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우리 아이들을 (2023.4.28.)

― 인천 〈그루터기〉



  한봄이 깊어 늦봄으로 접어드는 즈음에는 덩굴풀과 덩굴나무 잎이 반짝반짝 새로 퍼지며 고와요. 덩굴잎도 나물입니다. 갓 돋으면 그대로 훑고, 살짝 길게 뻗으면 데쳐서 누립니다. 둘레에서는 두릅싹을 많이 즐기는 듯싶은데, 찔레싹도 더없이 빛나는 봄나물이에요. 갓 돋는 감잎도 느티잎도 싱그러이 나물입니다.


  우리가 못 먹을 풀은 없습니다. 조금 센 풀은 있을 테지만, 세면 센 대로 여리면 여린 대로 이바지하는 풀이에요. ‘풀어’ 주기에 풀이요, 온누리를 ‘품’기에 풀입니다. 봄날 풀밭에 드러누우면 봄빛이 우리를 품는 숨결을 누릴 만합니다. 예부터 모든 아이어른은 맨발로 걷고 맨손으로 쥐면서 온몸을 푸르게 물들였어요.


  다만 임금과 나리와 벼슬아치는 온몸을 치렁치렁 감싸고 해를 등진 채 감투를 썼어요. 맨발도 맨손도 아니던 이들은 ‘먹물’이고, 우리가 읽는 ‘역사책’에 이름이 남을는지 모르나, 이들한테서는 ‘삶·살림·사랑’이 없어요.


  인천 그림책집  〈그루터기〉로 걸어가는 길에 인천시청 앞을 지나갑니다. 시청 둘레 길나무에 걸개천이 잔뜩 달립니다. 왜 나무줄기에 걸개천을 맬까요? ‘플라스틱끈’으로 감긴 나무는 앓습니다. 아무리 뜻있는 글을 걸개천에 담더라도, 나무줄기에 친친 감는다면 부질없어요. 살림이 아닌 죽음글 같습니다.


  하루를 여는 길이란, 언제나 햇빛이요 바람결입니다. 시골도 서울도 해가 뜨고 구름이 흐르고 비가 내리기에 누구나 숨쉴 수 있어요. 해바람비는 풀꽃나무를 푸르게 물들이고, 우리는 맨몸으로 풀내음을 머금으면서 앙금을 풀어 서로서로 품는 사랑을 숲빛으로 나눌 만합니다. 그림책이라면 모름지기 숲살림을 그려야지 싶습니다. 노래꽃(시)이라면 언제나 숲바람을 옮겨야지 싶습니다.


  올해는 봄비가 잦으면서 하늘이 무척 맑아요. 지난 열 몇 해 사이에 3∼5월은 이른더위였어요. 올해는 새롭게 나아가는 하늘길을 밝히는 봄비가 적셔 줍니다. 그러니까, ‘초록·녹색’이 아닌 ‘풀빛’을 말할 노릇입니다. 하늘빛인 ‘파랑’이라는 빛깔은 ‘늘사랑’을 밝히는 숨결이라는 대목을 아이들하고 나눠야지 싶어요. 타오르는 빛깔인 ‘빨강’은 불길(열정·분노)이기에 살림하고는 멀어요.


  그림책에 담는 글이 노래(시)입니다. 노래는 신나게 놀 적에 부릅니다. 놀이는 살림하는 어버이 곁에서 아이들이 불러요. 어버이는 서로 사랑으로 마주하며 보금자리를 일구지요. 늦는 글이나 길은 없습니다. 모든 글이나 길은 제때에 태어나요. 이 글 한 자락은 이웃님한테 바람길을 타고서 사뿐히 내려앉는 봄글이 되고, 마음길을 열어 줄 테지요. 온누리 우리 아이들이 실컷 놀고 노래할 수 있기를 바라요.


ㅅㄴㄹ


《작은 임금님》(미우라 타로/황진희 옮김, 비룡소, 2023.1.26.)

《야마시타는 말하지 않아》(야마시타 겐지 글·나카다 이쿠미 그림/김보나 옮김, 청어람미디어, 2023.3.18.)

《헤이즐의 봄 여름 가을 겨울》(피비 월/신형건 옮김, 보물창고, 2023.4.2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책숲마실


포근히 (2023.1.26.)

