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다 세트 - 전3권
강경옥 지음 / 작은책방(해든아침)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강경옥 님 만화책 <두 사람이다> 세 권을 놓고 느낌글을 마무리지었다.

이 만화책을 장만할 분들은 세 권 묶음으로 고르실 테니,

낱권마다 붙인 느낌글을 한 자리에 그러모은다.

강경옥 님이 앞으로도 <설희>를 비롯해 

아름다운 만화를 우리한테 베풀어 주시기를 빌어 마지 않는다.



1권 : 이녁은 어떤 나무를 심겠소?


2권 : 아이들이 살아가는 길

http://blog.aladin.co.kr/hbooks/6998961 


3권 : 이녁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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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다 2
강경옥 지음 / 작은책방(해든아침)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315



아이들이 살아가는 길

― 두 사람이다 2

 강경옥 글·그림

 해든아침 펴냄, 2007.7.20.



  좀 어리석은 줄 알면서 일곱 살 큰아이더러 “놀이터가 좋니, 바다가 좋니?” 하고 묻습니다. 둘 다 좋아하니 두 군데 모두 갈 만하지만, 두 군데에서 다 놀자면, 자전거로 면소재지 놀이터에다가 제법 달려가야 할 바닷가까지 오가면서 아버지가 고단합니다. 아이들한테 무언가 물을 적에 앞쪽에 더 좋아할 만한 말을 넣는다고 하기에, “바다와 놀이터”라 안 묻고 “놀이터와 바다”로 물었어요. 큰아이는 한동안 생각에 잠기다가 “바다요!” 하고 말합니다. 그래, 놀이터를 앞지를 만큼 바다가 훨씬 좋구나. 아버지도 바다가 놀이터보다 훨씬 좋단다. 바다가 들려주는 노래와 냄새와 빛깔이 모두 좋아.


  아이들한테 “바다와 골짜기” 또는 “골짜기와 바다” 가운데 어느 쪽이 좋으냐고, 어디로 나들이를 가면 좋으냐고 물으면 무어라 말할까요. 큰아이는 또 한동안 망설일 테지요. 거참 아버지도, 둘 다 가면 되잖아, 하고 생각할 테지요. 그래, 오늘은 바다를 가고 이튿날은 골짜기를 가고 다음날은 놀이터에 가면 될 테지.




- ‘세계가 뒤바뀌었다. 어제 오후부터. 아침이면 일어나서 엄마와 늦잠 실랑이 하며 등교하고, 공부하고 밥을 먹고, TV를 보고, 친구와 수다 떨고, 그 모든 일상이 갑자기 검은 먹칠을 칠하듯 세계가 바뀌었어.’ (8쪽)

- “여행을 가자, 지나야.” “여행?” “그래. 문제를 해결하러 가는 거야.” (54∼55쪽)



  밥을 먹으며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들입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밥만 먹고 자라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은 이야기를 먹습니다. 동무와 뛰놀면서 이야기를 먹고, 언니 동생과 놀면서 이야기를 먹습니다. 어머니 아버지하고 어울리거나 놀거나 심부름을 하면서 이야기를 먹습니다.


  이야기는 삶입니다. 이야기를 먹을 적에는 늘 삶을 먹습니다. 밥을 짓는 어버이 곁에서 밥짓기를 구경하면서 삶과 이야기를 먹습니다. 밭을 일구거나 풀을 뜯는 어버이 곁에서 밭일과 풀뜯기를 구경하면서 삶과 이야기를 먹습니다. 언제나 자전거에 태워 함께 마실을 다니는 아버지와 함께, 자전거를 달리는 바람과 냄새와 빛을 모두 받아먹습니다.


  뛰노는 아이들은 놀이가 노래입니다. 모든 놀이는 노래입니다. 노래가 없는 놀이는 없습니다. 노래를 부르지 않고 논다면, 아이들은 논다고 할 수 없어요. 아마, 레크리에이션이나 학습이나 체험을 할 수는 있겠지요. 레크리에이션이나 학습이나 체험에는 노래가 없거든요.


  학교에도 노래가 없어요. 교과서 진도를 나가면서 노래를 부르는 교사나 학생이 없습니다. 시험을 치르면서 노래를 부르는 교사나 학생이 없어요. 음악 수업이라서 노래를 부를까요? 아닙니다. 학교에서는 음악 수업은 수업이요 공부이며 학습입니다. 노래가 아닙니다. 그러면, 방송에서 떠도는 ‘아이돌 만들기’나 ‘가수 되기’는 노래일까요?




