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2023.2.7.

수다꽃, 내멋대로 33 사읽고 느낌글



  숲노래 씨가 나고자란 인천은 이제 책숲(도서관)이 꽤 늘었지만, 숲노래 씨가 어린이였을 적에는 ‘어린이책’을 건사한 데는 없다시피 했고, 열 살이던 1984년에 동무들하고 율목도서관에 찾아간 적이 있으나 “애들이 여기 왜 와! 얼른 나가! 에비!” 같은 소리를 들으며 쫓겨났다. 요새 이렇게 어린이를 내쫓는 책숲은 없을 테지만, 예전에는 이랬다. 아는가? 떠올릴 수 있는가? 푸른배움터를 다니던 1988∼1993년에도 인천 책숲은 ‘독서실’일 뿐, 책을 제대로 건사하지 않았다. 퀴퀴하고 낡고 고리타분한 책만 있는데, 빌리기도 어렵고, 빌릴 만한 책을 찾기가 더 어려웠다. 알 수 있는가? 믿을 수 있는가? 그렇다고 〈대한서림〉이나 〈동인서관〉처럼 인천에서 내로라하던 큰 새책집도 잘난책(베스트셀러)을 바탕으로 꽂을 뿐, 뭔가 깊고 넓게 책을 살피는 책터가 아니었고, 책을 안 사고 5분 넘게 책시렁을 돌면서 읽을라 치면 눈치가 보이거나 쫓겨났다. 예나 이제나 책손(책을 읽는 손)을 안 내쫓는 곳은 헌책집이다. 무엇보다 헌책집은 잘난책보다 오래책을 건사하는 책터였고, 혼책(비매품)을 널리 만날 뿐 아니라, 이웃책(외국책)까지 만나서 배우는 터전 노릇을 톡톡히 했다. 책이 책다이 있지 않고, 책숲도 책숲답지 않으며, 헌책집에서 조용히 책빛을 헤아리면서 배운 하나는, “우리나라에서 책은 빌려읽을 수 없고, 사읽고 스스로 건사해야 한다”였다. 1991년부터 책느낌글을 혼자 써서 둘레에 나눴다. 주머니를 털어 장만한 책을 읽고서 스스럼없이 느낀 바를 밝혔다. 글님이나 펴냄터 이름을 따져서 느낌글을 쓰지 않았다. 줄거리·이야기·속내·밑뜻을 헤아리며 느낌글을 쓸 뿐이다. 1999년 여름에 보리출판사 영업부 일꾼으로 들어가서도 ‘스스로 일하는 보리출판사 책’을 놓고서 바지런히 느낌글을 썼다. 내가 일하는 곳에서 펴낸 책을 사람들한테 팔고 새책집에 넣고 책숲에 보내는 일을 맡았지만, ‘스스로 보기에 떨어지는 책’은 어느 대목이 어떻게 왜 떨어지는가를 낱낱이 밝히면서 팔거나 건네었다. ‘스스로 보기에 아름다운 책’은 어느 대목이 어떻게 왜 아름다운가를 찬찬히 짚으면서 팔거나 드렸다. 몸담은 일터에서 냈기에 “별점 만점”을 매긴다면 거짓꾼이다. 아는 분이 쓴 책이라서 “별점 만점”을 붙인다면 미친놈이다. 다만, 숲노래 씨가 보는 눈썰미가 ‘옳다’고 여길 수 없다. 숲노래 씨는 늘 “어린이 눈높이 + 시골내기 눈망울 + 들숲바다 눈길 + 해바람비 눈빛 + 풀벌레·벌나비·숲짐승 삶길”에다가 “가난하고 낮은 자리 수수한 사람들 살림살이 + 부릉이(자가용) 없이 걷거나 자전거 타는 사람”을 바탕으로 책을 살펴서 느낌글을 쓴다. 누가 거저로 주는 책이기에 “별점 만점”을 붙인다면 장사꾼이다. 펴냄터에서 돌리는 ‘보도자료’로 받았기에 좋게좋게 잘 써 주려 한다면 속임짓이다. 지은이와 엮은이가 땀흘려 내놓는 책이되, 지은이와 엮은이 땀값만 높일 수 없는 책이다. 모름지기 모든 책은 숲에서 왔고, 숲을 흔들거나 가꾸는 숨결로 잇는다. 눈먼 돈벌이를 꾀하는 책이 있고, 얼뜬 이름팔이에 얽매인 책이 있고, 참길을 감추거나 누르면서 거짓길(껍데기)을 부풀려서 사람들을 길들이거나 속이는 책이 있다. 솎거나 가릴 책은 솎거나 가린다. ‘숲노래 씨가 쓴 글을 여미어 펴내는 곳’에서 나온 다른 책도 ‘숲노래 씨 책을 펴내 주었기에 마냥 좋게 보는 느낌글’을 쓸 까닭이 없다. 누구나 매한가지이다. 책을 사읽거나 빌려읽거나 받아읽고서 느낌글을 쓸 적에는 숨김없이 느낌을 밝혀야 서로 이바지한다. 지은이와 펴낸이는 ‘팔 뜻’뿐 아니라 ‘배울 뜻’이 있어야 지은이와 펴낸이 아닐까? 모든 책이 “별점 만점”이라면 책을 낼 까닭도 읽을 까닭도 없다. 새롭게 들려주고 새롭게 배우면서 어깨동무하는 길 가운데 책이 하나 조그맣게 있을 뿐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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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110


