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2023.4.3.

수다꽃, 내멋대로 36 손글씨



  숲노래 씨는 ‘손글씨’를 말한다. 영어로 ‘사인·캘리그래피’를 말하지 않고, 한자말로 ‘서명·수결·필기체’를 말하지 않는다. 손으로 글씨를 쓰니까 ‘손글씨’일 뿐이다. 달리 까닭이 없다. 손으로 글을 쓰는 삶을 고스란히 말로 옮기니 ‘손글씨’이고, 단출히 ‘손글’이라 하거나 ‘손글꽃’처럼 조금 다르게 이야기를 읊기도 한다. 숲노래 씨는 골목을 거닐기에 “골목을 걷는다”고 말한다. ‘골목여행’이나 ‘골목탐방’을 하지 않는다. ‘어반(urban)’을 다니는 일이 아니다. ‘어반스케치’를 하는 이들을 보면 이들은 모두 구경꾼인 줄 알아챈다. 왜냐하면, 골목사람은 ‘골목그림’을 그릴 뿐이거든. 시골에 살기에 ‘시골살이’를 한다. 시골사람은 시골사람일 뿐, ‘촌사람(村-)’이 아니다. ‘농촌’도 아니다. 그저 ‘시골’이다. 숲을 품기에 ‘숲’을 품는다고 말한다. ‘자연(自然)’도 아니고, ‘내추럴’도 아니다. 그런데 둘레를 보면 온갖 꾸밈말(미사여구)을 붙이려고 한다. 가만히 보면, 골목사람으로서 골목을 거니는 이들은 ‘골목’을 말할 뿐, ‘어반’이나 ‘구도심’을 말하지 않는다. 마을에서 수수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마을’을 말할 뿐, ‘공동체·단체·집단·사회·국가’를 말하지 않는다. 시골이며 숲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시골·숲·시골숲’을 말할 뿐, ‘촌·자연·농촌·전원’을 말하지 않는다. 한자말이나 영어를 쓰기에 나쁘거나 잘못일 까닭이 없다. 다만, 한자말이나 영어는 우리말이 아닐 뿐이다. 우리말은 수수하게 사랑으로 짝을 만나 사랑으로 아이를 낳고서 사랑으로 아이를 돌보는 사람이 수수하게 쓰는 말이다. 한자말이나 영어는 우두머리나 윗자리에 선 벼슬아치나 글바치가 쓰는 말이다. 자리에 따라 달리 쓰는 말이니 좋거나 나쁜 말은 아니다. 그저 ‘자리가 다른 말’이다. ‘사회주의·공산주의’는 좋을까, 나쁠까? 이런 길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다만, 아무런 삶이나 살림이나 사랑이 없다. 왜냐하면 ‘어깨동무’나 ‘손잡기’나 ‘두레’나 ‘품앗이’나 ‘함께살기’처럼 수수하게 오늘 이곳에서 살아내려는 말을 안 쓰고서 ‘사회주의·공산주의’라는 허울스러운 일본 한자말에 갇혔거든. 우리말 ‘왼·오른’이 있으나 굳이 ‘좌·우’나 ‘레프트·라이트’를 쓰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잘못을 하거나 나쁘지 않다. 그저 한자하고 영어를 그들 혀나 손에 얹으면서 힘·이름·돈을 거머쥐려 할 뿐이다. 힘·이름·돈을 거머쥘 마음이 없이 삶·살림·사랑을 함께하려는 사람이라면 언제나 ‘왼·오른’을 이야기한다. 어린이를 보라. 어린이 가운데 누가 힘·이름·돈을 따지거나 붙잡으려 하는가? 힘·이름·돈을 움켜쥐거나 내세우려 하는 이들이 ‘우리말’을 안 쓸 뿐이다. ‘우리말’은 ‘순수한 우리말’도 ‘토박이말’도 아니다. ‘우리말 = 삶말·살림말·사랑말’일 뿐이고, 삶·살림·사랑은 숲에서 깨어난다.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쓰려는 마음이라면 ‘숲말’을 쓰게 마련이요, ‘숲말 = 바람말·하늘말·바다말·들말·마을말·보금자리말(집말)’이다. 이리하여 숲노래 씨는 손글씨를 쓴다. 손으로 천천히 글씨를 그린다. 마음으로 스며드는 바람줄기를 글로 옮긴다. 마음으로 깃드는 햇볕을 글로 담는다. 마음으로 퍼지는 꽃내음에 풀빛을 글로 얹는다. 마음으로 품을 숲을 글로 고스란히 풀어낸다. 손이 아닌 손전화나 셈틀로만 글을 쓰려는 분이 둘레에 있으면 으레 붓(연필)하고 종이(수첩)를 내민다. “숲에서 온 종이랑 숲에서 온 붓으로 글을 그려 봐요. 그러면 누구나 스스로 꿈을 마음에 심어서 오늘 이곳에서 사랑을 가꿀 수 있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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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2023.4.3.

