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9.23.


《누에 화가 3》

 이노카와 아케미 글·그림/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8.7.31.



순천 아파트밭 곁에 있는 빈터에서 돌콩하고 놀다. 나는 풀꽃나무랑 논다. 나는 풀꽃나무랑 얘기한다. 나는 풀꽃나무한테서 배우고, 스스로 익힌 살림을 풀꽃나무한테 속삭인다. 돌콩은 ‘들에서 자라는 콩’이기에 ‘돌-’을 붙였겠거니 여겼는데, 오늘 새삼스레 하나를 느낀다. 노르스름 잘 마른 돌콩꼬투리를 톡 끊으면 조금 뒤에 펑 툭 퐁 소리를 내면서 꼬투리가 터지면서 콩알이 튀고, 콩꼬투리는 돌돌 말리지. 돌돌 말리는 꼬투리를 보면서 ‘돌-’을 붙였을는지 모른다. 고흥으로 돌아와 네 사람이 모처럼 저녁마실을 한다. 별을 보자고 마을 밖으로 나오는데, 큰아이가 먼저 반딧불이를 알아본다. 그래, 반딧불이네. 곱구나. 마을하고 멀어질수록 하나둘 늘어나는 반딧불이. 큰아이 머리에 앉기도 한 반딧불이는 내 손바닥에 앉아서 놀기도 한다. 작은아이는 반딧불이하고 나란히 달리기를 한다. 《누에 화가 3》을 본다. 이야기를 잘 짜서 들려주는구나 싶다. 그림에 넋을 담는 손길이란 바로 우리 마음이라는 대목을, 우리가 마음에 오롯이 한 가지 생각을 심을 적이라면 누구나 넋이 환하게 빛나면서 눈물웃음으로 모든 앙금을 씻어낸다고 하는 대목을 들려준다. 아직 우리 만화나 문학에서는 이렇게 줄거리를 잡는 지음이가 드물지 싶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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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9.21.


《동네에서 소문난 텐구의 아이 10》

 이와모토 나오 글·그림/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4.6.15.



“어느 우체국에 갈까?” 아이들한테 묻는다. “음, 글쎄?” “그럼, 자전거를 같이 탈까, 아니면 버스를 타고 읍내로 갈까?” “음, 자전거?” 아이들더러 자전거하고 버스 가운데 고르라면 늘 자전거를 고른다. 그래, 자전거가 즐겁지. 자전거를 타면 호젓하게 바람을 마시고, 드넓게 구름을 마주하며, 싱그럽게 풀내음을 먹는다. 버스를 타면 라디오 소리에 귀가 따갑고, 시끌시끌한 읍내에서 눈이 따갑다. 작은아이를 샛자전거에 태워 함께 우체국마실을 다녀오며 생각한다. 어릴 적부터 자전거로 들길이나 숲길이나 바닷가를 달리지 못한 어린이라면, 자전거를 달리는 신나는 바람놀이를 하나도 모르겠지. 몸으로 겪지 않은 터라 마음으로 맞아들이지 못하는 이야기가 수두룩하기 마련이다. 나비가 손바닥에 앉아서 쉬도록, 잠자리가 손등에 앉아서 날개를 접도록, 때로는 멧새가 코앞에서 나무열매를 마주보면서 노래하도록 하루를 보낸다면 아이들 마음에 사랑이 피어나겠지. 《동네에서 소문난 텐구의 아이 10》을 읽는다. 갓 나올 적에 찬찬히 읽다가 줄거리가 느슨해서 접었는데, 사이를 건네뛰고 열걸음을 넘기니 조금 볼만하다. 자잘한 줄거리는 덜어내고서 바로 한복판으로 뛰어들어 이야기를 지피면 좋을 텐데 싶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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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9.20.


《제이크 하늘을 날다》

 레인 스미스 그림, 보림, 1996.9.30.



