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새길 (2021.12.20.)

― 순천 〈형설서점〉



  어떤 분은 “나방(나비)한테는 의지도 의도도 없다”고 말을 합니다. 오직 사람한테만 ‘뜻(의지·의도)’이 있다고 여기는 분이 뜻밖에 참 많습니다. 풀벌레나 모기한테 뜻이 있다고 여기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모든 숨결한테는 뜻이 있되, 오히려 사람이 스스로 자꾸 뜻을 잃고 길을 헤맵니다. 뜻이 있기에 허울에 속지 않고, 치레를 안 합니다. 뜻이 없기에 허울을 씌우고 치레를 하고 말아요.


  아직 철들지 않아 삶을 바라보는 눈이 없다면, ‘나비(나방)는 어떻게 스스로 뜻을 품으면서 깨어났는가?’를 알아볼 수 없습니다. 비로소 철들어 삶을 바라보는 눈이 있다면, ‘나비(나방)는 눈코귀 없이 잎갉이만 할 수 있는 토실토실한 애벌레 몸을 스스로 끝내기로 하면서, 제 몸에서 실을 뽑아내어 고치를 틀어, 보름에 걸쳐 깊이 잠드는 꿈나라로 나아가고, 이동안 오롯이 꿈·뜻을 하나로 품고 짓고 그려서 바라보기에, 마침내 애벌레란 몸을 사랑으로 따뜻하게 녹여서, 이제부터 눈코귀 있고 더듬이에 날개까지 있는, 새길로 나아가는 새빛을 스스로 일군 삶뜻(의지·의도)이 있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이쪽에 서건 저쪽에 서건 그쪽에 서건, ‘주의자(이즘·사상)’가 되면 ‘나만 옳고 맞으니, 너는 틀리고 나빠서, 넌 손가락질(욕설·비난)을 받아야 하고, 나한테는 손가락질을 하면 안 돼!’ 같은 마음에 사로잡힙니다. 오늘날 ‘뉴스’란 이름이 붙어서 나오는 모든 부스러기(정보)는 ‘새것(news)’이 아닌 ‘사람들을 낡은틀에 가두어 길들이는 허깨비’라고 느껴요. ‘뉴스를 보면 볼수록 속으로 불길(화)을 쌓도록 북돋아서, 사람들 스스로 삶을 생각하는 마음을 잊도록 넌지시 꾀어낸다’고 할까요? 우리는 ‘새것이 아니면서 새것인 척하는 뉴스’는 몽땅 걷어치우고서, 스스로 우리 삶을 사랑으로 짓는 길을 바라볼 노릇입니다. 그들이건 저들이건 ‘하는 짓만 다를 뿐’ 다 한통속이에요. 우리 뜻과 길을 봐야지요.


  순천 〈형설서점〉으로 찾아갑니다. 작은아이하고 책집마실을 합니다. 저는 골마루를 거닐며 책을 살피고, 작은아이는 너른터를 달리면서 바람을 마십니다.


  새로 들어오고 나가는 책이 끝없기에 어느 책집이건 책시렁을 찬찬히 다스리기란 만만찮습니다. 모든 책집은 쉬잖고 빛나고 물결치는 바다라 할 만합니다. 책손은 이따금 책바다에 마실을 하면서 가볍게 바람빛에 바다빛을 머금고서 숨을 돌려요.


  오늘 보는 책은 오늘 배우는 새길입니다. 오늘 만지는 책은 오늘부터 틈틈이 새삼스레 들추면서 삶을 되새기는 길동무입니다. 오늘 장만한 책은 오늘까지 걸어온 길을 살포시 내려놓고서 꿈으로 나아가려는 디딤돌입니다.


ㅅㄴㄹ


《周時經傳》(김세한, 정음사, 1974.9.30.)

《의문·해설 한글강좌》(정인승, 신구문화사, 1960.7.1.고침)

《우편번호부》(체성회 엮음, 체신부, 1971.3.1.)

《솔직히 말하자》(김남주, 풀빛, 1989.1.25.)

《마음의 양식 제1·2·3집》(전윤수 엮음, 국방부, 1983.7.)

《情熱의 詩人과 貴婦人》(빠이론/김소영 옮김, 성화문화사, 1958.12.20.)

