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0.2.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노명우 글, 클, 2020.9.2.



우리 집 돌담하고 붙은 옆밭에 마을 할매가 사위를 이끌고서 그끄제 갈아엎고 그제 비닐을 덮더니 어제 마을을 심더니 오늘은 마늘밭에 물을 주어야 하는데 비가 안 온다면서 우리 집에서 물을 얻어쓸 수 있느냐고 묻는다. 그러시라고는 했는데 물을 한 시간 반을 쓰신다. 아, 이렇게 오래 써야 하나. 조그마한 밭에 물을 얼마나 주어야 한다고 이렇게 ……. 저녁에 아이들하고 하루쓰기를 하며 마무리를 하는데, 얼핏 마늘싹이 마음으로 노래를 들려준다. “우리(씨앗)는 너희(사람) 손길을 받으면 반가워. 즐거워서 확 달라오르고 웃음이 나와. 그런데 우리는 굳이 너희 손길을 받을 까닭이 없어. 너희 손길이 없이 스스로 의젓하게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려 푸른바람으로 들숲을 빛내기에 너희가 이 풀물결을 마주하면서 기뻐서 웃음지을 적에 우리도 새삼스레 기쁘단다. 우린 이슬을 먹기에 따로 물을 안 줘도 되는데, 너희가 물을 줄 때마다 길들어서, 너희 물이 없으면 말라버리는 아이들이 있어.”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을 서울마실길에 〈니은서점〉에서 장만했다. 책집지기 이름을 받으려고 그 먼길을 갔으나 그날 자리를 비우셨더라. 요새 언론에 자주 나오시던데, 여러 책집지기가 고루 나와서 두루 목소리를 내면 더 좋겠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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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0.1.


《약사의 혼잣말 5》

 휴우가 나츠 글·네코쿠라게 그림/유유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0.1.15.



달이 넘어간다. 큰아이는 지지난해에 일본 오사카에서 얻은 길그림을 들여다보다가 종이로 광고를 하나하나 덮는다. 이러더니 그림을 그린다. 그래, 스스로 무엇을 보아야 하는가를 또렷이 아는구나. 우리는 광고를 보며 살 까닭이 없어. 우리는 아름다운 이야기랑 사랑스러운 이웃이랑 즐거운 보금자리를 바라보면 돼. 어제오늘 큰아이는 ‘시골에 온 서울사람’을 두고서 ‘시골에 왔으면 새소리·바람소리·풀벌레 노랫소리’를 들으면 좋을 텐데 하고 한소리. 큰아이 말이 맞다. 폭죽놀이는 서울에서 하기를 빈다. 시골에서는 시골노래를 듣거나 부르면서 시골놀이를 나누면 좋겠다. 《약사의 혼잣말 5》을 읽으며 이 만화책이 ‘재미’랑 ‘안 재미’ 사이를 오락가락한다고 느낀다. 살짝 아쉽다기보다 슬쩍 아쉽다. 조금 아쉽다기보다 퍽 아쉽다. 사람살이란 다 그러한지 모르지만, 사람살이라서 다 그렇지는 않다. 겉모습을 바라보기에 따분하다. 겉차림을 훑기에 재미없다. 겉치레를 하기에 지겹다. 속모습을 돌보기에 즐겁다. 속마음을 읽기에 재미있다. 속살을 가꾸기에 반갑다. 온나라가 숲으로 거듭나기를 빈다. 온누리가 푸르게 일렁이면서 파랗게 춤추면 좋겠다. 이제는 왼쪽·오른쪽이 아닌 오직 ‘살림쪽·사랑쪽·슬기쪽’을 볼 때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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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9.30.


《수학 유령 도로휴》

 야마모토 쇼죠 글·그림/김정화 옮김, 한솔수북, 2020.9.17.



올해 한가위는 쉬는날이 길다. 쉬는날이 기니 시골 어버이집으로 찾아오는 사람도 많지만, 놀러다니는 사람도 많은 듯하다. 올해에는 모쪼록 시골 어버이집으로 찾아오지 말라는 걸개천이 수두룩하게 나붙는데, 그래도 시골마을에 올 사람은 거의 온 듯하다. 이리하여 시골마을이 시끌시끌하다. 북적인다기보다 시끄럽구나. 참 시끄럽네. 설이나 한가위가 되면 으레 설치레에 한가위치레이다. 서울이나 큰고장에 살던 딸아들은 이녁 아이들하고 시골에 와서 늦도록 왁자지껄하고, 저녁이며 한밤에 갑자기 폭족을 터뜨려 놀래키며, 화약 냄새가 코를 찌른다. 이맘때는 ‘제발 시골에 폭죽 좀, 술 좀 가져오지 말라’고 하고 싶다. 《수학 유령 도로휴》를 훌훌 읽는다. 요즈음 어린이는 이러한 ‘수학동화’ 또는 ‘탐정동화’를 좋아할까? 곰곰이 생각하면 나도 어릴 적에 이런 동화를 꽤 읽었다. 아가사 크리스티도 코넌 도일도 얼마나 챙겨 읽었는지 모른다. 이제는 탐정 이야기에 눈이 가지 않는다. 모두 사람을 죽이고 죽으면서 속이고 속는 눈가림이 판치니까. 즐거우면서 슬기롭게 마음을 기울여 수학이며 살림을 북돋우는 줄거리로 짜면 어떨까. 삶자리에서 길어올리는 살뜰한 셈길이며 삶길을 헤아리면 어떨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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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9.29.


