오히려 이것저것 과감한 스타일에 도전할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116쪽)



  언제나 배울 수 있는 사람은 늙지 않습니다. 언제나 배우는 사람은 늘 새로운 숨결을 기쁨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늙지 않습니다. 늙는 사람은 배우지 않는 사람입니다. 늙는 까닭은 새롭게 배우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침저녁으로 먹는 밥도 우리 몸을 살찌우는 ‘새로운 숨결’입니다. 흐르는 냇물도, 하늘을 가득 채운 바람도, 언제나 모두 ‘새로운 숨결’이에요. 숨쉬기조차 늘 ‘새로운 바람 마시기’인데, 이를 깨닫거나 헤아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숨조차 숨답게 쉬지 않는다고 할 만합니다.


  유교수라면 숨쉬기도 스스로 모두 생각하겠지요. 어떤 바람을 마시는가를 늘 생각하고, 스스로 제 몸을 살찌우고 살리며 북돋우는 바람 한 줄기를 받아들이는구나 하고 늘 깨달을 테지요.


  예순 살이 되고 일흔 살이 되어도 웃음과 눈물을 언제나 새롭게 돌아보면서 배우려고 하는 몸짓이기에, 유교수는 늘 유교수답게 하루를 짓습니다. 4349.2.10.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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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의 린네 20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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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608



동무를 사귀려면 마음을 상냥하게 열면 돼

― 경계의 린네 20

 타카하시 루미코 글·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6.1.25. 4500원



  타카하시 루미코 님 만화책 《경계의 린네》(학산문화사,2016) 스무째 권을 즐겁게 읽습니다. 어느덧 스무째 권에 이른 《경계의 린네》를 읽으니, 이 만화책 주인공인 ‘로쿠도 린네’하고 ‘마미야 사쿠라’ 사이에 허물이 하나 사라지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로쿠도와 마미야, 또는 린네와 사쿠라는 오랫동안 ‘마음이 맞는 사이’로 가까이 지냈지만 둘은 ‘이 마음’이 무엇인지를 뚜렷이 드러내지 않는다거나 생각하지 않았어요.


  이제 스무째 권에 이르러 두 사람은 ‘봄소풍 같은 모임’에 함께 가는데, 마미야 사쿠라는 언제나처럼 로쿠도 린네하고 함께 먹을 도시락을 챙깁니다. 로쿠도 린네는 너무 가난한 살림이라 도시락은 엄두도 내지 못하기에, 늘 살가이 챙기고 마음을 써 주는 동무가 반가우면서 고맙습니다. 도시락도 도시락이지만, ‘마음을 쓰는 동무’가 반가우면서 고마워요. 무엇보다도 마미야 사쿠라라는 동무는 ‘맨눈’으로도 ‘떠도는 넋’을 볼 수 있어요. 그리고, ‘떠도는 넋’을 맨눈으로 보면서도 놀라지 않아요.



몇 년에 한 번 사신 청년단과 흑묘들은 윤회의 바퀴 청소에 동원된다. “어쩐지 무섭네요.” “그래, 이 작업은, 위험한 데다 일당도 없어.” (7쪽)


“로쿠도 린네 이놈!” “말도 없이 혼자만 한몫 챙기게 둘 수야 없지!” “흥, 교화하게 결계 테이프 같은 거나 붙여놓고!” “윽, 어떻게 돌파했지?” “2천 엔짜리 결계 해제약을 사용했지!” “아니, 그렇게 비싼 물건을?” (147∼148쪽)



  맨눈으로 떠도는 넋을 볼 줄 아는 마미야 사쿠라는 늘 로쿠도 린네 곁에 있어 주면서 여러모로 일을 거듭니다. ‘여느 사람’인 마미야 사쿠라는 ‘사신’ 노릇을 하는 로쿠도 린네하고는 다른 세계(차원)에서 살지만, 그래서 ‘사신이 낫을 휘둘러서 떠도는 넋을 성불해 주고 저승으로 보내는 일’을 할 수는 없지만, 따사로운 마음결로 둘레를 맑고 밝게 어루만지는 일을 할 수 있어요.