- “네 인간성 안 좋은 줄은 알았지만 이건 정말 심했다! 넌 자신에게 창피하지도 않니?” (26쪽)

- “세상에 끝이 없는 경우는 없어. 그러나 끝이 나도 또 어떤 일들이 다시 시작되지. 결국 세상 일은 끝의 연속. 그리고 또 시작의 연속이 아닐까? 우리는 잠시 순간을 정리하는 걸 거야.” (58쪽)

-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마, 지나야. 지금 네겐 그런 힘이 필요하기 때문에 생겨난 것일 수도 있어.” (145쪽)



  아이들이 죽습니다. 자동차에 치여 죽고, 시험지옥에서 스스로 목을 매달아 죽습니다. 가난한 살림이라면서 어버이가 함께 높은 건물에서 뛰어내려 죽입니다. 엉터리로 몰던 배가 가라앉아 죽습니다. 엉성하게 지은 다리가 무너져서 죽습니다. 엉망으로 지은 건물이 와르르 무너져 깔려죽습니다. 어른들끼리 전쟁을 일으키는 바람에 죽습니다. 어른들이 아이를 소년병사로 데려가려고 죽입니다. 핵폭탄을 떨어뜨려 죽이고, 핵발전소를 돌리면서 방사능으로 죽입니다. 방사능에 젖은 분유와 우유를 먹여 아이들을 죽입니다. 입시지옥과 취업지옥에서 쳇바퀴와 뺑뺑이를 돌려 스스로 제풀에 지쳐 죽음으로 내몹니다.


  온통 죽음수렁입니다. 온갖 죽음밭입니다. 아이들은 지구별에서 무엇을 해야 살아갈 만할까요. 이웃이나 동무가 없이 서로 툭탁툭탁 겨루면서 밟고 올라서지 못하면 모두 죽어야 하는가요. 어깨동무와 이웃사랑은 잊은 채 혼자 쇠밥그릇 땅땅 두들기면서 살아남아야 하는가요.


  아이들 놀이에는 노래가 있을 뿐, 등수도 순위도 차례도 없습니다. 아이들이 운동장이나 빈터나 골목을 달리며 놀 적에 1등부터 꼴등까지 매기지 않습니다. 장난 삼아 차례를 매기더라도 다시 달리면 차례는 덧없습니다. 1등은 꼴등이 되고 꼴등은 1등이 됩니다. 모두 1등이고 모두 꼴등입니다. 웃으면서 달리고, 웃으면서 노래해요.





- “다행이다.” “응?” “다른 사람을 걱정할 정도로 여유가 생긴 것 같아서 말야. 너, 지금까지 반 넋나가 있었잖아.” (98쪽)

- ‘안 될 때 안 되더라도, 혹여 죽을 때 죽더라도, 할 수 있는 것까지는 열심히 해 보는 거야. 귀신 따위에 살아 있는 인간이 질 수야 없지. 저주도 마찬가지야. 결국 인간의 일인걸. 그렇지?’ (119쪽)



  강경옥 님 만화책 《두 사람이다》(해든아침,2007) 둘째 권을 읽으며 생각에 젖습니다. 만화책에 나오는 아이는 ‘스스로 잘못한 일’이 없습니다. 아주 수수한 고등학생입니다. 그러나, 먼먼 옛날 어떤 어른이 저지른 잘못이 있다고 해서 그 잘못이 이어지고 이어지면서 이 아이한테까지 들이닥칩니다.


  수학여행을 가던 아이들이 탄 버스가 뒤집어집니다. 수학여행을 가던 아이들이 탄 배가 가라앉습니다. 기차가 넘어지고 비행기가 떨어집니다. 버스와 배와 기차와 비행기에 탄 아이들은 무슨 잘못을 저질렀을까요. 이 아이들은 왜 이렇게 아프거나 슬프다가 목숨까지 잃어야 할까요. 목숨을 잃은 아이를 둔 어버이는 왜 이토록 모진 아픔과 슬픔을 치러야 할까요. 참말 이녁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다고 이런 괴로움이 몰려들어야 하는가요.


  대통령을 잘못 뽑은 탓일까요. 시장이나 군수나 도지사나 교육감을 잘못 뽑은 탓일까요. 어른들이 우리 사회를 제도권으로 꽁꽁 묶은데다가 국가보안법이나 자유무역협정이니 쌀개방이니 도시화이니 새마을운동이니 주한미군이니 한국전쟁이니 전쟁무기이니 핵발전소이니 송전탑이니, 그야말로 끝간데없이 바보짓을 하기 때문일까요.





