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지 않는 영혼 - 내면의 자유를 위한 놓아 보내기 연습
마이클 싱어 지음, 이균형 옮김, 성해영 감수 / 라이팅하우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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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삶읽기 162



언제나 아름다운 마음

― 상처받지 않는 영혼

 마이클 A. 싱어 글

 이균형 옮김

 라이팅하우스 펴냄, 2014.5.8.



  내 마음은 언제나 아름답습니다. 왜냐하면, 나 스스로 내 마음이 아름답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마찬가지예요. 내 마음은 언제나 안 아름답습니다. 왜냐하면, 나 스스로 내 마음이 안 아름답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남이 나를 바라보며 ‘너는 참 아름답네’ 하고 말해야 내가 아름답지 않습니다. 남이 나를 바라보며 ‘너는 참 안 아름답네’ 하고 말하더라도 내가 안 아름답지 않아요.


  내 모습은 내가 짓습니다. 내 삶은 내가 짓습니다. 내 길은 내가 짓습니다. 남이 짓는 내 모습이 아닙니다. 남이 짓는 내 삶이 아닙니다. 남이 짓는 내 길이 아닙니다. 스스로 지어서 누리는 모습이고 삶이며 길입니다.



.. 우리는 외부의 에너지를 연구하고 에너지 자원을 매우 중요시하면서 내부의 에너지는 거들떠보지 않는다. 사람들은 한평생 느끼고 행동하지만 무엇이 그런 활동이 일어나게 하는지 모르고 있다 … 당신은 내부에 아름다운 에너지의 원천을 가지고 있다. 열려 있을 때 당신은 그것을 느낀다. 닫혀 있을 때는 그것을 못 느낀다 … 선명하게 지켜보고 있기만 하면 당신은 어디에도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  (75, 80, 131쪽)



  꽃한테 곱다고 자꾸 말을 걸면, 꽃은 한결 곱게 피어납니다. 내 동무와 이웃한테 ‘참 곱네요’ 하고 말을 걸면, 또 마음속으로 ‘참 고우시네요’ 하고 생각을 하면, 내 동무와 이웃은 차츰 고운 빛으로 거듭납니다. 이와 똑같습니다. 스스로 말을 걸면 돼요. 내가 나한테 ‘나는 참 곱구나’ 하고 말을 걸면, 또 마음속으로 ‘나는 얼마나 고운 사람인가’ 하고 생각을 하면, 나는 날마다 차츰 고운 빛으로 거듭납니다.


  지구별한테 말을 걸어 보셔요. 우리 지구별이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가 하고 말을 걸어 보셔요. 하늘을 보며 말을 걸어 보셔요. 별도 달도 해도 구름도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가 하고 말을 걸어 보셔요.


  틀림없이 달라집니다. 내가 거는 말 한 마디가 조그마한 씨앗이 됩니다. 내가 들려주는 말마디가 자그마한 사랑이 됩니다. 내가 읊는 이야기가 작디작으나 어여쁘게 빛납니다.



.. 가슴은 창조의 걸작품 중 하나이다. 그것은 엄청난 악기이다. 그것은 피아노나 현악기나 플루트 등의 아름다운 소리를 훨씬 능가하는 진동과 조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 삶과 씨름하지 않고 삶이 주는 선물을 기꺼이 경험하면 당신은 존재의 가장 깊은 곳까지 건드려질 것이다 … 중심을 잡지 못하면 의식은 그저 무엇이든 주의를 끄는 것에 딸려 간다 ..  (88, 101, 112쪽)



  마이클 A. 싱어 님이 쓴 《상처받지 않는 영혼》(라이팅하우스,2014)을 읽습니다. ‘다치지 않는 넋’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아프지 않는 마음’을 노래하는 책입니다.


  내 넋이 다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내 마음이 아프지 않을 수 있나요? 아무렴. 그렇지요. 스스로 아름답게 생각하고 아름답게 사랑하면 돼요. 스스로 아름다움을 가슴으로 품고 아름다움을 늘 떠올리면 돼요.


  아름다운 넋은 다치지 않습니다. 아름다움은 남을 다치게 하지 않으니, 스스로 다칠 일이 없습니다. 아름다운 마음은 아프지 않습니다. 아름다움은 남을 아프게 하지 않기에, 스스로 아플 일이 없습니다.



.. 마음속에 두려움이 있으면 일상의 일들이 불가피하게 그것을 건드린다 … 삶은 당신을 가장자리로 밀어붙이는 상황들을 일으킨다. 그것은 모두가 당신 속에 걸려 있는 것들을 제거해 주기 위한 것이다 … 그 짓을 왜 하는지를 정말 알고 싶다면 그 짓을 하지 않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면 된다 … 철창은 꼭 철창처럼 생겨야만 하는 게 아니다. 불편에 대한 두려움으로도 철창을 만들 수 있다 ..  (127, 201, 206쪽)



  언뜻 보기에 바보스럽다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말이나 몸짓이나 생각이 바보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들은 왜 바보스러울까요. 처음부터 바보스럽게 태어났기 때문일까요. 둘레에서 자꾸 바보스럽다고 말하기 때문일까요. 스스로 바보스럽네 하고 되뇌기 때문일까요.