― 순천 〈책방 심다〉



  아이들 옷가지를 장만하려고 순천에 나온 길입니다. 〈책마실〉에 먼저 들르고서 〈책방 심다〉로 찾아가는데, 들목에 종이 한 자락이 붙습니다. 길게 쉬는 줄 알았으나 슬쩍 들렀는데 아직 새로 열려면 멀었군요(그러나 6월에 이르러 새롭게 열었습니다).


  고흥에서 순천으로 건너오는 시외버스에서 쓴 노래꽃이며 주섬주섬 글월집(편지함)에 얹습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려다가 책집 앞 ‘필름뽑기’를 물끄러미 들여다봅니다. 저는 필름찰칵이를 쓰던 무렵에 ‘일포드’를 썼습니다. 바탕은 ‘감도 400’이되 ‘1600 띄움’을 할 수 있는 필름이었어요. 그런데 일포드 필름을 쓰는 사람이 드물고 다들 ‘티맥스’를 쓰는 터라, 일포드 필름을 장만하려면 미리 말을 넣어 서른이나 쉰쯤 받았습니다. 예전에는 부쳐 주지 않았으니 필름집에 꼬박꼬박 찾아가서 값을 치르고서 받았어요. 얼추 이레마다 새로 샀습니다.


  남다르게 하려면 무엇이든 어렵다지만, 나답게(나대로) 하려면 안 어렵지 싶어요. 찰칵이를 손에 쥘 적에도 ‘니콘·미놀타·캐논’ 세 가지를 다 다뤄 보고서 제 눈과 빛에 맞는, 여기에 주머니에 맞는 아이로 갈무리했습니다. 중형·대형·파노라마를 쓰고픈 마음도 있었으나, 주머니에 맞추어 더 뻗지 않았습니다.


  저는 책집마실을 하면서 책집만 찍었기에, 필름값보다 책값을 더 쓰는 살림이었고, 책을 미루며 찰칵이를 살 수 없는 터라, 마지막으로 캐논찰칵이가 숨을 거둔 날, 어쩌나 하고 눈물지으니, 오랜 벗님이 “우리 아버지가 쓰던 찰칵이를 빌려줄 테니까 받으라”고 하면서 니콘찰칵이를 물려주었어요. 캐논을 쓰다가 니콘을 쓰니 허벌나게 잘 받고 잘 나오더군요. 책집을 빛꽃(사진)으로 담을 적에 필름으로는, “니콘 + 일포드 400을 1600으로 높인 결”이 가장 어울렸다면, 디지털로는 “캐논 100디 + 자연광”이 가장 어울린다고 느낍니다. 빛결은 ‘-1 또는 -1.5’로 조금 어둡게 하고, 디지털은 되도록 ‘감도 100’을 지키면서 셔터값을 낮춥니다.


  고흥으로 돌아가는 시외버스에서 책을 읽다가 덮습니다. 가만히 눈을 감고서 지난날을 되새기고, 오늘 걷는 하루를 돌아봅니다. 그동안 달린 길은 무엇이었는지 곱씹습니다. 바쁠 적에는 그저 달리기만 해도 즐겁더군요. 바쁘게 달리면서 모든 앙금을 훌훌 털 수 있으니까요. 아이들하고 살림을 짓는 오늘은 늘 아이들한테 맞추어 살아가는데, 어버이로서 아이한테 맞추는 길이란 ‘어버이다움’이지 싶습니다. 어버이는 아이한테서 사랑을 배워서 깨닫고, 아이는 사랑을 깨달은 어버이한테서 살림을 물려받습니다. 포근히 밤빛을 맞아들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책숲마실


모든 풀은 들꽃 (2023.4.14.)

― 부산 〈카프카의 밤〉



  〈글밭〉에서 산 책은 빗물에 안 젖도록 쌌습니다. 빗줄기는 차츰 굵군요. 망미동에서 슬슬 걸어 연산동으로 건너옵니다. 빗길입니다. 비가 오는 길입니다. 비를 맞으면서 걷습니다. 맨몸으로 비를 맞으며 걷는 분이 드문드문 있습니다. 슈룹(우산)을 미리 안 챙겼으니 빗물에 젖을 수 있고, 이맘때 봄비는 우리 숨결을 살려주는 아름다운 윤슬이라고 여겨 반가이 누릴 만합니다.


