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100. 겨울에 날릴 씨앗



  겨울에는 겨울 씨앗을 날립니다. 겨울이기 때문입니다. 봄에는 봄 씨앗을 날리고, 여름에는 여름 씨앗을 날리지요. 철마다 다 다른 풀이 돋고 꽃이 피며 씨앗을 맺거든요. 시골에서 나고 자랐으면 철마다 다 다른 풀이며 꽃이며 나무를 한결 넓고 깊이 어릴 적부터 익혔으리라 생각해요. 그러나 도시에서 나고 자랐어도 스스로 마음을 기울여 바라보면 어릴 적부터 얼마든지 숲바람을 마시거나 숲노래를 부를 수 있어요. 솜털이 보드랍게 달린 박주가리 씨앗을 겨울 한복판에 아이들하고 마당에서 날리며 이 겨울을 새롭게 비추는 숨결이 무엇인지를 생각합니다. 작은아이는 아버지 고무신을 꿰고 마당에서 놉니다. 4348.12.31.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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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99. 시골버스는



  아이들하고 마을 앞을 크게 한 바퀴 돌다가 시골버스를 만납니다. 먼저 이웃마을에서 우리 마을 앞으로 천천히 달려오는 모습을 봅니다. 논둑길로 접어들 무렵 시골버스는 우리 마을 어귀를 지나갑니다. 들판으로 나오니 시골버스는 어느덧 저만치 앞에까지 나아갑니다. 빈들을 가로지르는 시골버스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빈들을 바라보고, 빗방울이 듣는 하늘을 바라봅니다. 세 곳에서 똑같은 버스 한 대를 바라보면서 세 가지 다른 모습을 헤아립니다. 이곳으로 다가오고, 코앞에서 지나가고, 저 멀리 사라지는 세 가지 이야기입니다. 4348.12.30.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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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98. 하늘을 마시며 논다



  하늘을 마시면서 놉니다. 그야말로 하늘을 마시면서 놉니다. 새파랗게 물드는 하늘을 마시면서 놀고, 이 새파란 하늘을 하얗게 물들이는 구름을 마시면서 놀아요. 그리고 이 새파란 하늘을 하얗게 물들이는 바람을 사뿐사뿐 날리는 바람을 마시면서 놀고, 이 바람결에 묻어나는 숲내음을 마시면서 놀아요. 하늘을 마시기에 거리낌이 없고, 하늘을 마시기에 홀가분합니다. 하늘을 마시기에 마음껏 어디로든 달릴 수 있고, 하늘을 마시는 곳에서는 아무런 걱정이 없이 오직 파란 꿈을 푸르게 가슴에 담으면서 이야기를 지으니, 사진 한 장도 조용히 재미나게 태어납니다. 4348.12.29.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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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97. 세발자전거



  세발자전거가 얼마나 사랑스러운가는 어린이만 알 수 있으리라 느낍니다. 멈추개가 따로 없는 이 세발자전거는 어린이가 하루를 재미나게 놀도록 북돋우는 멋진 동무입니다. 세발자전거를 안 타도 될 만한 나이가 되어도 애써 세발자전거를 타고, 또 이 세발자전거를 놓고 두 아이가 서로 도우면서 오르막을 밀고 밟고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도 대단한 기쁨입니다. 그런데 이 세발자전거는 두 아이가 다른 언니한테서 물려받아 즐겁게 누리다가 이제 이음쇠가 다 낡고 닳아서 부러지는 바람에 더는 달리지 못합니다. 우리 집 세발자전거가 숨을 거두기 앞서 두 아이가 마지막으로 남긴 자취입니다. 4348.12.26.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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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96. 억새풀 놀이


  즐겁게 웃을 적에 놀이가 됩니다. 즐겁게 노래할 적에 놀이로 거듭납니다. 즐겁게 이야기꽃을 피울 적에 비로소 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논둑길을 따분하게 걷는다면 놀이가 태어나지 않습니다. 논둑길을 왜 걸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놀이를 마음속에서 길어올리지 못합니다. 언제 어디에서 마음 가득 놀이를 떠올리거나 그리거나 생각하기에 참말 즐겁게 웃고 노래하면서 이야기하는 놀이를 누린다고 느낍니다. 억새풀 놀이를 하려고 논둑길을 걷지는 않습니다. 논둑길을 걷다가 억새풀을 보았고, 억새풀이 바람 따라 춤추는 모습을 보았기에, 이 억새풀을 한 포기 뜯어서 서로 간지럼을 태우는 놀이가 저절로 태어납니다. 4348.12.25.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넋/사진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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