《따봉 개구쟁이 4》

 청림·정광식 엮음

 도서출판 동림

 1990.9.25.



  훔쳐서라도 책을 내면, 이 나라에 이바지할까요? 제값을 안 치르고서 슬쩍 베끼거나 훔쳐서 내는 책으로 돈을 벌면, 우리 살림에 이바지할까요? 《따봉 개구쟁이》는 ‘도라에몽’을 훔친 판입니다. ‘도라에몽 훔침책’은 여러 판이 나왔습니다. 어린배움터 곁 글붓집(문방구)에서 값싸게 불티나게 팔렸어요. 그림님 ‘후지코 후지오’ 님은 이녁 그림꽃을 여러 나라에서 훔침책으로 내는 줄 익히 알았다는데, ‘그림삯(저작권)을 바라지 않을 테니, 이웃나라 어린이가 제대로 나오는 그림꽃을 볼 수 있도록 해주기’를 바랐습니다. 베트남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는 ‘도라에몽’을 마음껏 펴낼 뿐 아니라 제대로 읽힌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일본에서 나온 여러 살림살이랑 책을 훔쳤어요. 일본이 총칼을 앞세워 우리나라를 짓밟은 탓이라고도 하지만, 일본책뿐 아니라 온누리 모든 나라 책을 몰래 낸 우리나라예요. ‘열화당 사진문고’는 ‘프랑스 포켓 포쉐’를 훔친 판입니다. 예전 어린이는 《따봉 개구쟁이》를 비롯한 훔침책(해적판)을 보고 자라며 감쪽같이 속았습니다. 눈먼 속임짓을 꾀한 어른들은 무엇을 바라보았을까요? 이 나라 어른은 아이들한테 어떤 생각씨·살림씨·사랑씨를 심을 마음일까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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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른입니까 43. 생각

― 어떻게 바라볼까



  모두 생각하기 나름인 줄은 아주 어릴 적부터 느꼈습니다. 또 알았습니다. 몇 가지 이야기를 들겠습니다. 저는 김치나 찬국수를 못 먹는 몸으로 태어났습니다. 어릴 적에 아버지하고 밥자리에 둘러앉아서 김치를 먹기란 매우 고달팠습니다. 김치를 못 먹는 작은아들을 쳐다보는 아버지는 언제나 한숨에 짜증에 불같은 성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김치나 찬국수만 못 먹지 않았어요. 달걀도 한 달쯤 안 먹다가 모처럼 먹으면 배앓이를 하면서 바로 게웠고, 요구르트란 마실거리도, 요플레란 먹을거리도 혀에 닿기 무섭에 게웠습니다. 하얗게(크림) 듬뿍 얹은 달달이(케익)도 못 먹기는 마찬가지였어요.


