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21 | 22 | 23 | 24 | 2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숲노래 책숲마실


걷는빛 (2022.6.3.)

― 수원 〈책 먹는 돼지〉



  배우는 길이 끝난다면, 늙고 낡아서 죽음으로 가는 끝장이란 뜻입니다. 늘 배우는 사람이라면, 늙거나 낡는 일이 없어 늘 삶을 새롭게 비추는 오늘입니다. 배움길하고 죽음길 사이가 무엇이라고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습니다. 둘레를 보며 절로 느낍니다. 고개숙여 배우거나 잘잘못을 다스리는 사람은 환하고, 고개숙일 줄 모르거나 잘잘못을 등지는 사람은 어두워요.


  수원 세류나루에서 내려 걷습니다. 수원나루부터 세류나루 사이는 부릉길이 매우 넓은데, 부릉거리는 큰길 안쪽 골목길은 호젓합니다. 햇볕이 고루 비추고, 바람이 알맞게 드나들어, 마을이 꽃빛하고 풀빛이 어우러집니다. 지붕보다 웃자란 나무가 곳곳에 있고, 새가 내려앉아 노래합니다.


  새가 부딪히지 말라고 높다란 담에 새무늬를 새기는 데가 늘어납니다만, 풀꽃나무가 우거지는 터로 가꾸면 될 일입니다. 새가 내려앉아 날개를 쉬면서 벌레잡이를 할 풀숲이 있으면 걱정거리가 없어요. 그러나 이 나라 벼슬꾼이나 글꾼은 새바라기도 아니고 숲바라기도 아닌 터라, 자꾸 잿빛으로 올릴 뿐이요, 서울타령입니다.


  빛살을 느끼고 발자국을 느끼면서 〈책 먹는 돼지〉에 닿습니다. 다른 마을책집도 비슷합니다만, 부릉이를 끌고 찾아가면 마을빛을 못 느끼니, 부디 마을책집에는 걸어서 찾아가기를 바랍니다. 마을책집에는 책을 더 많이 사러 가지 않습니다. 마을책집에서 대단하거나 놀랍거나 훌륭한 책을 만나야 하지 않습니다. 이름높은 책은 마을책집하고 안 맞습니다. 걷는 손길을 담고, 새랑 숲 곁에 있는 책이야말로 마을책집하고 맞습니다.


  서로 동무라면 어떻게 어울리면서 함께 기쁘고 배부르면서 새롭게 놀 적에 까르르 웃음꽃이 피어나는지 알아요. 사람은 새랑 동무인가요? 사람은 풀벌레랑 이웃인가요? 하나씩 셈을 해서 똑같이 놓는 나눔도 가끔 있을 테지만, 배고프고 가난한 이한테 더 내주는 길이 즐거우며 사랑스러운 나눔이라고 생각해요.


  지음이(작가)를 하고 싶다면, 스스로 삶이며 살림이며 사랑을 짓는 하루를 누리면 됩니다. 무엇보다 모든 삶하고 살림하고 사랑은 숲에서 깨어나니, 숲이 스스로 짓는 결을 스스럼없이 마주하고 맞아들여서 녹여내면 넉넉합니다. 꾸미는 글이나 억지로 채우는 글은 ‘지음’이 아닌 ‘꾸밈·눈속임·베낌’에서 멈출 뿐이에요. ‘눈치 아닌 눈길’을 가다듬으면, 누구나 저마다 즐겁고 슬기로이 지음빛이 될 만합니다. 마을을 품으면 마을지음이로 섭니다. 숲을 담으면 숲지음이로 웃습니다. 바다를 안으면 바다지음이로 너울거립니다. 누구나 지음이로 가기를 바라요.


ㅅㄴㄹ


《이이효재》(박정희, 다산초당, 2019.9.9.)

《나선》(장진영, 정음서원, 2020.10.12.)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너에게》(권지영 글·소중애 그림, 단비어린이, 2022.1.8.)

《옥춘당》(고정순, 길벗어린이, 2022.1.15.)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책숲마실


봄볕을 먹지 않는 (2022.5.24.)

