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110. 늦가을 새빨간 담쟁이



  ‘우리 집’이 얼마나 기쁜지를 ‘우리 집’을 처음으로 누리면서 비로소 맛봅니다. 도시 살림살이로 치면 ‘어떻게 그 값으로 집을 사느냐?’ 할 테지만, 시골에서는 100평쯤 되는 집을 천만 원이 안 되는 값으로 장만할 수 있고, 이 집에 딸린 낡은 헛간 바깥벽에 자라는 담쟁이를 그대로 두면서 마음껏 지켜볼 수 있어요. 늦가을에 한껏 새빨갛게 물든 담쟁이 잎빛하고 새파란 하늘빛하고 새하얀 구름빛에다가, 네 철 내내 짙푸른 후박나무 잎빛을 고루 마주하는 시골살이는 철마다 새삼스럽습니다. 마음으로 새록새록 스며드는 숨결을 사진 한 장으로도 함께 아로새깁니다. 2016.2.11.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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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09. 겨울에 눈이랑 장난감



  겨울은 어떤 빛일까 하고 누군가 묻는다면, “어느 고장에서 맞이하는 겨울인가요?” 하고 되물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알래스카나 시베리아에서 맞이하는 겨울이 다르기도 하고, 의주나 해주에서 맞이하는 겨울이 다르기도 하며, 서울이나 전주나 고흥에서 맞이하는 겨울이 다르기도 하기 때문이에요. 눈이 가볍게 쌓인 마당 한쪽에 후박나무는 푸른 잎이 반짝이고, 곁에 선 초피나무도 노란 잎이 아직 다 떨어지지 않은 고장이라면, 이곳에서 마주하는 겨울빛은 전주나 서울이나 해주나 의주하고도 다르지만, 알래스카나 시베리아하고도 달라요. 똑같은 겨울빛이란 없고, 똑같은 봄빛이란 없어요. 똑같은 삶빛이란 없고, 똑같은 사진빛이란 없어요. 4349.2.6.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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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08. 소꿉놀이는 언제나



  소꿉놀이는 언제 어디에서나 합니다. 장난감이 있어야 하는 소꿉놀이가 아니라, 즐거움으로 하는 소꿉놀이입니다. 동무가 있어야 하는 소꿉놀이가 아니라, 꿈을 꾸면서 하는 소꿉놀이입니다. 우리 집 두 아이가 아직 볕이 따뜻한 늦가을에 평상으로 온갖 소꿉을 옮겨서 노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이 멋진 놀이는 참말 어느 먼 옛날부터 흘러왔을까 하고 되새깁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즐겁게 웃도록 북돋우는 소꿉놀이는 어쩌면 어른들이 짓는 살림살이가 ‘살림놀이’라는 대목을 알려주면서, 즐겁게 놀이하듯이 홀가분한 마음이 되자고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구나 하고 느껴요. 너희도 놀고 어버이도 같이 놀지.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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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07. 논둑에 피어나는 꽃



  가을걷이를 마친 논은 빈논이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바로 이 빈논에 늦가을꽃이 가만히 고개를 내밀어 꽃봉오리를 터뜨립니다. 들에서 피는 들국이기도 하고, 산에서 퍼진 산국이기도 한, 작고 노란 꽃송이는 퍽 먼 데에까지 꽃내음을 물씬 퍼뜨립니다. 이 아이들을 잘 훑어서 말린 뒤에 차로 끓여서 마시기도 하고, 차로 끓여서 마시지 않더라도 논길을 걷다가 짙은 꽃내음을 들이키면서 온몸으로 노오란 숨결을 받아들이기도 해요. 들에 피기에 들꽃이라면, 논에 피기에 논꽃이 될까요? 늦가을 논꽃은 ‘아직 꽃내음이 여기에 있어요’ 하고 넌지시 속삭입니다. 겨울 첫머리까지 눈부신 꽃송이를 퍼뜨리는 논꽃을 살살 쓰다듬습니다. 4349.1.27.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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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06. 가을꽃하고 놀던 하루



  가을꽃하고 놀던 하루를 기쁘게 아로새기려고 사진을 한 장 남깁니다. 다만, 사진으로 찍지 않았어도 이날 하루는 내 마음속에 깊이 남습니다. 사진 한 장을 굳이 찍어 놓기에 이날 어떠한 숨결과 노래와 사랑이 흘렀는가 하는 대목을 두고두고 돌아볼 수 있습니다만, 참말 사진이 아니어도 가을이 새로 찾아오면 마음에 아로새긴 이야기를 새삼스레 꺼낼 수 있어요. 사진이 있으면 눈앞에서 척척 꺼내어 바라보고, 사진이 없으면 마음에 아로새긴 그림을 가만히 떠올리면서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우리가 놀고 웃고 얼크러지는 하루는 늘 마음자리에 새롭게 깃듭니다. 4349.1.23.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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