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2023.4.29.

수다꽃, 내멋대로 39 사전 사진 사람



  말더듬이에 혀짤배기인 몸으로 살기란 만만하지 않았다. 어릴 적에는 날마다 꾸지람이나 놀림을 받았고, 때로는 얻어맞았다. 어릴 적 다닌 배움터(국민학교)는 가난한 마을 아이들이 우글우글 모였고, 똑소리 나는 참한 가시내가 많았는데, 6학년이던 열세 살에, 부반장을 맡은 가시내가 “동무는 놀리지 않아!” 하고 큰소리를 내주어, 이때 뒤로는 더 놀림받는 일은 없었다. 열 살이던 4학년에 마을 할배한테서 천자문을 배우는데, 할배는 즈믄(1000) 글씨를 다 가르치지 못 하고 돌아가셨다. 864 글씨였던가? 아무튼 나머지 한자는 스스로 익혔고, 옥편이랑 국어사전을 뒤지면서 ‘말더듬이에 혀짤배기인 어린이’가 소리내기 힘든 모든 한자말을 ‘누구라도 수월하게 소리를 낼 쉬운 우리말’로 바꾸어 말하는 길을 스스로 찾아서 익혔다. 이를테면, 배움책에 “늠름한 위인입니다”라 나오면 “씩씩한 분입니다”로 바꾸어 읽었다. “필요한 사항입니다”라면 “그리 해야 합니다”로 바꾸었다. 1975년에 태어난 또래는 1993년에 첫 수능(수학능력시험)을 치르면서 본고사도 나란히 치러야 했는데, 이때에 ‘언어영역 시험공부를 하려면 국어사전을 읽어야 한다’고 알려주기에, 고1∼고3 세 해 동안 틈틈이 국어사전을 읽었다. 두 벌을 통째로 읽은 날 밤에 책상을 쾅 내리치면서 “아, 이렇게 쓸데없는 영어와 일본말이 가득한 국어사전이라면 차라리 내가 쓰지!” 하고 외쳤다. 그런데 말더듬이 혀짤배기인 몸을 다 바로잡지 않았어도 어쩐지 통·번역이란 일을 하고 싶었고, 1994년에 한국외대 네덜란드말 학과에 들어가지만 정작 그때까지 ‘네한사전(네덜란드·한국말사전)’이 없더라. 1학년이면서 ‘사전원고 입력 자원봉사’를 했다. 어쩜 이 나라는 순 엉터리일까? 말소리가 좀 샌대서 놀리고, 국어사전은 우리말 꾸러미가 아니고, 이웃말(외국말)을 가르친다는 곳에는 이웃말 꾸러미가 아직 없으니 말이다. 통·번역을 하자면 이웃말도 잘 다스려야 할 뿐 아니라, 우리말도 옳게 가누어야 한다. 우리말을 모르는 채 이웃말만 잘 하면, 이웃말을 우리말로 못 옮긴다. 마땅한 노릇이다. 그런데 예나 이제나 우리나라 통역가·번역가는 뜻밖에도 ‘우리말 익히기’에 게으르거나 마음을 잘 안 쓴다. 우리말을 모르면서 어떻게 이웃말을 우리말로 옮길 수 있을까? 나는 우리말꽃(국어사전)이란 꾸러미를 쓰는 길을 얼결에 걸었다. 26살에 《보리 국어사전》을 엮는 편집장·자료조사부장을 맡았는데, 21∼23살에 싸움터(군대)에 가서 강원도 양구 멧골짝에서 벌벌 기어야 하던 무렵에는, 뒷내기(후임병)가 ‘싸움말(군대용어)’을 못 알아듣기에, 모든 뒷내기가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일본말로 된 싸움말을 우리말로 쉽게 손질해서 알리는 일’을 했다. 하나하나 짚자면, 말더듬이나 혀짤배기가 아니었다면, 새 틀거리(입시제도)가 서지 않았다면, 네한사전 없는 한국외대에 안 들어갔다면, 싸움터에 들어가서 뒹굴지 않았다면, 우리말을 우리말로 바라보는 살림이나 눈길을 스스로 갈고닦자는 마음을 덜 일으켰거나 조금 뒷전으로 미뤘거나 대수롭잖게 여기지 않았으려나 알쏭달쏭하곤 하다. 지나온 날은 하나같이 가시밭이었다고 여길 수 있되, 가시밭길을 꿋꿋하게 헤치면서 ‘살아남자’고 여기던 발걸음이 뜻밖에 스스로 살려주었다고 느낀다. 무엇보다 이동안 “그냥 살아남고 싶지는 않아. 웃고 춤추고 노래하며 살아남겠어. 아니, 웃고 춤추고 노래하며 살림을 짓고 사랑을 배우고 나누며 살겠어.” 하는 다짐을 곁말로 새기는 나날이었다. 인천·서울에 살던 무렵에는 날마다 두세 군데 헌책집을 돌면서 숱한 책을 곁에 두었고, 아이를 낳고서 시골로 옮긴 뒤로는 틈틈이 꾸러미로 온갖 책을 장만해서 새롭게 익힌다. 그리고 시골에서 풀꽃나무랑 들숲바다를 품으면서 ‘말이 없이 말을 들려주는 이웃숨결’을 헤아려서 낱말을 살핀다. 우리가 쓰는 모든 말은 주시경도 세종도 아닌, 아스라이 먼 옛날부터 고장마다 사투리로 스스로 지은 말이다. 밥옷집을 스스로 짓던 시골 순이돌이가 아이를 사랑으로 낳아 돌보며 스스럼없이 지은 우리말이다. 이런 얼거리를 책숲마실을 하면서 늘 새롭게 배웠고, 이러다 보니 마을책집을 둘레에 두루 알리고 싶어 ‘책집 사진’을 1998년부터 찍었다. 사전은, 사랑으로 살림을 지은 삶을 사람이 생각을 담아 마음으로 여민 말을 담는다면, 사진은, 사랑으로 살림을 짓는 삶과 나란히 흐르는 숲빛을 사람이 생각을 실어 마음으로 여민 꿈을 옮긴다고 할 만하다. 사전을 새로 쓰고, 그동안 나온 아쉬운 사전을 곰곰이 읽는다. 사진을 새로 찍고, 이웃이 찍는 사진을 물끄러미 본다. 우리 사이에 숲바람이 불기를 바라고, 서로서로 푸른별에서 어깨동무하는 길을 마음으로 익힐 수 있기를 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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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2023.4.26.

