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해처럼 풀잎처럼 사람처럼 (2022.11.22.)

― 서울 〈콕콕콕〉



  부천에서 전철을 타고 서울로 갑니다. 구로에서 엉뚱하게 내리고서 “어? 낯선데? 여기는 어디이지?” 하고 헤맵니다. 그림책집 〈콕콕콕〉에 가려고 했는데 그만 길잃은 아이가 됩니다. 넋을 차리고서 다시 전철을 타고서 오류동으로 갑니다.

  발걸음이 뿌리내리면 눈감고도 길을 찾겠지요. 석걸음 넉걸음 느슨히 이으면 서울에서도 거뜬히 길찾기를 하리라 봅니다.


  해는 우리한테 세 가지를 베풉니다. 빛(햇빛)은 ‘모습·무늬’이고, 볕(햇볕)은 ‘숨·목숨’이고, 살(햇살)은 ‘길·생각’이라고 느낍니다. 사람도 서로서로 빛과 볕과 살을 나눌 테고, 풀꽃나무와 들숲바다도 이 세 가지를 늘 편다고 느껴요.


  저마다 아름다움이라는 길을 바라보는 오늘 하루를 지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조용히 거닙니다. 묵직한 등짐 탓에 천천히 걷지는 않아요. 두 아이를 안고도 척척 걷거든요. 발걸음이 닿는 둘레에 돋는 가을풀을 살펴보고, 걸어서 오가는 곳에서 올려다볼 수 있는 하늘을 헤아립니다. 이곳에 흐르는 바람결을 읽습니다.


  이제 〈콕콕콕〉에 닿습니다. 그림책 사이에서 붓길을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시골내기는 종이책이 없더라도 풀잎과 씨앗과 빗방울과 이슬로 하루를 읽고 배웁니다. 서울이웃은 맨손으로 어루만질 풀잎이나 씨앗이나 빗방울이나 이슬이 무척 멀 만해요. 서울에서는 걷다가 길바닥에 쪼그려앉을 틈이 없다시피 하고, 문득 올려다보아도 하늘빛이나 별빛을 그리기 어렵습니다.


  만화책을 깊고 넓게 읽은 사람은 ‘만화책은 만화로만 담아낼 수 있는 깊고 너른 길이 있는’ 줄 알아요. 사진책을 깊고 넓게 읽은 사람은 ‘사진책은 사진으로만 옮길 수 있는 깊고 너른 숲이 있는’ 줄 알아요. 노래책(시집)을 깊고 넓게 읽은 사람은 ‘노래책은 노래(시)로만 그릴 수 있는 깊고 너른 숨이 있는’ 줄 알지요. 동화책을 깊고 넓게 읽은 사람은 ‘동화책은 동화로만 나눌 수 있는 깊고 너른 빛이 있는’ 줄 알 테고요. 그림책을 깊고 넓게 읽은 사람은 ‘그림책은 그림으로 누구나 어깨동무하는 사랑이 있는 줄 깊고 넓게 알’리라 생각해요.


  다 다른 갈래는 그저 다 다르기에 빛납니다. 어느 하나를 높이려 하면 바로 이 하나부터 깎여요. 아름다운 다 다른 책을 읽고서 눈물웃음을 지은 분이라면 ‘그림책이 누구나 어깨동무를 하는 사람을 담는 갈래’라는 대목만 느긋이 짚고서 이야기하리라 봅니다. 삶을 노래하는 사랑을 작은 책 한 자락에서 찾을 만합니다.


  걷다가 헤매니 새길을 찾고, 첫마음을 잃었으면 새마음을 키웁니다. 읽다가 덮으며 하루를 되새기고, 첫마음을 되새기며 오늘 이곳을 새록새록 돌아봅니다.


ㅅㄴㄹ


《우유에 녹아든 설탕처럼》(스리티 움리가 글·코아 르 그림/신동경 옮김, 웅진주니어, 2022.8.23.)

《소녀와 원피스》(카미유 안드로스 글·줄리 모스태드 그림/김선희 옮김, 봄의정원, 2019.12.12.)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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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기쁘게 사랑으로 (2022.10.17.)

