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114. 눈을 먹자


  비가 오면 비를 먹어요. 눈이 오니 눈을 먹지요. 바람이 불면 바람을 먹어요. 햇볕이 내리쬐면 해를 먹지요. 우리는 무엇이든 먹을 수 있어요. 모두 내 몸이 되고 마음이 되면서 사랑이 되거든요. 신나게 먹으면서 춤을 춰요. 기쁘게 먹으면서 재미나게 웃어요. 나랑 함께 눈을 먹지 않겠어요? 다른 사람 눈치 볼 일 없어요. 오로지 나만 바라봐요. 이 눈이 펄펄 내리는 하늘만 바라봐요. 내 즐거운 삶을 바라보면서 혀를 쏙 내밀고 눈맛을 함께 누려요. 오직 겨울에만 맛볼 수 있는 멋지고 아름다운 맛이랍니다. 2016.2.18.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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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13. 물감짜기



  누구나 붓을 쥐면 그림쟁이가 되어요. 때로는 그림꾼이 되고, 때로는 그림님이 되지요. 때로는 그림지기가 되고, 때로는 그림넋이 빛나요. 어느 때에는 그림숨을 쉬고, 어느 때에는 그림바람을 마시며, 어느 때에는 그림놀이를 즐겨요. 무엇을 그려야 할는지를 생각하면서 그림을 그리기도 하지만, 마음속으로 흐르는 이야기를 가만히 떠올리면서 즐겁게 붓을 놀리기도 해요. 그런데, 때때로 그림보다 물감짜기가 한결 재미납니다. 한창 물감만 짜느라 바빠 그림은 뒷전으로 밀리기도 합니다. 얘야, 그림을 그리니 물감만 짜니? 물감 짜는 놀이를 하니? 물감을 미리 짜 놓기만 하면 말라서 못 쓸 수 있어.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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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12. 너도 오리겠니


  놀이돌이도 종이버스를 함께 오리고 싶습니다. 그래, 너도 오리고 싶지? 머잖아 너도 이만 한 종이버스쯤 신나게 오릴 만하리라 생각해. 오늘은 아버지가 오려서 줄게. 살그마니 한손을 거들어 주렴. 네 손길을 이 종이버스에 곱게 담아 주렴. 언제나 즐겁게 곁에 두면서 신나게 노는 놀이동무로 삼아 주렴. 따사로운 손길로 넉넉히 보듬는 동안 이 종이버스에 푸른 숨결이 깃들면서 하늘을 날고 바다를 가르며 땅속을 파고들 수 있지. 놀이하는 마음이 살림하는 마음이 되고, 놀면서 노래하는 몸짓이 사랑하면서 삶을 짓는 마음이 된단다. 2016.2.14.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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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11. 나란히 달리는 들길



  나란히 달리는 들길에서 나는 늘 꽁지에 섭니다. 두 아이는 모두 아버지를 저 뒤에 남기고 얼마나 멀리 달려갈 수 있나 하고 겨루거든요. 앞에 거칠 것이 없고, 뒤에는 기다려 주는 어버이가 있습니다. 앞으로 달려갈 길이 있고, 뒤로 돌아올 자리가 있습니다.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달리는 이 들길은 우리가 누리는 놀이터이면서 삶터입니다. 바람을 가르고, 이마에 흐르는 땀을 날립니다. 찬바람쯤 거뜬히 넘깁니다. 가을에도 겨울에도 봄에도, 또 새삼스레 찾아올 여름에도 이 들길을 두 다리로 힘차게 밟습니다. 2016.2.12.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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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10. 늦가을 새빨간 담쟁이



  ‘우리 집’이 얼마나 기쁜지를 ‘우리 집’을 처음으로 누리면서 비로소 맛봅니다. 도시 살림살이로 치면 ‘어떻게 그 값으로 집을 사느냐?’ 할 테지만, 시골에서는 100평쯤 되는 집을 천만 원이 안 되는 값으로 장만할 수 있고, 이 집에 딸린 낡은 헛간 바깥벽에 자라는 담쟁이를 그대로 두면서 마음껏 지켜볼 수 있어요. 늦가을에 한껏 새빨갛게 물든 담쟁이 잎빛하고 새파란 하늘빛하고 새하얀 구름빛에다가, 네 철 내내 짙푸른 후박나무 잎빛을 고루 마주하는 시골살이는 철마다 새삼스럽습니다. 마음으로 새록새록 스며드는 숨결을 사진 한 장으로도 함께 아로새깁니다. 2016.2.11.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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