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75. 사각사각 연필 노래


  우리 삶은 어디에서나 노래라고 느낍니다. 그래서 삶은 삶노래이고, 이 삶노래를 사진으로 찍을 때에는 사진노래가 되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우리 사랑은 언제나 노래라고 느낍니다. 내 마음속에서 흐르는 사랑노래요, 네 가슴속에서 피어나는 사랑노래입니다. 그래서 이 사랑노래를 사진으로 찍을 수 있으면 사진노래로 거듭나는구나 싶습니다. 사각사각 연필 구르는 소리만 들리는 마루에서 글 한 줄로 새록새록 자라는 노래를 헤아립니다. 노래가 있어서 삶이 있고, 노래를 부르기에 삶이 즐거우며, 노래를 사랑하면서 삶을 사랑하는 사진을 고마우면서 기쁘게 찍을 수 있습니다. 4348.10.30.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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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74. 바람개비를 돌리자


  바람이 불면 바람개비가 빙글빙글 돌지. 바람이 안 불면 입으로 후후 바람을 일으키지. 입으로 바람을 일으키다가 머리가 빙글빙글 돌면, 마당으로 나가서 신나게 이리저리 가로지르면서 온몸으로 바람을 타면 되지. 우리가 달리는 만큼 바람이 불고, 우리가 달리는 동안 바람이 찾아오고, 우리가 달리는 사이 바람이 살풋 머리카락을 간질이고 이마를 간질이면서 흐르네. 이 바람으로 바람개비가 돌면 파라라 파라라 바람개비 날갯짓을 구경하려고 온 마을 나비가 우리 집으로 찾아와서 너희 곁에서 춤을 춘단다. 바람개비를 돌리면서 실컷 땀을 흘리자. 4348.10.28.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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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73. 단출하게 아침밥


  밥을 볶고, 멸치를 종지에 얹고, 배추를 씻고, 동글배추를 잘게 썰어서 버무립니다. 달걀도 삶아서 잎접시에 놓습니다. 간장도 올려 볼까. “얼마 못 차렸지만 맛있게 먹자”고 말할 수 있으나, 이렇게 말하기보다는 “오늘 아침도 즐겁게 먹자”고 말합니다. 한 가지를 올리든 두 가지를 올리든 기쁘게 먹자고 생각하면서 웃음으로 노래합니다. 밥상맡에서 함께 조잘조잘 떠들고 노래를 할 적에 사진 한 장을 찍을 마음이 솟습니다. 밥을 먹는 자리에서 서로 방긋방긋 웃으며 수저질을 할 적에 사진 한 장 새롭게 찍을 마음이 자랍니다. 단출하지만 우리 몸을 살리는 밥 한 그릇이라 여기며 슬쩍 사진 한 장을 찍어 봅니다. 4348.10.27.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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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e 2015-10-27 09:34   좋아요 0 | URL
동글배추-양배추ㅎㅎ
저도 오늘은 볶음밥을 하고,
계란을 삶아서 식탁에 올려봐야겠어요~
그리고 즐겁게 먹자~~~라고 말해 보고 싶은데요...^^

숲노래 2015-10-27 09:59   좋아요 0 | URL
그냥 즐겁게 먹으면... 언제나 즐거운 하루가 된다고 느껴요 ^^

어제는 고구마와 당근 넣은 밥을 해서
간장하고 치즈와 배추로 비벼서
비빔밥을 먹었습니다 ^^;
 



사진노래 72. 빨래터 치우러 가자



  가을이나 겨울에는 한낮에 빨래터에 갑니다. 아침은 아직 선선하고 저녁에는 쌀쌀하거든요. 해가 하늘 높이 올라올 무렵 드디어 밀수세미를 어깨에 척 걸치고 대문을 나섭니다. 나락을 곱게 어루만지는 따끈따끈한 가을볕이 우리 머리카락도 따끈따끈하게 쓰다듬는 기운을 느끼면서 고샅을 걷습니다. 오늘은 어떤 신나는 놀이를 하면서 빨래터에서 놀면 재미있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빨래터랑 샘터에 낀 물이끼를 걷으러 갑니다. 나도 아이들 뒤를 따라갑니다. 아이들은 늘 앞장서서 저만치 달려가려 합니다. 사진기를 목에 걸고, 한손에는 밀수세미, 다른 손에는 바가지랑 작은 수세미를 들고 빨래터로 갑니다. 4348.10.25.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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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71. 살림순이 손길


  살림순이는 어릴 적부터 늘 살림순이였습니다. 여덟 살인 요즈음에도 살림순이요, 동생이 막 서서 걸으려고 용을 쓰던 무렵에도 다섯 살짜리 살림순이였으며, 동생이 아직 우리한테 오지 않던 두어 살 적에도 멋진 살림순이였습니다. 아이들하고 복닥이며 사느라 ‘예전에 찍기만 하고 깜빡 잊은 채 지나친’ 사진이 퍽 많은데, 어느 날 문득 예전 사진을 살피다가 마당에서 빨래를 주워서 다시 너는 모습을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동생이 마당에서 기다가 서다가 하면서 빨랫대에 있던 옷가지를 집어서 바닥으로 던지니, 살림순이는 이 옷가지를 씩씩하게 주워서 다시 빨랫대에 얹었어요. 참으로 대단하지요. 요즈음도 이렇게 멋진 살림순이입니다. 4348.10.23.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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