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새랑 걷는 골목 (2022.8.7.)

― 수원 〈탐조책방〉



  어릴 적에는 “사람들 누구나 놀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새벽부터 밤까지 쉬잖고 일하고 살림하는 어머니를 지켜보며 “어머니는 언제 쉬고 언제 놀아요?” 하고 여쭈면 “에그, 언제 쉬냐고? 죽을 때 쉬겠지! 언제 노냐고? 너나 놀 수 있을 때 잘 놀아라.” 하셨습니다. 스무 살에 열린배움터(대학교)를 그만둘 적에는 “사람들 누구나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왜 책을 읽어야 해?” 하고 묻는 이웃들한테 “종이책만 읽으란 소리가 아니에요. 하늘책·바람책·숲책·풀꽃나무책, 그러니까 마음책·숨결책·사랑책을 읽으란 소리입니다.” 하고 대꾸했어요.


  이오덕 어른이 남긴 글을 갈무리하는 일을 끝내고 인천으로 돌아가서 책마루숲(서재도서관)을 연 2007년에는 “사람들 누구나 걸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부릉이(자동차)를 몰면 수월하고 빠른데 왜 걸어?” 하고 묻는 분한테 “빨리 달리고 싶으면 빨리 죽으면 되겠네요? 왜 아직까지 빨리 안 죽으셔요? 천천히 걸어야 오래오래 삶을 사랑하는 눈길을 스스로 익힙니다.” 하고 대꾸했어요.


  인천을 다시 떠나 전남 고흥 시골에서 살아가며 “숲을 품고 아이를 사랑으로 낳고, 곁님을 마음으로 어깨동무하고, 누구나 노래를 쓸 노릇이다” 하고 생각합니다. 지난날에는 누구나 노래를 쓰고 부르고 짓고 나누었어요. 글도 책도 모르는 모든 흙사람(시골사람·여름지기)은 손수 집밥옷이란 살림을 짓고, 말(사투리)도 손수 짓고, 아이도 손수 다 가르쳤어요. 이러면서 늘 노래를 불렀지요.


  모를 심어도 밭일을 해도 아기를 재워도 길쌈을 해도 베틀을 밟아도 노래입니다. 시집살이노래마저 있을 만큼, 늘 노래였어요. 오늘날 사람들은 노래가 없습니다. ‘대중가요·팝’은 있어도 스스로 노래를 안 짓더군요.


  수원 〈탐조책방〉으로 나들이를 갑니다. 드디어 때가 맞아 ‘새사랑 마을책집’을 온몸으로 누립니다. 수원나루부터 골목집 사이를 천천히 거닐면서 들꽃빛을 물씬 느꼈습니다. 〈탐조책방〉으로 책마실을 가려는 분은 이 길을 걷기를 바라요.


  밝게 노래하는 책을 그득 품고서 고흥으로 돌아가는 길에 생각합니다. 알고 보면, 우두머리(대통령)란 자리는 ‘벼슬아치(공무원)’입니다. 벼슬아치를 갈아치운다고 나라가 바로서지 않습니다. 우리가 저마다 살림꾼인 줄 즐겁게 깨달으면서, 순이돌이가 어깨를 겯고 사랑으로 집살림을 돌볼 줄 알아야 나라가 바로섭니다.


  이제는 벼슬아치를 줄여야지 싶어요. 낛(세금)을 조금만 거둬야지 싶어요. 집안일·집살림을 모르는 사람은 벼슬아치를 시키지 말 노릇이에요. 손빨래를 할 줄 알고 아이를 사랑으로 돌본 사람만 벼슬자리를 받아서 일을 해야 아름나라입니다.


ㅅㄴㄹ


《야생조류 필드 가이드》(박종길, 자연과생태, 2022.3.31.)

《올빼미와 부엉이》(맷 슈얼/최은영 옮김, 클, 2019.4.22.)

《자연 수업》(페터 볼레벤/고기탁 옮김, 해리북스, 2020.10.3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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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한복판 (2022.9.27.)