수다꽃, 내멋대로 35 돈



  돈을 벌기는 쉽다. ‘나’를 버리면 ‘돈’은 쉽게 들어온다. ‘나’를 안 버리면 ‘돈’은 안 들어온다. 돈을 잔뜩 번 사람 가운데 ‘나를 안 버린 사람’이 있을까? 하나도 없으리라. 왜냐하면, 돈을 벌려면 나를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참다운 ‘나’를 찾으려고 하는 이들은 그동안 벌어들인 돈을 제대로 쓰려는 길에 마음을 기울인다. 아무 데에나 돈을 뿌리는 이는 ‘나’를 버리면서 모은 돈이면서도 막상 ‘나’를 되살리는 길에조차 돈을 못 쓰는 셈이다. ‘나’를 나답게 가꾸려는 이들은 ‘나를 버리면서 모은 돈을 이녁 삶자리에서 치우려고 마음을 기울이는 동안 비로소 나를 되찾’는다. 아무렇게나 아무 데에나 뿌리는 돈으로는 나를 못 찾는다. 오직 스스로 사랑을 느끼는 자리에 돈을 써야 비로소 나를 되찾는다. 숲노래 씨는 여러 가지 일을 한다. 다만, ‘일’을 할 뿐, ‘직업·직장’으로 여기지 않는다. 숲노래 씨가 어떤 일을 맡아서 해내고 나면 둘레에서 돈을 건네기도 하는데, 숲노래 씨는 일을 할 적에 오직 ‘나’로서 맡는 ‘일’을 바라볼 뿐이라, 일삯을 코딱지만큼도 안 쳐다본다. 숲노래 씨가 생각하는 일삯은 그저 하나이다. “저한테 일삯을 주시려면 1초에 1억 원을 주셔요.” 여기에 한 마디를 보탠다. “1초에 1억 원이 비싸면 저한테 일을 맡기지 마셔요. 그리고 종이뭉치로도 1억 원이 있을 테지만, 마음으로도 1억 원이 있습니다. 일한 값을 돈으로 치르실 적에 종이돈으로 1만 원을 주셔도 좋고, 마음돈으로 1억 원을 주셔도 좋습니다.” 사랑을 값으로 헤아릴 수 없다. 사랑은 꽃 한 송이일 수 있고, 하늘에 드리운 구름무늬일 수 있다. 사랑은 웃음 한 자락일 수 있고, 노래 한 가락일 수 있다. 숲노래 씨는 일삯으로 때때로 노래나 춤을 바란다. “저한테 뭘 해주시고 싶으시면, 돈 말고 노래 한 가락 뽑아 주셔요. 춤 한 판 추어 주셔도 고맙고요.” 밑일삯(최저임금)을 값으로 매기는 일은 안 나쁘다고 여기지만, 오직 값만으로 바라본다면, 우리 스스로 종살이에 갇힌다고 느낀다. ‘메시·김연경’한테 밑일삯만 주고 일을 맡길 수 있는가? 모든 사람은 다 다른 ‘메시·김연경’이다. 누구나 저마다 다른 ‘메시·김연경’이다. 셈값(숫자)으로만 바라보면 사람을 못 보고 사랑을 놓친다. 고마이 느끼는 마음을 셈값으로 돌리지 말자. 고맙다고 느끼면 언제나 사랑으로 헤아리면서 풀 적에 스스로 즐겁고 홀가분하다. 우리 집 아이들이 빚은 그림을 사고 싶어하는 분이 있으나 여태 한 자락도 안 팔았다. 돈값으로만 바라보려는 분한테는 손글씨도 손그림도 건넬 마음이 없다. 사랑으로 바라보려는 분이라면 숲노래 씨도 나란히 사랑으로 바라본다. 다만, 돈은 나쁘지도 좋지도 않다. 돈은 오직 돈일 뿐이다. 똥이 나쁜가? 아니다. 똥이 좋은가? 아니다. 똥은 오직 똥이다. 똥은 얼른 흙으로 돌아가려는 숨결일 뿐이요, 똥오줌은 잘 삭이고서 보내든 바로 땅한테 보내든 하면 될 숨결이다. 돈은 ‘돌다’라는 말밑을 품은 말결 그대로 ‘돌멩이처럼 뎅구르르 돌고돌면서 동글동글 동무로 만나는 자리에 주고받으면 되는 빛’ 가운데 하나이다. 돌고돌아야 할 돈을 돌리지 않고서 혼자 움켜쥔다면 ‘딱딱한 돌’로 굳는다. 돈을 못 벌어서 걱정하는 이들은 돈벼랑이나 돈수렁에 잠긴 채 스스로 뻣뻣하게 굳는다. 돈을 내칠 까닭은 없되, 움켜쥘 일도 없다. 흐르도록 돌릴 적에 빛나는 돈이다. 돈을 움켜쥐기에 ‘돌아(미쳐)’버린다. 돈을 돌리기에 서로 ‘동무’이다. 아주 쉽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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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674