  이렇게 몸에 안 받는 먹을거리가 있다면 가만히 눈여겨보면서 비슷한 얼거리를 찾아서 다스릴 수 있을 텐데, 1982∼87년에 어린배움터(국민학교)를 다니면서 나날을 보낸 저로서는 차분한 눈길을 받은 일이 드물었습니다. 그무렵 어른들은 ‘주는 대로 다 먹어야 한다’에다가 ‘아이들은 많이 먹고 무럭무럭 커야 한다’는 생각을 밀어붙였어요. 이때에 뼛속 깊이 느낀 하나는 ‘둘레에서 남들이 아무리 맛있다고 말하는 먹을거리’ 가운데 나한테 맛있을 먹을거리는 없다시피 하다는 대목입니다.


  요즈음은 이따금 김치나 달달이를 슬쩍 맛보곤 합니다. 맛보기는 할 수 있습니다. 생각을 바꾸면 되는 줄 알거든요. 눈앞에 있는 이 먹을거리는 먹을거리라기보다 그저 입을 거쳐 몸을 지나 밖으로 나올 것이라고 여기면 그리 힘들이지 않고 삼켜서 내보낼 수 있더군요. 다만, 삼켜서 내보낼 뿐, ‘먹는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맛있는 밥을 먹은 일이 없다 보니, 둘레에 맛있는 밥을 차려서 나누는 일도 드뭅니다. 저부터 스스로 밥이 맛있다고 느끼지 않기에, 밥맛을 살려 무언가 차려서 나누기 어려운 길이었다고 할까요.


  그저 지켜봅니다. 사람들은 어떤 밥을 맛있다고 여기는가를 지켜보고, 어떤 간이나 냄새이거나 결일 적에 맛나다고 받아들이는가를 지켜봅니다. 제 몸에는 받아들일 수 없더라도, 둘레에서 무엇을 어떻게 즐기는가를 살피는 셈입니다.


  이다음 생각을 들면, 갓난쟁이일 적부터 도깨비를 보았습니다. 이른바 귀신을 늘 보았습니다. 말로 어머니 아버지를 부를 수 없던 0살이나 1살 적에는 도깨비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했지만, 도깨비를 맨눈으로 볼 수 있다 보니, 어느새 무시무시하게 죽은 모습인 도깨비가 잔뜩 나타나더군요. 그러나 이런 도깨비를 어떻게 물리치거나 다루어야 할는지, 또 이런 도깨비가 왜 이렇게 밤낮으로 보이면서 졸졸 따라다니는지, 또 무슨 말을 끝없이 걸려고 하는가를 알 길이 없었어요. 물어볼 사람이 없고, 묻는들 제대로 짚거나 풀어낼 사람도 없더군요.


  이 도깨비는 서른아홉 살까지 어떻게 다루어야 할는지 몰랐는데, 참 쉽게 끊어냈어요. 알고 보니 쉽더군요. 도깨비 하소연을 듣고 싶으면 “뭣 때문에 이승에서 맴도는가를 밝히고, 앙금을 털어놓았으면 홀가분히 너희 집으로, 네 길로 가.” 하고 말하면 되어요. 도깨비 하소연을 듣고 싶지 않거나 성가시다면 단출히 “썩 꺼져.”라든지 “저리 가.”처럼 한마디를 굵고 짧으면서 기운차게 읊으면 되고요.


  길을 배우고, 길을 알고, 길을 가면서 생각을 했습니다. 이 생각이란 무엇인가 하고 생각을 해보았어요. 아직 모르기에 두렵고, 모른다는 생각에 젖으니 무서우며, 어찌할 바를 알 턱이 없구나 싶어 손에 땀이 납니다. 이러다가 조금씩 알아차리면서 두려운 마음이 걷히고, 하나하나 깨닫는 동안 무섭다고 여긴 마음이 모두 허깨비인 줄 볼 수 있습니다. 스스로 생각을 할 적에는 갇힐 일이 없으나, 스스로 생각을 안 하고서 다른 사람들 생각에 휘둘릴 적에는 스스로 갇히는 굴레이더군요.


  그리고 말입니다, 누구나 스스로 말하는 대로 됩니다. 모든 사람은 스스로 말하는 대로 살아갑니다. 어떤 사람이건 스스로 하는 말이 스스로 마음에 심는 생각이면서, 이 생각은 스스로 이루면서 누리려고 하는 길이 됩니다. “말이 씨가 된다”나 “뿌린 대로 거둔다” 같은 오랜 말씀은 아주 쉬우면서 깊은 뜻을 품습니다. 그렇지만 배움터(학교)나 둘레(사회)나 글조각(인문지식)은 이 쉬우면서도 깊은 뜻을 새긴다거나 풀어내어 나누려 하지 않더군요.


