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그림놀이] 큰아이 난날 (2013.8.16.)

 


  큰아이 사름벼리가 태어난 날에 맞추어 그림을 그린다. “꽃순이 여섯째 난날”이라는 이름과 날짜를 먼저 적고 나서, 아침에 본 나팔꽃을 그리고, 곁에 무지개를 그린다. 그러고 나서 별을 그리고 제비와 꽃을 그린다. 우리 집을 나타내는 후박나무를 한 그루 그리고서는 하늘과 바다와 땅을 찬찬히 빛깔로 입힌다. 사름벼리야, 이 그림은 네가 누릴 삶을 보여준단다. 올해까지 씩씩하게 큰 결대로 앞으로도 튼튼하게 잘 살아가렴.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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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8-19 10:56   좋아요 0 | URL
그림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는 저까지 다
눈과 마음에 고운 빛 가득 찹니다~!

숲노래 2013-08-19 15:26   좋아요 0 | URL
아이고, 고맙습니다~~ ^^
 

그래도 학교에 보내야?

 


  여섯 살 큰아이와 세 살 작은아이는 어린이집도 유치원도 유아원도 보육원도 다니지 않는다. 언제나 저희 어버이와 함께 지낸다. 두 아이는 어머니 아버지하고 늘 함께 살아간다. 이 아이들은 앞으로 초등학교나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갈 일이 없으리라 느낀다. 아이들이 바란다면야 갈 수 있으나,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흐름을 살피면, 아이들이 스스로 우뚝 서면서 밥과 옷과 집을 씩씩하게 건사하는 삶을 듣거나 얻거나 나눌 수 없는 한국 사회이다. 학교는 아이들한테 시험공부만 시킨다. 학교는 아이들한테 ‘어른 말 잘 듣게 길들이는 훈련’만 시킨다. 학교는 아이들끼리 서로 다투거나 치고받으면서 밟고 올라서도록 내몬다. 학교는 아이들을 못 놀게 닦달한다. 학교는 아이들한테 겉치레와 겉꾸밈에 사로잡히도록 부추긴다.


  아마, 요즈음 어버이 가운데 이런 학교 모습을 모르는 분은 드물지 싶다. 그렇지만 막상 이런 학교 모습을 바로잡거나 고치려고 애쓰지 못한다. 이런 학교 모습에 그냥 맞추고 만다. 이런 학교 모습이라 하더라도 ‘기초교육인데’라든지 ‘의무교육인데’라는 말을 하면서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고 만다.


  교육이란 무엇일까. 어버이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삶이란 무엇일까. 우리 어른들은 아이를 낳기만 하면 되나.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느끼고 누리고 생각하고 받아들이도록 할 때에 아름다운 삶을 일굴 수 있을까.


  아이들을 망가뜨리는 제도권 학교교육인데, 그냥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면, 아이들은 몽땅 망가지고야 만다. 아이들을 믿기만 해서는 안 될 노릇이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더라도 어른들은 집에서 아이들과 오랫동안 서로 마주보면서 ‘사람답게 살아갈 길’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집에서 어버이가 아이와 함께 놀고, 집에서 어버이가 아이한테 삶을 보여주며, 집에서 어버이가 아이하고 이야기꽃을 피우거나 책을 함께 읽거나 생각을 조곤조곤 나누면서 지낼 수 있어야 한다.


  여느 제도권 학교에 다니더라도 슬기로움을 잃지 않는 아이가 있다면, 이 아이 어버이는 집에서 ‘집 교육’을 올바르며 참답고 아름답게 잘 하기 때문이라고 느낀다. 제도권 아닌 대안교육 펼치는 학교에 다니더라도 집에서 ‘집 교육’을 올바르거나 참답거나 아름답게 하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씩씩하거나 튼튼하게 자라지 못한다고 느낀다.


  아이들은 ‘그냥 학교에 다녀’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그냥 낳아’서는 안 된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거나 집에서 함께 지내거나, 깊이 생각하고 살피면서 다 함께 즐겁게 놀고 일하며 어우러지는 삶을 누려야 한다.