- “때때는 내 말도 누구의 말도 아닌 너 자신의 육감을 믿어야 돼. 지나야. 내가 너를 도와줄 수 없는 상황도 있을 수 있는 거니까.” (159쪽)

- “그렇구나. 그래, 사는 건 이런 사소한 것에 행운을 느낄 수도 있는걸. 살아 있다는 건 인간관계에 의해서 더더욱 실감돼. 살아 있다는 건 좋은 거야.” (177쪽)



  우리 집 처마 밑에는 제비집이 셋 있습니다. 제비는 세 군데 제비집 가운데 한 곳에 깃듭니다. 멀쩡한 다른 한 곳은 짓기만 하고 깃들지 않습니다. 허물어진 한 곳은 조금 손질하다가 그대로 둡니다. 멀쩡한 다른 제비집에는 참새나 딱새가 살짝 깃들곤 합니다. 먼 옛날부터 제비는 사람들이 둥지를 허물어도 사람을 미워하지 않고 씩씩하게 둥지를 새로 지었습니다. 요즈음은 시골사람이 온갖 곳에 농약을 뿌려댈 뿐 아니라, 마을에서 숲과 나무를 모조리 없애고, 마당에도 풀이나 나무를 두지 않으려 합니다. 풀이 있으면 모기가 생긴다 하고, 나무가 있으면 그늘진다고 해서, 참말 요즈음 시골사람은 풀과 나무를 끔찍하게 싫어해요. 시골에는 논과 밭만 있으면 된다 여기고, 숲과 멧골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숲과 멧골이 있어야 골짝물이 흘러 맑은 물을 마실 수 있지만, 이제는 시골에서마저 ‘댐에 가둔 수돗물을 마셔야 몸에 좋다’고 여기기 일쑤입니다. 시골사람 스스로 시골물을 안 좋아합니다.


  도시에는 맑은 냇물이나 샘물이나 우물물이 없습니다. 도시에서는 물꼭지에 정수기를 달아 수돗물을 마실밖에 없습니다. 도시사람은 나들이를 다니면서 가게에서 ‘페트병 먹는샘물’을 사다 마십니다. 이제 한국에서는 냇물이나 샘물을 즐겁게 떠 마실 만한 데가 많이 사라졌습니다. 어디를 가도 공장과 발전소와 골프장이다 보니, 또 송전탑과 고속도로와 찻길이다 보니, 게다가 시골에서는 농약물결이다 보니, 한국에서는 맑은 바람을 마시기 몹시 어렵습니다.


  맑은 물과 바람이 없고 고운 흙과 숲이 없는 한국입니다. 이런 한국에서 친환경이나 유기농으로 거두는 곡식이나 열매는 이 나라 사람들한테 얼마나 도움이 될까 궁금합니다. 이 나라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가장 맑거나 가장 좋거나 가장 정갈하거나 가장 아름답거나 가장 사랑스러운 숨결을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 ‘도망치지 않는다.’ (240쪽)



  아이들이 살아가는 길은, 아이들이 사랑하는 길입니다. 어른도 아이와 함께 이웃과 동무하고 사랑하는 길이 될 때에 참답고 착하게 살아가는 길이 됩니다. 사랑이 있을 때에 삶이 됩니다. 사랑은 내빼지 않습니다. 삶은 사랑처럼 내빼거나 등돌리지 않습니다. 사랑은 남을 때리거나 괴롭히지 않습니다. 삶이라 할 적에도 이웃이나 동무를 때리거나 괴롭히지 않습니다.


  어깨동무하기에 삶입니다. 두레와 품앗이를 하기에 삶입니다. 서로 아끼고 돌보며 좋아하기에 사랑입니다. 서로 믿고 따르며 손을 맞잡고 눈빛을 밝히기에 사랑입니다. 아이들이 사랑을 배워 사랑으로 살아가자면, 누구보다 우리 어른 스스로 사랑을 배워 사랑으로 살아가야지 싶습니다. 밥 한 그릇에 사랑을 담고, 말 한 마디에 사랑을 실으면서, 아이와 함께 이 땅에 튼튼하게 두 다리로 서야지 싶습니다. 4347.5.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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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이야기 4
모리 카오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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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333



잊지 않는 이야기

― 신부 이야기 4

 모리 카오루 글·그림

 김완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2.7.31.