― 서울 〈악어책방〉



  이튿날 아침에 서울 수유 안골에 깃든 푸른배움터에서 삶빛·삶말·삶길을 놓고서 이야기꽃을 펴기로 했습니다. 미리 서울에 머물러야 하기에 시외버스를 달립니다. 오늘로 〈꽃 피는 책〉에 이태째 헛걸음입니다. 어쩌다 서울마실을 하니, 이날 마을책집 지기님이 바깥일을 본다면 못 깃들어요. 〈나무 곁에 서서〉하고 〈호수책장〉은 달날(월요일)에 쉬는군요. 〈악어책방〉은 엽니다. 이곳 이야기를 익히 들었으나 좀처럼 발길이 못 닿았는데, 네 해 만에 깃듭니다.


  서울 화곡동은 예전에는 ‘볏골(禾谷)’이었지 싶습니다. 이 언저리가 논밭이던 무렵 살던 분을 만나지는 못 했으나, 이 둘레를 한창 파헤쳐서 집을 줄줄이 올리던 즈음부터 살던 분이 들려준 바로는 ‘서울이면서 서울스럽지 않게 논이 넓었다’더군요. 이제 이곳에서 논을 떠올릴 분은 드물겠지요.


  시골도 서울도 맨땅을 디딜 만한 데는 찾기 어렵고, 들풀하고 노닐 만한 빈터도 거의 없습니다. 숲을 이루는 나무는 으레 새가 심습니다. 나무열매를 머금은 새가 훨훨 날다가 ‘씨앗을 품은 똥’을 뽀직 누어 주면, 새몸을 거친 씨앗이 새터에 드리워 새삼스레 무럭무럭 자라나며 푸르게 바뀌어요.


  나무를 심어 돌보려면, 새가 찾아들어 쉴 자리부터 마련하면 됩니다. 새가 찾아들어 노래하는 곳은 나무가 자라기에 어울립니다. 나무랑 새가 어우러지면, 이곳은 어린이가 뛰놀기에 즐거울 테고,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 만하면, 어른과 어버이는 일터로 삼을 만하기에 넉넉하겠지요.


  〈악어책방〉을 비롯한 숱한 마을책집은 오늘날 어린이한테 고마운 쉼터이자 놀이터라고 느낍니다. 어린이가 마음 놓고 깃들어 멍하니 있을 만한 곳이 얼마나 될까요. 요새는 작은 마을쉼터에서조차 담배를 뻑뻑 무는 이들이 많습니다. 꼰대뿐 아니라 푸름이까지 마을쉼터에서 담배를 물어요.


  스스로 돌아볼 줄 안다면, 스스로 배울 수 있습니다. 낯설기에 두렵다고 여겨 버릇하지만, 낯설기에 놀랍고 기쁘게 새로 마주하면서 배울 만합니다.


  모든 아이는 다른 아이랑 똑같지 않습니다. 모든 어른은 다른 어른하고 똑같지 않아요. 일본 한자말로 가리키는 ‘장애’가 아니어도 누구나 다릅니다. 똑같은 겉옷을 입어도 속으로는 다른 마음과 숨결이 흐릅니다. 모든 사람은 다 다른 별빛이요, 꽃빛입니다.


  다 다른 너랑 나는 서로 다르게 살아가며 서로 다른 눈망울로 서로 다르게 책 한 자락을 집습니다. 같은 책도 서로 다르게 읽고, 다른 책을 서로 나란히 읽습니다. 즐겁게 생각을 엮고, 기쁘게 마음을 여미어, 사랑으로 말꽃을 피웁니다.


ㅅㄴㄹ


《애정결핍》(고선영, 악어책방, 2020.8.20.)

《엄마를 통해 나를 본다》(고선영, 악어책방, 2022.10.20.)

《미물일기》(진고로호, 어크로스, 2022.7.11.)

《아빠 나랑 좀만 놀자》(최민혁, 악어책방, 2022.6.17.)

《모양모양 vol.2》(안미영 엮음, 양천문화재단, 2022.6.22.)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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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온다 (2023.4.14.)

― 부산 〈비온후〉



  이른아침에 옆마을로 걸어가면 08시 시골버스를 탈 수 있습니다. 마을앞 07시 05분 버스를 타면 읍내에서 너무 오래 멀뚱히 서야 하기에 옆마을로 짐을 바리바리 지고서 걸어갑니다. 아침버스에는 할매할배뿐 아니라 푸른씨가 잔뜩 탑니다. 어르신이 잔뜩 탄 아침버스에 가득한 푸른씨는 저녁버스와 달리 얌전하고 조용합니다. 시골 푸른씨는 저녁버스를 타면 허벌나게 막말판(욕판)입니다.