  안골목으로 걸으니 연산고을책숲(시립도서관)이 나오고, 이 곁에 〈카프카의 밤〉이 있습니다. 책숲 곁에 책집이군요. 한켠은 너른터이고, 맞은켠은 작은터입니다. 이켠은 이야기숲이고, 맞은켠은 이음터입니다.


  모든 풀은 들꽃입니다. 꽃이 피지 않는 들풀은 없습니다. 모든 나무는 숲꽃입니다. 꽃이 없는 나무는 없어요. 마을을 보려면 마을사람이라는 마음으로 천천히 거닐면 됩니다. 아이들은 쇳덩이(자동차)를 몰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걸어다닙니다. 아이들이야말로 빛나는 마을지기이면서, 마을살림을 보여줍니다.


  책집 〈카프카의 밤〉에 닿습니다. 빗물을 바깥에서 가볍게 털고서 들어섭니다. 이곳은 작은숲입니다. 큰숲 곁에 작은숲입니다. 로라 잉걸스 와일더 님이 쓴 《큰숲 작은집》(Little House in the Big Woods)이 떠오릅니다.


  걷다 보면, 부스러기를 걷어내는 눈빛을 느낍니다. 스스로 걷지 않고, 천천히 걷지 않고, 아이랑 손잡고 걷지 않는 사람들이 글과 말로만 읊는다면, 이들은 ‘겉·허울(위장진보·위장지식인)’일 테지요. 글을 쓰고 말을 하는 사람으로 넋이 제대로 박히려면, 두 다리로 걸을 노릇이지 싶어요. 우리가 저마다 스스로 보금자리에서 걷고, 마당에서 걷고, 뒤뜰을 걷고, 숲을 걷고, 골목을 걷고, 이웃집으로 걸어가면, ‘겉·허울(위장진보·위장지식인)’로 둘러싼 부스러기(위장진보 출판사·위장지식 출판사)를 한 올 두 올 걷어낼 만하지 싶습니다. 두고두고 이을 아름책은 언제나 ‘걷는이’가 썼어요. ‘안 걷는이’는 늘 허울스럽습니다.


  다시 길을 나설 즈음 〈카프카의 밤〉 지기님이 슈룹을 건넵니다. 비를 맞으며 걸어도 즐겁지만, 비를 가리며 책을 아껴도 즐거운 일입니다. 빗길을 걷다가, 예전에 〈연산헌책방〉이 있던 곳을 어림합니다. 〈연산〉 책집지기님은 요새 무엇을 하시려나 하고 돌아봅니다. 해가 질 무렵 하루일을 마감하면서 “술 한 모금에는 책 하나가 가장 좋은 안주 아임니꺼?” 하며 웃던 얼굴을 떠올립니다.


  사랑으로 바라보아 주기에, 사랑씨앗을 알아보며 품어주는 손길을 누려요. 사랑이 없기에 바라보지 않고, 사랑을 잊었기에 마음도 글빛도 목소리도 잃어요.


ㅅㄴㄹ


《소리 교육 2》(머레이 셰이퍼/한명호·박현구 옮김, 그물코, 2015.9.20.)

《프리덤, 어떻게 자유로 번역되었는가》(야나부 아키라/김옥희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20.3.15.)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책숲마실


대 (2023.4.16.)

― 부산 〈대영서점〉



  아침저녁으로 곁님이랑 아이들을 마주할 적마다 처음 곁으로 찾아온 날부터 갓 태어난 날에 차츰차츰 자라나면서 눈망울이 빛나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달음에 느낍니다. 이웃 마을·고장에서 살아가는 분을 만날 적에도 처음 만나던 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어떤 말을 나누면서 이야기를 지폈나 하고 돌아봅니다.


  부산 보수동 책골목을 거닙니다. 오늘은 〈대영서점〉에 깃들고서 고흥으로 돌아갈 생각입니다. 부산 사상에서 탈 버스를 헤아리면서 아주 느긋하게 책시렁을 돌고, 책더미를 헤아리고, 눈과 손과 마음과 발바닥에 책빛을 담습니다.


