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85. 놀이그네가 되는 대문



  우리 집이 갓 지은 새집이라면 두 아이가 대문놀이를 할 적에 그냥 재미있게 바라볼 만할까요? 우리 집이 오래된 집이기에 두 아이가 대문틀을 밟고서 그네놀이를 할 적에 “얘들아, 이 대문이 힘들어 하는데?” 하면서 말릴 수밖에 없을까요? 두 아이가 대문틀을 그네로 삼아서 노느라 대문틀이 살짝 주저앉습니다. 무너지지는 않고 살그마니 주저앉기만 했는데, 이 놀이를 말리기도 시키기도 어렵습니다. 집이나 마을에 커다란 나무가 있어서 나뭇가지에 줄을 매달아 그네를 이을 수 있어야겠다고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대문그네보다는 나무그네가 훨씬 재미나면서 온갖 이야기도 새록새록 길어올릴 테니까요. 4348.11.21.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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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84. 아톰 인형 옷 지었어



  천을 작게 잘라서 아톰 인형 몸에 맞추어 찬찬히 한 땀씩 기웁니다. 놀이순이는 인형한테 옷을 입히고 싶어서 바느질을 하고, 옷을 새로 얻은 인형은 놀이순이 손에서 한결 예쁩니다. 놀고 싶으니 놀고, 재미있게 놀고 싶으니 재미있게 놀 수 있습니다. 우리 어른도 즐겁게 일하고 싶으면 즐겁게 일할 수 있고, 노래하며 일하고 싶다면 참말 노래하며 일할 수 있으리라 느껴요. 사진 한 장을 찍는 마음은 바로 이 같은 즐거움이 흐르는 따사로운 숨결일 때에 아름다운 이야기 하나를 엮을 만하리라 봅니다. 손놀림이나 손재주가 아닌, 따사로운 손길로 짓는 새로운 이야기인 사진 한 장입니다. 4348.11.21.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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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83. 종이가 모자란 그림



  그림은 종이에도 그립니다. 그림은 종이에만 그리지 않습니다. 그림이 맨 처음 태어나던 때부터 그림은 따로 종이가 아닌 모든 곳에 그렸습니다. 하늘에 대고 그림을 그렸고, 냇물에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렸으며, 흙바닥이나 모랫바닥에 나뭇가지로 그림을 그렸어요. 사람이 지구별에서 살아온 발자국을 거슬러 올라가면 ‘종이를 빚어서 쓴 햇수’는 몹시 짧습니다. 아스라한 옛날에는 바위나 동굴에도 그림을 그렸지요. 오늘날까지 남은 오래된 그림은 적지만, 사람들 가슴속에 아로새긴 그림은 무척 많아요. 사진은 필름이나 디지털파일로 찍는다지만, 먼저 가슴속에 찍어야 사진이 태어납니다. 그림순이가 ‘종이가 모자라’다며 책상에까지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다가 먼저 가슴속에, 이런 뒤에 사진기로 사진 한 장 찍습니다. 4348.11.18.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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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82. 호박꽃하고 한마음



  그림을 그릴 적에는 내가 그림으로 담으려고 하는 ‘것’을 ‘것’으로만 바로보아서는 그림으로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그냥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아끼고 사랑하면서 마주하는 ‘넋’이나 ‘숨결’로 느끼거나 받아들일 수 있어야지 싶어요. 돌멩이를 그리든 새를 그리든 나무를 그리든 모두 같아요. 아름다운 넋이자 숨결인 이웃을 그림으로 그립니다. 호박꽃을 그리는 아이는 호박꽃을 곱게 바라보면서 즐겁게 마주하지요. 이런 그림순이를 사진을 찍는 내 마음은 그림순이를 ‘사랑스러운 아이’요 ‘아름다운 손길’이라고 여깁니다. 그냥 찍는 사진이 아니라, 마음으로 노래하며 웃는 사진입니다. 4348.11.13.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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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81. 그림노래



  그림마다 노래가 깃듭니다. 그림은 그림인데 어떻게 노래가 깃들까요? 그림을 그리면서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기 때문입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웃으면 그림에 웃음이 깃들어요. 그림을 그리면서 낯을 찌푸리면 찌푸린 기운이 깃들고, 그림을 그리면서 짜증을 부리면 짜증이 깃들지요. 밥을 지으면서 ‘아이고, 지겨워!’ 하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면 ‘지겨운’ 기운이 밥에 깃들기 마련입니다. 수수한 밥차림이어도 ‘아아, 기뻐라!’ 하는 마음이라면 수수한 밥 한 그릇이 대단히 맛납니다. 이리하여, 아이들이 스스로 노래하며 그리는 그림은 ‘그림노래’입니다. 어른들이 스스로 노래하며 찍는 사진이라면? 네, ‘사진노래’이지요. 4348.11.12.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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