밤별을 본다. 그동안 구름을 실컷 보았으니 이제는 밤별을 본다. 아니 요새도 낮에는 하늘을 뒤덮기 일쑤라, 온갖 빛깔에 무늬인 구름을 보다가, 해가 기울 즈음부터 조금씩 사라지는 구름꼬리를 지켜보다가 새까만 밤에 초롱초롱 아름다운 밤빛을 누린다. ‘학교 밖 청소년 학업비 신청’을 한다. 이 나라에서는 집에서 스스로 배우는 어린이하고 푸름이를 여태 안 돌아봤다. 이러면서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교육감 후보는 으레 ‘학교 밖 청소년’을 돕겠다고 달콤발림을 내세웠는데, 여태 미적거리기만 하다가 갑작스레 이런 틀이 생겼는데, 고흥교육청도 전남교육청도 군청도 면사무소도 이 일을 안 알려주었네. 어쩌다 스스로 찾아냈다. 벼슬아치는 왜들 그러나? 《제이크 하늘을 날다》를 겨우 장만했다. 어느새 판이 끊어졌더라. 이 그림책은 1999년에 보리 출판사 영업부 일꾼으로 일할 무렵 처음 보았다. 말 한 마디도 안 나오지만 그림결이나 줄거리가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다만 그때에는 이 그림책을 건사하지 못하고 잊었다가 헌책집 나들이를 하면서 새삼스레 떠올랐다. 하늘을 나는 아이 제이크는 홀가분히 난다. 누가 하늘을 날라고 시키지 않았고, 날갯짓을 안 가르쳤다. 즐겁게 꿈꾸니 신나게 날고, 신나게 나니 뭇새가 동무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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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9.19.


《맛보다 이야기》

 나카가와 히데코 글·선현경 그림, 마음산책, 2013.5.25.



곁님이 새벽 네 시 무렵 깨어 마당에 나오더니 “우아, 별 많다. 여보, 저기 하늘에 뿌연 게 뭐예요?” 하고 묻는다. “잘 봐. 하늘에 구름은 하나도 없어.” “설마 저게 은하수?” “그동안 늘 봤으면서 벌써 잊어버렸어? 하늘에 뿌옇게 보이는 무리는 모두 별뭉치인 미리내이지.” 드디어 한밤부터 새벽 네 시 사이에 미리내를 만난다. 바야흐로 쏟아지는 별빛을 즐긴다. 올여름에는 그야말로 쉬잖고 비가 오느라, 비가 그쳤어도 구름이 짙게 낀 터라, 밤하늘빛을 누릴 틈이 없다시피 했다. 생각해 보니 올여름은 별밤마실을 못 다녔다. 지난해까지는 네 사람이 한밤에 손을 잡고 ‘전깃불빛 하나도 없는 들길’을 찾아서 걷다가 벌렁 드러누워 별바라기를 했는데. 《맛보다 이야기》를 읽는다. 읽다 보니 이분 다른 책을 읽은 적이 있다고 떠오른다. 밥살림을 새롭게 펴고 싶은 마음으로 걷는 길을 수수하게 적는다. 밥살림을 집안뿐 아니라 집밖에서도 펴는 동안 이녁 곁님하고 아이들이 꽤나 시큰둥해 한다는 이야기를 재미나게 읽는다. 마땅한 노릇이지만, 글쓴님 곁님이나 아이들은 ‘함께 짓고 같이 차리고 나란히 누리고 복닥복닥 치우는 살림길’을 나아가야 비로소 시큰둥시큰둥을 멈추리라. ‘다 된 밥’은 그만 주고 ‘같이 짓’자.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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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9.18.


《김전일 37세의 사건부 1》

 아마기 세기나루 글·사토 후미야 그림/오경화 옮김, 서울문화사, 2019.12.15.



구름을 본다. 구름을 보려고 자전거를 달리지 싶다고 자꾸자꾸 느낀다. 같이 자전거를 달리는 작은아이는 얼마쯤 느낄까. 예전에 같이 자전거를 달린 큰아이는 얼마나 떠올릴까. 아이들은 저희 나름대로 바라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품고 즐기고 노래하겠지. 아이들이 더 넉넉히 맞아들이기를 바라기보다는, 나부터 오늘 이 구름을 실컷 맞이하자고 생각한다. 자전거를 달리며 두 손을 놓지는 않는다. 한 손을 놓고 등허리를 곧게 펴고는 손을 하늘로 뻗거나 옆으로 펼쳐 바람을 안는다. 큰아이는 샛자전거에서 으레 두 손을 다 놓았으나 작은아이는 한 손도 잘 못 놓는다. 《김전일 37세의 사건부 1》를 읽었다. ‘김전일’ 만화책은 여태 안 봤다. ‘코난’도 지난해에 비로소 들춰 보았는데, 질질 끄는 ‘코난’은 질려서 더 안 본다. ‘김전일’이나 ‘코난’은 사이사이 웅큼그림을 넣는데, 구태여 이래야 하나? 응큼그림 없이는 이야기를 못 푸나? ‘사건’이란 으레 누가 죽는 일인데, 앞으로는 ‘다른 일’을 바라보면서 수수께끼를 푸는 줄거리를 그리면 훨씬 즐거우리라 본다. 이를테면 ‘개미는 어떻게 하루 내내 그렇게 빨빨거리면서 다니’는지, ‘봄꽃은 왜 가을에 살며시 또 고개를 내미는’지를 살살 실타래를 풀어내는 만화를 그려 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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