《덧없는 꽃의 삶》

 피오나 스태퍼드 글/강경이 옮김, 클, 2020.9.15.



읍내에 있는 고흥교육지원청에 간다. ‘학교밖 아동 특별돌봄지원금’을 받으려면 따로 글을 써야 한단다. 작은아이가 함께 가겠노라 한다. 14시 버스를 기다리는데 안 온다. 30분을 멀뚱히 마을 앞에 서서 기다리며 시집 한 자락 다 읽었다. 집으로 돌아가서 집안일을 조금 하다가 15시 버스를 탄다. 시골에서 시골버스는 손님이 없기도 하다만, 버스일꾼은 버스때에 맞추어 굽이굽이 돌을 노릇이리라. 그렇게 하라고 군청에서 이바지삯을 받지 않는가. 버스때를 어기고 안 다니는 일이 너무 잦은데, 차라리 시골버스를 다 없애고 택시를 태울 일이지 싶기도 하다. 해마다 군청에서 버스회사에 주는 돈을 택시로 돌려 ‘그때그때 타도록’ 해도 돈이 훨씬 적게 들리라. 《덧없는 꽃의 삶》을 읽으며 꽃삶을 헤아리려는 글쓴이 마음을 만난다. 책이름에 ‘덧없는’이 붙길래 꽃넋을 뜬금없이 읽으려나 싶었지만 그렇지는 않더라. 낱말 하나는 수수하면서 깊다. 아무 뜻이 없다고 여기더라도 숱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 ‘학교 안 어린이’는 여러모로 배움돈을 많이 받지만 ‘학교 밖’은 0원이다. 모두 똑같이 세금을 내는데 말이지. 틀에 가두려고 ‘학교 안’에 엄청나게 돈을 들일는지 모르리라. ‘덧없는’ 길에 물들도록. ‘가없는’ 길을 모르도록.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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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9.28.


《정원가의 열두 달》

 카렐 차페크 글·요셉 차페크 그림/배경린 옮김, 펜연필독약, 2019.6.20.



청주에서 아침을 맞이한다. 청주는 서울하고 달리 곳곳에 우람나무가 많다. 여느 길거리하고 마을에 나무가 우뚝우뚝 선다. 큰고장에 살더라도 서울보다 청주가 훨씬 낫지 싶다. 나무그늘을 누리지 못한다든지, 나무바람을 맛보지 못한다면, 다들 시들시들하지 않을까. 조치원으로 건너가서 기차를 타려는데, 조치원은 나무가 적다. 어쩐지 나는 어디를 가도 나무가 얼마나 있는지, 풀밭이나 들꽃은 어디에 어느 만큼 돋는지 눈여겨본다. 풀내음이 흐른다면 그 고장은 아름답고, 풀내음이 짓밟힌다면 그 고장은 매캐하구나 싶다. 순천에서 기차를 내려 고흥으로 돌아온다. 순천 자전거집에 맡긴 자전거를 받았다. 톱니에 기름을 치덕치덕해 놓았기에 그곳 일꾼은 자전거 손질을 모르는구나 싶었는데, 막상 달려 보니 사슬이 자꾸 풀렸고, 그만 와당탕 자빠질 뻔했다. 안 자빠졌지만 정강이랑 팔뚝에 큰멍이 들어 아프다. 《정원가의 열두 달》을 새로 읽는다. 예전에 읽었으나 줄거리가 안 떠올라 천천히 되읽는다. 새 옮김말이 아쉽다. 풀꽃나무 마음을 헤아리며 옮기면 훨씬 나을 텐데. 그저 ‘바깥말 → 우리말’로만 따지면 그럭저럭 읽을 만해도, 풀빛을 사랑하는 글쓴님 넋에 다가서기는 어렵다. 다시 나온 대목만으로도 고맙지만 …….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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