― 인천 〈딴뚬꽌뚬〉



  바다가 살아나려면 숲을 살리면 됩니다. 숲을 살리려면 바다를 살리면 돼요. 들숲바다는 늘 하나예요. 이 들숲바다를 살리려면 들숲을 가로지르는 부릉길(찻길)하고 바닷가에 두른 부릉길을 없앨 노릇입니다. 나무가 마음껏 자랄 빈터를 두어야 하고, 풀죽임물을 이제는 치워야 하며, 아이어른 누구나 홀가분히 거닐거나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마을길로 돌아서야 합니다.


  들숲바다가 싱그러운 곳에서 누구나 즐겁고 아름다이 살아갈 만합니다. 들숲바다가 없거나 죽어가는 곳이라면 누구나 매캐하고 메마른 나날이게 마련입니다. 서울로 뻗는 모든 길은 아침저녁으로 죽음길 같아요. 사람이 사람 아닌 납작오징어인 판입니다. 아무리 부릉길을 늘려 본들 이 죽음길을 걷어낼 수 없어요.


  들숲바다가 싱그러운 곳에서는 풀벌레도 지렁이도 새도 짐승도 사람도 매한가지인 숨결입니다. 높거나 낮지 않아요. 사람만 내세우는 나라에서는 부릉길이 끔찍하고 하늘수레(케이블카)가 자꾸 뻗으며 번쩍대(송전탑)를 마구 세워요. 그런데 풀벌레랑 벌나비가 없이 꽃가루받이를 할 수 있나요? 새가 없이 벌레잡이를 할 수 있나요? 지렁이·쥐며느리·개미가 없이 흙이 살아나도록 할 수 있나요?


  여름을 앞둔 늦봄이 제법 덥다고 할 만하지만, 전철길은 매우 춥다고 할 만합니다. 버스·전철뿐 아니라 서울·큰고장은 겨울이 덥고 여름이 추워요. 사람들은 길에서 어울리거나 만나거나 일하거나 지내지 않고, 모두 후끈하거나 서늘한 바람으로 감싼 곳에서 낮에도 불빛을 밝히면서 일하거나 지내거나 놉니다. 여름에 땀을 흘리지 않으면 언제 흘릴까요? 겨울에 손가락이며 귀코입이 얼지 않으면 언제 얼까요? 인천 〈딴뚬꽌뚬〉을 찾아가는 길에 두동진 민낯을 느낍니다. 봄에 봄볕을 머금기에 봄꽃이 싱그럽고, 이 봄볕을 맨몸으로 맞이하기에 열매가 익을 수 있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어디에 있을까요? 사람만 봄빛을 거스르는 듯합니다.


  그림을 그리고 싶다면, 마음이 가는 대로 그리면 넉넉합니다. 이 마음이 가는 길이란, 늘 스스로 사랑하는 마음 하나이지 싶어요. 숱한 어른들은 “아이들(어린이·푸름이)이 손전화·보임틀(TV)에 빠져서 산다”고 말합니다만, 너무도 틀린 말이라고 느껴요. 곰곰이 보면 볼수록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손전화·보임틀(TV)을 던져 주고서 내팽개쳤다”고 해야 옳지 않을까요?


  젊은이·어린이·푸름이가 책을 안 읽는다고 탓하지 말아요. ‘어른이 아닌’ 나이든 사람들부터 책을 멀리하고 손전화·보임틀에 사로잡힌걸요. 우리가 어른이라면 봄볕을 누리면서 마음을 살찌우는 아름책을 곁에 둘 노릇입니다.


ㅅㄴㄹ


《성우덕이 목소리를 듣는 방법》(윤영선, 딴뚬꽌뚬, 2020.3.10.)

《집들이, 인천 응봉산의 온도》(유광식, 으름, 2021.9.29.)

《있잖아, 다음에는 책방에서 만나자》(김지선, 새벽감성, 2021.2.21.)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책숲마실


숲고을빛 (2022.8.19.)

― 충주 〈책이 있는 글터〉



  어느새 온나라 거의 모두라 할 고장마다 ‘문화도시 ○○’라는 이름을 내겁니다. 다 다른 고장이 저마다 다른 빛깔인 삶꽃마을(문화도시)로 피어나서 푸르게 어우러지면 참으로 아름다우리라 생각해요. 허울좋게 붙이는 ‘문화’가 아닌, 참말로 삶꽃을 피우려는 마음이기를 바랍니다.


