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60. 촛불 밝히는 책


  어두움을 밝히면서 배웁니다. 새롭게 알려고 하기에 배웁니다. 책 한 권을 손에 쥐어 이야기 한 자락을 새롭게 마주하려고 합니다. 아직 어두컴컴한 새벽에 일찌감치 일어난 책순이는 엊저녁에 미처 못 본 책을 이른 새벽부터 다시 읽고 싶습니다. 어린 동생은 꿈나라에서 신나게 노는 이무렵, 초 한 자루에 불을 밝혀서 촛불에 기대어 책을 읽습니다. 촛불은 책순이 둘레를 밝히고, 촛불은 책 한 권을 밝히며, 촛불은 마음 한곳을 밝힙니다. 초 한 자루는 책 한 권 읽을 만한 빛을 넉넉히 베풀고, 어느새 햇살이 차츰 퍼지면서 동이 트려고 합니다. 4348.10.2.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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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59. 모래로 빚은 사랑



  사진은 사진기 하나를 빌어서 우리 마음을 즐겁게 가꾸면서 하루하루 새로운 이야기를 길어올리는 멋진 놀이요 삶이라고 느낍니다. 즐거운 마음이라면 언제나 즐겁게 일하거나 놀면서 즐거움을 듬뿍 싣는 사진을 찍습니다. 기쁜 마음이라면 늘 기쁘게 살림을 꾸리거나 여미면서 기쁨이 담뿍 깃드는 사진을 찍습니다. 아이들이 우리를 부릅니다. 우리가 아이들을 부릅니다. 서로 따스하고 살가운 숨결이 되어 넉넉한 사랑으로 부릅니다. 자, 바로 여기를 보셔요. 활짝 웃어요. 함께 노래하면서 ‘너를 사랑해’ 하고 속삭여요. 놀이터 모래를 두 손 가득 그러모아서 사랑꽃이 핍니다. 4348.9.30.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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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58. 바지랑대 세우는 아이



  바지랑대 세우기는 어른이 혼자 해도 되지만, 아이한테 맡길 수 있습니다. 어른이 혼자 하면 ‘일’이고, 아이가 스스로 하면 ‘놀이’이며, 어른이 아이한테 맡기면 ‘심부름’입니다. 누가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하는 몸짓’이 사뭇 다르게 흐릅니다. 억지로 해야 하는 일이면 고단하고, 짜증을 내며 시키는 심부름이라면 툴툴거릴 테지만, 신나게 하는 놀이라면 재미있으면서 기쁩니다. 그리고, 스스로 노래하며 하는 일이라면 살림을 올망졸망 가꾸는 새로운 웃음이 피어납니다. 사진 한 장을 찍는 자리는 언제나 ‘웃음마당’, 곧 웃음이 피어나는 마당입니다. 4348.9.28.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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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57. 너희 키로는 안 보일까


  우리 집 무화과를 따려고 아이들하고 우리 집 무화과나무 앞에 선다. 그런데 아이들은 무화과나무가 어느 나무인지 알아보기는 하지만, 무화과알이 어디에 어떻게 맺혔는지 알아차리지 못한다. 아이들 키높이로는 너무 높은가? 아이들은 아직 고개를 확 젖히고 높다란 가지를 올려다보기는 어려울까? “무화과 어디 있어? 안 보여!” “보일 텐데. 잘 살펴봐.” “그래도 안 보여.” “그러면 고개를 들어 봐.” “고개를? 음, 아, 저기 있다! 그런데 너무 멀어. 손이 안 닿아.” 손이 안 닿도록 머니까 그곳에 무화과알이 맺히는지 처음부터 생각을 못 할 수 있겠네. 아버지가 무등을 태우면 너희 손도 닿고 무화과알도 잘 보이려나. 4348.9.26.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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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56. 저 구름이야



  함께 들길을 달리면서 구름을 바라봅니다. 나는 나대로 구름이 어떤 모습인가 하고 읽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구름이 어떤 무늬인가 하고 읽습니다. “저기 봐! 저기. 토끼 구름이야!” “저 구름은 고양이 같아!” 들바람을 마십니다. 푸른 빛깔이 차츰 빠지면서 노란 빛깔이 천천히 물드는 들에서 흐르는 바람을 마십니다. 하늘바람을 마십니다. 새파란 바탕에 하얀 구름이 저마다 다르면서 새로운 그림으로 흐르는 바람을 마십니다. 함께 들길에 서면 들을 이야기할 수 있고, 함께 하늘을 보면 하늘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함께 마주하는 대로 우리 이야기가 되고, 함께 껴안는 대로 우리 삶이 됩니다. 4348.9.23.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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