  삶이 있을 때에 교육이 이루어진다. 삶이 있을 때에 사랑이 싹튼다. 삶이 있을 때에 이야기가 샘솟는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더라도 입시교육에 휘둘리거나 길들이지 않도록 마음을 쏟는 어버이나 어른이 되기를 빈다. 나는 우리 아이들을 집에서 가르치고 돌보면서 아이도 어른도 슬기로우면서 착하고 참다운 길 아름답게 걸어가는 삶을 생각한다. 4346.8.1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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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내버스 꾀꼬리

 


  시골집 떠나 마실을 나오는 길, 큰아이가 군내버스에서 조잘조잘 노래를 부른다. 스스로 가락과 노랫말 지어 부르다가는, 즐겨부르는 몇 가지 노래를 이어서 부른다. 군내버스는 오늘 따라 조용하다. 할매들도 할배들도 그저 조용히 타고 읍내로 간다. 우리 아이들은 어떤 마음 되어 이렇게 노래를 한껏 부르면서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로 나올 수 있을까. 나는 이 아이들한테 어떤 빛을 물려주고, 이 아이들은 어버이한테 어떤 꿈을 이어주는 하루일까. 4346.8.13.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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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기사에 붙은 '전국 온도표')

 

..

 

[당신은 어른입니까 30] 날씨읽기
― 한국은 왜 아열대 날씨가 되는가

 


  한국에서 한여름에 40도를 넘어서는 데가 나타납니다. 한국이 온대 날씨 아닌 아열대 날씨로 바뀐다는 이야기는 퍽 예전부터 나왔습니다. 그러나 예전부터 이런 이야기가 나오더라도 사람들 살림살이는 달라지거나 제자리를 찾으려 하지 않았어요. 온대 아닌 아열대가 된다 하더라도 자동차는 늘어나기만 합니다. 고속도로와 고속국도는 끝없이 자꾸 닦습니다. 늘어나는 자동차는 배기가스를 더 많이 내뿜습니다. 고속도로와 고속국도는 시골마을 들과 숲과 멧골을 깎아서 닦습니다. 요즈음 고속도로와 고속국도는 아예 1자로 펴는 길인 터라, 높은 멧자락과 멧자락 사이에 까마득하게 다리를 놓고 굴을 파요. 요즈음 고속도로 한 곳은 지난날 고속도로 열 곳이 들과 숲과 멧골을 파헤치거나 무너뜨리는 크기와 엇비슷하달 만큼 끔찍한 막삽질입니다.


  들과 숲과 멧골이 무너지면, 사람들이 마실 숨이 나빠집니다. 푸른 숨결이 차츰 사라지지요. 자동차는 자꾸 늘고, 공장 또한 자꾸 늡니다. 아파트도 자꾸 늘며, 관광단지와 쇼핑센터와 백화점과 대형할인매장 또한 자꾸 늘어나요. 전기를 많이 쓰는 시설은 끊임없이 아주 빠르게 늘어납니다. 이에 발맞추어 발전소도 한꺼번에 엄청나게 새로 짓습니다. 발전소는 ‘도시 중심지’에서 가까우면 위험·위해시설이 된다 하기에 시골에다 짓고, 우람한 송전탑을 길게 이어 도시로 전기를 보냅니다.


  한국이 온대 날씨에서 아열대 날씨로 바뀌는 까닭을 모를 사람이 있을까 궁금합니다. 시골을 파먹으면서 도시가 커지고, 자동차 엄청나게 늘어나며, 전기 먹는 시설을 비롯해 아파트와 공장과 발전소를 어마어마하게 늘리니, 이렇게 달라지거나 뒤틀리는 삶터에 맞추어 날씨 또한 달라지거나 뒤틀립니다.


  날씨가 심술을 부리지 않습니다. 날씨는 사람들 삶을 고스란히 따릅니다. 부채 하나로 여름을 나던 지난날 사람들은 온대 날씨를 누렸어요. 아무리 한여름 뙤약볕이라 하더라도 시원스레 바람이 불었고, 나무그늘에서 땀을 식힐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한여름뿐 아니라 첫봄과 늦봄에도 시원스러운 바람을 쐬기 어려워요. 자동차 배기가스와 공장 매연이 스모그를 이루어 도시를 섬처럼 가둡니다. 스모그 무더기에 장마전선이 깃들면 빠져나오지 못하며 비를 왕창 퍼붓습니다. 옛날처럼 장마전선이 남녘과 북녘을 천천히 오르내리면서 골고루 비를 뿌리지 않아요. 막삽질로 들과 숲과 멧골이 엉망진창으로 망가진 서울·경기·강원에 비를 퍼붓고 또 퍼붓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이런 날씨를 어느 만큼 살필까요. 이런 날씨를 얼마나 헤아릴까요. 이런 날씨를 어떻게 느낄까요.