  글을 쓰는 사람도,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사진을 찍는 사람도, 누구나 어릴 적에는 아무것도 적거나 남기지 않습니다. 갓난쟁이였을 적이나 두어 살 적에 글을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서너 살 적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없습니다. 대여섯 살 적에 사진을 찍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참 많은 사람들이 어릴 적 일을 환하게 떠올리곤 합니다. 어릴 적에 겪은 일을 떠올리고, 어릴 적에 들은 이야기를 떠올리며, 어릴 적에 주고받은 이야기를 떠올려요.


  모든 이야기를 다 떠올릴 수 있습니다. 요모조모 골라서 떠올릴 수 있습니다. 날마다 먹던 밥까지 떠올릴 수 있고, 남다른 날에 먹던 밥만 떠올릴 수 있어요. 일기를 쓰지 않아도 마음속에 이야기를 새깁니다. 그림으로 옮기지 않아도 마음 깊숙하게 이야기를 남깁니다. 사진으로 찰칵찰칵 그때그때 적바림하지 않아도 마음에 또아리를 튼 이야기가 오래오래 흐릅니다.



- “이런 일은 천천히 진행해야지. 서로 나눠야 할 이야기도 있을 테고. 아무튼, 그랬단 말이지. 생각보다 아주 씩씩한 아가씨라 다행이야. 그래, 그렇지. 너희 어머니는 아주 조용한 분이셨다만, 몸도 약해서 말이다.” (38쪽)





  혀끝에 남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혀끝에 이야기가 남아서 나이가 많이 든 뒤에도 ‘혀끝에 남은 맛’을 아련하게 떠올리거나 그리곤 합니다. 손끝에 남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손끝에 이야기가 남아서 나이를 많이 먹은 뒤에도 ‘손끝에 남은 느낌’을 애틋하게 떠올리거나 다시 겪고 싶기도 합니다. 갓난쟁이였을 적에 어머니 젖을 빨며 맡은 살내음을 두고두고 되새길 수 있습니다. 어릴 적에 어버이가 몸을 씻기던 느낌을 오래도록 되새길 수 있으며, 깊은 숲에 깃들어 마시던 바람이나 높은 봉우리에 오르며 누린 하늘을 오래오래 되새길 수 있어요.


  잊지 않는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잊지 않을 수 있는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잊지 않는 이야기는 사랑이지 싶습니다. 잊지 않을 수 있는 이야기에는 사랑이 감돌지 싶습니다.


  너무 아파서 못 잊는 이야기가 있을 테고, 아주 기뻐서 못 잊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참 슬퍼서 못 잊는 이야기가 있을 테며, 몹시 즐거워서 못 잊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픈 삶은 아픈 사랑입니다. 기쁜 삶은 기쁜 사랑입니다. 슬픈 삶은 슬픈 노래입니다. 기쁜 삶은 기쁜 노래입니다.



- “아, 음, 들었던 것을 잊지 않게 써 놓는 거죠.” “…….” “잘 까먹어?” “그런 건 아니지만, 잊어버려도 쉽게 기억이 나도록.” “잊어버리지 않게 기억하면 되잖아?” “우린 그러는데.” (55쪽)





  모리 카오루 님 만화책 《신부 이야기》(대원씨아이,2012) 넷째 권을 읽으며 ‘잊지 않는 이야기’를 곰곰이 떠올립니다. 만화책 《신부 이야기》는 중동아시아를 가로지르면서 문화인류학을 살피는 서양사람 눈길로 이야기가 흐릅니다. 중동아시아에서 살아가는 거의 모든 사람은 ‘글을 남기’거나 ‘책을 쓰려’고 하지 않습니다. 서로 만나서 왁자지껄하게 떠들 뿐입니다. 함께 마주하며 소곤소곤 속삭일 뿐입니다.


  녹음기를 쓰지 않습니다. 사진기를 다루지 않습니다. 그저 마음과 마음으로 만나 마음과 마음에 이야기를 아로새깁니다. 잊지 않고 싶은 이야기는 참말 잊지 않습니다. 그러면 잊지 않아요. 잊지 않으려고 종이에 글을 써야 하지 않아요. 머리에 새기고 마음에 새기면 넉넉합니다.