수다꽃, 내멋대로 38 담그림



  둘레에서는 ‘벽화(壁畵)’라는 말을 쓰지만, 나는 ‘담그림’이라는 말을 쓴다. 곰곰이 보면, ‘벽화’라는 이름을 내세워 돈벌이를 하거나 곁들임(재능기부·자원봉사)을 하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이들은 ‘낙후된 구도심이 밝아 보이도록 벽화 그리기 사업’을 벌인다고 밝힌다. ‘벽화’를 그리는 이들은 들꽃을 안 본다. 골목마을에 치덕치덕 붓질을 하되 골목꽃을 못 알아본다. 더구나 골목마을에서 아예 살지 않을 뿐더러, 골목집 이웃을 사귀지 않고 알지도 않고 만나지도 않는 터라, 골목마을하고 한참 동떨어진 뜬금없거나 터무니없는 그림을 철벅철벅 발라 놓고는 함찍(단체사진)을 하고서 사라진다. 이 땅에 ‘뒤떨어진 마을(낙후된 구도심)’은 없다. ‘안 뒤떨어졌다고 여기는 잿집(아파트)’에서 먹고자는 이들 눈으로는 두겹(2층)짜리조차 드문 골목집이 서로 어깨동무하면서 담을 맞대는 살림집이 어떠한 숨결인지 겪은 적도 본 적도 알려고 나선 적도 없다고 할 만하다. 모름지기 골목집은 조용하다. 골목에는 쇳덩이(자동차)가 함부로 못 들어온다. 골목집에는 오름틀(승강기)을 놓을 일이 없다. 골목집은 씻는칸(욕실)이 조그맣게 한켠에 있을 뿐이라, 옆집에서 누가 씻건 말건 아뭇소리가 안 들린다. 이와 달리 잿집에서는 쇳덩이가 하룻내 들락거리는 소리가 울리고, 오름틀 소리가 끝없고, 위아래에서 물을 쓰거나 씻는 소리까지 퍼진다. 골목집에서는 틈새소리(층간소음)가 없다. 잿집에만 있다. 다만, 골목집이 모인 마을에도 ‘다른 소리’는 있다. 바람이 불 적에 골목꽃이 춤추는 소리, 골목나무가 한들거리는 소리, 골목꽃하고 골목나무를 보러 찾아온 크고작은 새가 들려주는 소리, 이따금 풀개구리까지 나타나 들려주는 소리, 풀꽃나무 곁에 깃드는 풀벌레가 들려주는 소리가 있다. 골목마을에서는 비가 오면 빗소리가 고르게 퍼져 노랫가락을 이룬다. 이제는 골목에서도 잿집 놀이터에서도 어린이가 뛰노는 모습을 보기 어렵지만, 지난날에는 골목 어디에서나 어린이가 우르르 뛰어다니면서 신나게 노는 왁자지껄한 소리가 나란히 있었다. 무엇을 가리켜 ‘낙후(뒤떨어졌다)’라 하는가? 손바닥만 한 땅뙈기를 몇 천만 원이라 이르는 돈으로 사고파는 잿더미여야 ‘번쩍거리’는가? 2023년 4월에 인천 배다리책골목 곳곳에 갑자기 나타난, 뜬금없고 어이없는 담그림을 보았다. 그러나 ‘담그림’이라 하기에 창피하다. ‘인천시에서 4000만 원이란 목돈을 들여 만든 벽화예술사업’이라는데, 인천 배다리하고 얽힌 박경리·현덕·주시경·김구·김소월도 아닌 움베르토 에코·모비딕은 뭐고, 인천막걸리도 아닌 스타벅스는 뭔가? 인천이나 배다리 골목집에 피어나는 들꽃이나 수수꽃다리도 아닌 큼지막한 꽃을 칙칙 뿌려대면서 ‘배다리 아트스테이 1930’이라 내붙이는구나. 마을에, 골목에, 책집에, 이웃이자 동무로 어우러지려는 마음도 눈빛도 없기에 ‘아트스테이’였네 싶다. 우리말을 모르거나 안 쓰기에 잘못이지는 않다. ‘빛(아트)으로 머문다(스테이)’고는 하되, 정작 무슨 ‘빛듦(빛이 깃듦)’인지 종잡을 수 없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담아 책으로 여민 이들은 하루아침에 글·그림을 쏟아내지 않는다. 기나긴 삶을 숨빛으로 녹여내어 글 한 줄에 그림 한 자락으로 편다. 골목마을에 ‘벽화사업’이 아닌 ‘담그림’을 여미려면, ‘4000만 원 경비지출’이 아닌, 마을사람한테 물어보고서 그림감을 고르고, 마을사람이 스스로 담그림을 빚으며, 배다리책골목 책지기가 사랑하는 ‘인천 글꾼·그림꾼’에 ‘인천 이야기책과 글꽃’을 놓아야 아름답고 사랑스레 오래오래 흘러가겠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말한다. 