  곰곰이 돌아보면 바로 이 마음이 가장 너르면서 큰 마음이지 싶습니다. 이런 솜씨가 있거나 저런 재주가 있는 몸짓도 훌륭하다고 할 텐데, ‘훌륭한 솜씨나 재주’는 없더라도 동무나 이웃을 따사로운 사랑으로 보듬을 수 있는 마음은 그지없이 아름답다고 느껴요. 다시 말해서, 만화책 《경계의 린네》는 ‘두 가지 세계(차원)’에서 다른 삶을 타고나며 사는 두 사람이 ‘두 가지 실타래’를 엮는 줄거리를 들려준다고 할 만합니다.


  먼저 ‘린네’라는 아이는 ‘저승 세계(차원)’에서 태어나서 자라면서 ‘이승 세계(차원)’에서 목숨을 내려놓은 사람들이 ‘떠도는 넋’이 되지 않고 곱게 저승으로 들어와서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도록 이끄는 일을 합니다. ‘사쿠라’라는 아이는 ‘이승 세계’에서 태어나서 자라면서 ‘저승 세계’ 사람들을 볼 수 있고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저승 세계 사람들한테는 없는 ‘따스한 마음’을 늘 보여주면서 가르치거나 나누는 노릇을 한다고 할 만해요.



“서, 성가시지 않아?” “괜찮아. 있는 힘껏 여자친구 연기를 할 테니까.” (46쪽)


“마미야 사쿠라는, 천사처럼 상냥해.” ‘그렇구나. 거짓말이라도 기쁘네.’ “그 여자가 그렇게 상냥해?” “그럼. 먹을 것도 잘 주고, 가끔 돈도 꿔 주거든.” (70∼71쪽)



  상냥한 마음이란 무엇일까요? 어버이가 아이를 낳아서 돌보는 마음도 ‘상냥함’이리라 느낍니다. 아이가 어버이를 믿고 따르면서 날마다 새롭게 기쁨을 배우는 몸짓도 늘 ‘상냥함’이리라 느껴요. 마음이 맞는 두 동무가 서로 어깨를 겯고 노래하는 삶도 ‘상냥함’이 바탕이 될 테지요. 이웃이 서로 사촌처럼 지낸다고 하는 옛말처럼, 두 이웃이 오붓하게 어울리는 살림살이도 언제나 ‘상냥함’이 흐르는 모습이겠지요.


  내가 어버이 노릇을 하자면 나는 스스로 상냥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맑고 밝게 자라려면 어버이인 나는 아이들한테 상냥함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동무를 사귀려 한다면 스스로 기쁘게 마음을 열면서 상냥하게 말을 걸고 웃을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이웃하고 함께 일을 하거나 두레를 이루자면 늘 상냥한 마음결로 일손을 잡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구나. 로쿠도는 결국, 나보다 부적을 택한 거야. 뭘까? 이, 언짢은 기분은.’ (109쪽)


“이제 따라오지 마. 그 도시락도 어차피 줄 생각이었으니까.” “그 말은 못 듣겠어!” “필요없다고?” “필요해! 같이 먹고 싶어!” (126∼127쪽)



  만화책 《경계의 린네》 스무째 권에서 로쿠도 린네는 마미야 사쿠라가 싸서 준 도시락 가방을 함께 풀어서 함께 먹자고 말합니다. 드디어 두 사람은 돗자리를 펴고 함께 앉습니다. 이때에 두 사람 둘레에 다른 동무랑 이웃이 찾아와서 함께 둘러앉아요. 마미야 사쿠라는 도시락을 쌀 적에 언제나 ‘두 사람 몫’이 아니라 ‘여러 사람 몫’을 싸지요. 마치 로쿠도 린네 둘레에 있는 다른 동무도 함께 배고픔을 달래면서 이야기꽃을 피울 줄 안다는 듯이.