《무릎 의자》(김동억 글·김천정 그림, 아침마중, 2017.7.1.)

《아 白頭山》(진태하, 교보문고, 1986.2.15.)

《고흥 주교 2호》(임영천 엮음, 개혁 고흥지방주일학교연합회, 1986.7.14.)

《고흥 주교 4호》(김봉배·박형래·임규상 엮음, 개혁 고흥지방주일학교연합회, 1990.7.7.)

《고흥 주교 5호》(김봉배·임규상·정종철 엮음, 개혁 고흥지방주일학교연합회, 1991.7.7.)

《고흥 주교 6호》(임규상·박형래 엮음, 개혁 고흥지방주일학교연합회, 1992.7.13.)

《기독교 교리 예화강해》(W.헛셀포드/박천일 옮김, 크리스찬비젼하우스, 1980.10.15.)

《교회일군 훈련특강》(W.헛셀포드/박천일 옮김, 크리스찬비젼하우스, 1980.10.15.)

《4月革命紀念詩全集》(신경림 엮음, 학민사, 1983.5.15.)

《글쓰기, 이 좋은 공부》(이오덕, 지식산업사, 1986./1990.5.25.3벌)

《강강술래》(최덕원, 전남매일출판국, 1978.5.25.)

《미니건강문고 134 충치예방과 불소》(최유진, 종근당, 1987.5.30.)

《미니건강문고 170 여드름의 예방과 치료》(김중환, 종근당, 1991.6.25.)

《국정 교과서를 따른 漢字한글 펜글씨 공부, 중Ⅲ학년》(김중각, 성문사, 1965.2.20.)

《한국의 하늘》(조지훈, 자유문학사, 1987.10.5.)

《어둠散考》(전재수, 신라출판사, 1976.3.20.)

《빠알간 피이터》(추송웅, 기린원, 1981.4.25.두벌)

《주일학교 교사의 벗 167호》(임승원 엮음, 한국기독교교육연구원, 1980.5.1.)

《주일학교 교사의 벗 191호》(임승원 엮음, 한국기독교교육연구원, 1982.7.1.)

《ヒルテイ叢書 第一篇 我ら何をなすべきか》(ヒルテイ/山田幸三郞 옮김, 向山堂書房, 1936.10.30.)

《빛깔있는 책들 16 전통 상례》(임재해 글, 김수남 사진, 대원사, 1990.8.30.)

《빛깔있는 책들 59 미륵불》(김삼룡 글, 송봉화 사진, 대원사, 1991.2.25.)

《빛깔있는 책들 136 만다라》(홍윤식 글, 홍윤식·윤열수 사진, 대원사, 1992.12.15.)

《빛깔있는 책들 136 석등》(정명호 글, 정명호·안장헌 사진, 대원사, 1992.12.15.)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숲노래 밑틀, 최종규 글, 강우근 그림, 철수와영희, 2017.7.12.)

《인도의 옛이야기》(촤우다리 엮음/하숙희 옮김, 범우사,1988.9.20.)

《베트남 설날 장대 이야기》(쩐 꾸옥 글·응웬 빅 그림/이구용 옮김, 정인출판사,

《빌라도의 報告書》(도날드 N.리드만/구영재 옮김, 미래문화사, 1977.10.15.2벌)

《문법》(삐에르 기로/송정희·한장수 옮김, 탐구당, 1988.7.15.)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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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가난한가 (2023.4.23.)

― 서울 〈옛따책방〉



  가난한 사람이 있다면, 가멸찬 사람이 있습니다. 때리는 사람이 있다면, 맞는 사람이 있어요. 높다란 자리가 있다면, 나즈막한 자리가 있지요. 좋은 일자리가 있으면, 나쁜 일자리가 있겠지요. 서울이 있으면 시골이 있을 텐데, ‘숲’이 있으면 곁에 무엇이 있을까요? 그리고 ‘새’가 있으면 둘레에 무엇이 있나요? ‘나비’가 있으면 가까이 무엇이 있는가요?


  저는 열아홉 살에 제금을 난 뒤부터 바람이(선풍기)가 없는 살림을 보냈습니다. 바람이는 없되 부채는 건사했고, 미닫이나 가로닫이를 열고서 햇빛·별빛을 머금은 바람을 쐬는 보금자리를 누렸습니다. 두 아이를 낳아 돌볼 적에 여름밤에 아이들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으면 밤새 쉬잖고 가벼이 부채질을 했습니다.