  아무래도 바보짓을 하면 바보스럽다는 말이 나옵니다. 바보짓을 할 적마다 따사롭게 타이르는 이웃이 없으니 바보짓에서 못 헤어날는지 모릅니다. 바보짓을 하더라도 둘레에서 너그러이 받아들이면서 다독이면 앞으로는 고운 짓을 할는지 몰라요.


  곰곰이 살펴보면 우스꽝스럽다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말도 몸짓도 생각도 우스꽝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들은 왜 우스꽝스러울까요. 처음부터 우스꽝스럽게 태어났기 때문인가요. 옆에서 으레 우스꽝스럽다고 말하기 때문인가요. 스스로 우스꽝스럽네 하고 읊기 때문인가요.


  어쩌면 자꾸 우스꽝스러운 짓을 하니 우스꽝스럽다는 말이 나올 수 있어요. 우스꽝스러운 짓을 하더라도 포근하게 감싸는 이웃이 없으니 우스꽝스러움에서 못 벗어날는지 모릅니다. 우스꽝스럽더라도 둘레에서 가만가만 보듬으면 앞으로는 예쁜 짓으로 달라질는지 몰라요.



.. 당신이 가지고 있는 좋아함과 싫어함에 대한 고정관념에다 사람들을 끼워 맞추려고 애쓰지 않는다면 인간관계가 아주 수월하다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 신은 심판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말 사실이라면 어떨까? 신은 사랑이라면? 진정한 사랑은 심판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사랑은 대상 속에서 오로지 아름다움밖에 보지 않는다 … 태양을 보라. 태양이 성자는 다른 사람보다 더 밝게 비춰 주는가? 성자는 숨 쉴 공기를 더 많이 받는가? 비가 이웃집 나무에 더 많이 내리는가 ..  (252, 289, 292쪽)



  잘할 수 있고 잘못할 수 있습니다. 한 번 잘할 수 있고 한 번 잘못할 수 있습니다. 잘하기에 훌륭하지 않습니다. 잘못하기에 엉터리이지 않습니다. 잘할 적에 차분하면서 즐겁게 웃으면 되고, 잘못할 적에 곰곰이 되새기면서 빙그레 웃으면 됩니다.


  물잔이나 밥그릇을 아이가 떨어뜨려 깰 수 있어요. 그래, 물잔을 깼구나. 밥그릇을 깼구나. 잘디잔 조각이 방바닥에 흩어졌으니 그 자리에 가만히 있으렴. 깨진 잔은 치우자. 깨진 밥그릇을 치워야겠네.


  아이들은 일부러 떨어뜨려서 깨지 않습니다. 아차 하는 사이에 미끄러집니다. 힘이 모자라 그만 놓칩니다. 게다가 어른도 미끄러뜨리면서 물잔이나 밥그릇을 깨곤 해요. 아이만 물잔이나 밥그릇을 깨지 않습니다.


  올해에 꽃이 많이 피고, 열매가 그득 달릴 수 있습니다. 올해에 드센 비바람이 몰아치면서 꽃이 많이 떨어지고, 열매도 안 익은 채 죄 떨어질 수 있습니다.


  해가 따사롭게 비추는 날이 있습니다. 해가 구름에 가리는 날이 있습니다. 바람이 보드라운 날이 있습니다. 바람이 거센 날이 있습니다.


  어떻게 바라보면 될까요. 내 삶을 어떻게 가꾸면 될까요. 어떻게 마음에 담으면 될까요. 내 길을 어떻게 걸으면 될까요. 어렵게 보면 어렵고, 즐겁게 보면 즐겁습니다. 넉넉하게 보면 넉넉하고, 기쁘게 보면 기쁩니다. 4347.5.1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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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모모, 안녕 아카네 모모네집 이야기 6
마쓰타니 미요코 지음, 이세 히데코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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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읽는 삶 52


 

네 노래를 내 마음에 담아

― 안녕 모모, 안녕 아카네

 마쓰타니 미요코 글

 이세 히데코 그림

 양철북 펴냄, 2005.3.25.



  저녁에 개구리가 얼마나 대단하게 노래하는지 모릅니다. 오월이 무르익어 바야흐로 마을마다 논을 갈아엎고 물을 대니, 개구리들이 왁왁거리며 노래잔치입니다. 일찌감치 모를 심은 논이 있고, 모내기를 기다리는 논이 있습니다. 모내기를 앞두니, 무논에서 개구리는 힘차게 노래하면서 저녁을 맞이하고 아침을 누립니다.


  저녁이 되어도 날이 포근합니다. 방문과 마루문을 활짝 열고서 개구리 노랫소리를 듣습니다. 해가 기울면서 경운기 소리라든지 풀깎이 소리는 더 들리지 않습니다.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도 없습니다. 오직 개구리 노랫소리입니다.


