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1.1.


《어둠을 무서워하는 꼬마 박쥐》

 G.바게너 글·E.우르베루아가 그림/최문정 옮김, 비룡소, 1997.4.20.



새달로 접어든다. 시월이 잘 흘렀고 새달도 잘 흐르겠지. 전주마실을 하고 돌아온 다리는 후들거리지만 작은아이랑 달림이를 즐거이 타고, 앞으로 할 일도 가누다가 등허리를 펴려고 누워 노래꽃을 쓴다. 지난해 끝무렵부터 차근차근 쓰던 ‘풀꽃나무 노래꽃’을 제법 모았다. 처음 글머리를 잡을 적에는 이만큼 쓸 수 있나 아리송했으나 씩씩하게 쓰자고 여기니 어느덧 넘실넘실한다. 큰아이는 조금 벗어났으나 아직 덜 벗어났고, 작은아이는 아직 벗어나려면 더 기다려야겠구나 싶은 ‘밤빛’ 이야기를 들려줄 만한 《어둠을 무서워하는 꼬마 박쥐》를 읽는다. 밤은 밤빛이고 낮은 낮빛이다. 낮이고 밤이고 무서운 때나 안 무서운 때가 아니다. 그저 다르게 흐르는 빛줄기인 줄 느끼면 좋겠지만, 만화나 영화나 책을 가까이하면 어느새 물들고 만다. 배움터를 드나들 적에도 그런 생각에 사로잡히지. 하양도 까망도 따로 없는 줄, 낮하고 밤은 그저 겉모습일 뿐인 줄, 마음으로 바라보면 언제나 꿈이랑 사랑 두 갈래만 바라보며 나아가는 즐거운 길이 되는 줄, 부디 어른부터 고이 품고서 아이들한테 들려주면 좋겠다. 가만 보면 아이들은 멀쩡한데 둘레 어른이 “아이, 무서워!”나 “아이, 징그러!” 하면서 아이들을 엉뚱하게 이끌고 만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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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0.31.


《예방접종 어떻게 믿습니까》

 스테파니 케이브 글/차혜경·유정미 옮김, 바람, 2005.12.10.



동화책 《싸우는 아이》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요새는 갓 나온 동화책이 아니면 잘 얘기하지 않을 뿐더러, 출판사나 비평가나 엠디(MD)라 하는 이들도 ‘새로 나온 이름난 글님’ 책이 아니고서는 오랜 아름책을 캐내거나 두루 알리는 일은 안 하지 싶다. 더더구나 이들은 그이랑 끈이 이어진 이가 아니라면 아예 안 건드리기 일쑤. 2001년에 ‘우리교육’에서 《싸우는 아이》하고 《장님 강아지》를 잇달아 내놓았다. 오래도록 잊힌 책을 되살려냈는데, 우리교육 영업부장 형한테 전화해서 “이런 아름다운 동화를 오늘 어린이한테 읽힐 수 있도록 해주어서 고맙다”고 눈물로 얘기했다. 손창섭 님 동화책이 아니었다면, 나는 어린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일을 그만뒀으리라. 《예방접종 어떻게 믿습니까》란 책을 제대로 읽은 사람은 얼마나 될까? 2020년에 돌림앓이가 불거지지 않았다면 ‘독감 예방주사’로 해마다 얼마나 많이 죽고, 그냥 독감만으로도 얼마나 많이 죽는가를 알 길이 없었으리라. 처음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미친놈인 줄 알았으나, 그이는 안 미쳤더라. ‘참된 속내’를 알았고 거리낌없이 말했을 뿐이더라. 트럼프 집안은 예방주사를 안 맞힐 뿐 아니라 ‘병원·제약회사·정부 끼리질(카르텔)’을 끊으려 하더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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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0.30.


《시골책방입니다》

 임후남 글, 생각을 담는 집, 2020.5.6.



