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142. 걷는다


  이 길을 걷습니다. 걸을 만큼 걷습니다. 놀면서 걷고, 노래하면서 걸어요. 웃으면서 걷고, 얘기하면서 걷지요. 걷다가 멈추기도 합니다. 뒤로 돌아서 걷기도 합니다. 오던 길을 거스르며 걷기도 해요. 온갖 놀이를 즐기면서 걷기도 하고요. 모든 나들이는 걷는 나들이요, 모든 걸음걸이는 그때마다 새롭습니다. 그래서 이 걸음걸이를 사진으로 찍는다고 한다면 오늘 하루 한 시간쯤 걷는 모습만으로도 책 한 권을 엮을 수 있을 만한 이야기를 길어올릴 수 있어요. 바라볼 줄 알고, 느낄 줄 알며, 생각할 줄 안다면, 사진찍기란 매우 재미나면서 즐겁습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늘 누릴 수 있어요. 2016.6.28.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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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41. 귀여운 인형


  아이들이 주머니 있는 옷을 좋아합니다. 지난겨울부터 유난히 주머니 있는 옷을 찾습니다. 여름이 찾아와도 주머니 있는 조끼를 굳이 걸치려 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주머니에 장난감이나 인형을 넣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머니가 참 좋구나 하고 생각하다가 문득 내 어릴 적이 떠오릅니다. 나도 새옷을 얻을 적에는 주머니가 있느냐 없느냐부터 살피곤 했어요. 아이들 눈으로는 주머니에 넣는 인형이 귀여울 텐데, 내 눈에는 이렇게 주머니에 큰 인형을 넣고 아끼는 손짓이랑 몸짓이 귀엽습니다. 그러니 내 손은 어느새 사진기를 쥐면서 슬그머니 한 장 남기지요. 2016.6.19.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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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40. 오징어장갑


  겨울이 저물 즈음 곁님이 장갑을 떴어요. 한겨울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다가 새봄을 앞두고 장갑을 떴어요. 아이들은 새봄을 앞두고도 장갑을 끼면서 놉니다. 장갑도 그냥 장갑이 아니라 ‘오징어장갑’입니다. “내 손이 오징어가 되었네?” 하면서 두 손을 꼬물꼬물 움직이며 노는데, 장갑 한 켤레도 새롭고 재미난 놀잇감 구실을 합니다. 여러 날에 걸쳐 천천히 지은 살림은 알뜰한 살림살이가 되면서 살가운 놀잇감이요, 우리 곁에서 늘 기쁜 웃음을 베푸는 선물과 같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무엇을 사진으로 찍으면 되느냐 하고 묻는 분이 있다면 ‘우리가 손수 짓는 살림을 손수 사진으로 찍어 보셔요.’ 하고 이야기하겠습니다. 2016.6.17.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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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39. 살림을 짓는 꽃님


  살림을 지으면서 하루를 엽니다. 살림을 지으려는 꿈을 품으면서 아침에 일어납니다. 낮이 흐르고 저녁이 되기까지 하루 내내 즐겁게 살림을 짓는 보람을 누립니다. 때로는 커다랗게 이루는 살림이 되고, 때로는 조그맣게 일구는 살림이 됩니다. 어떤 살림이든 스스로 짓기에 기쁩니다. 어떤 살림이든 스스로 짓는 손길 하나마다 새로운 숨결을 담습니다. 차근차근 살림을 짓는 동안 천천히 이야기를 지어요. 꾸준하게 살림을 짓는 동안 가만히 이야기를 나누어요. 너와 나는 저마다 살림을 지으면서 어우러지는 꽃님입니다. 2016.6.15.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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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원고 끝손질 + 마늘밭



  어제 마을 이장님이 오늘 마늘밭에서 마늘 실을 적에 도와 달라 하셨다. 두 분이 짐차에 마늘단을 올리기 힘드시다고 한다. 가만히 생각하니 마을 다른 어르신은 이녁 아들이 시골에 와서 마늘 싣기를 거드는 모습을 곧잘 보았다. 오늘 새벽부터 바지런히 사전 원고 끝손질을 하면서 ‘아늑하다’ 말풀이를 가다듬다가 부리나케 마늘밭으로 달려간다. 두 아이는 아버지 곁에서 한참 놀다가 마을 어귀 빨래터로 가서 물놀이를 즐긴다. 나는 13시부터 16시까지 마늘단 싣기를 거들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씻고 밥을 먹다가 생각해 보는데, 젊은 일꾼 한 사람이 세 시간이면 넉넉히 할 만한 일이어도, 어르신끼리 하자면 하루 내내 해도 벅찰 수 있겠지. 이제 다시 기운을 내어 원고 끝손질을 하자. 2016.5.26.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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