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말씨앗 (2022.7.26.)

― 인천 〈아벨서점〉



  모든 말은 삶에서 태어나요. 모든 삶은 살림살이(자급자족)에서 태어나고요. 모든 살람은 숲(자연)에서 태어나는데, 모든 숲은 작은씨앗 한 톨에서 태어납니다. 모든 작은씨앗은 사랑으로 태어납니다. 모든 사랑은 꿈으로 태어납니다. 모든 꿈은 마음에서 태어나고, 모든 마음은 생각으로 태어납니다. 모든 생각은 우리 스스로 ‘참다운 나’라는 별빛을 품는 넋에서 태어나는데, 모든 넋은 다 다른 나이면서 너예요. 모든 다 다른 나하고 너는 새롭게 삶을 지으려고 터뜨리는 첫말로 태어납니다.


  ‘숲’에 있으면, 숲이 살림터이자 배움터이면서 사랑터로 나아갈 만합니다. 《아나스타시아》(블라지미르 메그레 글/한병석 옮김) 열 자락을 천천히 읽어 되읽어 본다면 누구나 스스로 알아차리실 만하지요. 숲에서 살림을 가꾼다면 숲빛을 읽으면서 스스로 푸르면 즐거워요. 서울(도시)에서 살림을 일군다면 숲빛을 노래하는 책을 곁에 두면서 하늘빛을 늘 새록새록 가슴으로 안으면 파란노을로 밝고요.


  인천 배다리에 깃들면서 〈아벨서점〉에 들릅니다. 오늘은 책을 조금만 돌아보자고 생각하지만, 하나를 쥐면 둘이 보이고, 셋이 뜨이며 넷을 품습니다. “그래, 시골집에서 두고두고 읽을 책이라고 여기자.” 하고 생각합니다.


  바깥(사회)에서 보는 대로라면 아이들은 20살부터 ‘밖(사회)’으로 나아가야겠지만, 보금자리에서 사랑을 짓는 눈길로 바라본다면, 아이들은 “늘 보금자리라는 아늑한 터전(사회)”에 즐겁게 있어요. 굳이 “돈을 벌거나 부딪혀야 하는 어른나라(기성세대 중심 질서)”로 나아가야 하지 않아요. 어른나라에서 말하는 ‘청소년 복지나 정책’은 모두 책상물림 벼슬꾼(공무원)이 돈 쓰는 틀(예산 소모)에서 맴도는데, 제도권학교를 다녀야만 이 부스러기 울타리를 받더군요.


  모든 어린이하고 푸름이는 스스로 천천히 슬기로이 풀어나갑니다. 스스로 천천히 삶·살림을 풀어나가며 어른으로 자라기에 스스로 천천히 말꽃을 터뜨려요. 삶·살림을 둘러싼 말을 스스로 짓습니다.


  배움터를 오래 다닐수록 말짓기를 못 하더군요. 배움터를 안 다니고서 삶이며 살림을 손수 짓는 사람은 말짓기를 스스로 하고요. 배움터를 오래 다니기에 ‘글쓰기 아닌 글꾸미기’를 한다면, 배움터를 기웃거리지 않기에 ‘글쓰기·삶쓰기·살림쓰기’를 ‘사랑쓰기’로 잇는 실마리를 스스로 알아차립니다.


  앞으로도 이 나라 아이들이 배움터를 오래 다녀야 한다면, 우리 말글은 비틀거리거나 무너질 만합니다. 이제는 삶·살림을 사랑이란 숲빛으로 마주할 때입니다.


ㅅㄴㄹ


《북한여성》(이태영, 실천문학사, 1988.3.30.)

《숨쉬는 책, 대표작가 대표작품》(이청준 외, 오상, 1982.9.20.첫/1987.5.2.2벌)

《밤마다 꾸는 신기한 꿈, 꼬마 탕이 배워 나가는 재미있는 한자 이야기》(리자 브레스네르 글·프레데릭 망소 그림/윤정임 옮김, 디자인하우스, 2000.6.25.)

《바람의 사상, 시인 고은의 일기 1973∼1977》(고은, 한길사, 2012.12.10.첫/2017.12.20.4벌)

《남자현》(강윤정, 지식산업사, 2018.12.21.)

《ABE 16 안네》(에른스트 쉬나벨/신동춘 옮김, 학원출판공사, 1984.8.31.)