― 인천 〈그루터기〉



  한낮에 흘린 땀을 아침저녁 서늘한 가을바람이 부드러이 씻어주는구나 싶은 나날입니다. 한가을은 ‘떠나가’거나 ‘돌아가’는 한복판입니다. 가을이란 ‘가는’ 철입니다. 이제 흙으로 가고, 제비랑 꾀꼬리가 바다를 건너 따뜻한 고장으로 가고, 풀벌레가 노래를 마치고서 흙으로 가서 쉬는 철입니다. 찬바람으로 가면서 꿈나라로 가려는 숲짐승이며 헤엄이가 많은 철이에요.


  돌아가려고 떠납니다. 덧없으니 씨앗으로 새로 태어납니다. 사라지기에 문득 싹이 트면서 환하게 빛납니다. 헤어지기에 만나고, 등돌리는 사람이 있기에 손을 맞잡는 동무를 사귀고, 눈물을 함박만큼 쏟으니 활짝 웃음지을 하루를 짓습니다.


  봄여름가을겨울 네 철 가운데 어느 철이 좋거나 나쁘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다 다르게 빛나는 철입니다. 겹겹 품는 겨울이요, 새롭게 보는 철이요, 하늘이 활짝 열리는 철입니다.


  서두를 일이 없고, 바빠야 할 일이 없습니다. 아기는 서둘러 말길을 트거나 일어서서 달려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는 서둘러 글을 읽어내거나 더 높이 배움터를 다녀야 하지 않습니다. 새는 더 빨리 노래해야 하나요? 바람은 더 빨리 불어야 하나요? 해는 더 빨리 뜨고 져야 할까요?


  서둘러 읽어야 할 책이 없고, 여태 몰랐다고 해서 우리 스스로 어리석지 않습니다. 이제부터 맞이해서 누리고 사랑하고 즐기려는 책입니다. 여태 몰랐으니 스스럼없이 웃으면서 배우고 눈물로 지난날을 뉘우치기도 하고 고개숙이기도 합니다.


  고흥을 떠난 시외버스를 안산에서 내립니다. 수인선 전철로 느긋이 인천으로 건너옵니다. 인천시청 앞을 해바라기를 하며 걷습니다. 그림책집 〈그루터기〉로 찾아갑니다. 하늘을 찌를듯이 솟은 잿빛마을(아파트단지)에 찾아갈 일이 없으나, 바로 이 잿빛마을에 숲빛노래를 씨앗 한 톨로 심으려는 이웃님이 있습니다.


  어쩌면 책집은 서울(도시) 한복판이 어울려요. 풀꽃나무를 밀어내거나 짓밟은 서울이니, 이곳에서 숲빛을 헤아리며 아이들을 사랑으로 돌보는 어른으로 살아갈 밑힘이나 슬기를 그림책이며 어린이책이며 만화책으로 되새길 만해요. 시골에서도 종이책은 아름다운데, 이보다는 풀꽃나무를 고스란히 마음책으로 삼으면 넉넉합니다.


  우람한 나무이던 나날에도, 줄기를 내주어 둥치로 남은 나날에도, 언제나 푸른자리를 이루는 든든한 밑동이 그루터기라고 느낍니다. 이 낱말을 새삼스레 돌아보면서, 그림책을 나누는 마음을 헤아리는 자리란 우리한테 어떤 숨빛일까 하고 생각하니, 그림책집 〈그루터기〉가 걸어가는 길이 환하게 보입니다.


ㅅㄴㄹ


《수짱과 고양이》(사노 요코/황진희 옮김, 길벗어린이, 2022.9.25.)

《가을의 스웨터》(이시이 무쓰미 글·후카와 아이코 그림/김숙 옮김, 주니어김영사, 2020.9.1.첫/2021.9.2.2벌)

《호텐스와 그림자》(나탈리아·로렌 오헤라/고정아 옮김, 다산기획, 2018.12.20.)

《미카의 왼손》(나카가와 히로노리/김보나 옮김, 북뱅크, 2022.8.1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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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2021.12.24.)

― 순천 〈도그책방〉



  가을이 깊어갈수록 새로 돋는 풀이 줄어듭니다. 겨울바람이 매섭게 불면 바야흐로 모든 들풀이 고개를 꺾으면서 시듭니다. 아직 여린 풀잎이 있다고 여겨 흙으로 돌아가지 않은 풀벌레나 잎벌레는 매서운 겨울바람이 그만 꽁꽁 얼어붙습니다.