《公害의 政治經濟學》

 都留重人 글

 이필렬·조홍섭 옮김

 풀빛

 1983.8.20.



  2005년 11월 19일, 헌책집지기님은 “젊은 사람들은 세로쓰기를 잘 안 봐. 가로쓰기만 보지. 그런데 최 선생은 젊은 사람 같지 않아. 세로쓰기도 한자 책도 잘 사서 읽으시네.” “읽을 책을 읽을 뿐인걸요.” “그래, 읽을 책을 읽어야지. 그런데 읽을 책이 뭘까? 요새 책이 하도 안 나가서 걱정이네. 아무리 좋은 책이라 해도 겉에 한자가 적힌 책은 건드리지를 않아.” “속에는 한자를 한 마디도 안 쓰더라도 굳이 책이름에 한자를 적는 분이 많아요. 안타까운 노릇이지만, 물갈이를 하는 셈이지 싶어요. 책은 아까워도 이제는 이렇게 한자로 글자랑을 하는 먹물은 사라져야지요. 한자를 안 쓰더라도 부러 어렵게 쓰는 사람이 아직 많은데, 그런 글도 사라져야겠고요.” “그렇지. 책은 누구나 읽을 수 있어야지. 그런데 좋은 책을 알아보는 눈이 너무 사라져서 장사가 안 되니 힘드네.” 성균관대학교 도서관에 머물다가 버려진 《公害의 政治經濟學》을 헌책으로 찾아서 읽었습니다. 몸글에는 한글로 ‘공해’나 ‘정치경제’로 적는데, 책이름은 굳이 ‘公害·政治經濟學’처럼 한자로 밝혔습니다. 누구나 읽을 글이려면 적어도 한글일 노릇이요, 무늬만 한글이지 않도록 가다듬을 일입니다. 껍데기도 마음도 글도 푸르게 삶으로 거듭나야지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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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685


《우리 학교 도서관》

 김경일 글

 김태우 그림

 동구문화사

 1969.5.25.