《거대한 그물》(니콜라이 베르자예프/이경식 옮김, 종로서적, 1981.8.30.)

《靑春을 불사르고》(김일엽, 중앙출판공사, 1994.3.5.개정 초판)

《이 아이들을 어찌할 것인가》(이오덕, 청년사, 1977.5.10.첫/1986.5.30.11벌)

《現代女性敎養講座 5 知性의 薔徵》(배영원 엮음, 계몽사, 1963.8.15.)

《쌩 떽쥐뻬리 選集 4 城砦 下》(쌩 떽쥐뻬리/염기용 옮김, 범우사, 1975.11.25.)

《敎育과 文化的 植民主義》(마틴 카노이/김쾌상 옮김, 한길사, 1980.11.29.)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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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돋이하는 애벌레 (2022.7.19.)

― 연천 〈굼벵책방〉



  책집을 잘 모르는 분이 많으나, 적잖은 사람들은 책집마실을 할 겨를이 드무니 마땅한 노릇입니다. 아이는 아이대로 바쁘고, 어른은 어른대로 바쁘거든요. 아이들은 배움터에서 가르쳐 주지 않으면 스스로 못 나서기 일쑤요, 배움터 길잡이 가운데 푸름이를 이끌고 책숲마실을 누리는 이는 손으로 꼽을 만큼 적습니다.


  이제는 새로 여는 마을책집 지기가 스스로 목소리를 내어 말글을 싣는 새뜸(언론)이 조금 생겼지만 턱없이 적습니다. 예전에도 새뜸은 마을책집 지기 목소리를 아예 안 다루다시피 했어요. 잘 봐요. 새뜸에 마을사람 목소리가 나오나요? 새뜸에 시골사람 목소리가 나오나요? 새뜸에 고기잡이나 흙지기나 어린이 목소리가 나오나요? 누리글집(블로그·카페·인스타)이 날개돋지 않았다면 새뜸에서는 마을책집 목소리에 귀를 안 열었으리라 느낍니다. 언제나 그렇듯 우리 목소리는 우리가 내면 됩니다. 책집마실을 안 하는 글꾼(기자·작가)이 책집 이야기를 할 수는 없어요.


  책집은, 그림책을 들여놓기만 해도 미술관입니다. 책집은, 사진책을 들여놓기만 해도 사진전시관입니다. 책집은, 그냥 책을 들여놓기만 해도 도서관입니다. 책집은, 책손이 문득 드나들기만 해도 쉼터이자 만남터이자 수다터입니다. 책집은, 숲에서 자란 나무로 빚은 책을 함께 나누기에 푸른터입니다.


  어린이책을 놓기에 어린이가 문득 궁금해서 들어왔다가 느긋이 쉬면서 책내음을 맡습니다. 노래책(시집)을 놓기에 시끌벅적한 바깥(도시문명)을 잊고서 고요히 노래에 마음을 적시다가 삶자리로 돌아갑니다.


  연천마실을 했고, 〈오늘과 내일〉에 들렀고, 〈굼벵책방〉으로 찾아옵니다. 곁에는 말이 달리는 숲뜰이 있습니다. 굼벵이가 오래오래 나무뿌리 곁 흙을 품고서 꿈을 꾸고 나면, 이 나무를 타고 올라가서 애벌레 몸을 벗고는 날개를 달고서 노래하고 하늘을 가릅니다. 화살꽃(화살표)을 따라 〈굼벵책방〉에 들어서면 천천히 그림꽃이 피는 결을 누릴 만합니다. 꿈꾸며 날아가는 길처럼 그림책집을 가꾼 손길은 ‘또다른 책짓기’입니다.


  다 다른 곳에서 오늘 이 삶을 짓기에 저마다 새롭게 글그림을 여밀 만합니다. 책읽기란, ‘글쓴이하고 한마음(동의) 되기’가 아닌, ‘글쓴이 곁에서 함께 생각하기’입니다. 생각해 보고서 한마음이 될 수 있고, 생각해 보았기에 새마음으로 이야기를 펼 수 있습니다. 요새 적잖은 그림책은 “당신도 동의하세요!” 하고 윽박지르는 듯합니다. 예전엔 ‘교훈주의·동심천사주의’가 춤추었고, 요새는 ‘교훈 강요·캐릭터’가 춤추는데, 굼벵길을 꿈·숲·노래로 생각해 보기를 바라요.