  삶꽃이라는 길에는 마땅히 종이책도 들어갈 테고, 사랑으로 짓는 집살림도 들어가며, 푸르게 품는 들숲바다도 들어갑니다. 그런데 숱한 고장에서 내세우는 ‘문화도시 ○○’를 보면 ‘책·집살림·들숲바다’는 어쩐지 안 보입니다. 무엇보다 어린이·푸름이가 안 보여요.


  어제까지 살아온 어른들 슬기를 책으로 담는다면, 오늘부터 살아가는 어린이·푸름이 꿈을 집살림으로 가꿉니다. 모레로 이어갈 살림길은 들숲바다를 푸르게 품는 마음에서 비롯해요.


  또 하나 보면, ‘책꽃(책문화)’이라 할 적에는 ‘이름난 글꾼’ 몇몇을 앞세우지 않기를 바랍니다. 참말로 책빛을 두고두고 가꾸어 온 마을사람하고 책지기를 아우를 노릇이요, 마을책숲을 북돋울 줄 알아야 하고, 어린이·푸름이가 제 고장을 사랑하고 품으면서 뿌리를 내리도록 이바지할 노릇입니다. 서울바라기 아닌 마을바라기로 나아갈 길이면서 숲바라기·들바라기·바다바라기·하늘바라기·별바라기처럼 스스로 싱그럽게 생각을 가꾸는 마음이도록 곁에서 도울 노릇이에요.


  충주로 이야기마실을 온 길에 〈책이 있는 글터〉를 들릅니다. 2003년 가을부터 2007년 봄까지 충주 신니면에 깃들어 이오덕 어른 글을 갈무리하던 무렵에는 신니면하고 충주시가 퍽 멀어 〈책이 있는 글터〉까지 들르지는 못 했어요. 그때에는 〈수강서점〉에 겨우 한걸음을 했습니다.


  고흥으로 돌아가자면 서울로 가서 시외버스를 타야 하는 터라 오래 머물지는 못 하지만, 책시렁이며 위쪽 이야기칸까지 둘러봅니다. 한켠에 ‘충주 글님·그림님’ 책을 그러모았는데 이오덕 어른 책은 하나도 없군요. 설마 몰랐을까요. 또는 생각조차 못 했을까요. 경북 청송에서 나고자라셨으나 삶 끝자락을 충주 기스락 숲집에 머물면서 ‘아이들이 숲을 품기를 바라는 뜻’을 글결로 가다듬으셨어요.


  한 땀씩 일군 하루는 차곡차곡 자라 어느새 숲으로 피어나는 삶으로 이어갑니다. 글이란 오롯이 삶글일 적에 숲빛으로 푸르지요. 땀방울을 옮기기에 밝고, 발자국을 담으니 맑아요. 언제나 다르면서 새로운 하루를 차곡차곡 누리듯, 글빛도 말빛도 책빛도 씨앗처럼 깃들게 마련입니다. 숲을 보면 ‘문화’는 저절로 따라옵니다.


ㅅㄴㄹ


《해외생활들》(이보현, 꿈꾸는인생, 2022.7.8.)

《나는 식물을 따라 걷기로 했다》(한수정, 현암사, 2021.9.3.)

《공공의료 새롭게》(백재중, 건강미디어협동조합, 2022.7.17.)

《후쿠자와 유키치 자서전》(후쿠자와 유키치/허호 옮김, 이산, 2006.3.17.)

《한국의 馬 민속》(임동권 외, 집문당, 1999.1.20.)

《김지하 시전집 1》(김지하, 솔, 1993.1.5.)

《다시 읽는 임석재 옛이야기 1》(임혜령 엮음·김정한 그림, 한림출판사, 2011.3.4.)

《햇살은 누구에게나 따스히 내리지 않았다》(일과시, 과학과사상, 1993.12.28.)

《月城地域語의 音韻論》(최명옥, 영남대학교출판부, 1982.5.20.)

《향가의 해석》(신재홍, 집문당, 2000.2.7.)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책숲마실


숨결하고 사람 (2022.5.23.)

― 서울 〈메종인디아〉



  마을논에서 이따금 고라니를 만납니다. 가볍게 소리를 내고는 폴짝폴짝 뛰고 달리는 고라니는 싱그러운 풀을 즐깁니다. 이 땅에 사람하고 뭇숨결이 어우러지던 지난날에는 고라니도 여우도 곰도 범도 고슴도치도 수달도 늑대도 함께 들빛을 머금으면서 보금자리를 일구었어요. 이제 웬만한 숲짐승은 삶터를 빼앗기면서 목숨을 모조리 잃었고, 고라니는 길에서 자꾸 치여죽습니다.