  그러니까 이렇게 마음을 쓸 줄 아는 몸짓이 바로 ‘상냥함’이라 할 만하구나 싶습니다. 이 상냥함은 ‘솜씨 좋은 저승 세계 사신’한테도 없는 마음이요, 이 상냥함은 ‘돈이 많거나 얼굴이 잘생겼다고 하는 이승 세계 사람들’한테도 없는 마음이에요. 상냥한 숨결, 따스한 마음, 너른 생각, 기쁜 사랑, 이러한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만화책이 《경계의 린네》라고 하겠네 하고 새삼스레 느낍니다. 4349.2.8.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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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포 시노부의 보석상자 1
니노미야 토모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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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605



이 돌에 흐르는 숨결을 읽을 수 있을까

― 전당포 시노부의 보석 1

 니노미야 토모코 글·그림

 이지혜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6.2.15. 5000원



  낮에 읍내마실을 나가는 길인데, 두 아이가 마을 어귀 풀밭 한쪽에 있는 흙더미를 보았습니다. 이 흙더미는 아이들이 군내버스를 기다리면서 으레 밟거나 토닥이는 놀잇감이 되어 줍니다. 왜 그곳에 이런 흙더미가 있는지 알 길은 없으나, 아이들은 재미나게 이 흙더미를 매만집니다. 여름뿐 아니라 겨울에도 두 손이 시린 줄 모르면서 맨손으로 흙집을 짓고 흙떡이나 흙만두까지 빚습니다.


  “아버지 봐요, 흙만두예요. 예쁘지요?” 하면서 손에 흙을 가득 쥐고서 내밉니다. 손도 낯도 다 씻고 나왔지만, 이렇게 흙만 보면 만지면서 놀고픈 아이들은 어느새 흙손이랑 흙투성이가 됩니다. 마침 군내버스가 저 앞에서 달려오기에 “자, 얼른 흙 털고 버스 타자.” 하고 말합니다.



“자, 이걸 보렴. 이게 네가 지켜야 할 돌이란다. 우리 일족을 번영하게 해 준 풍요의 돌이지. 날개를 펼치고 붉은 하늘을 나는 새.” (3쪽)


“그딴 거 관두고 더 비싼 코너를 봐! 다이아 같은 것도 잔뜩 있잖아. 기껏 ‘듀가리’에 왔건만!” “그치만 난 빨갛고 귀여운 반지를 갖고 싶었는걸.” (16쪽)



  만화책 《전당포 시노부의 보석》(대원씨아이,2016) 첫재 권을 읽습니다. 《노다메 칸타빌레》를 빚은 니노미야 토모코 님이 새롭게 그리는 만화 가운데 하나입니다. 만화책 이름에 나오듯이 ‘보석’을 다루고 ‘전당포’ 이야기가 흐릅니다. 보석은 여러 가지 돌 가운데 더 아름답거나 사랑스레 마주하는 돌입니다. “보배로운 돌”을 가리키는 ‘보석’이니까요.


  그런데 보배로운 돌이든 수수한 돌이든, 아이들 손에 쥐어 주면 모두 똑같은 ‘돌’입니다. 붉게 빛나는 보석이라면 아이들로서는 ‘붉은 돌’이에요. 파랗게 빛나는 보석이라면 아이들한테는 ‘파란 돌’이지요.



“내가 뭘 방해했다고 그래. 장사 방해한 게 오히려 누군데! 보석한테 ‘좋은 기운이 있는 아이’ 같은 괴상한 소리나 하고. 여긴 점집이 아니라고. 가게 평판 떨어뜨리는 짓은 그만둬.” (33쪽)


“왜 ‘합성’이야? 그게 어디가.” “어? 왜긴. 이 아이한테는 뭐랄까, 지구의 숨결이 느껴지지 않는달까.” “악, 악. 그딴 소리 그만둬.” (35쪽)



  우리 집 아이들은 돌 아닌 ‘시멘트 조각’까지 갖고 놉니다. 뭐, 늘 온 마을 흙을 다 들쑤시면서 노니까, 돌뿐 아니라 시멘트 조각까지 주워서 놀 만합니다. 시멘트 조각을 주워서 ‘돌’로 여길 적에는 넌지시 불러서 “걔는 돌이 아니란다. 걔는 시멘트라고 하는 아이야. 걔는 버리고 다른 돌을 주워서 놀자.” 하고 얘기해요.