  시외버스가 부산으로 달리는 동안 빗줄기가 조금씩 굵습니다. 먼지띠를 씻어내면서 봄들·봄숲·봄바다를 다독이는 상냥한 빗살입니다. ‘비오다’나 ‘눈오다’를 한 낱말로 삼아서 낱말책에 실을 수 있을까요? 말글지기(국어학자)가 낱말책에 싣나 안 싣나를 바라기 앞서, 우리 스스로 여느 자리에서 말하고 글쓸 적에는 ‘비온다·눈온다’처럼 붙여서 소리를 내지만, 막상 글로 말소리를 옮길 적에는 “비 온다·눈 온다”처럼 띕니다. ‘비옴·빛옴·꽃옴·봄옴’을 가만히 읊어 봅니다.


  부산 사상에서 버스를 내려 전철을 탑니다. 전철에서 내려 걷습니다. 마을책집 〈비온후〉에 닿습니다. 이달부터 ‘여섯 갈래 걸음꽃으로 피어나는 여행빛’을 여섯 판으로 나누어 폅니다. 오늘하고 이튿날은 ‘헌책집’이랑 ‘자전거’로 마실꽃을 누리는 걸음꽃을 들려주면서 생각꽃을 피우려고 합니다.


  “숲노래 씨는 말끝마다 ‘꽃’이란 말을 자주 붙이네요?” 하고 묻는 이웃님이 있습니다. 우리말 ‘꽃’은 ‘꼴찌·꼬마·끝·꿈’하고 말밑이 맞닿습니다. 중국말 ‘화양연화’는 어린이가 못 알아들을 테지만, 우리말 ‘꽃길’은 누구나 알아들어요. 그래서 글꽃(←문학)에 밝꽃(←과학)에 길꽃(←철학)처럼 풀어낼 수 있어요. 말꽃(←사전)으로 풀어도 어울립니다. 이야기꽃·수다꽃(←강의·특강·수업·클래스)으로 풀어내기도 합니다.


  아이 곁에 서면 누구나 느끼고 배울 만합니다. 아이들은 어버이가 ‘아주 작은 무언가’를 할 적에 기쁨(선물)으로도 멍(상처)으로도 받아들여서 오래오래 마음에 품어요. 우리가 아이로 살아가던 지난날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는 어버이 숨결을 모두 받아들여요. 어버이 말씨를 마음씨에 담아요. 그러니 이제 어른·어버이란 몸을 입은 모습으로서 ‘어른답게 철들고·어버이답게 사랑스레’ 말씨앗도 마음씨앗도 이야기씨앗도 책씨앗도 꿈씨앗도 함께 심고 가꾸려고 합니다.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기울이고, 생각을 기울이노라면, 어느새 깊이 들어서면서 기쁘게 만나리라 느껴요. 어렵다고 여기니 어렵고, 사랑으로 여기니 사랑으로 거듭납니다. 빗물을 참빗질로 여기고 마당빗질로 맞아들여 마음도 몸도 씻습니다.


ㅅㄴㄹ


《부산의 고개》(동길산, 비온후, 2022.11.25.)

《부산―포구를 걷다》(동길산, 예린원, 2022,7,15,)

《가볍게 읽는 한국어 이야기》(남길임과 일곱 사람, 경북대학교출판부, 2022.11.25.)

《연극비평지 봄 vol.19》(진선미 엮음, 봄, 2022.12.)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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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 해 (2023.3.10.)

― 서울 길음 〈문화서점〉



  2007년 12월에 찾아간 뒤 2023년 3월에 비로소 다시 찾아온 서울 길음 〈문화서점〉입니다. 큰아이가 태어나기 앞서 마지막으로 들르고서 도무지 책마실을 나오지 못 했습니다. 서울에서 ‘문화’란 이름을 붙인 책집이 하나둘 사그라들 적마다 길음 이곳은 잘 계신지 궁금했습니다.


  서울은 예부터 어디에나 사람이 많을 뿐 아니라 책집도 많았습니다. 서울로 일자리를 바라며 깃드는 사람도 많지만, 서울에서 뜻을 펴거나 배움길을 열려는 사람도 많습니다. 서울은 ‘새롭게 배우고 익혀 가다듬는 눈빛’을 북돋우는 사람들이 꾸준히 물결치기에 서울이라는 이름으로 이어가리라 느낍니다.


  스스로 새롭게 배우고 익혀서 가다듬겠노라 마음먹는 사람이 줄거나 책집이 사그라들거나 안 태어나는 고장이라면 죽어가는 고장일 테지요. 어린이가 안 태어나거나 젊은이가 떠나기에 죽어가는 고장이지 않습니다. 책집이 사그라드는 데가 죽어가는 고장입니다. 오늘날 ‘죽어가는(인구소멸·지역소멸)’ 곳을 보면, 어린이와 젊은이뿐 아니라 책집이 없습니다.