  제비는 처마 밑에 깃들어 조용합니다. 낮에 깨어 돌아다니는 멧새와 들새도 모두 잠듭니다. 온통 깜깜해서 별이 돋으면 밤에 깨어 돌아다니는 멧새가 고즈넉하게 노래할 테지요. 밤새 두 가지 노랫소리가 우리 집으로 스며듭니다.



.. 아카네는 양말 탓타를 품에 꼭 안았어요. 얼마나 오랜만인지요. 헤어진 지 벌써 몇 년이 흘렀는지요. 옛날 옛날……이라고는 해도 겨우 몇 년 전이지만, 아무튼 아카네가 태어났을 때 엄마는 아카네한테 양말을 짜 주었어요 … 아카네는 젖먹이 때부터 탓타와 타아타랑 늘 함께 얘기를 나누었어요. 그런데, 겨우겨우 다시 만났는데, 말없이 축 늘어져 있기만 해요 ..  (9, 13쪽)



  어버이가 듣는 노래를 아이가 듣습니다. 아이가 듣는 노래를 어버이가 듣습니다. 어버이가 부르는 노래를 아이가 듣습니다. 아이가 부르는 노래를 어버이가 듣습니다. 어버이는 어릴 적에 이녁 어버이한테서 노래를 물려받습니다. 먼먼 옛날부터 어버이는 아이한테 노래를 물려줍니다. 보금자리를 일구며 부르던 노래가 흐릅니다. 흙을 갈고 풀을 뜯으며 부르던 노래가 흐릅니다. 아이를 안고 어르던 노래가 흐르고, 아이가 자라면서 스스로 부르는 노래가 흐릅니다.


  서로서로 노래를 마음에 담습니다. 서로서로 노래를 가슴으로 품습니다. 서로서로 사랑을 노래에 싣습니다. 서로서로 꿈을 노래에 얹어요.


  아버지와 어머니가 주고받는 말마디는 언제나 노래입니다. 아이들이 놀면서 읊는 말마디는 늘 노래입니다. 부엌에서 밥을 짓는 소리는 맛깔스러운 노래입니다. 샘터에서 물을 긷고 빨래터에서 빨래하는 소리는 싱그러운 노래입니다. 자전거로 들판을 달리는 소리는 신나는 노래입니다.



.. 미국이 남쪽 섬에서 엄청나게 큰 핵실험을 했다는 뉴스가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왔어요. 엄마가 파랗게 질린 얼굴로 말했어요. “전에 없이 엄청난 실험이었나 봐. 지구가 또다시 화상을 입었겠구나. 사람들도 그렇고.” … ‘핵폭탄 반대, 핵무기 반대, 핵실험 반대.’ 수많은 사람들이 반대했어요. 하지만 세상 사람들 대부분은 핵폭탄이 어떤 것인지 잘 몰라요. 심지어 일본사람 중에도 핵폭탄이 보통 폭탄과 달리 얼마나 무서운 무기인지 모르는 사람이 아주 많아요 ..  (28, 29쪽)



  마쓰타니 미요코 님이 쓴 글에 이세 히데코 님이 그림을 담은 어린이책 《안녕 모모, 안녕 아카네》(양철북,2005)를 읽습니다. 여섯 권으로 이루어진 ‘모모네 집 이야기’ 가운데 여섯째 권입니다. 어린 모모가 자라 씩씩한 언니가 되고, 어린 아카네는 귀여운 동생입니다. 모모와 아카네가 어머니하고 지내는 삶을 그리는 책입니다. 모모와 아카네가 아버지하고 헤어진 채 살던 나날을 그리는 책입니다.


  아이는 어머니와 살면서 어떤 마음일까요. 아이는 아버지가 없이 지내면서 어떤 느낌일까요. 아이는 어머니한테서 사랑노래를 물려받으면서 어떤 넋일까요. 아이는 아버지한테서 꿈노래를 물려받지 못하는데, 어떤 숨결로 새 하루를 맞이할까요.



.. “있어. 있는데 지금 우리 아빤 아파. 그래서 먼 곳에 있어.” “흐음. 우리 아빠는 되게 튼튼한데. 우리 아빠 이름은 데츠로야. 너네 아빠 이름은 뭐야?” “으음, 으음…….” 그 순간, 아카네는 자기가 아빠 이름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아빠는 그냥 아빠일 뿐, 이름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보지 않았어요 … “똥한테도 아빠랑 엄마가 있어. 그런데 아카네한테는 아빠가 없어.” 아카네의 뺨에 또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어요 … “그런데 아카네는 하나도 울지 않아요.” “아카네는 지금까지 너무 많이 울어서 눈물이 죄다 말라 버렸어. 하지만 모모는 울고 싶어도 줄곧 꾹꾹 참아 왔거든.” ..  (51, 84, 154쪽)



  이야기책에 나오는 아카네는 양말 한 켤레하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양말 한 켤레는 아카네하고만 속닥속닥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아카네는 기쁜 일과 슬픈 일 모두 양말 한 켤레한테 털어놓고, 양말 한 켤레는 아카네가 힘들거나 망설일 적에 슬기로운 길을 알려줍니다.