  아이를 안고 등짐을 짊어지고서 걸을 적에도 한 손에는 부채를 쥐고서 아이한테 부쳐 주었습니다. 그런데 시골이건 서울이건 나무 곁을 걷거나, 나무 둘레에서 지낸다면, 부채가 없어도 시원해요. 나무랑 부채는 짙푸른 살림길입니다.


  찬바람이 서늘한 쇳더미(지하철)를 갈아타고서 〈옛따책방〉으로 갑니다. 우리는 왜 바람이(에어컨)를 써야 할까요? 부채를 쓰면 될 뿐 아니라, 들바람이며 숲바람을 맞아들이는 곳에서 일하거나 살아갈 노릇이지 않을까요?


  어떤 분은 “최종규 씨네가 가난하니까 에어컨을 안 쓰겠지. 왜 다른 사람들더러 에어컨을 쓰지 말라고 하시오?” 하고 따집니다. 빙그레 웃고서 “바람이를 쓰지 말라고 얘기하지 않아요. 왜 나무를 집과 마을에 그득 두르면서 숲바람을 쐬려는 마음을 쓰지 않느냐고 여쭐 뿐이에요.” 하고 대꾸합니다.


  부채를 쥐는 사람이 읽는 책은 다릅니다. 이 쇳덩이(지하철·버스)도 저 쇳더미(자가용)도 거느리지 않는 사람이 읽는 책은 다릅니다. 아기를 수레에 안 앉히고서 등에 업거나 가슴에 안고서 노래하고 춤추는 사람이 읽는 책은 달라요. 나무 곁에 서는 사람이 읽는 책이 다르고, 멧새노래랑 밤별을 누리는 사람이 읽는 책도 언제나 다르게 마련입니다.


  작게 보면 더없이 작고, 크게 보면 언제나 큽니다. 사랑을 보면 늘 사랑을 심어서 일구고, 사랑을 안 보면 으레 ‘시늉’을 심거나 퍼뜨리더군요.


  언제 보아도 이슬방울 같은 빗방울을 마시면 온몸에 기운이 짜르르 오릅니다. 언제 보아도 눈물방울 같은 빗방울로 온몸을 씻으면 온마음에 새숨이 훅 올라요. 바다방울인 물방울입니다. 눈망울을 담은 꽃망울입니다. 주머니가 가벼워 가난한 사람도 있을 테고, 마음에 숲빛이 없어서 허둥대는 가난벗도 있습니다.


ㅅㄴㄹ


《체벌 거부 선언》(아수나로 엮음, 교육공동체벗, 2019.5.5.)

《가난한 사람들의 선언》(프란시스코 판 더르 호프 보에르스마/박형준 옮김, 마농지, 2020.4.30.첫/2020.7.15.2벌)

《나비》(띳싸니/소대여 옮김, 안녕, 2021.11.15.)

《19672003 구본주를 기억함》(구본주를나르는사람들, 안녕, 2022.11.11.)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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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틈 (2023.6.9.)

― 부산 〈오래서점〉



  모든 길은 ‘첫걸음 + 두걸음’이라고 느낍니다. 왼발이건 오른발이건 첫발을 내딛고서, 다른 발로 새발을 뻗습니다. 두 발을 나란히 디디면서 새길을 나아갑니다. 외발로도 걸을 수 있을 테지만, 왼발·오른발을 나란히 옮기지 않을 적에는 기우뚱하거나 흔들리거나 쓰러지거나 자빠지기 좋습니다.


  새는 왼날개·오른날개를 나란히 펼쳐서 바람을 탑니다. 나비도 두 날개를 팔랑여요. 그런데 우리는 ‘둘’이라는 대목을 자꾸 놓치거나 멀리하거나 싫어하기까지 합니다. 내가 왼쪽에 서면 너는 오른쪽에 섭니다. ‘나’를 마주하는 쪽이기에 ‘너’이거든요. 내가 오른쪽을 걸으면 너는 왼쪽을 걷지요. 마주보는 둘은 ‘선자리’가 달라 보일 뿐, 언제나 같습니다.