  아이들은 돌하고 시멘트 조각이 어떻게 다른지 아직 잘 모르는 눈치입니다. 그러고 보면 나도 어릴 적에 두 가지가 어떻게 다른가를 제대로 몰랐어요. 어른들이 자주 이야기를 해도 늘 못 알아들었어요. 다만 손과 몸으로 하나를 느꼈습니다. 돌은 아무리 오랫동안 손에 쥐면서 놀아도 손이 안 아파요. 이와 달리 시멘트 조각을 오랫동안 손에 쥐면서 놀면 손이 아픕니다.


  요새는 시골도 마을길을 온통 시멘트로 덮고, 마당까지 시멘트로 덮으며, 도랑이나 논둑까지 시멘트로 덮어요. 흙길이나 흙마당을 찾아보기 어려운 시골입니다. 자전거를 타다가 논둑에서 넘어지면 무릎이나 팔꿈치가 크게 까지지요. 아이들도 여름에 민소매나 반바지를 입고 놀다가 마을길에서 넘어지면 바로 피가 철철 흘러요.



‘부인의 반지. 부인은 행복하구나. 그러니까 그 돌도 기분 좋은 듯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던 거야.’ (80∼81쪽)


‘그렇게 이상한 기운에 휩싸인 브로치였는데, 그 사람이 만진 순간 그게 사라졌어. 그 사람은 뭔가를 정화하는 신기한 힘을 가지고 있는 건가?’ (161쪽)



  우리는 우리 곁에 있는 돌마다 흐르는 숨결을 읽을 수 있을까요? 돌멩이 하나가 얼마나 오랜 나날을 이 마을에서 살아왔는가를 읽을 수 있을까요? 돌멩이 하나가 이 지구라는 별에서 얼마나 수많은 비와 바람과 해와 흙하고 동무가 되면서 살았는가를 읽을 수 있을까요?


  요즈음 사회나 문화로 본다면, 길바닥이 흙길일 적보다 시멘트나 아스팔트일 적에 자동차가 다니기 좋겠지요. 그런데, 길바닥이 시멘트나 아스팔트이면, 아이들이 뛰어놀기에 매우 나빠요. 어른들한테는 자동차가 다니기 좋은 길이 되지만, 아이들한테는 뛰어다니거나 달리기를 하기에 매우 나쁩니다.


  흙바닥이라면 아이들은 돌을 주워서 흙바닥에 금을 그으면서 온갖 놀이를 하지요. 시멘트나 아스팔트 바닥에서는 아이들이 새로운 놀이를 하기 어려워요. 더욱이 시멘트나 아스팔트 바닥은 어른들도 일을 하다가 쉬면서 주저앉기에 썩 안 좋습니다. 흙바닥이라면 냉큼 앉을 만하지만, 시멘트나 아스팔트 바닥은 뭔가를 안 깔면 앉기에 나빠요.


  무엇보다도 시멘트 조각은 앞으로 백 해나 이백 해가 흐르는 동안 ‘빛나는 돌’이 되지도 않아요. 시멘트 조각은 한 해 두 해 백 해 천 해 흐르는 동안 그예 ‘쓰레기’가 될 뿐입니다. 값싼 건축재료라 하는 시멘트는 겉보기로는 ‘돌’처럼 딱딱한 듯하지만 이내 물러지고, 이내 바스라지며, 이내 쓰레기더미가 되고 말아요. 이와 달리 돌은 기나긴 해를 사람들하고 함께 살면서 이야기를 품지요. 보석도 여느 돌처럼 오랜 나날을 사람들 곁에 있으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담아요.