말할 수 없는 사람은 입다물거나 등돌린다. 돈을 노리는 사람이 돈에 군침을 흘린다. 사랑을 바라는 사람이 스스로 사랑을 짓는다. 이름을 거머쥐려는 사람이 이름팔이를 하려고 허수아비로 선다. 서로 이름을 부르며 동무로 어울리는 사람이 마을을 가꾼다. 들숲바다를 등진 사람이 막말과 막짓을 일삼는다. 들숲바다를 읽고 헤아리는 사람이 이웃을 포근히 품고 달랜다. 풀꽃나무를 하찮게 여기는 사람이 스스로 깎아내린다. 풀꽃나무하고 이야기하며 배우는 사람이 스스로 해맑게 피어난다. 밤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햇볕·햇빛·햇살을 싫어한다. 밤에 별바라기를 하는 사람이 햇볕·햇빛·햇살을 노래한다. 어른스럽지 않기에 아이 곁에 서지 않고, 아이가 못 알아들을 어려운 말을 일삼는다. 어른이 되려 하기에 아이 곁에 서면서, 아이랑 오순도순 즐겁게 우리말꽃을 상냥하게 편다. 볼썽사나운 담그림을 모두 지우기를 빈다. 그저 하얗게 발라 놓자. 마을은 마을사람 손으로 그려야 빛난다. 책이야기는 책집지기와 책꾼이 담아야 태어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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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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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숨은책 2023.4.24.

숨은책 667


《국민정신무장독본 2 민주주의의 참된 모습》

 오천석 글

 현대교육총서출판사

 1968.6.15.



  《노란 손수건》이나 《스승》이란 책으로도 알려진 오천석(1901∼1987) 님인데, ‘문교부장관’이나 ‘멕시코·과타말라 외 7개국 겸임대사’를 맡기도 했고, ‘대한교육연합회’ 회장과 ‘중앙교육위원회’ 의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이른바 ‘민주주의·민족중흥’을 앞장서서 외친 발자국이라 할 테고, 이분이 남겼되 알려지지 않은 ‘국민정신무장독본’ 석 자락이 있습니다. 《1 이것이 공산주의다》하고 《2 민주주의의 참된 모습》하고 《3 아름다운 조국》으로 아우르는 꾸러미로, 총칼을 앞세워 온나라를 집어삼키고 짓누른 박정희 둘레에서 사람들을 길들이는 데에 누구보다 크게 목소리를 냈고, ‘도덕 교육’ 틀을 톡톡히 세웠다고 할 만합니다. 이분은 ‘북녘 김일성’만 독재자라고 꾸짖으면서 ‘남녘 박정희’는 ‘민주주의를 펴는 훌륭한 어른’으로 그립니다. 남녘에는 ‘언론·선거 자유’에 ‘협동·공동체’가 있다고 얘기하는데요, 남·북녘 어느 곳에 ‘참답게 열린 아름길’이 있었는지 알쏭달쏭합니다. 북녘뿐 아니라 남녘도 붓(언론·창작)이 부러지기 일쑤요, ‘민주·자유·평화·평등·통일·인권’을 말글로 밝힌 사람들은 숱하게 붙잡혀 목이 잘리거나 손발이 묶이고 일자리를 빼앗겼습니다. 그때 스승이 있었다구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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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이런 놈을

어떻게 페스탈로치 이름에 견줄 수 있는가?

