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0.26.


《까치도 삐죽이가 무서워서 까악》

 어린이 글·김찬곤 엮음, 굴렁쇠, 2002.8.10.



가을날 퍼지는 여뀌꽃을 바라본다. 이르면 늦여름에도 돋는 여뀌꽃은 가을이 깊을수록 도드라진다. 늦가을에 이르면 웬만한 풀은 수그러들 뿐 아니라 바스라지고 누렇게 바래어 흙으로 돌아간다. 여름나절 그렇게 죽죽 오르던 쑥이며 모시이며 갖은 들풀도 가을날 아침저녁으로 내리는 서릿발 같은 기운이 그만 숨이 죽는다. 여뀌는 바로 이러한 때에 맞추어 올라온다. 더구나 바알간 꽃빛이니 쉬 알아볼 뿐 아니라, 무리지어 퍼지니 “아아, 올해에도 여뀌철이네!” 하고 소리로 절로 터진다. 《까치도 삐죽이가 무서워서 까악》을 오랜만에 되읽는다. 이제 사라진 어린이새뜸으로 〈굴렁쇠〉가 있다. 광주에 터를 내리고서 씩씩하게 선보인 어린이새뜸인데, 누리새뜸으로 넘어가지 않고 종이새뜸을 접었다. 어찌 보면 종이새뜸은 끝이라고 여기는 마음이었을 테지만, 어린이가 들여다볼 누리새뜸으로 이으면 어떠했으랴 싶다. 종이새뜸은 접더라도 종이책을 꾸준히 펴내어도 될 노릇이었을 테고. 보라, 오늘날 어디에 ‘어린이가 마음놓고 생각을 펴고 뜻을 밝히며 이야기를 올릴 열린누리터’가 있는가? 어디에도 없지 않나? 어른들은 어른 목소리만 내는 자리를 열 뿐, 어린이 목소리나 마음을 도무지 안 읽으려 한다. 하늘나라에도 못 가면서 말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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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0.25.


《차를 마시자 2》

 니시모리 히로유키 글·그림/설은미 옮김, 학산문화사, 2008.9.25.



마당에 천막을 치고서 자려다가 무서워 누나를 부르는 작은아이. 어쩑; 귀엽다. 아이들은 앞에서 밤이고 혼자이고 안 무섭노라 말하더라도 조금 뒤에 “같이 안 갈래?”나 “같이 안 갈래?” 하고 묻는다. 아이들은 무엇을 보거나 느낄까? 아이들은 스스로 보고 느낀 숨결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무엇을 봤기에 무서워해야 하지 않아. 무엇을 느꼈기에 떨거나 소름이 돋아야 하지 않아. 그저 차분하게 마음으로 보렴. 너희가 무서워하면 너희를 둘러싼 모든 기운이 너희하고 똑같이 움직인단다. 너희가 떨면 너희 곁에서 흐르는 모든 바람도 덜덜 떨지. 《차를 마시자 2》을 내처 읽었다. 첫걸음을 읽고 나서 얼른 뒷걸음을 장만했다. 그린님이 펴는 다른 만화하고 줄거리나 얼거리가 비슷하면서 다른데, 갈수록 이야기가 깊고 넓게 자라는구나 싶다. 비슷한 줄거리하고 얼거리로 이야기를 짜더라도 이렇게 다룰 만하네 싶기도 하다. 그제부터 새삼스레 책집노래를 그림판에 옮겨쓴다. 이 책집을 노래한 열여섯 줄 글을 새로 열넷 그러모았고, 사진판도 열넷 모았다. 스물여덟 가지 이야기는 전주 〈잘 익은 언어들〉에 부쳐서 전주 나름대로 책노래가 피어나도록 씨앗 구실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자, 그럼 이다음에는 어느 고장으로 책노래를 부칠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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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0.24.


《빨간머리 앤을 좋아합니다》

 다카야나기 사치코 글·그림/김경원 옮김, 위즈덤하우스, 2019.4.19.



