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3.1.16.

숨은책 807


《함께 걸어가는 사람》

 고은 글

 신현림 엮음

 사과꽃

 2017.12.19.



  사람은 사람을 미워할 수 없습니다. 사람은 사람을 사랑할 뿐입니다. 우리말 ‘사람·사랑·살다·살림’에다가 ‘사이·새·생각·새삼·샛별·새벽’은 말밑이 같습니다. 그러나 사람이란 몸을 입고도 사랑이라는 길이 아닌, 스스로 사슬을 뒤집어쓰고 이웃한테 사슬을 채우는 이들이 있어요. 이들은 겉으로는 옳거나 아름답거나 훌륭한 척 허울을 쓰지만, ‘허울을 쓴 민낯’은 머잖아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허울이 확 드러나 허물이 되고 나서야 알아본다면, 우리 스스로 눈을 감은 채 살아왔다는 뜻입니다. 허물로 드러난 허울을 보고도 등을 돌리거나 입을 다문다면, 우리 스스로 앞으로도 눈을 감으려는 몸짓입니다. 신현림 씨는 고은 씨 글자락을 《한국 대표시 다시 찾기 101 함께 걸어가는 사람》이란 이름으로 2017년 12월에 내놓고서, 2018년 1월 15일에 조용히 걷어들입니다. 2017년에 “한국현대시사에서 무수한 시집과 서적들만으로도 거장의 풍모를 보여준다. 그의 시는 20여 개국에 번역되어 세계인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해적이)”고 추킨 글은 있고, 막상 허물꾼 글자락을 책으로 여민 손길을 뉘우치는 글은 없습니다. 고은을 비롯한 사납쟁이는 이 나라 글밭에서 우러르고 책을 내주니 창피한 줄을 모릅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28053482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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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숲노래 어제책 2023.1.12.

숨은책 800


《정원사 곰》

 피브 워딩턴·셀비 워딩턴

 김세희 옮김

 비룡소

 2002.1.15.첫/2015.3.25.3벌



  1948년에 나왔다는 조그마한 《석탄집 곰 Teddy bear Coalman》이 있다는 얘기를 이 그림책이 나온 지 얼추 일흔 해쯤 지나서야 들었습니다. ‘곰아이(테비 베어 인형)’로 그림책을 여민 두 사람은 1979년부터 틈틈이 뒷이야기를 그렸고, 한글판으로는 《제빵사 곰》, 《정원사 곰》, 《우체부 곰》 세 가지가 2002년에 나왔습니다. 작고 사랑스러운 그림책을 장만하려고 알아볼 즈음에는 이미 판이 끊겼더군요. 몇 해 동안 도무지 찾을 길이 없더니, 한글판 《정원사 곰》하고 《우체부 곰》을 2022년 겨울에 드디어 찾았습니다. 1948년부터 1992년까지 일곱 갈래 일꾼 이야기를 담아낸 작은 삶길은, 어린이가 어른으로 자라나는 길에 해볼 만한 아름다운 손빛으로 여길 만합니다. 하나같이 몸을 쓰면서 하루하루 똑같이 움직이는 듯한 얼거리이지만, 불을 지피고 빵을 굽고 글월을 나르고 풀꽃나무를 돌보고 논밭·꽃밭을 가꾸고 배를 젓고 불을 끄는 일감은, 작고 수수하면서 조용히 빛나는 살림자리라고 느껴요. 우리나라 어른들은 1948년부터 1992년 사이에 이 땅 아이들한테 ‘어떤 살림꾼’ 앞길을 들려주거나 보여주었을까요? ‘3차·4차 산업’이 아닌 ‘스스로 즐겁게 오늘 하루를 짓는 살림빛’을 속삭이는 어진 어른은 어디 있을까요?


ㅅㄴㄹ


#TeddyBearGardener #PhoebeWorthington #SelbyWorthington


《석탄집 곰 Teddy bear Coalman》(1948)

《빵굽는 곰 Teddy bear Baker》(1979)

《우체부 곰 Teddy Bear Postman》(1981)

《훍살림 곰 Teddy Bear Farmer》 (1985)

《밭지기 곰 Teddy Bear Gardener》(1986)

《나루꾼 곰 Teddy Bear Boatman》 (1990)

《불끄는 곰 Teddy Bear Fireman》(1992)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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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 숲노래 사랑꽃 2023.1.6.