  너무 쉽게 ‘지구온난화’를 들먹이지는 않나요? ‘내가 도시 물질문명 누리는 탓’은 하지 않으면서 ‘인류가 모두 환경문제에 눈길을 안 두기 때문’이라고 둘러대지는 않나요? 자가용을 몰고, 에어컨을 돌리며, 온갖 공산품을 끝없이 사다가 쓰고 쓰레기로 버리는 나날을 되풀이하면서, 날씨가 왜 뒤틀리거나 흔들리는지, 밑뿌리를 캘 생각은 없지 않나요?


  ‘스스로 삶을 바꾸지 않는 사람 하나’가 모여 열이 되고 백이 되며, 천 만 십만 백만 천만 억이 됩니다. 그나마 한국 날씨가 온대에서 열대로 안 가고 아열대로 가는 까닭은, 이럭저럭 도시에서 ‘스스로 삶을 바꾸려고 애쓰는 사람 하나’ 있고, 이런 사람이 열 백 천쯤 있기 때문입니다. 자가용을 안 모는 사람이 아주 드물지만 어김없이 있고, 에어컨을 안 쓰는 사람이 매우 드물지만 꼭 있으며, 공산품을 함부로 안 쓰는 한편 쓰레기를 거의 안 내놓는 예쁜 삶 일구는 사람이 참 드물지만 사랑스레 있습니다.


  그리 오래지 않은 옛날에는, 지구별 모든 목숨이 날씨를 읽었습니다. 2010년대 오늘날에는, 지구별 모든 목숨 가운데 사람만 날씨를 못 읽습니다. 옛날에는 개미도 나비도 벌도 제비도 사람도 날씨를 읽고 느끼며 알았어요. 오늘날에는 개미나 나비나 벌이나 제비는 날씨를 읽고 느끼며 알지만, 사람만큼은 날씨를 안 읽고 안 느끼며 안 알려 해요.


  날씨방송을 본대서 날씨를 알 수 없어요. 하늘을 보아야지요. 바람을 마셔야지요. 흙을 만지고, 풀과 나무를 어루만지며, 해와 달과 별을 두루 살필 때에 비로소 날씨를 알아요. 하늘과 바람과 흙과 해를 돌아보지 않으면 날씨를 느낄 수 없어요. 4346.8.11.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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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이 머리 두 갈래로 묶기

 


  큰아이와 함께 살아온 지 여섯 해째 되고 보니, 큰아이 머리카락을 두 갈래로 묶는 일을 수월하게 한다. 내 머리카락을 안 자르고 두면서 고무줄로 휙 묶고는 머리띠로 조인 채 지내니, 예쁘게 묶는 손재주가 없었으나, 옆지기가 집에 없이 여러 달 지내면서 하루이틀 손재주가 늘어난다. 긴 고무줄로 가시내 머리카락을 어떻게 묶는가 하는 대목을 천천히 익힌다.


  둘레 사람들은 으레 ‘어머니가 해 주어야지’ 하고 말한다. 아버지가 딸아이 머리카락 묶는 일이 어울리지 않거나 걸맞지 않다는 듯 여긴다. 그러면, 등허리까지 머리카락이 내려오는 아버지인 내가 내 머리카락을 혼자 스스로 묶는 모습은 뭘까? 내 머리카락 길이나 좀 보고서 이런 얘기를 해도 해야 할 텐데.


  큰아이가 일곱 살이 되거나 여덟 살쯤 되면, 고무줄을 안 쓰고도 머리카락만으로 땋을는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큰아이는 아홉 살 즈음 되면 혼자서 머리카락을 땋으며 놀 수 있을 테고, 곁에서 아버지가 먼저 솜씨있게 해낸 다음 찬찬히 가르쳐 주어야 하겠다고 생각한다.


  무더운 여름날 아침에 큰아이 머리카락을 두 갈래로 묶으면서 생각한다. 그동안 큰아이랑 작은아이가 머리끈 가지고 놀다가 많이 망가뜨리고 끊어먹고 늘어뜨리고 잃어버리고 했는데, 이제 날마다 머리카락을 묶어야 하는 만큼, 빳빳하고 깨끗하며 예쁜 머리끈 둘 새로 장만해야겠다. 다음에 읍내에 가면 머리끈부터 사자. 4346.8.1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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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08-10 09:26   좋아요 0 | URL
산들보라가 이것도 누나처럼 해달라고 하면 어쩌지요? ^^
더울땐 짧은 머리보다 차라리 좀 길러서 묶는게 제일 실용적이고 시원하지요.

숲노래 2013-08-10 09:32   좋아요 0 | URL
산들보라는 아직 머리카락이 아주 짧아서
빗질만 해 주어요.

산들보라는
아마... 누나 치마 몽땅 물려받을 테니,
치마도 입으면서 놀고
머리도 예쁘게 땋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