“요즘은 보석도 거의 인공적으로 만드는 시대가 됐으니까. 천연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아름다우면 합성이라도 좋다는 사람도 있지.” “하지만 천연도 커팅으로 연마해야 하니까, 아무튼 노력이 필요하잖아.” (110∼111쪽)



  만화책 《전당포 시노부의 보석》에는 여러 사람이 나옵니다. 어릴 적에 전당포에 ‘매물’처럼 맡겨지면서 ‘전당포 집 아이’로 자란 사내가 있습니다. 전당포 집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보석이라는 돌을 ‘돌에 흐르는 숨결’을 고스란히 읽으면서 ‘타고난 보석감정사’ 노릇을 하는 고등학생 가시내가 있습니다. 아무리 나쁜 기운이 흐르는 돌이라 해도 스스럼없이 두 손으로 만지면서 ‘깨끗하게 해 주는(정화해 주는)’ 보석세공사 사내가 있어요.


  보석은 값진 돌이기에 돈이 될 수 있습니다. 돈이 되는 값비싼 돌이기에 목걸이로도 하고 손가락에도 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저 값지거나 값비싸기에 보석 구실을 하지는 않으리라 느껴요. 마음을 푸근하게 북돋운다든지, 마음을 따사로이 어루만진다든지, 마음을 넉넉하게 쓰다듬어 준다고 느끼기에 저마다 ‘내 빛돌(빛나는 돌)’을 가슴에 품을 만하리라 느껴요.


  돈으로 치자면 ‘돈돌’일 테지만, 삶에 빛줄기가 된다고 여기면서 아끼면 ‘빛돌’이 됩니다. 내 꿈을 아로새기려 하면 ‘꿈돌’이 되고, 사랑하는 두 사람이 뜻을 함께 나루려고 주고받으면 ‘사랑돌’이 되어요. 우리는 어떤 돌을 곁에 둘까요? 우리는 돌 하나에 어떤 마음을 담으면서 곁에 둘까요? 4349.2.6.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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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의 소리 12
라가와 마리모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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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606



‘전문가가 엉망이라 해’도 난 그저 좋아

― 순백의 소리 12

 라가와 마리모 글·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5.12.25. 4800원



  라가와 마리모 님이 빚은 만화책 《순백의 소리》(학산문화사,2015) 열둘째 권을 읽습니다. 열둘째 권은 겉그림이 살짝 껄끄러워서 큰아이한테 아예 안 보여줍니다. 나중에 훨씬 나이가 들어야 비로소 겉그림을 보도록 하겠지요. 속을 살피면 이런 겉그림하고 이어지는 이야기가 없습니다만, 굳이 이런 겉그림을 넣어야 했나 싶어요. 왜냐하면 이 만화에서 다루려고 하는 이야기하고 너무 동떨어지니까요.



“니 마지막은 어딘데? 명성을 얻고 실컷 돈이라도 버는 기가?” “아니. 나는, 할배맨치로, 평생 연주할 수 있는 ‘즉흥곡’을 만들고 싶다.” (34∼35쪽)


“글쎄. 가장 중요한 건, 자기 스스로를 깎아내리지 않는 거죠.” (48쪽)



  《순백의 소리》 열둘째 권에서는 ‘악기를 켜는 사람’이 늘 되새겨야 할 대목을 몇 가지 들려줍니다. 첫째도 둘째도 막째도 언제나 ‘스스로 깎아내리지 않기’입니다.


  이는 다른 자리에서도 늘 같아요. 글을 쓰건, 그림을 그리건, 사진을 찍건, 밥을 짓건, 청소를 하건, 아이를 돌보건, 교사로 일하건, 대통령이나 군수로 일하건, 어느 자리에서 어떤 일을 하건 늘 매한가지예요. 내가 나를 깎아내리면 모든 것은 끝입니다. 스스로 깎아내리는 사람은 아무것도 못하지요.