  아마 아카네 언니 모모도 모모만 한 나이였을 적에 얘기동무가 있었으리라 생각해요. 아카네와 모모뿐 아니라, 지구별 모든 어린이한테는 속 깊은 얘기동무가 있으리라 생각해요.


  얘기동무는 양말일 수 있고 병뚜껑일 수 있습니다. 얘기동무는 종잇조각일 수 있고 나뭇잎일 수 있습니다. 얘기동무는 구름일 수 있고 무지개일 수 있습니다. 얘기동무는 별님이거나 해님일 수 있습니다.


  작은 들꽃이 얘기동무가 됩니다. 작은 돌멩이가 얘기동무로 지냅니다. 작은 풀벌레가 얘기동무로 찾아옵니다.



.. “마코토, 만날 우리 집에 와서 ‘흐음, 이 집에서는 여자 냄새가 나.’ 하고 말하는 것도 실례야.” “사실인걸 어떡해.” “그치만 우리 집에는 아빠가 없잖아. 사실대로 말하면 슬프단 말야.” “그런가…….” 마코토는 퍼뜩 뭔가를 깨달은 것 같았어요. 그래, 그렇구나 … 여름밀감나무가 가냘픈 소리로 하소연했어요. “이 집 사람들은 나를 여기에 심어 놓은 채 어디론가 가 버렸어. 나는 해마다 열매를 가득가득 맺지만 먹어 주는 사람이 아무더 없어. 너무 무거워. 너무 힘들어.” ..  (121, 140쪽)



  꿈을 꾸며 자라는 아이들은 언제나 노래합니다. 꿈을 꾸며 노는 아이들은 언제나 까르르 웃습니다. 꿈을 꾸며 이야기하는 아이들은 언제나 상냥합니다.


  어른들도 모두 아이였어요. 어른들도 누구나 꿈을 꾸었어요. 어른들도 다 같이 꿈꾸면서 즐겁게 노래했기에 무럭무럭 자랐어요.


  그런데, 어른이 되고부터 노래를 잊거나 잃는다면 어찌 될까요. 어른이 된 뒤에는 노래를 안 부르거나 등돌리면 어찌 될까요.


  어른은 노래가 없이 살 수 있을까요. 어른은 꿈꾸지 않아도 살 만할까요. 어른은 사랑을 속삭이지 않거나 이야기꽃을 피우지 않아도 삶이 재미있을까요.


  아이를 낳은 어른은 노래를 부릅니다. 어릴 적부터 즐겁게 부른 노래를 찬찬히 되새기면서 새롭게 노래를 부릅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노래를 부르다가 어버이 노래를 들으면서 다시금 새롭게 노래를 빚습니다. 어버이는 아이가 부르는 새 노래를 들으면서, 앞으로도 꾸준히 노래를 부르면서 삶을 가꾸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이 사랑을 낳듯, 노래가 노래를 낳습니다. 꿈이 꿈을 낳듯, 이야기가 이야기를 낳습니다.



.. 엄마가 말했어요. “네, 좋아요, 아버님. 어머, 새빨간 꽃이 피어 있네, 산골 마을에서는 온갖 나무의 꽃이 죄다 한꺼번에 피는 것 같아요.” 할머니가 말했어요. “가을이면 단풍이 새빨갛게 물들지. 조용하고 아주 아늑하단다. 좋은 묘지야.” … 아카네가 말했어요. “야옹아, 나중에 저 무덤에 가 봐. 튀김이 있으니까.” 모모도 말했어요. “우리 아빠 무덤에 가끔 놀러 가 줘.” 그러자 고양이가 조그만 입을 벌리고 야옹 하고 울었어요 ..  (163, 166쪽)



  우리 집 일곱 살 아이가 혼자 이를 닦습니다. 일곱 살 아이는 스스로 옷가지를 잘 갤 줄 알고, 동생이 옷을 입을 적에 도와주며 신을 꿸 적에 거들곤 합니다. 일곱 살 아이는 자전거를 달릴 줄 압니다. 일곱 살 아이는 글을 혼자서 읽습니다. 일곱 살 아이는 스스로 종이를 잘라 편지를 써서 띄웁니다. 일곱 살 아이는 노랫말과 노랫가락을 스스로 지어서 부릅니다.


  일곱 살 아이는 무엇을 못 할까요. 아마, 무엇이든 다 하겠지요. 소꿉놀이를 하면서 밥을 짓고, 여느 때에 씩씩하게 설거지를 척척 해냅니다. 넘어졌어도 곧 일어나서 먼지를 탁탁 텁니다. 혼자 머리를 빗고 고무줄로 머리카락을 묶습니다. 밤에 혼자 쉬하러 다녀올 수 있습니다.