  겨울은 풀벌레노래가 잠드는 철입니다. 그렇지만 겨울철새가 찾아오고, 겨울텃새가 나란히 노래합니다. 시골이 아닌 큰고장(도시)에서 살아가기에, 더구나 큰고장에서도 잿빛집(아파트)에서 살아가기에, 게다가 아직 부릉이(자동차)를 건사하기도 하기에, 도무지 풀벌레노래를 못 듣는 하루라고 말하는 이웃님이 있습니다. 저는 이 이웃님한테 “풀벌레노래는 풀밭에서도 듣지만, 어디에서도 듣는걸요. 마음이 없으면 풀밭뿐 아니라 숲에서도 풀노래를 못 듣고, 마음이 있으면 서울 한복판 파란지붕집(청와대)에서도 듣게 마련입니다.” 하고 속삭입니다.


  바다 건너 이웃나라는 12월에도 따뜻하니 그곳에서 울려퍼지는 풀노래가 있어요. 날마다 밤이면 먼먼 이웃별 숨결이 빛살을 타고서 우리 별로 찾아듭니다. 겨울하늘을 가득 덮은 구름은 드넓은 바다에서 피어난 아지랑이가 모여서 이뤄요. 구름이 바람을 타고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어느 바다 물결노래일까?” 하고 그립니다.


  그림책을 펴며 풀노래를 듣기도 합니다. 풀빛을 옮긴 그림책에서는 푸른노래를, 하늘빛을 옮긴 그림책에서는 파란노래를, 열매빛을 옮긴 그림책에서는 붉은노래를 들을 만합니다.


  아이들 옷을 장만하러 순천마실을 하면서 〈도그책방〉에 들릅니다. 어느덧 다섯돌을 맞이한다고 합니다. 마을책집이자 그림책집으로 걸어온 다섯 해를 기리며 “한걸음은 하늘처럼, 두걸음은 둘이 함께, 석걸음은 서로 해바라기, 넉걸음은 넉넉히 함박눈, 닷걸음은 다시 하나라는 마음.” 같은 닷줄글(오행시)을 적어 봅니다.


  돌잔치는 ‘나이먹기’를 기리지 않습니다. ‘철들기’를 기리는 하루이자 한 해예요. 첫돌은 처음 내딛는 걸음을, 두돌은 두근거리듯 나선 걸음을, 석돌은 서로 돌아보는 마음인 걸음을, 넉돌은 너그러이 빛나는 걸음을, 닷돌은 다같이 어깨동무하는 눈빛을 기릴 만한 나날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섯돌이며 일곱돌에는 어떤 걸음을 기릴 만할까요? 온누리 마을책집이 저마다 다르게 걸음마를 떼고, 철빛을 머금고, 책넋을 마십니다. 책집지기도 책손도 새삼스레 살림길을 다스리면서 천천히 아름답게 달라질 푸른별로 나아가도록 꿈을 그립니다. 꿈꾸는 겨울은 포근하게 품고, 깨어나는 봄은 환하게 트고, 빛나는 여름은 활짝 노래하고, 무르익는 가을은 곱게 여밉니다.


《안녕, 겨울》(케나드 박/서남희 옮김, 국민서관, 2017.11.30.)

《세상의 많고 많은 빨강》(로라 바카로 시거/김은영 옮김, 다산기획, 2021.11.15.)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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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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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깃든 (2021.4.25.)

― 진주 〈동훈서점〉



  공주하고 대전을 들러 포항에서 머물다가 구미로 건너가서 진주로 옵니다. 나흘밤을 바깥에서 보냈습니다. 오늘은 고흥으로 돌아가야지요. 여러 고장을 잇달아 돌면 길삯을 조금 줄일는지 모르나 등짐에 책이 쌓입니다. 책집을 찾아 나그네처럼 다니니 큰고장에 깃듭니다. 우리 시골집 봄꽃은 얼마나 흐드러졌을까 궁금하고, 숲빛을 품은 별빛이 그립습니다.


