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104. 아버지한테 선물



  자전거를 몰고 숲마실을 간 시골순이는 붉나무 잎이 곱다면서 자꾸자꾸 뜯고 또 뜯습니다. 이렇게 붉나무 잎을 한손 가득 뜯은 뒤에 시골순이가 보기에 가장 곱구나 싶은 잎을 건넵니다. “자, 아버지, 선물.” 아이는 저 스스로 가장 곱다고 여기는 것을 선물로 줍니다. 나는 아이한테 가장 곱다고 할 만한 것을 선물로 받습니다. 그래서 나는 “괜찮아. 네가 부채처럼 들고 놀아.” 하면서 돌려줍니다. 나로서는 아이한테 마음을 받을 수 있으면 넉넉하고, 나도 아이한테 마음을 줄 수 있으면 기쁩니다. 오늘 이곳에서 함께 짓는 삶이랑 살림이야말로 더없이 고운 선물입니다. 4349.1.15.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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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03. 맨발로 흙놀이



  흙놀이를 하고 싶은 아이들은 소꿉 그릇을 들고 마을 곳곳을 돌면서 흙을 퍼다 나릅니다. 뒤꼍이나 텃밭에도 흙이 있지만, 가까이 있는 흙보다는 마을 한 바퀴를 빙글빙글 맨발로 돌면서 흙을 조금씩 퍼서 마당 한쪽에 쏟습니다. 그러고는 찬바람이 불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맨발에 맨손으로 흙놀이를 합니다. 참으로 대단하구나 하고 생각하다가는, 나도 어릴 적에 이 아이들처럼 흙놀이를 했고, 나를 낳은 어버이도 틀림없이 오늘 이 아이들처럼 흙놀이를 했겠거니 싶습니다. 먼먼 옛날부터 아이들은 모두 씩씩하게 흙을 만지면서 자랐을 테고, 이 흙내음을 온몸으로 아로새기면서 흙살림을 짓는 멋지고 씩씩한 시골지기로 살았을 테지요. 4349.1.8.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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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02. 망가진 세발자전거를 타고



  두 아이가 신나게 타고 놀던 세발자전거가 망가져서 더는 굴릴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두 아이는 곧잘 ‘망가진 세발자전거’를 타면서 놉니다. 작은아이는 ‘망가진 세발자전거’에서 손잡이랑 앞바퀴 있는 쪽을 외발수레처럼 밀면서 놀고, 큰아이는 뒷바퀴랑 안장이 붙은 쪽을 타면서 두 발로 바닥을 쿵쿵 찧고 뛰면서 놀아요. 두 아이가 탈 새 자전거를 좀처럼 장만해 주지 못하는데, 두 아이는 망가진 세발자전거로도 씩씩하게 놀아 주니 여러모로 고맙고 사랑스럽습니다. 이 멋진 아이들은 언제나 가장 반가우면서 사랑스럽고 재미난 사진님(사진모델)이 되어 줍니다. 4349.1.6.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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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01. 늦가을비



  겨울에 오는 비는 온 들과 숲을 고요히 잠재웁니다. 봄에 오는 비는 온 들과 숲을 푸릇푸릇 보듬습니다. 여름에 오는 비는 온 들과 숲을 싱그럽게 살찌웁니다. 가을에 오는 비는 온 들과 숲을 어떻게 할까요? 첫가을에는 스산하면서도 아직 보드랍고 따순 비라면, 한가을에는 오들오들 살짝 추우면서도 하늘을 씻고 못을 채우는 비입니다. 그리고 늦가을에 내리는 비는 이제 곧 겨울이라는 대목을 알려주면서 온 들하고 숲에서 아직 흙으로 돌아가지 않은 풀을 꽁꽁 얼리면서 얼른 사그라들라는 노래를 들려줍니다. 차디차면서도 싯누렇고 발그레한 빛이 퍼지는 늦가을비 노래입니다. 4349.1.4.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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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00. 겨울에 날릴 씨앗



  겨울에는 겨울 씨앗을 날립니다. 겨울이기 때문입니다. 봄에는 봄 씨앗을 날리고, 여름에는 여름 씨앗을 날리지요. 철마다 다 다른 풀이 돋고 꽃이 피며 씨앗을 맺거든요. 시골에서 나고 자랐으면 철마다 다 다른 풀이며 꽃이며 나무를 한결 넓고 깊이 어릴 적부터 익혔으리라 생각해요. 그러나 도시에서 나고 자랐어도 스스로 마음을 기울여 바라보면 어릴 적부터 얼마든지 숲바람을 마시거나 숲노래를 부를 수 있어요. 솜털이 보드랍게 달린 박주가리 씨앗을 겨울 한복판에 아이들하고 마당에서 날리며 이 겨울을 새롭게 비추는 숨결이 무엇인지를 생각합니다. 작은아이는 아버지 고무신을 꿰고 마당에서 놉니다. 4348.12.31.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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