  ‘교육’이라는 이름을 붙이면 하나부터 열까지 어렵습니다. 그러나 아이어른이 함께 ‘살림’을 하면, 스스럼없이 하루를 누리고 같이 짓습니다. 잘 해야 하지 않고, 어설프거나 모자라면 천천히 다독이기에 ‘살림’입니다. ‘육아’라는 이름을 붙이면 모조리 ‘굴레’요, 고단하고 지칩니다. 아이어른이 언제나 ‘사랑’을 하면 스스로 웃고 춤추고 수다를 떨고 노래하면서 함께 즐겁습니다.


  대단하거나 훌륭하거나 놀라워야 할 ‘사랑’이 아닌, 숨결 그대로 ‘사랑’입니다. 누구나 ‘부모·학부모’가 아닌 ‘어버이’일 뿐이고, ‘성인’이 아닌 ‘어른’이며, ‘유아·아동·청소년·유소년’이 아닌 ‘아이’입니다. ‘교육·육아’라는 사슬을 떼어내고서 ‘살림·사랑’으로 하루를 노래하고 놀면서 느긋이 누리는 마음이 모이기에 ‘살아나는’ 고장으로 거듭난다고 느껴요.


  지난 열여섯 해에 걸쳐 해마다 한 걸음씩 떼었면 어떤 책빛을 새록새록 누렸을까 하고 어림해 봅니다. 그동안 이곳을 꾸준히 드나든 책손님이 있었기에 그분들은 즐거이 책빛을 누렸을 테고, 책집도 고스란히 이을 수 있을 테지요.


  똑같이 바라보지 않기에 즐거운 벗(삶벗·말벗·책벗)입니다. 둘레를 보면 똑같이 안 바라본다면서 내내 들볶이다가 그만 똑같이 바라보는 틀에 맞추어 가면서 다 다른 눈빛을 잊어버리는 사람들이 가득하구나 싶은데, 우리는 서로 다 다른 책에 마음이 가고 손이 가고 생각을 가꾸기에, 이 별을 곱게 돌보는 씨앗을 심습니다.


ㅅㄴㄹ


《문예진흥문고 6 목민의 길》(이원순 글·이우경 그림, 계몽사, 1980.6.5.)

《조선말 큰사전 1》(조선어학회, 을유문화사, 1947.10.9.)

《조선말 큰사전 2》(조선어학회, 을유문화사, 1949.5.5.)

《乙酉文庫 2 要路院夜話記 外 十一篇》(박두세/이병기 옮김, 을유문화사, 1949.5.10.)

《溫突改造論》(김상술, 어문각, 1961.5.30.)

《龍飛御天歌 上》(김성칠 석주, 향문사, 1956.5.30.)

《韓國古詩歌의 硏究》(이상보, 형설출판사, 1975.12.6.)

《나도향 전집 下》(나도향/주종연·김상태·유남옥 엮음, 집문당, 1988.9.20.)

《당신의 肖像》(이승훈, 문학사상사, 1981.5.5.첫/1983.8.15.중판)

《작업일지》(최석, 청하, 1990.3.20.)

《반복》(이준규, 문학동네, 2014.3.10.첫/2015.1.20.2벌)

《전장포 아리랑》(곽재구, 민음사, 1985.10.15.첫/1993.2.10.8벌)

《예레미야의 노래》(박두진, 창작과비평사, 1981.11.20.첫/1983.11.20.3벌)

《겨울 공화국》(양성우, 실천문학사, 1977.8.30.첫/1990.2.15.7벌)

《북치는 앉은뱅이》(양성우, 창작과비평사, 1980.4.25.)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황지우, 민음사, 1985.10.15.첫/1991.1.15.7벌)

《농민》(김광협, 태멘, 1982.1.20.)

《나의 칼 나의 피》(김남주, 인동, 1987.11.15.첫/1988.7.10.4벌)

《쓰다 만 편지인들 다시 못 쓰랴》(김경미, 실천문학사, 1989.2.20.)

《쌈짓골》(김춘복, 창작과비평사, 1977.6.30.첫/1991.4.1.4벌)

《한국지명의 신비》(김기빈, 지식산업사, 1989.10.25.첫/1991.5.20.3벌)

《하늘의 소리》(최남백, 태창문화사, 1977.12.15.)