- “속였어?” “마법이 아니었던 거야?” “속이지 않았다. 일을 잘하는 아가씨는 그만큼 누구나 탐을 내는 법이거든. 자자, 식겠구나. 어서 먹으렴.” “누나야, 맛있어.” “당연히 맛있지! 얼마나 힘들었는데!” (99쪽)

- “딱히 느닷없이 반할 필요도 없잖아? 걔들은 늘 꿈만 꾸니. 상대가 우리란 걸 알면 아마 실망할걸. 우리보다도 더. 피차일반이니까, 하다못해 소중히 여겨 줘야겠다 생각해. 사미 너도 너무 매정하게 굴진 마라.” (115쪽)




  책이란 무엇일까요. 책에는 어떤 이야기가 남을까요. 책에 쓰는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우리가 읽는 책에는 우리 이야기가 어느 만큼 적힐까요.


  책을 쓰는 사람은 우리 이야기를 어느 만큼 삭히거나 받아들일까요. 책을 엮는 사람은 우리 이야기를 어떻게 바라보거나 마주할까요. 우리 삶을 모르는 채 지식으로만 뚝딱뚝딱 만지작거리지는 않나요. 우리 삶과 동떨어진 곳에 있는 이들이 구경거리 삼아서 아무렇게나 다루지는 않나요.


  신문에 나오는 글과 방송에 나오는 모습은 우리 삶을 얼마나 보여줄는지요. 기자가 취재해서 내보내는 기사는 우리 사랑을 얼마나 담아낼는지요. 정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사진을 찍는 이들은 삶을 삶답게 못 보지는 않나 궁금합니다. 수많은 글과 그림과 사진은 아주 조그마한 조각 하나만 겉훑기로 담는 셈이 아닌지 궁금합니다.




- “언니, 애들 어리광 너무 받아주지 마. 한 번 기어오르면 하늘 높은 줄 모른다니까.” “뭐, 어떠니. 오랜만에 이런 걸 손에 쥐면 나도 젊어지는걸. 게다가, 신부의상은 가능한 여러 사람의 바늘이 들어가야 하는 거야. 그래야 행복해지거든.” “엄마는 그런 말 안 했는데.” “처음부터 말해 줬으면 너희는 그거 믿고 안 했을 거 아냐. 마지막에 여러 사람의 손이 닿으면 돼. 지금 편하게 했다가, 나중에 모르는 게 생기면 어떡할래.” “그럼 물어 보러 올게. 바로 근처인걸.” “그렇게 어정쩡하게 해선 안 돼. 시집가기 전까지 전부 해치워야지. 부모는 언제까지고 있는 게 아니야.” (171∼173쪽)



  예부터 바느질을 책으로 배우지 않았습니다. 예부터 흙일을 책으로 배우지 않았습니다. 고기잡이를 책으로 배우지 않고, 배를 뭇고 모는 일을 책으로 배우지 않습니다. 도끼질이나 낫질을 책으로 배우지 않습니다. 밥짓기와 국 끓이기를 책으로 배우지 않습니다. 떡을 할 적에 책을 보면서 떡을 하지 않습니다. 아이를 낳을 적에 책으로 배우지 않고, 아이를 돌보며 키울 적에 책으로 돌보거나 키우지 않습니다. 먼먼 옛날부터 아이한테 말을 가르치면서 책을 보던 사람은 없습니다.


  오늘날에는 무엇이든 책으로 합니다. 오늘날에는 무엇이든 학교에서 합니다. 오늘날에는 무엇이든 신문이나 방송이나 인터넷에 기대어 합니다.


  삶이 사라진 채 지식과 정보만 흐르는 오늘날입니다. 삶에 깃든 사랑을 모르는 채 지식하고 정보만 춤추는 오늘날입니다. 삶을 밝히는 이야기는 없는 채 인기와 명예와 재산만 떠도는 오늘날입니다. 4347.5.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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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반쪽 나 반쪽 - 수리 능력이 쑥쑥 크는 재밌는 그림책
차오쥔옌 글.그림, 유엔제이 옮김 / 거북이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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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83



함께 먹는 즐거움을 아이들과

― 너 반쪽 나 반쪽

 차오쥔옌 글·그림

 유엔제이 옮김

 거북이북스 펴냄, 2012.8.14.



  능금이 두 알 있으면 아이들은 서로 한 알을 먹겠다고 말합니다. 아직 어리니까요. 그런데, 능금을 아이들이 먹기 좋도록 반으로 가르고, 또 반으로 가르면, 아이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묻습니다. “음, 그럼 아버지는?” 그러고는 또 물어요. “음, 그럼 어머니는?” 나는 일곱 살 큰아이한테 묻습니다. “아버지랑 어머니는 어떻게 할까?” 일곱 살 큰아이는 살짝 생각하더니 “서로 똑같이 나눠 먹자.” 하고 말해요.