  내 마음대로 네가 따라와야 하지 않고, 네 뜻대로 내가 따라가야 하지 않아요. 다만, 둘은 이야기를 할 적에 즐겁습니다. 우리말 ‘이야기 = 말을 잇는 길 = 주고받는·나누는 말’을 나타냅니다. 혼자만 떠들면 이야기일 수 없이 혼잣말입니다. 나도 말하고 너도 말하면서 생각을 이어가는 길을 살리려 하기에 이야기입니다.


  어른이란 사람이 있으려면 반드시 아이란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아이라는 숨결이 빛나려면 꼭 어른이란 숨빛이 철들어야 합니다. 어른은 아이 곁에 있기에 슬기로이 살림을 짓고, 아이는 어른하고 함께살기에 즐겁게 사랑을 노래합니다.


  부산 〈오래서점〉으로 마실을 갑니다. 부산 사상나루에 내려 길을 어림하자니, 338버스를 타고서 하단나루로 건너갈 만하군요. 하단나루에서 다른 버스로 갈아타면 〈오래서점〉 가까이에 내립니다. 책집이 깃든 곳은 새로 터를 닦고서 높이높이 잿집을 올리는 마을이지 싶어요. ‘새마을’에 ‘오래책집’이란 새삼스레 어울립니다. ‘새로 올리는 마을’이니 ‘오래 헤아리는 마음’을 심을 만해요.


  서울(도시)에 깃들어 일자리를 찾건, 시골에 스며들어 논밭을 품든, 우리는 먼저 놀틈을 누릴 노릇입니다. 적어도 세 해를 실컷 놀거나, 열 해쯤 느슨히 놀아 본 사람들은 오래오래 아름다이 일할 만해요. ‘놀틈’을 모르는 사람은 이웃하고 일할 적에 ‘쉴틈’을 내지 않게 마련이라, 서로 지치고 고단해요.


  놀틈을 누리는 어른이기에 아이들도 곁에서 함께 느긋이 놀면서 풀꽃나무랑 해바람비랑 들숲바다를 품으면서 마음을 가꿀 수 있어요. 놀틈을 누리는 어른이라면 이 삶이란 날마다 새롭게 배우면서 꿈을 사랑스레 씨앗으로 마음에 묻어서 서로서로 생각을 밝혀 활짝 웃음짓는 ‘별잔치’인 줄 알아챌 수 있습니다. 우리는 놀려고 이 별에 태어났습니다. 느긋이 잘 논 사람들이 사랑을 맺는 일을 할 수 있습니다.


ㅅㄴㄹ


《유럽 최후의 대국, 우크라이나의 역사》(구로카와 유지/안선주 옮김, 글항아리, 2022.3.11.)

《나의 원피스》(니시마키 가야코/손정원 옮김, 한국몬테소리, 2001.1.5.)

《양치기 바바주》(안네트 티종·탈루스 테일러 글·그림/글샘터 옮김, 빛샘, 2012.1.20.)

《바바브라이트의 시계》(안네트 티종·탈루스 테일러 글·그림/글샘터 옮김, 빛샘, 2012.1.20.)

《바바보의 멋진 항아리》(안네트 티종·탈루스 테일러 글·그림/글샘터 옮김, 빛샘, 2012.1.20.)

《마침내 하나됨을 위하여》(김종철, 개마고원, 1999.4.5.)

《李庸岳詩全集》(이용악, 창작과비평사, 1988.6.15.)

《달넘세》(신경림, 창작과비평사, 1985.10.10.)

《조국의 하나다》(김남주, 실천문학사, 1987.11.15.첫/1993.12.15.개정판)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윌리엄 스테이그/박향주 옮김, 한국프뢰벨주식회사, 1994.9.첫/2022.4.2.중판)

《우리 정말 친한 단짝 친구!》(로렌 차일드/문상수 옮김, 국민서관, 2010.10.25.)

《걱정 마, 정말 정말 조심할게!》(로렌 차일드/김난령 옮김, 국민서관, 2009.3.20.)

《나 정말 아프단 말이야》(로렌 차일드/김난령 옮김, 국민서관, 2008.2.25.)

《내가 이겼어, 아냐 내가 이겼어!》(로렌 차일드/김난령 옮김, 국민서관, 2008.11.25.)