《사이보그 로닌 상·하》(프랭크 밀러 글·그림/이상 옮김, 가배, 1992.4.18.)

《큰별이 머문 곳》(이석현, 성바오로출판사, 1974.11.30.)

《改訂 中等西洋歷史》(瀨川秀雄, 富山房, 1931.5.16.첫/1934.10.25.4벌)

《동시모음 상명 제3호》(문예부·박수경 엮음, 상명국민학교, 1969.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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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들어온다면 (2023.3.10.)

― 서울 〈햇살속으로〉



  아침 일찍 청주에서 서울로 달려갑니다. 이제 나라에서는 버스에 탈 적에만 입가리개를 하면 된다고 밝히지만, 길이나 버스나루에서 입가리개를 하는 사람은 꽤 있습니다. 한동안 이 나라는 ‘밥집·찻집에 들어갈 적에는 입을 가리’되 ‘마시고 먹을 적에만 가리개를 풀라’고 시켰고, 사람들은 고분고분했습니다. 눈가림(조삼모사)은 옛이야기가 아닙니다. 잔나비한테 아침에 능금 넉 알 저녁에 석 알을 주든, 아침에 능금 한 알 저녁에 여섯 알을 주든 매한가지입니다.


  ‘나’를 잊고 ‘나라’에 목매달수록 넋이 사라집니다. ‘나라(정부)’는 ‘나(독립인)’를 바라지 않아요. 홀로서기를 하면서 홀가분히 살림을 짓는 사람은 스스로 삶·살림·사랑을 지으니, 나라가 시키는 일을 안 합니다. 홀로서기를 안 하거나 못 하기에 나라가 베푸는 일자리를 맞아들여서 고분고분 따를밖에 없습니다.


  책이란 무엇일까 하고 돌아봅니다. 우리나라 책자취(출판역사)를 돌아보면 《용비어천가》를 비롯해 숱한 글바치는 ‘해바라기(임금 섬기기)’에 글힘을 쏟았어요. 남·나라가 시키는 대로 스스로 넋을 무너뜨린 이 나라 글바치입니다. 오늘날 숱한 책도 ‘나 스스로 하기’가 아닌 ‘남·나라가 시키는 대로 하면서 돈을 잘 벌고 이름을 드날리고 힘을 거머쥐기’라는 줄거리로 치우칩니다.


  어제 청주에서 밤을 맞이하면서 “모든 책은 헌책이다”란 이름으로 노래(동시)를 지었습니다. 헌책이지 않은 책은 없고, 새책이지 않은 책은 없습니다. 숲이지 않은 책은 없고, 사랑이지 않은 책은 없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빛을 잊거나 잃는다면 헌책도 새책도 숲도 사랑도 아닌, ‘돈·이름·힘’에 얽매인 끄나풀입니다.


  〈햇살속으로〉로 찾아갑니다. 길음역 가까이에서 여러 해째 책살림을 이으신다고 했는데, 오늘 알아보았습니다. 천천히 뿌리내리면서 든든히 퍼지는 책빛이 새삼스러운 마을책집입니다.


  책집 골마루를 거닐면서 생각합니다. 말끔이(청소부)가 벼슬(장관·대통령·국회의원)도 맡고, 벼슬꾼이 말끔이를 맡으며, 아이 돌본 아줌마가 벼슬(시장·군수·도지사)을 하고, 벼슬꾼(시장·군수·도지사)이 아이를 돌보면서 조용히 일할 수 있다면, 이런 나라라면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스스로 손을 쓰면 언제나 스스로 짓고 가꾸어 누립니다. 우리가 스스로 손을 안 쓰면 언제나 남이 시키는 대로 길들어 넋이 나갑니다. 우리 손을 쓰면 살림꾼이라는 길을 가고, 우리 손을 안 쓰면 눈속임꾼(종교 지도자)이 꾀거나 홀리는 대로 길들면서 빛을 잃습니다. 햇살로, 별빛으로, 사랑으로 고스란히 녹아듭니다.


ㅅㄴㄹ


《커피집》(다이보 가쓰지·모리미츠 무네오/윤선해 옮김, 황소자리, 2019.6.25.)

《헌책 낙서 수집광》(윤성근, 이야기장수, 2023.2.8.)

《0원으로 사는 삶》(박정미, 들녘, 2022.10.28.)

《곁말, 내 곁에서 꽃으로 피는 우리말》(숲노래·최종규, 스토리닷, 2022.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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