  예쁘게 말하고 예쁘게 노래합니다. 예쁘게 웃고 예쁘게 걷습니다. 예쁘게 달리고 예쁘게 잠듭니다. 예쁘게 일어나고 예쁘게 사랑합니다. 4347.5.1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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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빵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2
백희나 글.사진 / 한솔수북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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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89



사랑으로 지은 밥이 맛있다

― 구름빵

 백희나 글·그림

 김향수 빛그림

 한솔수북 펴냄, 2004.10.20.



  어머니가 사랑으로 지은 밥을 먹은 아이들은 훨훨 날면서 놉니다. 거짓말 같나요? 그러면, 손수 밥을 맛나게 지어서 아이와 함께 먹어 보셔요. 아이들이 얼마나 훨훨 날면서 까르르 웃고 노는가를 가만히 지켜봐요.


  아버지가 사랑으로 차린 밥을 먹은 아이들은 가볍게 날갯짓하면서 놉니다. 믿기지 않나요? 그러면, 몸소 밥을 맛나게 차려서 아이와 함께 먹어 보셔요. 아이들이 얼마나 조잘조잘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신나게 뛰노는가를 물끄러미 바라봐요.




.. “어, 이게 뭐지?” 작은 구름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었어요 ..  (9쪽)



  과자 한 봉지로도 아이들은 훨훨 납니다. 빵 한 조각으로도 아이들은 가붓하게 납니다. 다만, 어머니와 아버지가 따사롭게 사랑을 담아서 건네는 과자와 빵일 때에 즐겁게 날아다녀요. 사랑을 담지 않고 툭툭 던지는 과자와 빵으로는 아무도 날지 못해요. 사랑을 싣지 않고 내미는 맛난 밥이나 대단한 밥상으로는 아이들이 홀가분하게 놀이빛을 뽐내지 못해요.


  그러나, 아이들은 어떤 밥이라 하더라도 사랑이 깃든다고 느껴요. 아이들은 어떤 과자와 빵이라 하더라도 사랑이 감돈다고 여겨요. 사랑을 받아먹는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에요. 사랑을 누린다고 받아들이는 아이들이에요.


  아이들은 스스로 사랑을 짓습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사랑을 길어올립니다. 어버이가 미처 사랑을 헤아리지 않았더라도, 아이들은 빙그레 웃으면서 한 마디 합니다. “괜찮아요.” 한 마디를 보탭니다. “좋아요.” 한 마디를 마저 붙입니다. “사랑해요.”




.. “아빠는 무척 배고프실 거야.” 동생이 말했어요. “우리, 아빠한테 빵을 갖다 드리자.” ..  (18쪽)



  백희나 님이 글과 그림을 짓고, 김향수 님이 빛그림으로 담은 《구름빵》(한솔수북,2004)을 읽습니다. 그림책 《구름빵》은 어느새 영화로도 나옵니다. 작은 이야기 하나를 바탕으로 새 이야기가 가지를 칩니다. 조그마한 이야기 하나를 씨앗으로 온갖 노래가 흐릅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어머니는 아이들을 따사롭게 바라봅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들은 서로를 따사롭게 아낍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들은 즐겁게 밥(빵)을 먹고, 즐겁게 밥(빵)을 나눌 줄 압니다.


  혼자만 즐기지 않아요. 혼자만 누리지 않아요. 같이 즐기려 해요. 같이 누리려 해요. 서로 나누려 하고, 함께 북돋우려 합니다.




.. “하늘을 날아다녀서 그럴 거야. 우리, 구름빵 하나씩 더 먹을까?” 동생과 나는 구름빵을 또 먹었어요. 구름을 바라보며 먹는 구름빵은 정말 맛있었습니다 ..  (32쪽)



  사랑으로 지은 밥이 맛있습니다. 손꼽히는 요리사가 지어야 맛있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마스터셰프’가 선보이는 밥을 먹어야 맛있지 않아요. 어머니 손맛이 사랑스러운 손맛이에요. 아버지 손맛이 따스한 손맛입니다. 할머니 손맛이 고소한 손맛입니다. 할아버지 손맛이 아름다운 손맛입니다. 언니 손맛이 재미난 손맛입니다. 오빠 손맛이 즐거운 손맛입니다. 동생 손맛이 아기자기한 손맛입니다.


  함께 먹는 밥입니다. 함께 지내는 보금자리입니다. 함께 가꾸는 하루입니다. 함께 주고받는 이야기요 노래입니다. 4347.5.1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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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 - 일상을 깨우는 바로 그 순간의 기록들
조던 매터 지음, 이선혜.김은주 옮김 / 시공아트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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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 읽는 사진책 172



삶은 언제나 재미난 춤사위

―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

 조던 매터 사진

 이선혜, 김은주 옮김

 시공아트 펴냄, 2013.4.15.



  우리 삶은 언제나 춤입니다. 우리 삶은 누구나 춤입니다. 언제나 춤사위처럼 움직이는 삶이고, 누구나 춤사위처럼 홀가분하게 노래하는 삶입니다. 직업이 춤꾼이어야 춤을 추지 않습니다. 대단한 스승한테서 배워야 춤을 잘 추지 않습니다. 인간문화재가 되어야 춤을 출 만하지 않습니다. 예부터 고이 물려받으면서 이은 춤사위란 여느 마을 여느 집 여느 사람이 누리던 춤입니다.