참으로 나라도 학문도 썩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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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숨은책 2023.4.24.

숨은책 633


《若さに贈る》

 松下幸之助 글

 講談社

 1966.4.15.첫/1977.5.16.28벌



  1980년뿐 아니라 1985년에도 종이 한 자락을 함부로 쓰는 이웃을 못 봤습니다. 1990년을 넘고 1995년을 지나자 종이 한 뭉치조차 쉽게 버리는 이웃을 보았고, 2000년을 지나고 2020년을 지나니, 종이란 아주 안 대수롭습니다. 우리가 종이 한 자락이나 한 뭉치를 느긋이 누린 지 얼마 안 된 줄 얼마나 느낄 수 있을까요? 《若さに贈る》는 일본에서 1966년에 처음 나왔고, 1977년 가을에 부산 어느 책집에서 팔린 뒤, 2023년 봄에 부산 보수동 책골목 〈대영서점〉 한켠에 놓입니다. 1977년 10월 19일에 다 읽은 분은 ‘하재구 도서’라 이름을 남기고 느낌글을 또박또박 적습니다. 이제는 이슬로 돌아가셨을 수 있구나 하고 느끼다가, 1985년 7월 21일에 부산 덕천동 ‘화명종합시장’ 기스락에 새롭게 연 ‘유경미용실’ 알림종이를 봅니다. 곁에 둔 책에 느낌글을 살뜰히 남긴 분은 지난날 알림종이 한 자락을 고이 여겨 앞뒤로 온갖 생각과 일과 이야기를 적어 놓습니다. 이제 와 돌아보면, 1985년에 알림종이 5000자락을 집집마다 걸어다니며 글집(편지함)에 넣으면 틈새일삯(알바비) 5000원을 받았습니다. 다리가 꽤 뻑적지근하던 틈새일이 아스라합니다.


청춘이란 마음의 젊음으로 언제나 육체와는 관계없이 자기몸속에 간직할수있다는 마쯔시아 교오노스께 씨의 “젊음에 보낸다”라는 책을 아주 감명깊게 읽어내렸다. 모든일에 목숨을 걸고 정력적으로, 적극적으로하고 그리고 책임을 목숨을 걸고 완수하라는 교훈은 뜻깊었다. 그리고 인생을 살아가는데에 지력과 체력과 정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독서를 하루에 50페이지씩 하고 있었으나 이제부터는 하루에 20페이지씩 하기로 마음먹었다. 1977.10.19.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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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3.4.19.

숨은책 811


《담배 한 개비 1∼3》

 노진수 글

 허영만 그림

 향지서

 1987.10.30.



  오늘날에는 ‘글쓴이·그린이·찍은이’를 또렷하게 밝힙니다. ‘꾸민이·엮은이·옮긴이’도 뚜렷하게 밝혀요. 그러나 지난날에는 책을 함께 짓거나 엮거나 꾸민 일꾼 이름을 제대로 안 드러냈습니다. 이웃나라 책을 숱하게 몰래 훔쳐서 펴내기도 했고, 지음삯(저작권료)을 제대로 치르지 않기도 했으며, 어느 지은이 이름만 내세우느라 정작 함께 땀바친 사람들을 가려 놓았습니다. 1987년에 나온 《담배 한 개비》를 보면 ‘허영만 글·그림’으로 적는데, ‘노진수 글·허영만 그림’로 적어야 올바릅니다. 그렇지만 지난날에는 누가 밑글을 썼는지 숨기곤 했습니다. 마치 혼자 다 이루거나 해내었다고 자랑하거나 내세운 셈입니다. 일본에서 내놓는 그림꽃(만화)을 보면 도움이(어시스턴트) 이름까지 낱낱이 밝히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그 대목까지 나아가지 못 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보고 느끼고 읽고 새기는 삶일까요? 열매를 일구기까지 함께 땀값을 바친 사람들 손길을 얼마나 헤아리는 눈길일까요? 일하는 사람 누구나 제몫을 누릴 적에 아름다운 터전입니다. 함께 일한 이웃하고 동무한테 참으로 고맙다는 마음이라면, 짓고 엮고 펴낸 일꾼 이름을 찬찬히 적고 밝히면서, 이 여러 숨빛으로 책 한 자락을 노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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