  처음부터 아이를 잘 돌보는 어버이란 없어요. 스스로 사랑할 줄 아는 마음일 때에 비로소 슬기롭고 사랑스러운 어버이가 되어 아이를 따사로이 보살필 수 있어요. 스스로 사랑할 줄 아는 마음일 때에 ‘악기 켜기가 서툴’어도 사랑스러운 노랫가락을 들려줄 수 있어요.



“네가 무슨 노력을 했는데? 교실 차려서 지도자가 되든가, 지역 행사에서 연주를 하든가, 길거리 공연을 하든가, 음악사무소에 음원을 보내든가! 자비로 CD를 만들어서 팔아 보기라도 했어? 인터넷에 동영상을 올려 보기나 했냐고!” (128쪽)


‘나는, 밑바닥이다. 처음부터 재능이 있었다면, 어떤 풍경이 보일까?’ (181쪽)



  아주 수수하다 싶은 소리만 켤 수 있다는 어느 연주자는 한동안 밑바닥에 가라앉아 지내면서 ‘처음부터 재능이 있다’면 무엇을 볼 수 있었을까 하고 생각했다고 밝힙니다. 네, 궁금할 테지요. 재주나 솜씨가 있는 사람은 무엇을 볼 수 있을까요? 재주꾼이나 솜씨쟁이는 아주 대단하거나 매우 아름답거나 무척 사랑스러운 모습을 볼까요? 수수한 사람하고 아주 다른 모습을 볼까요?


  거꾸로 생각해서, ‘재주꾼이나 솜씨쟁이는 수수한 사람이 바라보는 모습’이 무엇인지 몰라요. 재주꾼이나 솜씨쟁이는 ‘수수한 사람이 바라보는 곳’이 어디인가를 도무지 못 짚습니다.


  이리하여, 둘(재주꾼하고 수수한 사람) 사이에서는 만날 만한 자리가 없다 할 만해요. 그리고, 둘 사이에서는 만날 만한 자리가 재미나게 있어요. 둘이 바라보는 모습은 아주 다르지만, 둘이 바라보는 곳은 늘 같아요. 무엇인가 하면, ‘삶’을 바라봅니다. 네가 바라보는 삶이랑 내가 바라보는 삶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만, ‘삶’이라는 대목에서는 언제나 같아요.



“정말, 지금 엉망이라서 듣기 싫을 기라.” “전문가가 엉망이라고 해 봐야, 어차피 난 몰라. 도쿄에 살 때 강 둔치에서 연주하던 생각이 나네. 난, 세츠의 소리가 참 좋아.” (141쪽)


“츠가루샤미센의 역사를 아는 것도, 반주를 하는 것도, 명인의 수를 듣고 아는 것도, ‘뿌리로 돌아가는’ 것, 자기의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 그기 아입니꺼?” (174쪽)



  전문 연주가인 사람이 ‘지금 엉망’이라고 말한들, 수수한 청취자나 관객인 사람은 ‘늘 좋다’고 여깁니다. 빼어난 솜씨를 보여주면 빼어난 솜씨대로 좋고, 투박한 연주를 보여주면 투박한 연주대로 좋으며, 엉망이라고 하는 연주는 또 이렇게 엉망이라고 하는 연주대로 좋아요.


  나는 김현식이라고 하는 노래꾼이 들려주는 목소리를 퍽 좋아합니다. 이녁이 맨 처음 새내기 노래꾼으로 나타났을 적에 들려준 달콤하면서 매우 보드라운 목소리도 좋아하지만, 죽음을 코앞에 앞두고 잔뜩 가라앉으면서 무거운 목소리도 좋아합니다. 더 낫거나 덜 나은 목소리가 따로 없어요. 모두 ‘노래하는 목소리’입니다. 악기 연주자로서도 언제나 ‘노래를 들려주는 손길’이지요.