  즐겁기에 어깨춤을 춥니다. 즐거우니 발짓으로 춤을 춥니다. 빙그레 짓는 웃음이 바로 웃음춤입니다. 노래를 부르면서 몸이 가볍게 움직입니다. 노래춤이에요.


  글을 쓰는 사람은 춤을 추듯이 글을 써요. 글춤이라 할까요. 이와 같이, 그림춤과 사진춤이 있습니다. 이야기춤이 있으며, 빨래춤과 밥춤과 청소춤이 있을 테지요.


  조던 매터 님은 ‘전문 춤꾼’을 한 사람씩 만나면서 ‘여느 삶’에서 아름다운 춤으로 피어나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서 보여줍니다. 다만, 춤옷을 입지 않습니다. 삶옷, 그러니까 여느 자리에서 수수하고 입는 옷차림으로 여느 자리에서 즐겁게 추는 춤사위를 사진으로 담아서 보여줘요.


  조던 매터 님은 처음에는 ‘뉴욕에서만’ 사진을 찍었다고 합니다. 아마 뉴욕에서만 찍은 사진들은 무척 놀랍거나 재미있었으리라 생각해요. 그러나 뉴욕에서만 찍은 사진으로는 ‘우리 삶’을 보여주기에 넉넉하지 못해요. 뉴욕에도 사람이 많고, 이야기가 많으며, 사랑과 노래가 흐릅니다. 뉴욕에서 찍은 사진으로만 사진책을 엮지 못하란 법은 없어요. 뉴욕에도 온갖 사람이 골고루 살아가니, 뉴욕에서 만난 온갖 사람을 보여줄 만합니다. 뉴욕에서도 텃밭을 찾을 수 있을 테고, 뉴욕에서도 큰 집과 작은 집을 찾을 수 있을 테며, 뉴욕에서도 아기 낳은 어머니나 아버지를 찾을 수 있어요.






  한국말로는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시공아트,2013)으로 나온 사진책을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조던 매터 님이 뉴욕을 벗어나 드넓은 숲과 들과 바다와 물줄기를 마주하면서 담은 사진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생각합니다. 뉴욕에서 바라본 삶은 뉴욕이 우주가 됩니다. 뉴욕을 벗어나서 바라본 삶은 지구별을 우주로 삼습니다. 그리고, 우주 가운데에 있는 지구별을 보여주고, 지구별에서 저마다 아기자기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여줍니다.


  “나는 아이와 노는 동안, 내 아들의 눈에 투영된 세상을 보여주는 사진 작품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8쪽).”와 같은 마음이면 됩니다. 사진책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에는 춤꾼들이 춤을 추는 멋진 빛이 흐르는데, 굳이 춤꾼을 찍지 않아도 돼요.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다가 찰칵 하고 한 장 담아 보셔요. 아이들 몸짓은 언제나 춤짓입니다. 아이들 목소리는 언제나 노래입니다. 아이들 얼굴은 언제나 웃음입니다. 아이들 말은 언제나 이야기입니다.


  우리 어른들은 어떠한가요. 우리 어른도 몸짓이 언제나 춤짓으로 이어지는가요. 우리 어른도 목소리가 언제나 노래로 흐르는가요. 우리 어른도 얼굴은 언제나 웃음이면서, 말이 언제나 이야기처럼 곱게 퍼지는가요.


  춤꾼을 찍은 사진이기에 춤사위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춤꾼도 사람입니다. 밥을 먹고 잠을 자며 사랑을 속삭여요. 아이를 낳고 아이와 어울리며 나들이를 다닙니다. 춤꾼이 보여주는 새삼스럽고 남다른 춤사위가 있다면, 춤꾼이 아닌 우리들은 우리 삶에서 어떤 춤사위로 스스로 즐겁게 웃거나 노래할까요.


  “경험이 부족했던 나는 촬영 당시에 이러한 상황에서 점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이해하지 못했다(223쪽).” 하고 조던 매터 님은 말합니다만, 춤꾼은 어려운 몸짓을 스스로 해내면서 즐겁습니다. 어버이는 아기 똥기저귀를 치우고 아기를 살살 달래며 자장노래 불러서 재우면서 즐겁습니다. 젖떼기밥을 끓여서 먹이면서 즐거운 어버이입니다. 아이가 아프면 밤잠을 잊으면서 아이를 돌보지요. 춤꾼이 대단한 춤사위를 선보이려고 여러 시간 수없이 뛰고 다시 뛰듯이, 여느 보금자리에서 여느 어버이는 하루이고 이틀이고 사흘이고 밤을 새면서 아이를 돌봅니다. 아이뿐 아니라 늙은 어버이도 돌보지요.