나를 두 가지로 돌아본다. 마음으로 돌아보자면 어릴 적부터 이른바 ‘귀신’을 맨눈으로 보았다. 밤뿐 아니라 낮에도 보았고, 코앞으로 얼굴을 디밀며 쳐다보는 이 아이들한테 어떻게 해야 할 줄 하나도 모르면서 두렵기만 했다. 몸으로 돌아보자면 코가 끔찍하도록 나빴다. 코로 숨을 거의 못 쉬다시피 했고, 늘 머리가 어지러웠다. 숨을 제대로 못 쉬니 몸이 튼튼할 턱이 없고, 어떤 맛도 못 느낀 채 어린 날·푸른 날을 보냈다. ‘맨눈으로 귀신을 보는 몸’을 다스리는 길은 서른아홉 살이 되어 깨달았고, 이제는 그 아이들을 달래거나 쫓아낸다. 숨을 못 쉬던 코는 오래달리기를 하거나 숲에 깃들면 말끔히 풀리는 줄 깨달아, 씽씽이(자동차)를 꺼리면서 오래오래 걷거나 달림이(자전거)를 몰면서 시골이며 숲에서 아이들하고 호젓이 지내는 살림길로 풀어낸다. 《시골책방입니다》를 용인 마을책집으로 가서 장만하고 싶었지만, 고흥서 용인이 꽤 멀다. 서울로 마을책집 나들이를 하다가 장만했다. 글쓴님은 서울을 벗어나 시골자락에 깃들며 삶이며 넋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이 책은 첫걸음을 담은 터라, 앞으로 열 해쯤 시골책집을 가꾸고서 새로 쓸 글에 그런 얘기가 조금 더 묻어나리라 본다. 그저 시골빛이며 시골숲을 듬뿍 누리시면 좋겠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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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0.29.


《아시아의 민중봉기》

 조지 카치아피카스 글/원영수 옮김, 오월의봄, 2015.5.11.



길을 나선다. 오늘은 공주 〈느리게 책방〉으로 가려고 바지런히 짐을 꾸려서 나온다. 고흥읍을 지나 순천에서 버스를 내리고 기차로 갈아타서 논산까지 잘 간다. 그런데 논산기차나루에서 내리며 나루일꾼한테 길을 묻는데 엉뚱한 데를 알려준다. 아무튼 논산버스나루까지 왔으나 12시에 공주로 가는 버스가 안 들어온다. 왜? 왜 안 오는데? 논산버스나루에 나루일꾼이 아무도 없다. 물을 사람이 없다. 멍하니 있다가 돌아선다. 논산우체국에 가서 〈느리게 책방〉으로 글월을 쓴다. 한숨을 쉬고는 익산으로 기차를 달린다. 익산기차나루에서 나루일꾼한테 중앙시장 가는 길을 묻는데 이곳 나루일꾼도 뜬금없는 길을 알려준다. 왜? 어떻게 두 군데 나루일꾼이 ‘거꾸로 가는 길’을 알려줄까? 그래도 익산 〈두번째집〉하고 〈그림책방 씨앗〉을 걸어서 잘 찾아갔다. 《아시아의 민중봉기》를 모처럼 되읽었다. 뼛속까지 시린 책이다. 틀림없이 우리나라도 촛불을 고요히 든 들불같은 우리 힘으로 썩은 우두머리를 끌어내린 듯하지만, 새 우두머리도 썩은길을 가지 싶다. 아무래도 ‘나라가 없어’야지 싶다. 톨스토이 님이 《국가는 폭력이다》란 책을 쓴 뜻이 새삼스럽다. 나라힘을 거머쥐려고 하는 이들은 모두 뒷주머니를 차고서 말만 번지르르하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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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0.28.


《책 좀 빌려 줄래?》

 그랜트 스나이더 글·그림/홍한결 옮김, 윌북, 2020.7.10.



두달책(격월간지)을 내자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철책(계간지)을 생각했는데, 온나라 마을책집 지기님 스물한 분하고 전화로 얘기하거나 누리글월을 주고받으면서 ‘두 달에 한 자락을 내는 길’이 서로 좋겠다고 여겼다. 다달이 내자면 모두 바빠서 빠듯하지만 석 달은 틈이 좀 길고, 두 달이면 이럭저럭 어울리겠다고들 말씀한다. ‘새 두달책을 내는 밑틀’을 짰고, 문화예술위원회로 보냈다. 이제 그곳에서 이 밑틀을 살펴서 어떻게 바라보는가를 알려주기를 기다리면 된다. 이렇게 한 가지를 마치고 숨돌릴틈이 없이 책집 빛그림(사진)을 새로 맡긴다. “책집 빛그림 잔치(책방 사진 전시회)”를 할 곳이 하나둘 늘어난다. 빛그림도 그림판도 많이 든다. 밑돈이 나올 길은 뾰족하지 않지만, 적은 살림돈이어도 책집 빛그림을 바라는 분이 있다면 씩씩하고 즐겁게 마련해서 나누기로 한다. 《책 좀 빌려 줄래?》를 읽었다. 여러 마을책집을 다니며 여러 곳에서 거듭 읽어 본다. 나쁘지는 않은 만화책인데 여러모로 아쉽다. 그린님이 책을 ‘더 많이’ 보고 나서야 만화를 더 잘 그리리라 보지는 않는다. 종이책만 있지 않은 줄 읽지 않는다면, 모든 숲이며 사람이며 숨결이며 바람이며 풀꽃나무에 새랑 풀벌레도 책인 줄 읽지 못하면, 쳇바퀴일 뿐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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