ㅅㄴㄹ


《깜장이》(다나카 기요/김숙 옮김, 북뱅크, 2022.3.15.)

《빨간 마음》(브리타 테켄트럽/이소완 옮김, 위고, 2022.5.20.)

《The Ultimate Book of Horse》(Sandra Laboucarie 글·Helene Convert 그림, Twirl, 2020.)

《곁말, 내 곁에서 꽃으로 피는 우리말》(숲노래·최종규, 스토리닷, 2022.6.18.)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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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빛 (2022.6.3.)

― 수원 〈책 먹는 돼지〉



  배우는 길이 끝난다면, 늙고 낡아서 죽음으로 가는 끝장이란 뜻입니다. 늘 배우는 사람이라면, 늙거나 낡는 일이 없어 늘 삶을 새롭게 비추는 오늘입니다. 배움길하고 죽음길 사이가 무엇이라고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습니다. 둘레를 보며 절로 느낍니다. 고개숙여 배우거나 잘잘못을 다스리는 사람은 환하고, 고개숙일 줄 모르거나 잘잘못을 등지는 사람은 어두워요.


  수원 세류나루에서 내려 걷습니다. 수원나루부터 세류나루 사이는 부릉길이 매우 넓은데, 부릉거리는 큰길 안쪽 골목길은 호젓합니다. 햇볕이 고루 비추고, 바람이 알맞게 드나들어, 마을이 꽃빛하고 풀빛이 어우러집니다. 지붕보다 웃자란 나무가 곳곳에 있고, 새가 내려앉아 노래합니다.


  새가 부딪히지 말라고 높다란 담에 새무늬를 새기는 데가 늘어납니다만, 풀꽃나무가 우거지는 터로 가꾸면 될 일입니다. 새가 내려앉아 날개를 쉬면서 벌레잡이를 할 풀숲이 있으면 걱정거리가 없어요. 그러나 이 나라 벼슬꾼이나 글꾼은 새바라기도 아니고 숲바라기도 아닌 터라, 자꾸 잿빛으로 올릴 뿐이요, 서울타령입니다.


  빛살을 느끼고 발자국을 느끼면서 〈책 먹는 돼지〉에 닿습니다. 다른 마을책집도 비슷합니다만, 부릉이를 끌고 찾아가면 마을빛을 못 느끼니, 부디 마을책집에는 걸어서 찾아가기를 바랍니다. 마을책집에는 책을 더 많이 사러 가지 않습니다. 마을책집에서 대단하거나 놀랍거나 훌륭한 책을 만나야 하지 않습니다. 이름높은 책은 마을책집하고 안 맞습니다. 걷는 손길을 담고, 새랑 숲 곁에 있는 책이야말로 마을책집하고 맞습니다.


  서로 동무라면 어떻게 어울리면서 함께 기쁘고 배부르면서 새롭게 놀 적에 까르르 웃음꽃이 피어나는지 알아요. 사람은 새랑 동무인가요? 사람은 풀벌레랑 이웃인가요? 하나씩 셈을 해서 똑같이 놓는 나눔도 가끔 있을 테지만, 배고프고 가난한 이한테 더 내주는 길이 즐거우며 사랑스러운 나눔이라고 생각해요.


  지음이(작가)를 하고 싶다면, 스스로 삶이며 살림이며 사랑을 짓는 하루를 누리면 됩니다. 무엇보다 모든 삶하고 살림하고 사랑은 숲에서 깨어나니, 숲이 스스로 짓는 결을 스스럼없이 마주하고 맞아들여서 녹여내면 넉넉합니다. 꾸미는 글이나 억지로 채우는 글은 ‘지음’이 아닌 ‘꾸밈·눈속임·베낌’에서 멈출 뿐이에요. ‘눈치 아닌 눈길’을 가다듬으면, 누구나 저마다 즐겁고 슬기로이 지음빛이 될 만합니다. 마을을 품으면 마을지음이로 섭니다. 숲을 담으면 숲지음이로 웃습니다. 바다를 안으면 바다지음이로 너울거립니다. 누구나 지음이로 가기를 바라요.


ㅅㄴㄹ


《이이효재》(박정희, 다산초당, 2019.9.9.)