  배움터마다 ‘우리말’이 아닌 ‘국어 수업’이 있고, 열린배움터(대학교)에 들어가려고 ‘국어 시험’을 치르며, 요즈막에는 글쓰기 이야기(강의)가 넘칩니다만, 정작 말이 무엇이요 말씨가 어떠하며 말결을 우리가 스스로 어떻게 다스려서 스스로 삶을 짓는 길을 노래할 만한가를 다루는 자리하고는 한참 동떨어지곤 한다고 느낍니다.


  글꽃(문학) 하나를 놓고서 셈겨룸(시험문제)으로 내거나 풀 수 있을까요? 노래(시) 한 줄을 네갈래(사지선다)나 닷갈래(오지선다) 같은 셈겨룸으로 풀 수 있을까요? 골라쓰기(객관식)나 풀어쓰기(주관식) 어느 쪽으로도 다룰 수 없는 글꽃이요 우리말일 텐데, 이를 셈겨룸으로 다룬다는 대목부터 어딘가 뒤틀리거나 얄궂을 텐데, 이를 눈치채는 분은 아직 적구나 싶습니다.


  밥·도깨비·말, 이렇게 세 가지는 어릴 적부터 늘 제 곁을 맴돌면서 무언가 보여주거나 일깨우려 했습니다. 먹지 않아도 될 밥이니,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기운일 뿐인 줄 알아차리라고 이끌었어요. 몸뚱이는 또다른 옷이며, 모든 목숨은 빛덩이라는 넋으로 빛나는 줄 알아내라고 이끌었습니다. 입으로 하는 말이든 손으로 쓰는 글이든 언제나 삶으로 이루어서 눈앞에서 마주하게 마련이니, 아무 말이나 글을 섣불리 듣거나 쓰거나 읽거나 밝히지 않을 노릇을 배우라고 이끌었어요.


  말만 곱게 한다면 허울만 좋은 삶입니다. 말을 곱게 한다면 찬찬히 속으로 가꾸는 삶입니다. 말이 거칠어 보인다면 얼핏 거친 듯한 겉모습을 짓는 삶입니다. 말까지 거칠다면 겉도 속도 온통 거칠다가 메마른 길로 빠지는 삶입니다.


  생각할 수 있다면 이 푸른별에서 이쪽 끝하고 저쪽 끝에 있어도 외롭거나 쓸쓸할 일이 없습니다. 늘 마음으로 함께 있거든요. 생각할 수 없다면 두 눈을 마주보는 아주 가까운 자리에 있어도 허전하거나 아득하곤 합니다. 손에 닿을 자리에 있어도 마음을 열지 않은 채 있거든요.


  “그런 일을 어떻게 해요?” 하고 말한다면, 이 말을 내뱉는 바로 그때부터 그런 일은 우리한테 될 수도 없게 마련입니다. “그 일을 해볼까요?” 하고 말한다면, 이 말을 읊는 바로 그곳부터 그 일을 이루는 첫걸음을 내딛게 마련입니다.


  할 수 없는 일은 오로지 하나입니다.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할 수 없네” 하고 말하는 일은 할 수 없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하나예요. “해보자”고 생각하면서 “하나씩 할래” 하고 말하는 일은 시나브로 해내거나 이룹니다.


  생각을 할 수 있다면 잘잘못이란 모두 사라집니다. 잘못한 일도 잘한 일도 모두 사라져요. 그래서 처음부터 할 수 있습니다. 잘한 일도 잘못한 일도 없기에 누구나 모두 새롭게 할 수 있습니다. 잘못했다고 해서 이 잘못을 무덤돌처럼 세우지 않으면 좋겠어요. 잘했다고 해서 이 잘한 일을 기림돌(동상·우상·훈장)처럼 세우지 않으면 좋겠어요. 잘했어도 모두 잊거나 내려놓고서 새롭게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생각을 할 수 있기에 밤에 고이 잠들고서 아침에 기쁘게 일어납니다. 생각을 할 줄 안다면 노상 우리 꿈을 마음에 품고서, 이 꿈을 스스로 신나게 이루는 길을 하나둘 찾아내어 다부지게 나아갑니다.


