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146. 모래밭 그림


  모래밭에 그림을 그려요. 바닷물이 밀려들어 이 그림을 모두 지우더라도 모래밭에 그림을 그려요. 우리가 모래밭에 폭 주저앉아서 그림을 그릴 적에는 바닷물이 먼발치에서 우리 그림을 구경해요. 얼핏 보자면 바닷물이 모래밭 그림을 지우는 듯하지만, 막상 알고 보면 달라요. 바닷물이 우리 그림을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서 다가오고 또 다가오다가 그만 그림에까지 밀려들어서 그림을 지우고 말 뿐이에요. 바닷물은 아차 잘못했네 싶어서 다시 먼발치로 물러나지만 그림은 온데간데없지요. 그래서 아이들은 언제나 바다에 다시 찾아와서 그림을 새롭게 그립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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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45. 꽃이랑 책이랑


  겨울이 끝나면서 풀이 돋고 꽃이 필 무렵, 작은아이는 마당에 나가서 걸상에 앉아서 그림책을 무릎에 펼칩니다. “볕이 따뜻해서 거기 앉니?” “응, 옆에 꽃도 있어. 작은 꽃이야.” 시멘트로 덮인 마당이 아닌 풀밭인 마당이라면 어떠했을까 하고 문득 헤아립니다. 봄볕으로 따뜻한 풀밭이라면 자리를 깔지 않고 그대로 드러누워서 하늘바라기를 하다가 뒹굴거나 재미난 놀이를 누릴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볕을 쬐면서 그림책을 펼치니 이야기와 함께 볕을 누립니다. 작은 꽃 곁에서 그림책을 넘기니 이야기에다가 작은 꽃이 베푸는 싱그러운 냄새를 나란히 즐깁니다. 2016.7.16.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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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44. 망치질



  내 손에 쥔 망치를 본 아이들은 저희도 망치를 쥐어 보고 싶습니다. 오롯이 저희 손으로 뭔가를 뚝딱거리고 싶습니다. 짓든 부수든 빚든 망가뜨리든 세우든 무너뜨리든 이 망치를 한손에 단단히 쥐면서 콩콩 찧어 보고 싶습니다. 처음에는 아주 여린 힘으로, 이내 아귀에 힘을 주어서, 다시 팔과 손목에까지 힘을 실어서, 못을 박아 보고 뽑아 봅니다. 첫 망치질을 겪으면서 새 망치질을 꿈꾸고, 이윽고 이 망치와 못으로 집을 지을 수 있는 날을 마음에 담습니다. 될까? 응, 해 보면 돼. 잘 될까? 응, 해 보면 다 잘 돼. 2016.7.4.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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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43. 제비꽃놀이


  우리 놀이는 새롭습니다. 스스로 새롭게 놀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몸짓은 싱그럽습니다. 스스로 싱그러운 몸짓으로 거듭나면서 웃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마음은 사랑스럽습니다. 스스로 사랑스러운 마음이 되어 살림을 지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제비꽃이 필 적에는 제비꽃놀이를 합니다. 토끼풀꽃이 필 적에는 토끼풀꽃놀이를 합니다. 갓꽃놀이도 하고 찔레꽃놀이도 하며 감꽃놀이나 모과꽃놀이도 합니다. 모든 꽃은 열매가 될 뿐 아니라, 시골마을 꽃순이한테 놀이동무가 됩니다. 놀이하는 마음으로 서로 사귀고, 놀이하는 손길로 오늘은 오늘대로 남다른 이야기가 한 자락 태어납니다. 2016.7.2.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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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42. 걷는다


  이 길을 걷습니다. 걸을 만큼 걷습니다. 놀면서 걷고, 노래하면서 걸어요. 웃으면서 걷고, 얘기하면서 걷지요. 걷다가 멈추기도 합니다. 뒤로 돌아서 걷기도 합니다. 오던 길을 거스르며 걷기도 해요. 온갖 놀이를 즐기면서 걷기도 하고요. 모든 나들이는 걷는 나들이요, 모든 걸음걸이는 그때마다 새롭습니다. 그래서 이 걸음걸이를 사진으로 찍는다고 한다면 오늘 하루 한 시간쯤 걷는 모습만으로도 책 한 권을 엮을 수 있을 만한 이야기를 길어올릴 수 있어요. 바라볼 줄 알고, 느낄 줄 알며, 생각할 줄 안다면, 사진찍기란 매우 재미나면서 즐겁습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늘 누릴 수 있어요. 2016.6.28.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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