《진짜야, 내가 안 그랬어》(로렌 차일드/김난령 옮김, 국민서관, 2007.3.2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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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쓸 틈 (2023.6.9.)

― 부산 〈비온후〉



  어릴 적을 돌아보면 ‘어른 아닌 나이든 사람들 틈’에서 꼼짝을 못 하면서 휘둘리거나 굴렀어요. “저 사람들은 입으로는 스스로 ‘어른’이라 말을 하지만, 도무지 어른일 수 없잖아?” 하고 혼잣말을 했어요. 어린이가 들려주는 말을 가로막거나 내치거나 끊을 뿐 아니라 윽박지르고 때리고 밟는 ‘나이만 먹은 몸뚱이’는 그저 ‘늙은이’라고 느꼈습니다.


  살을 쓰다듬거나 섞는다면 ‘쓰다듬’이나 ‘섞음’입니다. 쓰다듬이나 섞음은 ‘사랑’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어른 아닌 늙은이’인 분들은 으레 “사랑의 매”라는 말을 내세워 어린이를 짓뭉갰습니다. 그들이 참으로 ‘사랑’을 안다면 “사랑매”라는 허울을 안 세우겠지요. 사랑은 주먹질도 발길질도 따귀질도 아니니까요. 사랑은 오직 사랑이요, 따스하고 넉넉하게 품는 숨빛이요 살림빛입니다.


  우리가 말하는 ‘시(詩)’는 중국에서 들여온 ‘수글(한자 문학)’입니다. ‘문학(文學)’은 일본에서 들어온 ‘수글(문학 권력)’이고요. 이제부터 우리 눈과 마음과 손과 숨결로 처음부터 하나씩 새롭게 바라보아야지 싶어요. 우리는 ‘말’을 하고 ‘글’을 쓰고 ‘노래’를 부르고 ‘사랑’을 하면서 ‘사람’으로서 ‘참’다이 ‘숲’을 품고 나누는 길을 걸을 노릇이지 싶습니다.


  부산 명지에 있는 〈오래서점〉에서 망미에 있는 〈비온후〉로 건너옵니다. 부산도 무척 큰 고장입니다. 새하늬마높으로 넓어요. 이 넓은 고장에 깃들어 삶을 꾸리고 살림을 펴는 이웃님이 대단히 많습니다. 길바닥을 그득 메운 쇳덩이를 둘러보다가 생각합니다. 쇳덩이를 몰거나 탈 적에 ‘노래할 틈’이 있을까요?


  잿집(아파트)은 안 나쁩니다만, 잿집에서 하루를 보내는 분들은 흥얼흥얼 콧노래에 춤사위에 어깨동무에 이야기꽃을 지피는가요? 글 한 자락은 대단하지 않습니다. 모든 글은 ‘마음을 그린 말을 그림으로 담은 무늬’입니다. 훌륭하거나 좋거나 나쁘거나 고약한 말은 없습니다. 말은 마음을 담을 뿐이에요. 마음이 고약하거나 괘씸할 수는 있되, 말은 그저 말이에요. 말은 마음을 고스란히 비춥니다.


  예부터 쓴풀이 몸에 이바지한다고 했습니다. ‘쓴말’하고 ‘쓴글’이야말로 마음을 씻고 달래면서 사랑으로 보듬어서 새롭게 피우는 길동무 구실을 하리라 생각합니다. ‘듣기 좋게 하는 말’은 한자말로 ‘미사여구·감언이설’이라 하지요. ‘립서비스·레토릭’은 노래로 피어나지 않습니다. 비록 처음에는 너무 쓰다고 여길는지 몰라도, 우리는 쓰디쓴 풀과 말과 글을 넉넉히 받아들이면서 처음부터 하나씩 생각을 짓고, 하루를 그리고, 사랑을 일구어야 비로소 사람으로 서리라 봅니다.


ㅅㄴㄹ


《부산에 살지만》(박훈하, 비온후, 2022.2.28.)

《이름 없는 고양이》(다케시타 후미코 글·마치다 나오코 그림/고향옥 그림, 살림, 2020.4.22.)

《아버지의 레시피》(나카가와 히데코/박정임 옮김, 이봄, 2020.11.23.첫/2021.2.26.3벌)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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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눈빛 (2022.12.15.)