  고라니마저 이 땅에서 사라지면 사람은 얼마나 잘 살아갈 만할까요? 개구리도 두꺼비도 맹꽁이도 뱀도 이 땅에서 쫓겨나면 사람은 얼마나 아름답게 살아갈 만한가요? 이웃숨결을 잊는 만큼 이웃사람을 잊습니다.


  어느 곳에서 무엇을 하든 우리 넋은 늘 우리를 밝히는 빛이리라 생각해요. 누구를 만나 어떤 길을 가든 우리 얼은 늘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리라 생각합니다. 사라지는 숲짐승을 바라보면서 들꽃 같은 사람들이 밀려나거나 밟히는 모습을 느낍니다. 삶터를 빼앗기는 새나 풀벌레나 풀꽃나무를 마주하면서 들풀 같은 사람들이 고달프거나 눈물짓는 모습을 느껴요.


  봄빛을 머금으면서 서울로 달립니다. 시외버스에서 ‘고라니’ 이야기를 노래꽃으로 씁니다. 사람인 이웃뿐 아니라 푸르게 어깨동무할 뭇숨결을 함께 헤아리기를 바라는 마음을 몇 줄 글에 얹습니다.


  오스카 와일드 님은 《저만 알던 거인》이라는 이야기를 남겼어요. 오늘 우리는 “저만 알던 사람”이나 “저만 알던 사납이·글꾼·힘꾼·이름꾼·돈꾼”을 맞대어 볼 만하다고 느낍니다. “서로 알아가는 사이”로 나아가지 않을 적에는 수렁에 잠기다가 끝내 죽음구덩에 빠지리라 봅니다.


  시외버스에서 내려 전철을 갈아타고서 〈메종인디아〉로 찾아갑니다. 봄이 무르익으니 입가리개를 벗고서 햇볕하고 사귀는 터전으로 나아가기를 바라요. 나무도 멧새도 벌나비도 입가리개를 안 합니다. 사람도 홀가분히 털어내고서 만나야지 싶어요. 서울 한복판을 거닐다 보면 부릉부릉 매캐해서 돌림앓이 탓이 아니라 그저 숨이 막히기는 합니다만, 목소리를 낼 말길도 나란히 열어야지 싶고요.


  저마다 다른 책은 저마다 다른 목소리입니다. 저마다 다른 삶을 저마다 다른 눈길로 밝히면서 저마다 새롭게 꿈을 키우기에 온갖 책이 태어나요. 어느 들꽃도 다른 들꽃을 흉내내지 않듯, 우리는 누구나 스스로 살아가는 오늘을 글로 옮기기에 아름답습니다. 어느 나무도 우쭐거리거나 혼자만 살려고 하지 않듯, 우리는 다 다른 숱한 책을 두루 사랑하고 품을 적에 어질며 참한 어른으로 설 만합니다. 


ㅅㄴㄹ


《홍차와 장미의 나날》(모리 마리/이지수 옮김, 다산책방, 2018.10.19.)

《세 갈래 길》(래티샤 콜롱바니/임미경 옮김, 밝은세상, 2017.12.15.)

《내가 좋아하는 것들, 산책》(이정하, 스토리닷, 2022.4.26.)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책숲마실


원미글숲 (2022.5.25.)

― 부천 〈용서점〉



  탈을 쓴다고 해서 속빛이 바뀌지 않습니다. 탈을 쓰면 ‘탈차림’일 뿐입니다. 여우탈을 쓰기에 여우가 되지 않고, 사람탈을 쓰기에 사람이 되지 않아요. 그럴싸한 옷을 입기에 그럴싸한 사람이 되지 않습니다. 멋지다는 부릉이를 몰기에 멋진 사람이 될까요? 훌륭하다는 책을 읽기에 훌륭한 사람이 될까요?


