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109. 겨울에 눈이랑 장난감



  겨울은 어떤 빛일까 하고 누군가 묻는다면, “어느 고장에서 맞이하는 겨울인가요?” 하고 되물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알래스카나 시베리아에서 맞이하는 겨울이 다르기도 하고, 의주나 해주에서 맞이하는 겨울이 다르기도 하며, 서울이나 전주나 고흥에서 맞이하는 겨울이 다르기도 하기 때문이에요. 눈이 가볍게 쌓인 마당 한쪽에 후박나무는 푸른 잎이 반짝이고, 곁에 선 초피나무도 노란 잎이 아직 다 떨어지지 않은 고장이라면, 이곳에서 마주하는 겨울빛은 전주나 서울이나 해주나 의주하고도 다르지만, 알래스카나 시베리아하고도 달라요. 똑같은 겨울빛이란 없고, 똑같은 봄빛이란 없어요. 똑같은 삶빛이란 없고, 똑같은 사진빛이란 없어요. 4349.2.6.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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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08. 소꿉놀이는 언제나



  소꿉놀이는 언제 어디에서나 합니다. 장난감이 있어야 하는 소꿉놀이가 아니라, 즐거움으로 하는 소꿉놀이입니다. 동무가 있어야 하는 소꿉놀이가 아니라, 꿈을 꾸면서 하는 소꿉놀이입니다. 우리 집 두 아이가 아직 볕이 따뜻한 늦가을에 평상으로 온갖 소꿉을 옮겨서 노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이 멋진 놀이는 참말 어느 먼 옛날부터 흘러왔을까 하고 되새깁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즐겁게 웃도록 북돋우는 소꿉놀이는 어쩌면 어른들이 짓는 살림살이가 ‘살림놀이’라는 대목을 알려주면서, 즐겁게 놀이하듯이 홀가분한 마음이 되자고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구나 하고 느껴요. 너희도 놀고 어버이도 같이 놀지.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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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07. 논둑에 피어나는 꽃



  가을걷이를 마친 논은 빈논이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바로 이 빈논에 늦가을꽃이 가만히 고개를 내밀어 꽃봉오리를 터뜨립니다. 들에서 피는 들국이기도 하고, 산에서 퍼진 산국이기도 한, 작고 노란 꽃송이는 퍽 먼 데에까지 꽃내음을 물씬 퍼뜨립니다. 이 아이들을 잘 훑어서 말린 뒤에 차로 끓여서 마시기도 하고, 차로 끓여서 마시지 않더라도 논길을 걷다가 짙은 꽃내음을 들이키면서 온몸으로 노오란 숨결을 받아들이기도 해요. 들에 피기에 들꽃이라면, 논에 피기에 논꽃이 될까요? 늦가을 논꽃은 ‘아직 꽃내음이 여기에 있어요’ 하고 넌지시 속삭입니다. 겨울 첫머리까지 눈부신 꽃송이를 퍼뜨리는 논꽃을 살살 쓰다듬습니다. 4349.1.27.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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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06. 가을꽃하고 놀던 하루



  가을꽃하고 놀던 하루를 기쁘게 아로새기려고 사진을 한 장 남깁니다. 다만, 사진으로 찍지 않았어도 이날 하루는 내 마음속에 깊이 남습니다. 사진 한 장을 굳이 찍어 놓기에 이날 어떠한 숨결과 노래와 사랑이 흘렀는가 하는 대목을 두고두고 돌아볼 수 있습니다만, 참말 사진이 아니어도 가을이 새로 찾아오면 마음에 아로새긴 이야기를 새삼스레 꺼낼 수 있어요. 사진이 있으면 눈앞에서 척척 꺼내어 바라보고, 사진이 없으면 마음에 아로새긴 그림을 가만히 떠올리면서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우리가 놀고 웃고 얼크러지는 하루는 늘 마음자리에 새롭게 깃듭니다. 4349.1.23.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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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05. 유자알, 유자씨



  우리 집 뒤꼍에서 유자알을 땄습니다. 아이들하고 함께 땄어요. 이 유자알을 아이들하고 함께 헹구고 나서는 함께 마당에서 평상에 앉아서 유자알을 다듬었지요. 나는 유자알을 다듬고, 두 아이는 내 곁에서 조잘조잘 소꿉놀이를 하면서 놀아요. 두 아이는 마냥 놀기만 하지만, 나는 아이들 놀이짓이랑 웃음소리를 들으면서 새롭게 기운이 나서 유자씨를 살뜰히 훑어서 유자차를 담급니다. 손이 많이 가고 손목이 저리면서 등허리가 결리는 일이지만, 이쁘장한 유자씨를 이쁘게 쳐다보면서 칼을 놀립니다. 이렇게 유자를 썰고 다듬고 씨를 추려서 유리병에 담근 지 두 달 만에 아주 맛나게 ‘우리 집 유자차’를 느긋하게 누립니다. 4349.1.21.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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