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0.11.


《인도에서의 나날들 1》

 나가미 린코 글·그림/정은서 옮김, 미우, 2013.5.30.



어제 서울 강서에 있는 마을책집 〈나무 곁에 서서〉를 찾아갔다. 강서·양천에는 〈꽃 피는 책〉하고 〈나무 곁에 서서〉하고 〈호수책장〉이 알맞게 떨어져서 어깨동무를 한다. ‘나무·꽃·못’이 되어 서울을 푸르게 밝히는 길을 나누는 책집이지 싶다. 즐겁게 책을 마주하고 여러 이야기를 듣고 들려주고서 한밤에 고흥으로 돌아오고서야 별빛을 만났다. 비록 하늘이 좁은 서울이지만 책집 옆골목에서 파란하늘하고 흰구름을 만났다. 어제 시외버스에서 쓴 노래꽃을 낮에 해바라기를 하며 옮겨적었다. 불날이나 물날쯤 우체국에 가서 부치려고 생각한다. 《인도에서의 나날들》은 모두 두 자락으로 나왔는데, 인도란 나라를 사랑한 일본 아가씨 이야기이다. 복닥거리는 인도 살림새를 담기도 하지만, 전기나 기계가 닿지 않는 깊은 숲마을 이야기를 담기도 한다. 서울 같은 큰고장에서는 언제나 비닐이나 쓰레기가 나온다면, 깊이 풀꽃나무를 품은 숲에서는 아무런 쓰레기가 없다. 오직 살림살이요 살림빛이며 살림꽃이다. 푸른별을 뒤덮는다는 돌림앓이는 뭘까? 돌림앓이를 다스릴 ‘꽃물(백신)’을 만들려고 엄청나게 돈을 쏟아붓는다는데, ‘중국우한폐렴 백신’이 나와도 새 돌림앓이가 불거지지 않을까? 이젠 다 멈추고 숲으로 갈 때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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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0.10.


《먼 아침의 책들》

 스가 아쓰코 글/송태욱 옮김, 한뼘책방, 2019.4.15.



올해 5월에 전주마실을 하며 〈소소당〉에서 장만한 《먼 아침의 책들》인데 집 어디에 잘 모셔 두었는지 넉 달 남짓 못 찾고 헤맸다. 10월 7일에 바깥일을 하러 마실을 나오다가 비로소 찾아냈다. 아, ‘잘 보이는 데에 둔다’면서 두었더라. 그러나 ‘잘 보이는 데’를 외려 못 보고 엉뚱한 곳만 뒤졌더라. 돌이키면 곧잘 이런다. 즐겁게 장만해서 고흥집으로 돌아와서 읽으려고 했다가 ‘어라? 그런데 그 책을 어디에 뒀지?’ 하고 몇 달, 때로는 몇 해를 헤맨 끝에 뒤늦게 찾아내어 헐레벌떡 읽지. “먼 아침의 책들”이라 이름을 붙였지만, 우리말은 ‘들’을 거의 안 붙인다. 우리말로는 그냥 ‘책’이요, 애써 붙이려 한다면 ‘책꽃·책꾸러미·책밭’처럼 다른 말을 붙이지. “먼 아침에 책꽃”이랄까. 부드러우면서 상냥히 흐르는 줄거리가 꽤 좋은데, 옮김말씨는 여러모로 아쉽다. 일본책이니 일본 말씨를 써야 하지 않는다. 우리말로 옮겨 한글로 적으니 우리 말씨로 추스르면 즐겁다. 먼 아침에도 가까운 아침에도, 그 아침에도 오늘 아침에도, 우리는 고요히 눈을 뜨면서 하루를 새록새록 짓는 걸음걸이가 된다. 나는 오늘 마을책집 〈나무 곁에 서서〉를 들르고서 김밥을 장만하여 곁님이며 아이들이 기다리는 고흥으로 돌아가려 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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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0.9.


《야생의 위로》

 에마 미첼 글/신소희 옮김, 푸른숲, 2020.3.20.