  아침저녁으로 스스로 묻고 아이들한테 묻습니다. “오늘 하루는 어떤 꿈을 그렸니? 오늘 하루는 어떤 사랑을 그리니? 오늘 하루는 어떤 웃음빛을 그릴까?” 오르지 못할 언덕이 없다는 말은 그냥 태어나지 않았으리라 느껴요. 맞거든요. 오르려 하니까 오르고, 오르려 하지 않으니까 못 올라요. 하려고 생각하니 할 길을 찾아냅니다. 하려고 생각하지 않으니 어떻게든 안 하거나 안 되는 쪽으로만 나아갑니다.


  “저놈을 어떻게 믿느냐?” 하는 말을 곧잘 듣습니다만, 저놈을 믿을 까닭이 없다고 생각해요. 저놈이든 저분이든 저님이든 저치이든, 우리는 우리가 스스로 할 일이며 놀이를 즐겁게 생각해서 이야기하면 되어요. 우리가 나아갈 길을 훨훨 날아오르듯 아름다이 가꾸는 하루를 생각해서 펴면 되고요. 믿지 않고 묻습니다. 생각하면서 마음에 심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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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에 처음 쓰다가 멈춘 [당신은 어른입니까]라는

꼭지가 있다.


2015년에 이럭저럭 매듭을 지었고

2018-19년에 주루룩 고쳐썼는데

다시 너덧 해가 흐른 올해에

이 꾸러미를 새로 추스르고

보태어 쓰려고 한다.


2012년 어느 날,

작은아이가 두 살을 넘어선 무렵

곁님이 나더러

"아이들이 앞으로 스스로 배울 이야기부터 써 봐요." 하고

귀띔을 해서

여러 해에 걸쳐서 쓰고서 손질해 놓았는데,

큰아이가 열여섯 살을 넘긴 이즈음

이 꾸러미를 비로소 새삼스레 가다듬어서

우리 두 아이한테 먼저 읽힐 만하리라 본다.


다시 고쳐쓰는 데에 얼마나 걸릴는지

잘 모르겠지만

천천히 나아가 보자.


글꼭지 이름은 [우리는 어른입니까]로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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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3.1.16.

숨은책 808


《J 이야기》

 신경숙 글

 마음산책

 2002.8.5.



  새책으로는 안 사되, 헌책으로는 사 놓는 책이 있습니다. ‘읽을 값어치’가 없기에 새책으로 안 사지만, ‘건사해서 남길 대목’이 있기에 굳이 품을 더 들여서 헌책으로 삽니다. 훔침쟁이(표절작가) 신경숙 씨가 쓴 《J 이야기》를 헌책으로 장만했습니다. 훔침쟁이 신경숙 씨는 책날개에 “《풍금이 있던 자리》를 독자들이 많이 읽어준 덕분에 시간과 작업실을 갖게 되어 1993년 이후로는 작품쓰기에만 몰입할 수 있었다” 같은 글을 적더군요. 그런데 ‘풍금이 있던 자리’라는 글이름은, 엄승화 님이 1987년에 선보인 《온다는 사람》이라는 책에 나오는 ‘풍금을 놓아 두었던 그자리’를 그대로 따왔다지요. 훔침글꾼은 2015년 뒤로 짐짓 책을 안 내놓는 척하다가 2021년 3월부터 슬그머니 책을 내놓습니다. ‘창비’는 버젓이 책을 팔고, 훔침글꾼은 여러 책집을 돌며 책수다(문학강연)를 합니다. 2023년 1월, 장강명 님은 ‘창비’가 훔침글꾼을 감쌀 뿐 아니라 ‘신경숙은 표절이 아니다’ 하고 앞세운다는 뒷얘기를 알립니다. ‘창비’가 지난날 어떤 책을 내놓으며 무슨 일을 했든, 오늘날 걷는 길은 오직 ‘막질(문단권력)’입니다. 사람들이 ‘창비·신경숙 팬클럽’이 되니 거리낌없이 나댑니다. 우리한테는 읽을 만한 책이 없을까요?


ㅅㄴㄹ

#반성이없다 #문단민낯

#반성없이숨긴들사라지지않는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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