― 순천 〈책방사진관〉



  하루를 여는 일이란, 어제를 털고서 오늘을 새로 걸어가는 몸짓입니다. 어제까지 아쉽거나 못미덥거나 쓸쓸한 자취를 고이 내려놓고서 이제부터 새마음으로 나아가는 삶입니다. 잃은 열 가지가 있으면, 이 열 가지를 새로 추슬러서 처음부터 하나하나 지을 수 있어요. 하루하루 익힌 숨결을 되새기면서 천천히 걷습니다.


  구름빛을 살피고 햇살을 돌아봅니다. 바보하고 헤어지느냐 안 헤어지느냐를 따지면 스스로 바보라는 마음으로 갑니다. 스스로 어떻게 살아가려 하느냐를 바라보면, 이 마음에 담는 숨결로 즐거울 길을 지어요. ‘짓는이’ 또는 ‘지음이’인 사람은 글만 짓거나 쓰지 않습니다. 하루를 짓고 삶을 짓고 꿈을 지어서 차근차근 생각을 지어가는 길에 오늘을 짓습니다. 이러다가 어느새 이야기를 짓고, 이 이야기는 고스란히 글·그림으로 피어납니다.


  문득 순천으로 건너갑니다. 이모저모 저잣마실을 하고서 〈책방사진관〉으로 가는 버스를 탑니다. 작은아이하고 바깥마실을 하며 여러 모습을 지켜봅니다. 우리 눈에는 둘레에서 흘러가는 모습을 담을 수 있고, 어느 곳을 가더라도 꿈씨앗을 심는 발걸음일 수 있습니다.


  그림책을 넘기다가, 글책을 훑다가, 적잖은 ‘어른 글꾼’은 아이들한테 ‘꿈씨·생각씨·사랑씨·숲씨’를 물려주려는 줄거리보다는 ‘부스러기(인문지식)’를 외우도록 부추기는 줄거리로 책을 여민다고 느낍니다. 이른바 ‘사회생활’을 하자면 ‘인문지식’을 갖추어야겠으나, ‘삶’을 누리고 ‘살림’을 가꾸는 길에는 ‘인문지식’이 아닌 ‘마음씨’를 품을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도덕·예의·규칙’으로는 아름나라로 나아가지 않아요. ‘사랑으로 품는 마음씨’일 적에 아름누리로 걸어갑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보고 느끼는 대로 말을 하고 그림을 그립니다. 아이들은 삐뚤빼뚤 쓰지 않고, 늘 아이답게 쓰고 그립니다. 우리는 아이들 손길에서 어떤 마음을 느끼거나 읽을까요? 잘하기(전문가)로 나아가야 할 아이가 아니라면, 아이 발걸음과 손놀림을 수수하게 맞아들여서 삶이야기·살림이야기·사랑이야기로 다스릴 수 있습니다.


  십이월이란, 한 해가 저무는 끝이라기보다 새해를 여는 첫발이라고 느낍니다. 꼬마도 꽃도 끝에 서기에 새길로 갑니다. 섣달은 ‘서면서(멈춰서면서), 서는(일어서는)’ 걸음마입니다. 하얀눈빛이란 눈송이로 차곡차곡 그리는 들빛이면서, 나무마다 찬찬히 웅크리는 잎눈이요 꽃눈입니다. 서로 바라보는 따사로운 눈망울 빛결도 언제나 하얀눈빛일 테고요.


ㅅㄴㄹ


《나쁜 말 사전》(박효미 글·김재희 그림, 사계절, 2022.2.25.첫/2022.6.30.3벌)

《화 괴물이 나타났어!》(미레이유 달랑세/파비앙 옮김, 북뱅크, 2022.8.5.)

《길동무 꼭두》(김하루 글·김동성 그림, 북뱅크, 2022.11.30.)

《악당이 된 녀석들》(정설아 글·박지애 그림·사자양 밑틀, 다른매듭, 2022.1.27.)

《사람 살려, 감염병 꼼짝 마!》(지태선 글·그림, 사자양 밑틀, 다른매듭, 2021.11.8.)

《행복의 정원》(김소연 글·채복기 그림·사자양 밑틀, 다른매듭, 2021.11.30.)

《풀꽃나무하고 놀던 나날》(숲하루 글, 스토리닷, 2022.12.13.)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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