  밥을 짓는 손길이 곧 춤사위입니다. 천을 물로 적셔서 이마에 얹는 손길이 곧 춤사위입니다. 빨래를 해서 너는 손길이 곧 춤사위입니다. 아이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면서 살포시 안는 손길이 곧 춤사위입니다.


  “나는 묘비 위에 축 늘어져 있는 클로에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동안 창조적인 작업 과정이 주는 짜릿한 기분을 느꼈다. 사진은 나를 보호해 주는 담요와도 같다. 그날 밤, 나는 호텔 방으로 돌아와서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은 채 홀로 이 작품을 바라보다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체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을 흘렸다(238쪽).”와 같은 마음이기에 사진 한 장 즐겁게 빚습니다. 조던 매터 님은 “셔터를 계속 누르는 연속 촬영에 의존하기보다는 각각의 점프마다 단 한 컷의 사진만 촬영한다. 내게는 원하는 작품을 운 좋게 얻는 것보다 결정적인 순간을 예측하는 것이 더 쉽게 느껴진다(251쪽).” 하고도 이야기합니다. 사진을 찍으려고 찍는 사진이 아닙니다. 삶을 노래하려고 찍는 사진입니다. 사진으로 밥을 먹으려고 찍는 사진이 아닙니다. 사진으로 삶을 사랑하려고 찍는 사진입니다.


  더 멋진 모습을 찍어야 하지 않아요. 즐겁게 나눌 사진을 찍으면 됩니다. 더 빼어난 모습을 안 놓치도록 찍어야 하지 않아요. 서로 빙그레 웃으면서 오순도순 이야기꽃 피울 사진을 찍으면 됩니다.


  맛있게 먹으면서 웃음꽃 피어나는 밥을 차리면 돼요. 요리대회에 1등으로 뽑힐 밥을 차리지 않습니다. 사랑을 속삭이는 글을 써서 띄우는 편지예요. 신춘문예라든지 문학상을 거머쥐도록 쓰는 글이나 편지가 아닙니다.


  그나저나, 조던 매터 님이 빚은 사진책은 미국에서 《Dancers Among Us: A Celebration of Joy in the Everyday》(2012)라는 이름으로 나왔습니다. 한국말로 나온 이름처럼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춤을’입니다. ‘날마다 즐거운 잔치’를 보여주는 사진입니다. ‘삶은 언제나 잔치’라고 노래하는 사진이에요. 날마다 잔치를 누리는 즐거움으로 춤추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진입니다.


  “무용수들은 때로는 커다란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스스로의 한계에 도전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252쪽).” 하고 이야기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한계에 도전하는 멋을 말하려고? 아니지요. 춤꾼 가운데 위험을 무릅쓰면서 춤을 춘 사람은 없다고 느껴요. 벼랑에서 춤을 추더라도 위험을 무릅쓴 춤이라고는 느끼지 않아요. 춤꾼은 벼랑에 섰어도 벼랑이라고 느끼지 않았으리라 생각해요. 그저 춤이고, 그저 삶이며, 그저 노래요, 그저 사랑이라고 느꼈으리라 생각해요.


  즐거움도 춤이 되고 슬픔도 춤이 됩니다. 기쁨도 아픔도 모두 춤이 됩니다. 잔치굿을 하고 씻김굿을 해요. 모두 굿이에요. 잔치마당이요 굿마당입니다. 언제나 어울림마당입니다.


  웃을 적에도 벗이 되는 사진이면서, 울 적에도 동무가 되는 사진입니다. 가슴 벅찬 기쁨이 솟을 적에도 벗이 되는 사진이요, 가슴 시린 아픔으로 괴로울 적에도 동무가 되는 사진이에요. 4347.5.14.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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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5-14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참 즐겁게 읽었었는데 이렇게 함께살기님의 아름다운 느낌글로
다시 보니~ 더욱 좋네요~
참으로 아름답고 멋진 리뷰,이십니다~*^^*

숲노래 2014-05-15 07:47   좋아요 0 | URL
아아, 고맙습니다.
아름답게 읽어 주시니
아름다운 넋을 마실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코끼리 똥으로 종이를 만든 나라는? - 먼먼 나라 별별 동물 이야기 네버랜드 지식 그림책 1
마르티나 바트슈투버 글 그림, 임정은 옮김 / 시공주니어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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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88



한국은 어떤 나라일까

― 코끼리 똥으로 종이를 만든 나라는?

 마르티나 바트슈투버 글·그림

 임정은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2009.2.25.



  마르티나 바트슈투버 님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코끼리 똥으로 종이를 만든 나라는?》(시공주니어,2009)은 책이름 그대로 코끼리 똥으로 종이를 만든 나라 이야기로 첫머리를 엽니다. 한국에서는 코끼리가 살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동물원이 아니라면 코끼리 똥을 볼 일이 없습니다. 코끼리가 눈 똥으로 어찌 종이를 만드느냐 하고 여길 만하지만, 코끼리는 풀만 먹어요. 풀만 먹기에 코끼리 똥은 섬유질이 가득하고, 이 똥을 잘 다스리면 얼마든지 종이를 얻는다고 합니다.