  새책집으로 가든 헌책집으로 가든, ‘이미 아는 책’은 들추지 않습니다. 언제나 ‘새로 읽을 책’만 들춥니다. 열 해나 서른 해 앞서 읽은 책이라 하더라도, 오늘 눈앞에서 다시 만나서 손에 쥐면 ‘새로 읽을 책’입니다. 예전에 이미 읽어서 줄거리를 안다는 마음을 말끔히 지우고서 ‘오늘 이 책집에서 처음 만나서 새롭게 읽어 즐겁게 맞아들일 숨결’을 헤아립니다.


  어느 책집지기님은 “아니, 최종규 씨 같은 분이 아직 그 책을 안 읽었는가?” 하고 묻습니다. 숲노래 씨는 빙그레 웃으면서 “예전에 읽었는데, 오늘 또 보이기에 새로 읽으려고요.”라든지 “아직 모르는 책이 수두룩해서 늘 새롭게 배우는걸요.” 하고 말씀을 여쭙니다. 이러면 책집지기님은 “그래, 우리도 모르는 책이 참 많답니다. 날마다 새로운 책이 이렇게 쏟아지는데에도 처음 보는 책이 많아요. 책이 이렇게 많고 다른데, ‘책을 안다’고 말할 수 없겠더구만.” 하셔요.


  ‘잘 팔린 책 = 남이 많이 읽은 책’입니다. 남이 많이 읽든 말든, 남이 돈이 많든 적든, 남이 키가 크든 작든, 남이 잘생기든 못생기든, 우리 삶에는 하나도 안 대수롭습니다. 우리 삶은 늘 우리 발걸음으로 디디는 곳마다 풀씨 한 톨을 옮기듯 마주하면서 천천히 짓습니다. ‘대박’이란 말이 언제부터인지 불거졌는데, ‘大’가 아닌 ‘대’입니다. ‘대단하다·대나무·대머리·장대’에 깃드는 ‘대’예요. 하늘을 날듯 가벼우면서 곧게 크고 빛나는 결을 우리말 ‘대’에 담습니다.


  걸으면 보고 느낄 수 있는 삶터가 한결 넓어요. 쇳덩이(자동차)를 몰면 얼핏 더 멀리 오가는 듯 보이지만, 막상 쇳덩이에 몸을 싣기 때문에, 바람소리도 새노래도 풀벌레 노랫가락도 다 못 듣거나 잊어버려요. 아이 손을 잡고 걷다가, 곁님하고 나란히 아이 손을 하나씩 잡고 천천히 거닐 적에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면서 수다꽃을 피우고, 바람소리에 구름소리에 온갖 푸른 철빛을 고스란히 맞아들이게 마련입니다. 걷는 다리야말로 가장 빠르면서 가장 느긋한, 삶을 사랑하는 길입니다.


ㅅㄴㄹ


《若さに贈る》(松下幸之助, 講談社, 1966.4.15.)

《紙つぷて(全)》(谷澤永一, 文藝春秋, 1986.3.25.)

《三角砂糖》(吉行淳之介 外, 講談社, 1989.10.15.)

《ブリキの太鼓 第1部》(ギュンタ-·グラス高本硏一 옮김, 集英社, 1978.9.30.)

《沈默の春》(7レイチェル·カ-ソン/靑樹築一 옮김, 新潮社, 1974.2.20.)

《三文オペラ》(ベルトルト·ブレトヒ/千田是也 옮김, 岩波書店, 1961.9.25.)

《釣魚大全》(アイザック·ウォルトン/森秀人 옮김, 角川書店, 1974.12.30.)

《겨레와 함께 한 쌀》(편집부, 국립중앙박물관, 2000.7.24.)

《풍경과 마음》(김우창, 생각의나무, 2003.10.24.)

《오타 벵가》(필립스 버너 브래드포드/손풍삼 옮김, 고려원, 1994.7.20.)

《범우문고 229 조선책략》(황준헌/김승일 옮김, 범우사, 2007.5.30.)

《日本의 歷史》(민두기 엮음, 지식산업사, 1976.11.30.)

《알기 쉬운 독일語》(關口存男·眞鎬良一/S.S.Kang 옮김, 교학사, 1978.3.30.)