  배움책숲(학교도서관)이 없는 어린날을 보냈습니다만, 배움책숲이 없어서 서운하거나 섭섭하지 않았습니다. 어린배움터(국민학교)를 인천에서 다니던 1982∼87년뿐 아니라 푸른배움터를 다니던 1988∼93년에도 ‘도서관 = 입시공부방’일 뿐 ‘책을 읽고 나누고 누리는 숲’이지 않았습니다. ‘도서관’ 아닌 ‘도서실’이란 이름인 칸조차 없던 초·중·고등학교를 보냈는데, 고을책숲(시립도서관)이 엉터리인 줄 알았기에 언제나 책집에 가서 책을 읽었어요. 1969년에 나온 《우리 학교 도서관》을 순천에 있는 헌책집에서 보고는 놀랐어요. 이 책은 줄거리도 그림도 일본책을 훔쳤습니다만, 배움책숲 이야기를 찬찬히 들려줄 뿐 아니라, 전남 ‘광양서국민학교’에 깃들던 책이고, 제법 빌려읽힌 자국이 남습니다. “책숲을 말하는 책”은 ‘책이란 무엇인가’부터 ‘책이라는 종이꾸러미를 만지거나 다루는 길’에 ‘책을 가려내는 눈길’하고 ‘책을 읽고서 어떻게 삶을 가꾸는가’ 하는 얼거리를 짚을 수 있어야겠지요. 배움책숲이 없더라도 책빛을 들려주고 책넋을 알리고 책밭을 가꾸는 손길을 이야기할 수 있다면, 저마다 스스로 삶빛·삶넋·삶밭을 일구는 어진 매무새로 피어나리라 봅니다. 숲에서 온 책이듯, 숲을 배우고 짓는 삶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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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675


《대한민국 KOREA》

 OEC 편집부 엮음

 United Nations Command Office of the Economic Coordinator for Korea

 1959.5.



 ‘유엔 한국경제조정관실(OEC)’은 잿더미로 무너진 이 나라를 되살리도록 이바지하려고 ‘그들(OEC)’ 일터를 서울에 두고, 혼자 이 나라에 올 수 없으니 한집안이 지낼 살림집을 ‘서울 이태원’에 두었으며, 그들이 누릴 터전도 나란히 놓았습니다. 《대한민국 KOREA》는 1959년 봄에 엮어서 내놓는데, 이 나라가 낯설 사람들한테 이 나라를 알려주려고 엮는 꾸러미에 붙인 땅그림을 보면 ‘Sea of Japan’입니다. 묶음표에 ‘Eastern Sea’라 넣기는 하되, 둘레에서는 으레 ‘일본해’라 했구나 싶어요. 이 꾸러미는 ‘부릉이’를 어떻게 사고 값이 얼마인지 알려주기도 합니다. 옷을 사는 곳이나 놀이터도 알려주는데, ‘그들’이 놀 골프터도 따로 닦은 듯하군요. 골프터 둘레 멧골이 휑합니다. 이즈음 서울 한복판을 보면 남대문도 종로도 부릉이가 거의 없이 사람들이 마음껏 걸어다닙니다. 부릉부릉 넘쳐야 잘산다고 잘못 여기지만, 누구나 호젓하고 넉넉히 걸어다니는 길이야말로 참살림이라고 느껴요. 나라(정부)에서 여민 꾸러미라면 1959년까지 얼마나 발돋움했는지 자랑하려는 모습으로 채웠을 테지만, ‘일하러 온 이웃사람(외국사람)’으로서는 속낯을 들여다보고 살림살이를 건사할 길을 살피고, 집과 마을과 작은가게가 대수롭습니다.


ㅅㄴㄹ


#한국재건 #OEC #경제조정관실 #OfficeofEconomicCoordin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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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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