고흥으로 자전거를 들고 돌아온 이튿날, 바로 작은아이하고 들길을 달린다. 살살이꽃이 반긴다. 피었다가 바싹 마른 깨꽃이 향긋하게 손짓한다. 살살이꽃에 손을 대면 살살이꽃내음이 퍼지고, 깨꽃을 만지면 깨꽃냄새가 번진다. 꽃은 어디에서나 꽃이다. 꽃집이 있어야만 꽃이 아니다. 들이고 골목이고 마을이고 숲이고 어디이고 꽃이다. 마당하고 밭이고 논둑이고 꽃이다. 우리가 꽃을 마주할 줄 안다면 언제 어디에서나 꽃노래가 되리라. 《빨간머리 앤을 좋아합니다》를 천천히 읽는다. 일본에서 사는 이웃님이 보내 주었다. 한글책을 일본에서 받다니! 이 책을 보낸 일본 이웃님은 일본판을 엮은 분이라는데 그분이 보기에 한글판이 한결 곱게 나온 듯하다고 글월을 적으셨다. 그렇지만 일본판도 매우 곱다고 생각한다. 나는 ‘빨간머리 앤’이 꽃을 사랑하고 숲에 안겨서 꿈꾸는 아이라서 반긴다. 앤은 숲에서는 숲아이가 된다. 앤은 숲 밖에서는 어쩐지 앤다워 보이지 않는다. 큰고장 아닌, 또 마을조차 아닌, 고즈넉하면서 아늑한 숲자락이야말로 앤을 앤답게 키운 삶터이지 싶다. ‘빨간머리 앤’을 읽는 분들이 ‘앤이 꽃순이+숲아이로 노래한 날갯짓’을 눈여겨보면서 우리 삶터를 모두 꽃숲으로 가꾸는 길로 나아간다면 좋겠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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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0.23.


《이게 정말 마음일까?》

 요시타케 신스케 글·그림/양지연 옮김, 김영사, 2020.2.24.



어린이나 푸름이한테 굳이 종이책을 읽혀야 한다고는 여기지 않는다. 다만, 종이책을 안 읽고 자라나는 어린이나 푸름이는 매우 거칠거나 끔찍하거나 지저분한 ‘바보 어른 말씨’를 그냥 흉내내거나 따라하더라. 책을 읽더라도 아름책이나 꽃책이나 온책이 아닌, 장삿속에 사로잡힌 읽을거리를 자꾸 쥔 어린이나 푸름이도 매한가지이다. 책을 읽기에 말씨가 깨끗하지 않다. 책을 안 읽기에 말씨가 더럽지 않다. 스스로 숲이 되는 푸른들과 파란하늘 마음결이 될 적에 비로소 말씨가 숲답고 하늘답고 바람답다. 오늘날 ‘바보 어른 말씨’를 쓰는 어른이나 어린이는 하나같이 서울바라기라고 느낀다. 치고받으면서 혼자 살아남거나 거머쥐려는 다툼판에서 악을 쓰는 이들이 쓰는 ‘바보 어른 말씨’요, 어린이하고 푸름이도 이런 물에 젖는다. 《이게 정말 마음일까?》를 읽는 내내 이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도 ‘바보 어른’한테 물들거나, ‘바보 어른’한테 꾸지람을 들으면서 참 괴로운 마음이었겠네 싶더라. 아이들이 즐겁게 뛰놀면서 기쁘게 배우고 새롭게 노래하는 터전에서라면 싫거나 밉거나 짜증나거나 아픈 마음이 될 턱이 없으리라. 예전 나라지기도 엉터리였지만 요즘 나라지기도 엉터리이다. 벼슬을 쥐어 돈을 챙기려니 하나같이 엉터리이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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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0.22.


《문화재를 지킨 사람들》

 안민영 글·허지영 그림, 책과함께어린이, 2020.9.14.



나름일터(택배회사)하고 어제 드디어 전화가 닿는다. 하도 안 받아서 일을 하나 안 하나 아리송했다. 그런데 그쪽에서는 ‘부칠 짐’을 받으러 오지 않는다고 한다. ‘뭐지?’ 싶은데, 이들은 왜 짐을 받으러 안 온다고 할까? 우체국이건 다른 나름일터이건, 그곳에 찾아가서 짐을 맡기기도 하지만, 그곳에서 찾아와 주어 맡기기도 한다. 더구나 큰고장 아닌 시골에서 꾸러미로 싼 자전거를 어떻게 들고 거기로 가져다주나? 망가진 자전거를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가 어제 낮에 “그래, 이 자전거를 들고 서울을 얼른 다녀오자.” 하고 생각한다. 가을비가 멎은 새벽녘, 바지런히 짐을 꾸리고 집안일을 한다. 작은아이가 새벽같이 일어났기에 작은아이랑 이모저모 집안일을 한다. 자전거는 착착 접고 끈으로 동인다. 택시를 부른다. 읍내로 싣고 간다. 버스 짐칸에 담는다. 씽씽 서울로 달린다. 자전거집 지기님이 “짐으로 부치신다더니, 어떻게 들고 오셨어요?” 하며 놀라신다. 거의 두 시간에 걸쳐 손질하고 연모랑 톱니를 갈았다. 이제 자전거가 멀쩡하게 돌아왔다. 《문화재를 지킨 사람들》을 읽었다. 살림꽃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어떤 살림살이나 세간에 아름뜻을 담아 아이들한테 물려줄 만할까? 이 나라는 저마다 어떤 살림꿈을 키울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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