《자유 속으로 날다》(J.크리슈나무르티/조찬빈 옮김, 문장, 1983.5.15.)

《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인들》(클라리사 P.에스테스/손영미 옮김, 고려원, 1994.5.1.)

《詩精神과 遊戱精神》(이오덕, 창작과비평사, 1977.4.25.)

《人間은 모두 죽는다》(시몬느 드 보봐르/정병희 옮김, 수문서관, 1979.7.10.)

《小學算數 4年 下》(편집부, 大辦書籍, 1994,5,20,)

《新版 標準 國語 四年上》(西尾實 엮음, 敎育出版株式會社, 1972.6.20.)

《新版 標準 國語 五年下》(西尾實 엮음, 敎育出版株式會社, 1972.6.20.)

《인간과 음악, 인간 조건으로서의 음악》(백대웅, 이론과실천, 1988.2.15.)

《만국의 노동자여》(백무산, 청사, 1988.8.15.)

《아아 내나라, 항일민족시집》(조태일 엮음, 시인사, 1982.4.19.)

《눈 감고 보는 하늘》(최병두, 도서출판 세종, 1984.8.30.)

《韓國의 漢詩 14 梅窓 詩選》(매창/허경진 엮음, 평민사, 1986.4.15.)

《김소월 시의 어휘와 그 활용구조》(윤주은, 학문사, 1991.6.25.)

《저 물레에서 運命의 실이, 이것이 女性이다》(이어령, 범서출판사, 1972.9.25)

《韓國의 장승》(이상일 글/주명덕 사진, 열화당, 1976.11.15.)

《世界美術文庫 13 베르메르》(편집부, 금성출판사, 1976.10.15.)

《REMBRANDT》(Lionello Puppi, Thames & Hudson, 1969.)

《학생중앙 미스테리 英文小說 704 프란세스 양의 失踪》(도일/김상형 옮김, 중앙일보·동양방송, 1977.10.1.)

《최불암 이야기》(윤덕주 엮음, 백암, 1991.12.6.)

《몰래카메라와 최불암》(이성환 엮음, 미주출판, 1992.3.10.)

《유쾌한 게임백과》(김휘문 옮김, 동아문예, 1986.11.15.)

《詩와 畵集 1 시와 사랑의 수채화》(김나영 옮김, 해바라기, 1991.3.20.)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003 포트폴리오 어떻게 만드나?》(에드 마퀸드/편집부 옮김, 월간디자인, 1986.12.1.)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005 착시조형》(시라이시 가즈야/김수석 옮김, 월간디자인, 1987.6.15.)

《우리동네 꽃담》(이종근 글·유연준 사진, 생각의나무, 2008.5.25.)

《한국전쟁 1 불길한 징조》(장문평·이동식, 도서출판 신한, 1987.9.15.)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책숲마실


책이 무슨 잘못입니까만 (2023.5.19.)

― 부산 〈예스24 F1963〉



  서울 강서에 깃든 마을책집 〈다시서점〉은 5월 18일에 열었다고 합니다. 2023년은 ‘열돌’이에요. “열 해면 숲이 바뀐다(십 년이면 강산이 바뀐다)”는 말처럼, 지난 열걸음은, 마을책집 한 곳이 마을숲으로 나아가는 씨앗을 심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새로 걸어갈 열걸음도 하루하루 즐거이 노래이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오늘 5월 19일에 전남 고흥에서 부산으로 건너오며 서울 한켠 작은책집을 가만히 그려 보았습니다. 이레 뒤에 서울 강서로 날아가서 볏골(화곡동) 어린이하고 노래쓰기(동시창작) 이야기를 펼 텐데요, 노래(시·동시)는 꾼(전문가·문학인)만 쓰는 글이 아닙니다. 누구나 말을 하고, 누구나 글을 읽기에, 누구나 노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 노래는 조촐히 꾸러미(책)로 여밀 만합니다.