파주에서 이야기꽃을 편 이튿날 서울에서 이야기꽃을 펴는데, 오늘 아침에 읽으며 어쩜 이렇게 얄팍하면서 아쉬울까 싶던 《야생의 위로》라는 책을 ‘서울 양천 숲보’ 이웃님도 그리 알차지도 재미있지도 뜻있지도 않다고 입을 모으신다. 그래, 숲을 곁에 두고, 숲을 마음으로 사랑하고, 숲에서 아이들하고 놀이꽃을 짓는 살림님이라면 《야생의 위로》가 ‘갑갑하게 지내야 하는 중국우한(코로나19) 시대에 힐링을 해주는구나 싶어 보이는 베스트셀러’라는 허울을 쓴 책인 줄 바로 알아챌 테지. 우리는 책을 읽으면 된다. 멋스러워 보이거나 그럴듯해 보이는 책이 아닌, 삶을 노래하는 책을 읽으면 된다. 잘생긴 사람도 못생긴 사람도 없다.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없다. 다만, ‘사회·정치·문화·교육·철학·종교·학문·과학’이라는 허울을 입히면서 치레질을 하는 사람이 불거진다. 숲하고 자동차가 어울릴까? 숲하고 제도권학교가 맞을까? 숲하고 첨단도시물질문명이 손잡을까? 숲하고 문학이 만날까? 아니다. 숲은 오롯이 숲이다. 숲을 이루는 숨결은 해·바람·눈비·흙·풀벌레·새·들짐승·풀꽃나무·샘물이요, 사람은 숲을 고스란히 품으면서 사랑스레 살림을 짓는 새로운 숨빛으로 다시 태어난다. ㅅㄴㄹ


..


제대로 마음을 달래고 싶다면 <수달 타카의 일생>이나 <모래 군의 열두 달>을 펴 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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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0.8.


《오늘도 삶을 읽어나갑니다》

 이성갑 글, 스토어하우스, 2020.7.1.



부산에서 하루를 묵었다. 어쩐지 서면에서 길손집을 찾고 싶어 한참 헤맸는데 부산은 서울보다 잠삯을 세게 부르더라. 어쩜 이리 세게 부르나 싶어 놀라니 “왜요? 비싸요?” 하고 묻네. 허허, 그대가 그리 부르는 값은 그냥 나가란 뜻이잖아? 터덜터덜 걷다가 ‘이곳만 더 물어보고, 정 안 되면 부산역으로 가자’고 생각했는데 “이만오천 원 주셔요.” 한다. 이곳에서는 왜 이렇게 싸게 부르나 싶어 새삼 놀란다. 내 차림새를 보고 어느 길손집은 그냥 내쫓는지 모른다. 여태 물어본 곳은 ‘묵는’ 데가 아니라 ‘빌려주며(대실)’ 돈벌이를 하는 데였지 싶다. 지친 몸을 쉬며 《오늘도 삶을 읽어나갑니다》을 읽었다. 〈주책공사〉란 마을책집을 가꾸는 지기님이 하루하루 책으로 노래하며 살림길을 꿈꾸는 마음이 그득그득하다. ‘닥책’이란 말이 자주 보여 갸우뚱하다가 ‘아하, 닥치고 읽을 책’이란 뜻이라고 알아챈다. ‘닥책’도 재미나겠는데, 나는 ‘아름책’이나 ‘꽃책’이란 이름을 쓰고 싶다. 아침에 기차로 서울로 간다. 2200 버스로 파주에 간다. ‘타이포그래피 배곳 파티’에서 우리말이 어떤 숨결로 빛나는 말인가 하는 이야기를 편다. ‘꾸미다’가 ‘꿈 + 이다’이기도 하다고 말하니 놀란다. 함께 날개를 펴면 좋겠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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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0.7.


《아이를 크게 키운 고전 한마디》

 김재욱 글, 한솔수북, 2020.8.25.



이튿날 파주에 바깥일로 가야 하는데 요즈막 시골이며 전라 쪽에서 다니는 버스는 도무지 못 믿겠다. 돌아다니는 사람이 확 줄었다면서 버스길까지 갑자기 사라지거나 줄고, 때맞춰서 다니지 않는다. 아이들하고 무말랭이 곁밥을 마련하고, 빨래를 하고, 이래저래 집안일을 추스르고서 택시를 불러 읍내로 간다. 읍내에서는 네 시간 이십 분을 달려 부산으로 간다. 부산 가는 길이 참 멀구나. 마을책집 〈주책공사〉를 찾아간 다음, 길손집을 찾아 서면을 한참 걸었다. 살섞기할 짝이 아닌 혼자 묵는 사람은 찬밥이구나. 어제 읽은 《아이를 크게 키운 고전 한마디》를 돌아본다. 글쓴님은 ‘아이를 크게 키운 옛말’이라 밝히지만, 아이보다 ‘아이하고 살아가는 어버이인 글쓴님’이야말로 옛말을 되새기면서 새로 배우고 거듭 배우는구나 싶다. 누구나 배운다. 무엇이나 배운다. 어디서나 배운다. 그리고 어버이로서 배우는 살림이며 길을 아이들이 곁에서 지켜보며 나란히 배운다. 애써 무엇을 가르치려고 하지 않으면 좋겠다. 어른하고 아이 모두 스스로 나아갈 길에 맞추어 스스로 즐거이 빛줄기를 찾아낼 테니까. 무엇보다도 옛말을 씨앗으로 삼아 오늘말을 어버이로서 새롭게 짓는다면 아이가 한결 반기리라 생각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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