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152. 민들레 씨앗



  어린이한테는 이 말이 잘 어울립니다. ‘씨앗을 보면 날리고 싶다’ 어른한테도 이 말이 잘 어울릴 수 있을까요? 어린이는 길을 걷다가 민들레 씨앗이든 고들빼기 씨앗이든 방가지똥 씨앗이든, 씨앗을 보면 걸음을 멈춥니다. 도시이든 시골이든 똑같습니다. 둘레에 차가 많든 없든 늘 매한가지입니다. 오직 꽃씨를 바라보고, 오로지 꽃씨한테 다가서며, 오롯이 따사로운 손길로 꽃대를 톡 꺾습니다. 이러고는 빙그레 웃음을 짓는데, 온힘을 모아 숨을 잔뜩 들이켜고는 한 번 후우 내뱉으며 씨앗을 날려요. 씨앗은 바람이나 벌레나 새가 널리 퍼뜨린다고 하는데, 여기에 ‘어린이’라는 이름도 넣어야지 싶습니다. 2016.9.23.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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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51. 나뭇잎배



  겨울이 막 끝난 새봄에 골짜기에서 어떤 놀이를 할 만할까요? 이즈음 골짝물은 매우 차갑기에 몸을 담그면서 놀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겨우내 잔뜩 떨어져서 쌓인 가랑잎이 수북합니다. 골짜기 가랑잎은 겨우내 얼마나 잘 마르고 멋지게 쌓였는지 모릅니다. 놀이순이는 가랑잎을 엮은 나뭇잎배(가랑잎배)를 골짝물에 띄웁니다. 바윗돌 사이를 요리조리 헤치면서 나아가는 모습을 기쁘게 지켜봅니다. 그리고 나는 이 모든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즐거운 놀이를 가슴에 담습니다. 놀 수 있으니 즐겁고, 놀도록 할 수 있으니 반갑습니다. 놀이하는 하루가 신나게, 놀이하도록 짓는 살림이 아름답습니다. 2016.8.21.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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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49. 풀빛



  풀을 먹는 사람은 풀빛을 몸으로 받아들입니다. 고기를 먹더라도 예부터 ‘사람이 먹는 고기’는 으레 ‘풀을 먹었’으니, 언제나 풀숨을 몸으로 받아들여요. 오늘날에는 소나 돼지가 풀이나 짚이 아닌 사료를 먹기 때문에 고기를 먹을 적에 ‘사료 기운’을 받아들이는 셈이고, 요즈음 푸성귀도 농약하고 비료로 자라니 ‘농약하고 비료 기운’을 먹는 셈이 되어요. 바람을 마시며 바람이 내 몸에 깃들고, 햇볕을 쬐며 해님이 내 몸에 감돌아요. 냇물을 마시며 냇물이 내 몸을 이루고, 밥을 먹으며 이 밥이 내 몸을 튼튼히 합니다. 풀빛처럼 푸른 숨결이 어리는 사진을 찍자면 풀을 풀답게 사랑할 수 있어야지 싶어요. 2016.8.11.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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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48. 눈밟기


  눈을 구경하기 쉽지 않은 고장에서는 마당이나 길에 눈이 소복히 깔리면 군내버스조차 다니지 못합니다. 마을 어르신은 눈이 소복히 내려 길을 덮거나 말거나 마을에서 조용히 일하거나 쉽니다. 큰바람이 불어 전기가 끊어져도 마을 어르신은 딱히 걱정하지 않습니다. 눈을 즐기려면, 눈밟기를 즐기려면, 여름에는 바람하고 비하고 구름하고 땡볕을 두루 즐길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눈을 노래하려면, 눈놀이를 하려면, 여름에는 구름 타고 무지개를 부르면서 풀잎잔치를 널리 누릴 수 있어야지 싶어요. 2016.7.30.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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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47. 소금 뿌리기


  갓으로 담그는 물김치인 갓말욱김치를 하면서 소금이 모자라지 않을까 하고 여기면서 소금을 더 뿌리고 뚜껑을 닫았습니다. 소금을 뿌리면서 생각해 보았어요. 이 소금이란, 또 갓이나 당근이나 능금이나 생강이란, 나중에 시원한 물김치가 될 숨결이란, 참으로 고운 그림이 되는구나 하고요. 그런데 소금은 모자라지 않았을 뿐 아니라 많이 넘치는 바람에 그만 이 물김치는 못 먹고 말았습니다. 물김치를 처음으로 담그면서 간을 아주 엉터리로 하고 말았어요. 한 해에 꼭 한 번, 겨울이 끝나고 봄이 깊을 즈음 담글 수 있는 갓말욱김치이니, 앞으로 가을이며 겨울이 지나고 새봄이 찾아들어야 다시 담그면서 소금빛을 제대로 추슬러야겠다고 다짐합니다. 2016.7.20.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 2016년 3월에 찍은 사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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