  사랑으로 지은 밥이면 언제라도 맛있듯이, 사랑으로 켜는 노랫가락이라면 언제라도 즐겁습니다. 이 대목을 깨달아서 ‘뿌리로 돌아가기’를 깨닫는다면, 우리는 저마다 ‘연주가’이고 ‘작가’이며 ‘교사’이자 ‘요리사’이기도 한 줄을 기쁨으로 누릴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4349.2.4.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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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시몬 연구실 2 - 완결
다이스케 테라사와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5년 12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594



보는 눈, 아끼는 눈, 가꾸는 눈

― 나오시몬 연구실 2

 테라사와 다이스케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5.12.25. 4500원



  밤이 깊을수록 별빛이 밝습니다. 밤이 지나고 새벽으로 접어들 즈음이면 차츰 동이 트면서 별빛이 흐려요. 어느덧 저 먼 하늘이 차츰 밝아지면서 해가 올라올 즈음이라면 별빛은 거의 모두 사라집니다. 새로 떠오르는 해님은 햇살을 잔뜩 퍼뜨리면서 온누리에 무지개빛을 새삼스레 일으킵니다. 나는 새벽녘에 이를 무렵이면 마지막 별빛을 마음에 담으려고 곧잘 마당에 내려서서 찬바람을 쐽니다.



“요즘도 가끔 고향에 내려가면 유품을 수선하니?” “응. 하지만 아무리 유품을 복원해도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오진 않으니까.” (13쪽)


“하지만 고작 손잡이 하나에 그렇게 공을 들이면 남는 게 없어서.” “남는 것 없고 품이 많이 드는 일이라도 그걸 찾아서 수십 년을 드나드는 손님이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오래도록 이 가게의 자산이 된다는 걸 알아 주셨으면 좋겠군요.” (23∼24쪽)



  테라사와 다이스케 님이 빚은 《나오시몬 연구실》(학산문화사,2015) 둘째 권을 읽습니다. 이 만화책은 두 권으로 마무리짓습니다. 짧게 끝맺는 이야기입니다. 고고학 연구를 하는 주인공은 일본에서 언젠가 꼭 공룡뼈를 찾아내겠다는 다짐으로 일해요. 그런데 공룡뼈를 캐내는 일을 하려면 일꾼이나 심부름꾼을 많이 두어야 하고 오랫동안 땀흘려야 하니까 목돈이 들지요. 만화책에 나오는 주인공은 목돈을 모으려고 ‘오래된 물건을 손질하는 일’을 합니다. 이른바 ‘옛 문화재 되살리기’이지요.



“미안, 아빠. 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이네.” “그래서, 그렇게 정성들여 만든 이 테이프는, 그 녀석의 보물이었을 거야.” (40쪽)


“아쉽지만 그런 대형 수리업체에는 일 잘하는 장인이나 재료를 쓰지 않고 안 보이는 부분을 대충 때워 비용만 싸게 매기는 곳도 많아.” “처음부터 진짜 장인에게 맡길걸. 내가 몇 푼 아끼겠다고 욕심을 부려서.” (96쪽)



  만화책 주인공은 ‘옛 문화재 되살리기’라는 일감을 맡을 적에 언제나 ‘오래된 살림살이를 손질한다’고 여깁니다. 그냥 옆에 놓고 눈으로만 쳐다보는 값지거나 값비싼 보물이 아닌, 늘 손으로 쓰다듬고 만지고 다루는 살림살이로 여겨서 손질해요.


  ‘손질’하고 ‘되살리기’는 다르지요. 손질을 한다고 할 적에는 ‘다시 쓴다’는 뜻입니다. 되살리기를 한다고 할 적에는 ‘그대로 모신다’는 뜻입니다.


  때로는 박물관 같은 데에 모시려고 유물이나 문화재를 건사하겠지요. 그런데, 어떤 살림살이가 유물이나 문화재가 된다고 하더라도, 모든 유물이나 문화재는 맨 처음에는 수수한 살림살이였어요. 임금님이 쓰던 왕관이나 노리개 따위를 뺀, 이를테면 돌칼이나 민무틔흙그릇 같은 유물은 모두 살림살이입니다. 민속박물관에서 건사하는 문화재나 유물도 처음에는 모두 살림살이예요.



