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1.11.25.
 : 바지끈 묶기

 


- 찬바람이 부는 날에는 긴바지를 입고 자전거를 몬다. 대문을 활짝 열고 자전거수레를 밖에 두고 자전거에 올라탈 무렵, 아차 하고 깨닫는다. 바지 다리끈을 묶어야지. 집으로 들어와 끈으로 한쪽 다리를 묶는다. 우체국에 보낼 소포꾸러미는 아이가 앉은 수레 앞쪽에 놓는다. 아이는 두 발을 쭉 뻗고 앉는다. 찬바람이 부는 늦가을이지만, 이 바람이 좋다. 이 바람을 아이와 함께 쐴 수 있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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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1.11.22.
 : 부러움 사는 아이



- 네 살 아이를 수레에 태워 면내 마실을 할라치면, 면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우리를 쳐다본다. 우리를 쳐다보는 사람들 가운데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있으면, 아이는 “할머니 안녕하셔요.” “할아버지 안녕하셔요.” 하고 인사한다. 언니나 오빠가 있을 때에도 “언니 안녕.” “오빠 안녕” 하고 인사한다.

- 면내 볼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무렵, 면에 하나 있는 빵집 옆을 스친다. 옆을 스치면서 바게트빵이 있나 살핀다. 셋 있다. 자전거를 돌려 빵집 앞에 선다. 쌀바게트 둘을 시킨다. 자전거수레는 길에 둔다. 이웃 가게 아주머니가 문을 빼곰 열고는 우리 자전거수레를 바라본다. 빵집 아주머니이며, 면내 다른 분들이며, 면사무소 일꾼이며, 수레에 타며 아버지와 마실을 다니는 아이한테 너는 참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우리 아이는 늘 부러움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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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1.11.12.
 : “아빠, 도서관에는 가지 마.”



- 도서관 책을 갈무리하려고 자전거를 몰고 나온다. 아이도 아버지랑 자전거에 탄다. 수레를 타고 달리다가 도서관으로 간다. 자전거수레를 너무 살짝 몰아서일까? 아이는 도서관으로 갈라치면 “아빠, 도서관에는 가지 마.” 하고 뒤에서 부른다. 아버지는 도서관에서 혼자 일하니까 심심해서 그럴까. 그래, 심심할는지 모르지만, 넌 도서관에서 잔뜩 쌓인 책짐을 밟고 올라서면서 놀기도 하잖니. 이것저것 네 마음껏 네 놀이를 하잖니. 얼른 다 치우고 새 책꽂이 들이면 넌 더 신나게 놀 수 있어. 그리고, 다음에는 도서관에 일하러 올 때에 이웃마을을 슬금슬금 돌고 나서 와야겠다. 적어도 십 분쯤 천천히 자전거마실을 누린 다음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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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1.11.10.
 : 논둑길로 돌아가기



- 드디어 수레를 꺼낸다. 충청북도 음성에서 전라남도 고흥으로 옮긴 마지막 이삿짐 꾸러미에서 아이를 태울 수레를 끄집어 낸다. 끄집어 낸 수레를 자전거에 붙인다. 아이를 부른다. 자, 이제 네 수레 다 되었어. 이제 오랜만에 함께 자전거를 타 볼까.

- 면내를 다녀오는 길, 오늘은 일부러 다른 길로 에돌아 달린다. 집부터 면까지 거리가 짧으니까 자전거마실을 해도 금세 끝난다. 충청북도 음성 멧골마을에서 살아갈 때에는 멧자락 하나를 넘어야 하니 자전거마실이 꽤 길어, 아이는 자전거마실을 할 때에 스르르 잠들곤 했는데, 전라남도 고흥 시골마을에서는 자전거마실이 늘 짧다. 그래서 오늘 면에서 볼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이웃 호덕마을을 들른다. 호덕마을 고샅길을 천천히 달리고, 호덕마을 논둑길을 천천히 지난다. 억새가 예쁘게 자라는 논둑길을 지난다. 김영갑 님이 제주섬에서 담은 오름 억새밭도 어여쁘고, 고흥 시골마을 논둑 억새무리도 아리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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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1.10.31.
 : 새 보금자리 면내 마실



- 자전거는 있으나 자전거수레는 없다. 옆지기가 말한다. “저 자전거 앞에 벼리가 앉을 자리 만들 수는 없지요?” 만들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수건을 둘둘 말까? 내일은 한번 이렇게 해 볼까? 어떻게든 아이를 자전거에 앉혀서 마실을 다녀야지, 면내에 볼일 보러 다녀오는 짧은 길이더라도 아이가 아버지랑 함께 자전거를 타고 싶어하는데 자전거를 못 태우니 더없이 슬프다.

- 아직 모든 짐을 다 옮기지 못했으니 자전거수레도 못 옮겼다. 자전거수레가 없으니 아이를 못 태우지만, 아이만 못 태울 뿐 아니라, 마실을 다녀오며 이것저것 장만한 다음 넉넉하게 싣고 돌아오지 못한다. 아이를 수레에 태울 때에는 아이 곁에 짐을 놓는다. 아이가 짐을 붙잡아 주기도 한다. 수레 뒷주머니에 짐을 싣기도 한다.

- 지난달부터 도화면 하수도 공사를 한다며 길바닥을 파헤쳤는데, 아직 이 공사가 끝나지 않는다. 파헤친 채 울퉁불퉁. 언제쯤 이 공사를 끝마치려나. 패인 데를 지나갈 때마다 자전거가 덜컹거리면서 망가지려는 소리를 낸다.

- 도화면에 꼭 하나 있는 작은 빵집 아저씨한테 ‘쌀 바게트’는 언제 굽느냐 여쭙는다. 한 주에 한 번 굽고, 지난주에는 금요일에 구웠는데 여덟 개 구워서 넷 남았다고 한다. 내일 굽는다고 하니, 내일이나 모레에 다시 와 보아야겠다.

- 십일월을 코앞에 둔 오늘, 논은 거의 다 베었다. 아직 안 벤 논은 거의 안 보인다. 일찌감치 벼를 벤 자리 가운데에는 밀을 심은 곳이 있다. 저 논은 봄부터 가을까지는 벼를 건사하고, 가을부터 봄까지는 밀을 건사하는구나. 논이 쉴 겨를이 없구나.

- 남녘누리 따사로운 바람을 쐬면서 면내 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마을 할매와 할배가 볏짚을 깔고 앉아 쉬는 모습을 바라본다. 다른 데를 보셔서 인사를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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