  능금이 한 알만 있으면 네 조각으로 나눕니다. 우리 집은 네 식구이거든요. 초콜렛이 있으면 네 사람 몫으로 톡톡 쪼갭니다. 어른 둘에 아이 둘이라고 해서 어른이 더 먹지 못합니다. 거꾸로 아이가 더 먹지 못합니다. 모두 똑같이 나누어서 먹어요.


  조그마한 과자 조각이 남을 적에 으레 아이더러 먹으라고 합니다. 그러면 아이는 입으로 반을 깨물어 자른 뒤 손을 내밉니다. “자, 아버지 먹어요.” 또는 “자, 보라야, 너 먹어.” 하면서 동생한테 내밉니다. 네 살 동생은 일곱 살 누나가 예쁘게 나누어 주는 과자나 빵이나 밥을 으레 받아서 먹다 보니, 곧잘 누나한테도 아버지한테도 어머니한테도 조금씩 덜거나 나누어 주곤 합니다.



.. 새콤달콤 새빨간 사과 두 알. 어떻게 나누지? 너 하나, 나 하나. 사이좋게 냠냠 ..  (2∼3쪽)



  배고픈 아이는 얼른 무언가 먹고 싶습니다. 배고프니 배를 채우고 싶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아무리 배가 고프더라도 어버이 몫을 생각하면서 묻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왜 안 먹느냐고 물어요.


  배고픈 어른이 밥을 먹을 적에도 이와 똑같다고 느껴요. 아무리 배가 고프다 하더라도 어른으로서 혼자만 먹을 수 없습니다. 둘레에 있는 다른 사람을 생각합니다. 배고픈 아이가 있는지 살핍니다. 내 배가 고픈 만큼 내 이웃도 배가 고프리라 생각해요. 내 배가 고프니 내 동무도 배가 고프겠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 폭신폭신 동그란 케이크랑 보들보들 네모난 케이크. 어떻게 나누지? 넌 동그란 케이크를 먹고, 난 네모난 케이크를 먹을까? 아니, 아니야 … 멍멍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 어떻게 나누지? 너 반쪽, 나 반쪽 ..  (8∼9, 20∼21쪽)



  차오쥔옌 님이 빚은 그림책 《너 반쪽 나 반쪽》(거북이북스,2012)을 읽습니다. 그러께까지만 해도 일곱 살 큰아이는 이 그림책을 읽을 줄 몰라 내가 읽어 주어야 했습니다. 요즈막에는 일곱 살 큰아이가 혼자서 읽습니다. 함께 읽어도 좋아하지만, 글을 깨친 즐거움을 누리려고 혼자 신나게 읽기를 좋아합니다. 게다가 동생을 옆에 앉히고 읽어 주기를 즐겨요.


  네 살 동생은 누나 곁에서 누나 목소리를 들으면서 그림책을 함께 즐깁니다. 네 살 동생은 일곱 살 누나가 가르치는 말과 글을 하나하나 물려받습니다. 나와 곁님은 큰아이한테 ‘한 가지’ 사랑을 물려주면서 사는데, 큰아이는 ‘한 가지’ 사랑을 어버이 두 사람한테 돌려줄 뿐 아니라, 제 동생한테 물려줍니다. 능금은 갈라서 반쪽으로 나누어 먹는데, 사랑은 나누면 곱배기로 자라요. 아니, 두 곱뿐 아니라 세 곱이나 네 곱으로 자랍니다. 두 곱은 다시 두 곱이 되고 세 곱은 또 세 곱이 되어요.



.. 후드득 뚝뚝. 나눠 쓰니 비를 쫄딱 맞았네. 둘 다 흠뻑 젖었잖아. 우산은 같이 쓰는 게 좋겠어 ..  (26∼27쪽)



  이 나라 모든 어버이는 아이와 즐거움을 나눈다고 생각합니다. 이 나라 모든 어버이는 이녁이 어릴 적에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면서 자랐다고 생각합니다. 먼먼 옛날부터 사랑과 사랑으로 자란 아이요, 사랑과 사랑으로 키운 어버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우리 아이들은 씩씩하게 자라서 사랑스러운 어른이 될 테고, 이 아이들은 어른이 된 뒤 새 아이들한테 사랑을 물려주면서 웃겠지요.