《나선》(장진영, 정음서원, 2020.10.12.)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너에게》(권지영 글·소중애 그림, 단비어린이, 2022.1.8.)

《옥춘당》(고정순, 길벗어린이, 202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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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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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을 먹지 않는 (2022.5.24.)

― 인천 〈딴뚬꽌뚬〉



  바다가 살아나려면 숲을 살리면 됩니다. 숲을 살리려면 바다를 살리면 돼요. 들숲바다는 늘 하나예요. 이 들숲바다를 살리려면 들숲을 가로지르는 부릉길(찻길)하고 바닷가에 두른 부릉길을 없앨 노릇입니다. 나무가 마음껏 자랄 빈터를 두어야 하고, 풀죽임물을 이제는 치워야 하며, 아이어른 누구나 홀가분히 거닐거나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마을길로 돌아서야 합니다.


  들숲바다가 싱그러운 곳에서 누구나 즐겁고 아름다이 살아갈 만합니다. 들숲바다가 없거나 죽어가는 곳이라면 누구나 매캐하고 메마른 나날이게 마련입니다. 서울로 뻗는 모든 길은 아침저녁으로 죽음길 같아요. 사람이 사람 아닌 납작오징어인 판입니다. 아무리 부릉길을 늘려 본들 이 죽음길을 걷어낼 수 없어요.


  들숲바다가 싱그러운 곳에서는 풀벌레도 지렁이도 새도 짐승도 사람도 매한가지인 숨결입니다. 높거나 낮지 않아요. 사람만 내세우는 나라에서는 부릉길이 끔찍하고 하늘수레(케이블카)가 자꾸 뻗으며 번쩍대(송전탑)를 마구 세워요. 그런데 풀벌레랑 벌나비가 없이 꽃가루받이를 할 수 있나요? 새가 없이 벌레잡이를 할 수 있나요? 지렁이·쥐며느리·개미가 없이 흙이 살아나도록 할 수 있나요?


  여름을 앞둔 늦봄이 제법 덥다고 할 만하지만, 전철길은 매우 춥다고 할 만합니다. 버스·전철뿐 아니라 서울·큰고장은 겨울이 덥고 여름이 추워요. 사람들은 길에서 어울리거나 만나거나 일하거나 지내지 않고, 모두 후끈하거나 서늘한 바람으로 감싼 곳에서 낮에도 불빛을 밝히면서 일하거나 지내거나 놉니다. 여름에 땀을 흘리지 않으면 언제 흘릴까요? 겨울에 손가락이며 귀코입이 얼지 않으면 언제 얼까요? 인천 〈딴뚬꽌뚬〉을 찾아가는 길에 두동진 민낯을 느낍니다. 봄에 봄볕을 머금기에 봄꽃이 싱그럽고, 이 봄볕을 맨몸으로 맞이하기에 열매가 익을 수 있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어디에 있을까요? 사람만 봄빛을 거스르는 듯합니다.


  그림을 그리고 싶다면, 마음이 가는 대로 그리면 넉넉합니다. 이 마음이 가는 길이란, 늘 스스로 사랑하는 마음 하나이지 싶어요. 숱한 어른들은 “아이들(어린이·푸름이)이 손전화·보임틀(TV)에 빠져서 산다”고 말합니다만, 너무도 틀린 말이라고 느껴요. 곰곰이 보면 볼수록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손전화·보임틀(TV)을 던져 주고서 내팽개쳤다”고 해야 옳지 않을까요?


  젊은이·어린이·푸름이가 책을 안 읽는다고 탓하지 말아요. ‘어른이 아닌’ 나이든 사람들부터 책을 멀리하고 손전화·보임틀에 사로잡힌걸요. 우리가 어른이라면 봄볕을 누리면서 마음을 살찌우는 아름책을 곁에 둘 노릇입니다.


ㅅㄴㄹ


《성우덕이 목소리를 듣는 방법》(윤영선, 딴뚬꽌뚬, 2020.3.10.)

《집들이, 인천 응봉산의 온도》(유광식, 으름, 2021.9.29.)

《있잖아, 다음에는 책방에서 만나자》(김지선, 새벽감성, 2021.2.21.)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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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고을빛 (2022.8.19.)