  스스로 마음에 사랑이라는 씨앗을 차근차근 심기에 사랑스러운 사람입니다. 사랑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마음을 스스로 밝히기에 기꺼이 손을 내밀 뿐 아니라 어깨동무를 하면서 온누리에 빛줄기를 드리워요. 사랑이란 마음으로 책을 쥐기에 어느 책을 펴든 스스로 피어나고 자라납니다. 사랑이란 마음이 없이 책을 잡기에 대단하거나 놀랍거나 아름답다는 책을 펴지만, 막상 우리 삶을 추스르지 못 합니다.


  서울(도시)에는 ‘숲인 척하는’ 쉼터(공원)가 곳곳에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이든 시골이든 ‘그저 숲인 숲’이 있어야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을 테지요. 껍데기로는 껍데기예요. 허울로는 허울입니다. 알맹이여야 알맹이입니다.


  부천 〈용서점〉에서 ‘수다꽃’을 함께 지피면서 생각합니다. 용지기님은 이 마을책집이 ‘원미글숲’이 되기를 꿈꿉니다. 누구나 스스럼없이 찾아와서 책을 읽고 사고 나누고 이야기를 들려주고 들으면서 무럭무럭 자라는 나무 한 그루로 서기를 바라지요.


  우리는 서로 다 다른 나무입니다. 다 다른 터전에서 다 다르게 삶을 누리면서 살림을 일구는 다 다른 나무예요. 우리가 어른이라면, 오늘 할 몫이란, ‘봄(보기·보다)’이라고 느낍니다. 지켜보고 살펴보고 돌아보고(돌보고) 마주보고 알아보고 찾아보고 즐겨볼 줄 아는 마음이기에 넉넉합니다. 우리가 아이라면, 오늘 할 놀이란, ‘그림(그리기·그리다)’이라고 느껴요. 하루를 그리고 생각을 그리고 이야기를 그리면서 웃음꽃을 그립니다.


  마음을 빛내는 분이라면 누구나 마음빛을 누릴 만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하늘빛하고 풀빛하고 눈빛을 문득 마음으로 듣고서, 가만히 옮겨적거나 풀어내는 징검다리라는 길을 걸어가려고 합니다. 풀꽃이 들려주는 말을 글로 옮깁니다. 나무가 속삭이는 말을 글로 얹습니다. 새가 알려주는 말을 글로 엮습니다. 별빛이 노래하는 말을 글로 가꿉니다.


  글숲을 지을 수 있고, 책숲을 세울 수 있어요. 말숲을 익힐 수 있고, 살림숲을 돌볼 수 있습니다. 사랑숲으로 모일 수 있고, 푸른숲으로 삶자리를 열 수 있어요. 씨앗 한 톨을 손바닥에 올리듯 책 한 자락을 가만히 집고서 생각숲으로 들어섭니다.


ㅅㄴㄹ


《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도코 고지 외/송태욱 옮김, 현암사, 2017.6.30.)

《나의 수채화 인생》(박정희, 미다스북스, 2005.3.31.)

《자연과 지식의 약탈자들》(반다나 시바/한재각 외 옮김, 당대, 2000.1.20.첫/2000.10.30.3벌)

《천천히 스미는》(G.K.체스터튼 외/강경이 옮김, 봄날의책, 2016.9.20.첫/2016.10.10.2벌)

《基督敎敎育의 課題》(D.C.Wyckoff/전택부 옮김, 대한기독교교육협회, 1957.9.15.첫/1981.3.15.3벌)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조수미, 제일미디어, 1994.6.25.)

《믿음의 名詩》(김희보 엮음, 종로서적, 1984.8.10.)

《복음주의적 학생운동》(올리버 바클레이/한화룡 옮김, 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 1985.2.22.)

《모두를 위한 권리, 한 권으로 읽는 기본소득》(윤지영·김예슬, 나눔문화, 2020.12.14.)

《솔직히 말하자》(김남주, 실천문학사, 1989.11.25.)

《경건 생활의 기초》(에이 W.토저/강귀봉 옮김, 생명의말씀사, 1974.12.25.첫/1985.7.25.4벌)

《미스터 뱃맨의 一生》(존 번연/박화목 옮김, 대한기독교출판사, 1977.3.10.)

《권위》(마틴 로이드 죤스/김성수 옮김, 생명의말씀사, 1978.4.20.)

《귀로 웃는 집》(임영조, 창작과비평사, 1997.1.20.첫/2005.10.15.4벌)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21 | 22 | 23 | 24 | 2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