숲집놀이터 281. 책임



곁짐승(반려동물) 이야기가 글로도 책으로도 쏟아진다. 여러 글하고 책을 읽다 보면 으레 “동물과 함께 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평생 책임지겠다는 마음이에요( 《선생님, 반려동물과 함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40쪽).” 같은 줄거리가 흐른다. 이런 글을 읽으면 마음이 쿵 내려앉는다. 왜 ‘평생 책임’이 ‘가장 큰일’이라고 말할까? 어린이한테 너무 힘들고 짐스러운 말이 아닌가? 아이도 어른도 ‘목숨 맡기(생명 책임)’가 아닌 ‘목숨 사랑’을 들려주어야 알맞을 텐데? 곁짐승이건 곁풀꽃이건, 곁에 두는 짐승이나 풀꽃이기 앞서 숲에서 살아온 숨결인 줄 느끼고 제대로 바라보면서 사랑할 적에, 비로소 곁에서 돌보는 길을 곱게 찾아내리라 본다. 적잖은 사람들이 왜 곁짐승이나 곁풀꽃을 마구 다루거나 괴롭힐까? 사랑이라는 살림길을 누리거나 지은 적이 없는 탓 아닐까? 사랑으로 돌보지 않고 먹이만 잘 준들 ‘돌봄’일 수 없다. 오로지 사랑으로 함께살기를 하기에 ‘곁’이란 이름을 붙인다. 누구하고 살든, 누구랑 배움터를 다니든, 우리 마음에 씨앗으로 놓을 한 가지는 처음도 끝도 언제나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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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 숲노래 사랑꽃 2022.12.31.

숲집놀이터 280. 매이다



집을 ‘짓’는다. 집에서 ‘지낸’다. ‘지그시’ 흐르는 하루를 집에서 누린다. 노래하고 하늘을 날아오르며 열매랑 꽃씨랑 꽃망울을 누리는 새가 알을 포근히 품으려고 여미는 곳을 둥지나 보금자리라 하는데, 사람이 사는 집이 둥지답거나 보금자리답다면 사랑이요, 둥지나 보금자리하고 멀다면 ‘짐’이다. 어느덧 너무 많은 아이들이 배움터(유치원·학교·학원)에 너무 오래 매인다. 너무 많은 어버이는 일터(회사)에 매인다. 아이도 어버이도 “어릴 적에 어버이한테서 사랑받아 자란 나날”을 누리거나 나눌 겨를이 없다시피 하면서, 다들 머리에 부스러기(지식)는 많이 쌓되, 사랑은 잊다가 잃지 싶다. 집배움하고 틀배움(제도권교육)이 너무 벌어졌을 뿐 아니라, 이제 집배움은 가뭇없이 사라졌다고 할 만하기에, 이 틈을 바꾸지 않으면, 스물을 넘어가는 젊은이가 삶과 살림과 사랑이라는 길을 놓치기 쉽다고 느낀다. 나라(정부)가 틀배움(제도권교육)에 마음을 써야 하기는 하되, 우리 스스로 집배움하고 마을배움하고 숲배움을 팽개치면서 일터에 지나치게 매인다면, 나라 앞날보다도 우리 보금자리 앞날이 시커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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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 숲노래 사랑꽃 2022.12.24.

숲집놀이터 279. 너랑 나



아이를 언제 낳는가? 아이는 언제 태어나는가? 어버이 자리에서는 “언제 낳는가?”라면, 아이 자리에서는 “언제 태어나는가?”인데, 어버이로서는 바깥일도 집안일도 알맞게 가누면서 스스로 온하루를 오늘에 이바지하는 길을 새롭게 열어야 하는구나 싶을 무렵 아이를 낳는구나 싶다. 아이로서는 어버이가 스스로 기운내어 활짝 웃고 노래하고 춤추고 놀도록 북돋아야 하는구나 싶을 무렵 태어나는구나 싶다. 어버이하고 아이는 ‘하루(시간)’를 같이 보내려는 사이인 사람이다. 아이하고 어버이는 ‘오늘(시간)’을 함께 누리려는 사랑인 사람이다. 아이들이 붓을 쥐며 날마다 천천히 꿈을 짓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어버이로서 나도 새삼스레 기운을 내어 하루를 짓는 그림을 마음에 띄운다. 넌 종이에 담으렴. 난 마음에 담을게. 너도 마음에 꿈을 사랑으로 옮길 테지? 나도 종이에 꿈을 사랑으로 차곡차곡 여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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