― 충주 〈책이 있는 글터〉



  어느새 온나라 거의 모두라 할 고장마다 ‘문화도시 ○○’라는 이름을 내겁니다. 다 다른 고장이 저마다 다른 빛깔인 삶꽃마을(문화도시)로 피어나서 푸르게 어우러지면 참으로 아름다우리라 생각해요. 허울좋게 붙이는 ‘문화’가 아닌, 참말로 삶꽃을 피우려는 마음이기를 바랍니다.


  삶꽃이라는 길에는 마땅히 종이책도 들어갈 테고, 사랑으로 짓는 집살림도 들어가며, 푸르게 품는 들숲바다도 들어갑니다. 그런데 숱한 고장에서 내세우는 ‘문화도시 ○○’를 보면 ‘책·집살림·들숲바다’는 어쩐지 안 보입니다. 무엇보다 어린이·푸름이가 안 보여요.


  어제까지 살아온 어른들 슬기를 책으로 담는다면, 오늘부터 살아가는 어린이·푸름이 꿈을 집살림으로 가꿉니다. 모레로 이어갈 살림길은 들숲바다를 푸르게 품는 마음에서 비롯해요.


  또 하나 보면, ‘책꽃(책문화)’이라 할 적에는 ‘이름난 글꾼’ 몇몇을 앞세우지 않기를 바랍니다. 참말로 책빛을 두고두고 가꾸어 온 마을사람하고 책지기를 아우를 노릇이요, 마을책숲을 북돋울 줄 알아야 하고, 어린이·푸름이가 제 고장을 사랑하고 품으면서 뿌리를 내리도록 이바지할 노릇입니다. 서울바라기 아닌 마을바라기로 나아갈 길이면서 숲바라기·들바라기·바다바라기·하늘바라기·별바라기처럼 스스로 싱그럽게 생각을 가꾸는 마음이도록 곁에서 도울 노릇이에요.


  충주로 이야기마실을 온 길에 〈책이 있는 글터〉를 들릅니다. 2003년 가을부터 2007년 봄까지 충주 신니면에 깃들어 이오덕 어른 글을 갈무리하던 무렵에는 신니면하고 충주시가 퍽 멀어 〈책이 있는 글터〉까지 들르지는 못 했어요. 그때에는 〈수강서점〉에 겨우 한걸음을 했습니다.


  고흥으로 돌아가자면 서울로 가서 시외버스를 타야 하는 터라 오래 머물지는 못 하지만, 책시렁이며 위쪽 이야기칸까지 둘러봅니다. 한켠에 ‘충주 글님·그림님’ 책을 그러모았는데 이오덕 어른 책은 하나도 없군요. 설마 몰랐을까요. 또는 생각조차 못 했을까요. 경북 청송에서 나고자라셨으나 삶 끝자락을 충주 기스락 숲집에 머물면서 ‘아이들이 숲을 품기를 바라는 뜻’을 글결로 가다듬으셨어요.


  한 땀씩 일군 하루는 차곡차곡 자라 어느새 숲으로 피어나는 삶으로 이어갑니다. 글이란 오롯이 삶글일 적에 숲빛으로 푸르지요. 땀방울을 옮기기에 밝고, 발자국을 담으니 맑아요. 언제나 다르면서 새로운 하루를 차곡차곡 누리듯, 글빛도 말빛도 책빛도 씨앗처럼 깃들게 마련입니다. 숲을 보면 ‘문화’는 저절로 따라옵니다.


ㅅㄴㄹ


《해외생활들》(이보현, 꿈꾸는인생, 2022.7.8.)

《나는 식물을 따라 걷기로 했다》(한수정, 현암사, 2021.9.3.)

《공공의료 새롭게》(백재중, 건강미디어협동조합, 2022.7.17.)

《후쿠자와 유키치 자서전》(후쿠자와 유키치/허호 옮김, 이산, 2006.3.17.)

《한국의 馬 민속》(임동권 외, 집문당, 1999.1.20.)

《김지하 시전집 1》(김지하, 솔, 1993.1.5.)

《다시 읽는 임석재 옛이야기 1》(임혜령 엮음·김정한 그림, 한림출판사, 2011.3.4.)

《햇살은 누구에게나 따스히 내리지 않았다》(일과시, 과학과사상, 1993.12.28.)

《月城地域語의 音韻論》(최명옥, 영남대학교출판부, 1982.5.20.)

《향가의 해석》(신재홍, 집문당, 2000.2.7.)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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