“제례용 신여는 많은 사람이 짊어지고 이리저리 흔들면서 온 마을을 돌지. 그래야 신이 기뻐한다며 일부러 거칠게 다루거나 바다에 던져 버리기도 해. 당연히 끼워 맞춘 부분은 헐거워지고, 금구는 녹슬고 칠은 벗겨질밖에! 그걸 다시 쪼이고 금구에 다시 광을 내고 칠을 다시 해 가며 수십 수백 년을 쓰는 게 바로 신여란 말씀!” (106쪽)


“어떻게 된 겁니까? 어떻게 어르신들이 그렇게 쉽게 신여를 멜 수 있죠?” 호흡이 딱딱 맞으니까! 축제 신여는 모두의 마음이 한데 모이면 가볍게 들려 올라가거든!” (119쪽)



  수백 해에 걸쳐서 손질을 새롭게 하면서 쓰는 ‘제례용 신여’ 이야기를 읽으면서 가만히 생각을 기울입니다. 한국에서는 이런 ‘문화재 살림살이’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아이들이 손으로 만지면서 물려받아서 아낀 뒤, 다시 새로운 아이들한테 물려줄 만한 ‘문화재 살림살이’를 찾아보기 어려워요.


  일제강점기나 한국전쟁이나 새마을운동이나 경제성장 따위가 흐르면서 그만 사라지거나 짓밟혔다고 할 수 있습니다만, 우리 스스로도 마을살림이나 집살림을 알뜰히 건사하려는 마음을 잃었다고 할 만해요. 더 빠르거나 더 남다르다고 하는 새 물건을 장만하는 길에 마음을 빼앗겼다고 할 만해요.


  새 자전거도 좋습니다만, 오래된 자전거를 꾸준히 손질해서 물려줄 만한 살림살이(문화)가 우리한테 있을까요? 다시 말해서 자동차를 꾸준히 손질해서 쉰 해나 백 해를 건사할 만할까요? 집 한 채를 꾸준히 손질해서 삼백 해나 오백 해를 건사할 만할까요?



“우리가 만드는 칠기는 사람이 쓰라고 있는 게야. 장식용으로 찬장에 모셔두기나 할 바엔 아예 안 만들고 말지. 나는 지금까지 이 그릇들을 소중히 써 온 사람을 위해, ‘나오시몬’으로 평생을 마칠 셈이다.” (186쪽)


‘할아비는 언제나 자연을 잘 관찰한단다. 보는 눈을 키워야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거든.’ (207쪽)



  보는 눈, 아끼는 눈, 가꾸는 눈, 이렇게 세 가지 눈을 돌아봅니다. ‘보는 눈’이 ‘보는 눈’으로만 그치면 문화재를 만듭니다. 지식을 만들지요. 보는 눈이 ‘아끼는 눈’으로 거듭나면 이야기를 짓습니다. 노래가 흐르지요. 아끼는 눈이 새롭게 ‘가꾸는 눈’으로 거듭날 수 있다면 사랑을 짓습니다. 사랑스러운 손길로 살림을 지어요.


  먼저 볼 수 있어야 하고, 본 다음에는 아낄 수 있어야 하며, 아끼는 손길에 이어 가꾸는 숨결로 다시 태어나야지 싶습니다. 보고 아끼며 가꾼다고 하겠습니다. 바라보는 데에서 그치면 ‘비평’이나 ‘품평’은 할 테지만, 이래서는 아무것도 짓지 못해요. 맨 먼저 ‘보는 눈’부터 기를 노릇이요, 이 눈길을 키워서 손길과 몸짓을 갈고닦을 수 있어야 합니다. 만화책 《나오시몬 연구실》은 이 같은 이야기를 알뜰살뜰 잘 들려줍니다. 4349.2.3.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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