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167. 낯을 씻는 샘터



  물을 긷는 샘터입니다. 물이 늘 흘러서 사람뿐 아니라 새나 마을고양이나 들짐승한테도 목을 축이는 샘터입니다. 먼먼 옛날부터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합니다. 샘터에서는 물을 긷고, 바로 옆 빨래터에서는 빨래를 하지요. 시골지기는 빨래터에서 연장을 씻기도 합니다. 손발에 묻은 흙을 씻기도 합니다. 시골아이는 신나게 뛰어놀며 흘리는 땀을 훔치려고 샘터에 다가앉아 낯을 씻습니다. 이 샘터에는 다슬기가 사니, 아마 예전에는, 시멘트로 덮지 않은 흙바닥 샘터요 빨래터일 적에는 반딧불이도 이 둘레에 함께 살았을 테지요. 샘터랑 빨래터가 있는 마을에서 살면서 늘 새롭게 이야기를 길어올립니다. 2017.3.27.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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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66. 흙내



  흙놀이를 하기에 흙내를 맡아요. 모래놀이를 하면 모래내를 맡지요. 꽃놀이를 하면 꽃내를 맡습니다. 물놀이를 하면 물내를 맡고, 바람처럼 달리면서 바람이 되는 바람놀이를 하면 바람내를 맡고요. 술을 마시는 어른은 술내를 맡고, 달걀찜을 먹으면 달걀내를 맡으며, 밥을 새로 지으면 밥내를 맡습니다. 우리는 늘 우리 스스로 하는 일이나 놀이에 맞추어 숱한 냄새를 맡고 받아들이면서 헤아립니다. 이리하여 흙놀이를 하거나 흙일을 하지 않은 채 흙내 나는 사진을 못 찍어요. 골목마을에서 살며 골목살림을 짓지 않은 채 골목내 퍼지는 사진을 못 찍어요. 책방마실을 즐거이 누리며 책 하나 가슴에 품지 않는다면 책내 흐르는 사진을 못 찍습니다. 2017.3.25.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사진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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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65. 국수꽃


  동백나무에 피는 꽃은 ‘동백꽃’이라 합니다. 살구나무에 피는 꽃은 ‘살구꽃’이라 하지요. 감나무에 피는 꽃은 ‘감꽃’이고요. 그러면 멀구슬나무나 탱자나무나 후박나무나 국수나무에 피는 꽃은 어떤 꽃일까요? 바로 ‘멀구슬꽃·탱자꽃·후박꽃·국수꽃’일 테지요. 사람들이 꽃으로 더 아끼거나 좋아하거나 가까이하는 꽃은 ‘○○꽃’처럼 붙이는 이름이 익숙해요. 이와 달리 꽃이 해마다 피지만 사람들이 눈여겨보지 않는 나무나 풀이라면 ‘○○꽃’이라는 이름이 아무래도 낯설기 마련입니다. 가시나무나 화살나무에 피는 꽃이라든지, 벼나 보리에 맺는 꽃을 얼마나 많은 이들이 지켜보거나 사랑할까요? 그러나 모든 꽃은 꽃이요, 꽃을 보는 눈길은 ‘꽃눈’이 되며, 꽃을 사진으로 담는 손길은 ‘꽃노래’를 길어올립니다. 2017.3.19.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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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64. 두 놀이


  한 손으로는 장난감 자동차 놀이를 하고 싶습니다. 다른 한 손으로는 꽃송이 놀이를 하고 싶습니다. 아이는 손이 둘이니 두 놀이를 함께 하고 싶습니다. 한 번은 오른손을 들어서 놀고, 다른 한 번은 왼손을 들어서 놉니다. 우리한테는 눈이 둘이기에 두 눈으로 바라봅니다. 한 눈으로는 이곳을 보고, 다른 한 눈으로는 저곳을 봅니다. 우리한테 눈이 하나 더 있다면, 그러니까 왼눈 오른눈에 마음눈이 있다면, 이 셋째 눈으로는 무엇을 보면서 사진을 한 장 즐거이 찍을 만할까요? 그리고 우리한테 왼손 오른손 말고 마음손이 있다면, 또는 사랑손이나 꿈손이 있다면, 우리가 쥔 사진기로 무엇을 찍을까요? 2017.2.12.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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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63. 솜씨


  우리는 솜씨 좋게 사진을 찍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는 솜씨 좋게 밥을 짓거나, 솜씨 좋게 글을 쓰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는 솜씨 좋게 자전거를 달리거나, 솜씨 좋게 말을 해야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솜씨 좋게 멋을 부리거나, 솜씨 좋게 노래를 부르지 못해도 됩니다. 스스로 즐거운 길을 찾아서 하루를 지으면 됩니다. 스스로 즐겁게 사진기를 쥐면서 사진 한 장 찍으면 됩니다. 솜씨가 좋은 뜨개질도 멋있을 텐데, 솜씨가 안 좋아도 즐거움과 사랑을 담아서 한 땀 두 땀 손을 놀릴 수 있다면 이곳에서 아름다움이 피어나요. 아름답구나 싶은 사진이 있다면, 솜씨 좋게 찍어서가 아니라 즐겁고 사랑스레 마주하면서 찍었기 때문입니다. 2017.2.8.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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