  우리가 쓰는 종이는 나무에서 얻습니다. 나무와 마찬가지로 풀을 잘 다루면 종이를 얻을 수 있으리라 느낍니다. 예부터 우리 겨레가 입던 옷은 풀에서 실을 얻었어요. 풀에서 실을 얻듯이 풀에서 종이를 얻을 만합니다.


  코끼리가 풀을 먹기에 코끼리 똥으로 종이를 얻는다면, 풀만 먹는 다른 짐승들이 누는 똥으로도 종이를 얻을 만해요. 사람도 풀만 먹는다면 사람이 누는 똥으로도 얼마든지 종이를 얻을 수 있을 테고요. 더 살핀다면, 코끼리이든 사람이든 아름답고 푸른 밥을 먹을 적에는 똥과 오줌은 쓰레기나 찌꺼기가 아니라 지구별을 살리고 삶을 살찌울 수 있는 밑바탕이 됩니다.



.. 프랑스에서는 사냥철이 되면 야생 돼지가 헤엄을 쳐. 믿을 수 없다고? 진짜야. 돼지가 수영을 한다니까! 야생 돼지는 사냥을 피해서 론 강을 건너 스위스까지 가. 정확하게 말하면 스위스의 제네바까지 가지. 제네바는 30년 전부터 사냥이 금지된 도시거든. 더 놀라운 사실은, 프랑스의 사냥철이 끝나면 돼지들이 다시 헤엄을 쳐서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거야 ..  (11쪽)






  프랑스에서 헤엄을 쳐서 스위스로 건너간다는 돼지 이야기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돼지는 한동안 고향을 떠나 다른 곳에서 지내야 합니다. 그나마 프랑스 돼지는 냇물을 따라 헤엄을 쳐서 사냥꾼 총질에서 벗어날 만합니다. 이와 달리 한국에서 살던 수많은 들짐승과 멧짐승은 사냥꾼 총질에서 벗어날 데가 없었습니다. 막개발과 자동차와 골프장과 공장 물결에서 벗어날 수 없었어요. 한국에서는 거의 모든 들짐승과 숲짐승과 멧짐승이 사라졌습니다. 한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스스로 이 땅에서 함께 살아온 수많은 이웃을 죽이거나 없앴습니다. 게다가, 우리들은 짐승뿐 아니라 풀과 나무를 밀어서 없앱니다. 우리들은 짐승과 푸나무뿐 아니라 이웃에 있는 사람들까지 들볶거나 밟고 올라서려 해요.



.. 코알라가 즐겨 먹는 유칼립투스 잎은 물을 대신하기도 해. 코알라는 물을 따로 안 마시거든 ..  (19쪽)



  한국은 어떤 나라일까요? 한국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어떤 목숨일까요? 한국은 어떤 삶터가 될까요? 한국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누구를 이웃으로 삼고, 누구와 동무로 지내는가요?


  풀을 뜯어서 먹는 짐승은 따로 물을 안 마셔도 됩니다. 왜냐하면, 풀은 물기가 가득하거든요. 물을 따로 마실 적에는 물이 좋기 때문이고, 물에서 얻을 기운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은 무엇을 먹을까요. 우리들은 흙에서 난 어떤 먹을거리를 밥상에 차리는가요. 우리들은 이 땅에서 무엇을 일굴까요. 우리들은 이 나라 이 땅에서 어떤 먹을거리가 자라도록 흙을 돌보거나 비료와 농약을 뿌리는가요.



.. 아이슬란드에서는 세 명 중 한 명 꼴로 말을 길러. 대개는 말을 그냥 놓아 기르는 편이라, 말들이 아주 튼튼해 ..  (42쪽)



  놓아 기르는 말이 튼튼합니다. 우리에 가두는 말은 안 튼튼합니다. 홀가분하게 자라는 아이들이 튼튼합니다. 학교와 학원 사이를 쳇바퀴처럼 돌아야 하는 아이들은 안 튼튼합니다. 즐겁게 뛰놀며 자라던 아이가 어른이 되면 튼튼하게 살아갑니다. 즐겁게 뛰놀지 못한 채 시험공부만 하다가 어른이 되면 하나도 안 튼튼하게 살아갑니다.


  지구별은 어떤 곳일까 헤아려 봅니다. 한국사람은 저마다 어떤 삶을 일굴 때에 즐겁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누구를 이웃으로 삼을 적에 아름다울까 곱씹어 봅니다. 이 땅 아이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지낼 적에 맑게 웃고 노래하면서 하루를 빛낼 만한지 되뇌어 봅니다. 4347.5.13.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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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queSong 2014-05-13 17:55   좋아요 1 | URL
코끼리 똥으로 농이를 난든 아하은?

숲노래 2014-05-14 07:03   좋아요 1 | URL
여럿 있답니다.
한국에서도 코끼리똥 종이를 수입해서
그림책을 만든 출판사도 있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