  고흥에서는 어디로 가든 길이 멀 뿐 아니라, 바로가는 길이 드뭅니다. 순천이나 광주를 거치든, 서울을 찍고 가든, 돌고돌기는 매한가지라고 새삼스레 느낍니다. 이다음에는 조금만 돌아다녀야겠어요. 이틀이나 사흘을 밖에서 묵으면 먼저 고흥으로 돌아가서 숲바람하고 햇볕을 쬐고 샘물을 마시며 몸마음을 달래야겠어요.


  아무튼 진주 〈동훈서점〉에 와서 다리를 쉬고 숨을 돌립니다. 골마루를 거닐면서 눈길을 추스르고, 책시렁을 쓰다듬으면서 손길을 다독입니다. 무슨 일이건 미룰 까닭이 없되 서둘러 끝낼 수 없습니다. 여름을 앞두고 마치거나 겨울을 앞두고 마무리를 보아야 하지 않습니다. 철이 다 다르게 흐르는 하루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느긋하게 일하지 않는다면 언제나 삐걱거리거나 힘들거나 다칩니다.


  어깨힘을 빼야 일을 풀어냅니다. 어깨힘이 없어야 글을 풀어요. 멋은 오래가지 않아요. 사랑으로 가꾸는 살림이 오래갑니다. 그동안 책집마실을 하며 책시렁 곁에서 스칠 적마다 눈에 들어온 김남주 글모음을 새삼스레 만지작하면서 몇 꼭지를 되읽습니다. 두고두고 손자국이 남은 옛책을 들여다보다가, 어느덧 새책집에서는 사라진 헌책을 바라보다가, 갓 나와 널리 읽히는 책을 힐끗 봅니다.


  어느 책을 품고서 돌아갈까 하고 살피는데, 갓 나와 널리 읽히는 책에는 마음이 안 갑니다. ‘갓 나와 널리 읽히는 책’이 참말로 읽힐 만하다면, 앞으로 서른 해 뒤에도 사람들이 읽어 주겠지요. 서른 해나 쉰 해 뒤에도 오늘날 날개책(베스트셀러)이 날개책이려나 하고 어림하면 어느 책도 날개책조차 아니고, 다 버림받을 텐데 싶어요. “그러면 네가 남기는 글은 서른 해나 쉰 해 뒤에 너부터 네 마음을 울리는 글로 이어갈 수 있니?” 하는 소리를 마음으로 듣습니다. 오늘 제가 손에 쥐는 책을 서른 해나 쉰 해 뒤에 태어나서 자랄 아이들 손에 이어줄 만할까 잘 모르겠습니다. 세로쓰기라서, 한자말이 많아서, 한자를 대놓고 적어서, 또 영어를 마구 섞어써서, 옮김말씨(번역체)가 가득해서, 이래저래 앞으로는 못 읽힐 책이 수두룩하겠다고 느껴요. 알고 보면, 북적북적 어울리는 듯해 보이는 사람들도 늘 혼자입니다. 누구나 처음부터 스스로 살아갑니다. 책도 늘 스스로 살아숨쉽니다.


ㅅㄴㄹ


《그리고 한마디 말도 없었네》(H.뵐/김창활 옮김, 삼중당, 1984.9.15.)

《Ich lerne Deutsch 2》(이시진, 실학사, 1968.1.)

《현대의 神》(N.쿠치키 엮음/진철승 옮김, 범우사, 1987.9.15.)

《빛을 남긴 韓國의 女人像, 永遠한 삶을 찾아 : 金一葉》(한운사, 명서원, 1976.11.5.)

《빨치산》(이영식, 행림출판,1988.8.20.)

《三賢 19집》(편집부, 삼현여자고등학교, 1992.2.13.)

《朴正熙大統領演說文選集, 平和統一の大道》(박정희, 대통령비서실, 1976.3.1.)

《國民讀本》(박관수 엮음, 공산권문제연구소, 1973.7.20.)

《거울 속의 거울》(미하엘 엔데/신동백 옮김, 기린원, 1990.7.10.)

《히로시마 노트》(오에 겐자부로/김춘미 옮김, 고려원, 1995.8.20.)

《기도하는 나무》(김수복, 종로서적, 1989.3.28.)

《鄭道傳 思想의 硏究》(한영우, 한국문화연구소, 1973.11.30.)