  함께 먹는 즐거움을 아이들과 나눌 때에 사랑이 싹틉니다. 함께 노는 즐거움을 아이들과 나눌 적에 꿈이 자랍니다. 함께 사는 즐거움을 아이들과 나눌 적에 이야기가 태어납니다. 사랑과 꿈과 이야기는 나누면 나눌수록 커집니다. 반쪽씩 갈라서 가지지 않아요. 사랑과 꿈과 이야기가 흐르는 삶은 날마다 새로우면서 아름답습니다. 4347.5.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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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에 숨어 사는 것들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198
이하 지음 / 실천문학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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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노래하는 시 70



내 속에 숨은 노래

― 내 속에 숨어 사는 것들

 이하 글

 실천문학사 펴냄, 2012.2.6.



  봄이 되어 시골은 부산합니다. 집집마다 경운기를 몰고 논과 밭으로 갑니다. 기계를 써서 땅을 갑니다. 논둑과 밭둑을 태우고 트랙터가 움직입니다. 풀을 베는 칼날이 윙윙거리고, 풀을 잡는 농약을 쏴아 뿌립니다.


  새벽 다섯 시가 넘으면 제비가 깨어납니다. 처마 밑은 새벽부터 복닥복닥 시끌시끌합니다. 제비는 알을 낳기 앞서 보금자리를 손질합니다. 진흙을 물어 날라서 붙이고 지푸라기를 바닥에 깝니다. 제비가 새로 집을 짓거나 옛 집을 고치는 모습을 볼라치면, 예부터 우리들도 이렇게 흙과 짚으로 집을 지었구나 싶어 고개를 끄덕입니다.



.. 두 남자는 위장 크림 민얼굴에 덧칠한다 / 폐도 위로 카메라 레일이 깔리고 / 석탄 운반차 대신 이동차가 지난다 / 왜 따라오셨어요, 환갑 앞둔 아버지는 / 묵묵부답 허리 굽혀 짚신을 묶는다 ..  (화장하는 父子, 엑스트라 4)



  흙으로 지은 집에서 사람이 살았고, 새 또한 흙을 물어다가 처마 밑에 집을 지어 살았습니다. 흙에서 돋은 풀에는 풀벌레가 대롱대롱 매달리며 풀노래를 부릅니다. 흙에 뿌리를 내린 나무에서 돋은 새 잎사귀는 나비 애벌레가 갉아먹으면서 자랍니다. 개구리는 풀밭에서 노래하다가 봄비가 내리고 난 뒤에는 둠벙과 논을 찾아갑니다. 시원한 물에 몸을 적십니다. 저마다 왁왁거리며 봄을 기뻐합니다.


  사람이 먹는 모든 밥은 흙에서 비롯합니다. 쌀도 보리도 밀도 수수도 흙에서 태어납니다. 흙으로 이룬 논과 밭에 심거나 뿌린 씨앗이 자랄 때에 곡식이 됩니다. 사람이 먹는 열매도 흙에서 비롯합니다. 나무는 흙에 뿌리를 내리고, 열매는 뿌리가 흙에서 받아들인 기운으로 익어요.


  시골에서 짓는 농사란 흙을 가꾸는 일입니다. 흙을 가꿀 때에 밥을 얻습니다. 흙을 살찌우고 살릴 때에 밥이 싱그럽습니다. 흙을 아끼고 사랑할 적에 맛나며 좋은 밥을 누립니다.



.. 전기가 나가고서야 정신이 들었다 ..  (정전)



  매화나무에 꽃이 떨어진 뒤 열매가 익습니다. 처음에는 조그마한 구슬 같던 푸른 알이 날마다 굵어집니다. 매화일이 됩니다. 탱자나무에 꽃이 떨어진 뒤 열매가 익습니다. 탱자꽃이 지고 나서 맺는 탱자알도 구슬 같습니다. 푸른 빛깔이 싱그러운 구슬입니다. 감알도 발갛게 익기 앞서는 푸른 빛깔입니다. 풋감도 동글동글 예쁘장합니다. 고추도 빨갛게 익기 앞서 푸른 고추입니다. 까마중도 까맣게 익기 앞서 푸른 열매예요.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는데, 생각해 보면, 어린이와 어른 사이를 푸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음이 푸르고 몸이 푸르기에 푸름이일 테고, 마음과 몸이 한껏 무르익기 앞서 싱그럽게 빛나기에 푸름이로구나 싶습니다.