  셈 ‘10’은 ‘열’로 셉니다. ‘십(十)’으로 안 셉니다. 요새는 북녘에서 셈을 어떻게 읽는지 모르겠으나, 《보리 국어사전》 엮음빛(편집장)으로 일하느라 연변조선족자치주 이웃을 만나며 말씨를 귀여겨듣던 2001∼2003년에는 “여러 열(수십)”이라든지 ‘세열(삼십)·넉열(사십)’ 같은 말씨를 이따금 들었어요. 그때에 이런 셈읽기를 들으며 놀랐지요. “여러 열”에 ‘닷열’이라 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말 ‘열’은 ‘열다’랑 맞물립니다. 셈 ‘10 = 열·열다·틈·틔움·눈뜸·움·싹’, ‘100 = 온·오롯·옹글·알·얼’, ‘1000 = 즈믄·즐거움·집·지음’, ‘10000 = 골·고을·곱다·곰·검·고요·밤’, ‘억(億) = 잘·잘하다·자랑·잠·젖·잣’, ‘조(兆) = 울·우리·하늘·하나·누리·빛·숨’을 나타냅니다.

  작은책집 한 곳 ‘열돌’이란, 새길을 여는 첫씨입니다. 마을책집 한 곳 ‘스무돌’을 지나고 ‘서른돌’에 ‘마흔돌’로 나아간다면 온누리를 새롭게 일구지요.


  큰책집이자 누리책집인 〈예스24 F1963〉으로 가려고 수영 골목을 걸었습니다. ‘왜놈’을 물리친 곳을 알리려는 시늉(조형물)이 곳곳에 있군요. 칼을 쥐고 화살을 날리고 주먹을 흔드는 시늉을 보며 혀를 찼습니다. 우리 아이들한테 불길(분노)을 물려주어야 할까요? 작은 골목집마다 5월 늦봄을 빛내는 꽃찔레(장미) 덩굴이 눈부십니다. 우리는 이 ‘골목빛’을 아이들한테 들려주고 물려주어야 비로소 어른으로 새빛을 열리라 봅니다. 주먹질 아닌 골목꽃·마을꽃이 빛(문화유산)입니다.


  아무튼 커다란 〈예스24 F1963〉에 등짐을 내려놓고서 한참 둘러보았습니다. 자리값(공간활용)을 너무 못 하더군요. 손이 안 닿을 뿐더러 사다리도 안 보이는데, 책을 시늉(장식품)으로 때려박고서 잘난책(베스트셀러) 장사에만 힘을 쏟네요. 책은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만, 이런 눈먼 장삿길로 돈을 벌면 뭘 할 만할까요?


ㅅㄴㄹ


《자연의 신비 7 괭이갈매기》(오다 히데모토 쿠보 히데카즈/편집부 옮김, 교원, 1990.2.20.첫/1997.11.27.20벌)

《밀리의 특별한 모자》(키타무라 사토시/문주선 옮김, 베틀북, 2009.4.15.)

《용감한 아이린》(윌리엄 스타이그/김서정 옮김, 웅진주니어, 2000.12.28.)

《베렌스타인 곰가족 1 왕호박과 괴물의 대결》(스탠 & 잰 베렌스타인/서창렬 옮김, 도토리창고, 2010.7.20.)

《노란 샌들 한 짝》(캐런 린 윌리엄스·카드라 모하메드 글, 둑 체이카 그림/이현정 옮김, 맑은가람, 2007.10.25.첫/2020.12.11.11벌)

《꼬마 돼지》(오드리 우드·돈 우드/최정선 옮김, 보림, 2000.5.30.첫/2024.3.25.8벌)

《에란디의 생일 선물》(안토니오 에르난데스 마드리갈 글·토미 드 파올라 그림/엄혜숙 옮김, 문학동네, 2009.5.12.)

《물 속을 나는 새》(이원영, 사이언스북스, 2018.9.21.)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한심한 부산 수영 예스24 매장'을 보면서

이곳 예스24 직원들은

'경쟁업체 알라딘중고샵'을 

가 본 적이 없는지 궁금했다.


적어도 '알라딘중고샵 매장운영'을

구경이라도 하면서

보고 배워야 하지 않을까?


참 한심한 예스24 중고매장을

부산 수영구에서 보았다.


아니, 예스24 관리자와 대표와 직원을 넘어,

부산시청과 부산 수영구청과 부산문화재단

공무원들이 부산에서 무슨 짓을

이렇게 벌여놓고서

부산을 망가뜨리는 꼴인지

헛웃음이 나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