《열일곱 살의 쿠테타》(송정연, 황기성사단, 1991.1.10.)

《대변혁》(앨빈 토플러/안정효 옮김, 고려원, 1984.4.15.)

《백팔번뇌》(松濤弘道/현대훈 옮김, 일월서각, 1979.5.1.)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이 글은 2021년 4월 이야기입니다.

2022년 10월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갈무리합니다.

이 글에 붙이는 사진은 2021년 4월 모습이기에

2022년 10월에는 새터에서 사뭇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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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음돌이 (2021.12.6.)

― 대전 〈이데·월간 토마토〉



  어느 날 문득 둘레를 보니, 돌이는 집에서는 밥을 안 하기 일쑤요, 바깥에서는 밥을 도맡아 짓더군요. ‘집에서 밥짓는 돌이’는 드물고, ‘밥집에서 요리사나 셰프란 이름으로 밥짓는 돌이’가 넘쳐요. 아리송했어요. 다들 입으로는 “집밥이 맛있다”고 하면서, 정작 순이 가운데 ‘요리사·셰프’는 적고, 순이가 이런 이름을 받기는 까다롭거나 버거워 보여요. 이와 달리 집밖에서 이름을 드날리는 밥돌이는 많되, 막상 집살림을 맡는 살림돌이는 드무니까요.


  밥짓기는 예부터 가시버시가 함께하던 살림입니다. 한쪽이 도맡는 일이 아닙니다. 옷짓기하고 집짓기도 가시버시가 함께하던 살림이에요. 이제 숱한 돌이는 밥짓기뿐 아니라 살림돌이란 자리를 버렸는데, ‘집을 버리고 바깥에서 이름을 얻거나 돈을 벌거나 힘을 누리려 하면서 온나라가 망가지는구나’ 싶습니다. 우리는 바깥살이(사회생활)를 잘 해내야 할 사람이 아닌, 집살림을 슬기롭게 맡으면서 어질게 다스려야 할 사람이지 않을까요?


  집을 떠나 바깥에서 엉뚱한 데에다가 넋을 팔면서 그만 집살림하고 밥짓기를 잊었구나 싶어요. 순이는 돌이한테 집살림하고 밥짓기를 시켜서, 돌이가 스스로 잊거나 잃은 살림빛을 키워 줄 노릇이라고 생각해요. 돌이는 순이한테서 고분고분 말을 듣고서 집안일을 함께 돌보고 집살림을 같이 가꾸는 길을 가야, 서로 사랑으로 피어나는 보금자리를 일구리라 생각합니다.


  대전에서 마을책(지역잡지)을 내는 ‘월간 토마토’가 있고, 이곳에서 꾸리는 책쉼터이자 마을책집이라 할 〈이데〉가 있습니다. 앞서 〈다다르다〉하고 〈중도서점〉을 들르면서 책짐이 가득합니다. ‘월간 토마토’ 일꾼을 만나서 가벼이 수다꽃을 즐기면서, 이 포근한 쉼터를 품은 대전이라는 고을을 헤아려 봅니다.


  책 곁에 가만히 깃들어 마음에 씨앗 한 톨을 심는 꿈이 있으니, 이 꿈이 마을마다 새록새록 자라납니다. 천천히 온누리를 푸르게 가꾸는 밑빛으로 퍼지는 마음이 새록새록 깨어납니다.


  마음을 틔우는 사람은 늘 노래를 들어요. 한겨울에는 풀벌레노래가 없어도 텃새노래가 있고, 바람노래가 있습니다. 더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열면 햇살이 퍼지는 소리를 느낄 테고, 별빛이 내려앉는 소리를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생각이 한뼘 자라는 사람들이 새롭게 책빛을 일구기를 바랍니다. 이제는 사랑을 포근하게 나누는 사람들이 마을빛을 싱그러이 보듬기를 바랍니다. 지음돌이하고 지음순이가 어깨동무하면서 활짝 웃고 노래할 지음길을 그립니다.


ㅅㄴㄹ


《이제라도 깨달아서 다행이야》(이승미, 월간 토마토, 2021.4.26.)

《월간 토마토 173》(이용원 엮음, 월간 토마토, 2021.12.1.)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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