.. 주식으로 퇴직금까지 날린 큰아버지가 / 수년 만에 / 고조할아버지 제사에 돌아온 설에 / 아버지들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묏자리 얘기를 꺼낸다 ..  (묏자리)



  이하 님이 일군 시집 《내 속에 숨어 사는 것들》(실천문학사,2012)을 읽습니다. 이하 님은 이녁 마음속에 숨어 사는 여러 가지를 이야기합니다. 꿈을 이야기하고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노래를 이야기하고 춤을 이야기합니다.


  홀로 떠돌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버지와 이녁 사이에 있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조용히 생각에 잠기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도시 한복판에서 맞닥뜨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시란 무엇일까요. 시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요. 시에 담는 넋은 무엇일까요. 시로 나누는 삶은 어떤 무늬가 될까요.



.. 이 도시엔 언제부턴가 커다란 공동묘지가 들어섰다 // 사람들은 아침마다 정장을 차려입은 채 그 회벽으로 걸어 들어갔고 / 저녁이면 죽음의 그림자를 하나씩 메고 나왔다 ..  (0호선)



  바람이 붑니다. 바람은 머리카락을 날립니다. 햇볕이 내리쬡니다. 햇볕은 내 얼굴과 살갗을 태웁니다. 바람은 햇볕에 그을리는 내 얼굴과 살갗을 시원하게 어루만집니다. 햇볕은 이불을 보송보송 말리고, 씨앗과 새눈을 틔웁니다.


  아침부터 신나게 뛰놀던 작은아이가 꾸벅꾸벅 좁니다. 작은아이를 무릎에 앉힙니다. 어느새 눈을 지긋이 감고는 까무룩 잠듭니다. 아이를 살며시 눕힙니다. 오월바람은 작은아이 얼굴을 가볍게 스치면서 마당을 감돕니다.


  큰아이도 졸린 얼굴입니다. 그러나 큰아이는 좀처럼 자리에 누우려 하지 않습니다. 더 버티고 싶을까요. 더 놀고 싶을까요. 큰아이는 졸린데 더 버티면서 놀려 하다가 으레 코피를 쏟습니다. 코피를 쏟으면서도 더 개구지게 뛰놀려 합니다.



.. 회화나무展은 건물 안이 아닌, 바깥도 아닌 / 길의 복판에서 한겨울에만 열린다 / 겨울은 계절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니 / 대부분의 생을 길에서 보낸 사람은 / 티켓 없이도 볼 수 있으리라 ..  (회화나무展, 정동 일기 3)



  시집 《내 속에 숨어 사는 것들》은 이하 님이 이제껏 걸어온 길을 하나하나 보여줍니다. 즐겁게 살던 웃음과 고단히 살던 눈물을 보여줍니다. 애틋하게 누리던 사랑과 안타까이 보낸 하루를 보여줍니다.


  시 한 줄로 말문을 엽니다. 시 한 줄로 어버이 넋을 헤아립니다. 시 한 줄로 가만히 눈을 감으며 생각에 젖습니다. 시 한 줄로 동무와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시가 있어 새롭게 기운을 내는 삶인지 모릅니다. 시가 있어 다시금 눈을 뜨고 기지개를 켜는 삶일 수 있습니다. 시가 있어 오늘도 어제와 같이 활짝 웃으면서 어깨동무하는 삶이라 할 만합니다.



.. 거즈에 물 묻혀 깨어난 아버지에게 건넨다 / 패혈증 올 때까지 어떻게 참으셨어요 / 17년 전 넌 어떻게 참았니 / 가족들 걱정할까 맹장 터져 복막 찢겼던 아들과 / 자식들 애먹을까 복막염도 참다 피가 거꾸로 흐른 아비가 국립의료원 병실에 앉아 할 말을 고른다 ..  (유전)



  해가 질 무렵 제비들이 집으로 돌아옵니다. 암수 제비 두 마리는 서로 엉키듯이 날갯짓을 하고는 처마 밑으로 깃듭니다. 아직 손질을 마치지 않은 조그마한 둥지이지만, 암수 제비 두 마리한테는 더없이 포근한 쉼터이자 삶터입니다. 작은 둥지에서 제비 두 마리가 노래하고, 작은 둥지에서 어린 제비 여러 마리가 태어납니다. 작은 둥지에서 새로운 사랑이 퍼지고, 작은 둥지에서 날마다 웃음이 흐릅니다. 살아가는 기쁨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습니다. 시를 쓰는 즐거움은 늘 우리 둘레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4347.5.3.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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