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95. 전철 걸상에서 신 안 벗고



  아이들은 창가 자리에 앉아서 창밖을 신나게 바라보면서 놀고 싶으며, 창밖을 바라보다가도 바닥으로 내려서서 골마루를 재미나게 가로지르고 싶습니다. 어른이라면 전철에서 골마루를 가로지르려는 사람이 거의 없을 테지요. 전철 골마루를 가로지르면서 노는 일이란 ‘도덕·질서·예의’에 어긋난다고 여기니까요. 그러나 아이한테는 도덕이나 질서나 예의에 맞추라고 할 수 없습니다. 아이한테는 ‘이웃을 생각’하고 ‘이웃을 사랑’하며 ‘이웃을 보살피’라고 할 수 있어요. 도덕 때문이 아니라 이웃을 생각하면서 무엇을 안 합니다. 질서 때문이 아니라 이웃을 사랑하면서 뭔가를 지키지요. 예의 때문이 아니라 이웃을 보살피려는 따순 손길로 어떤 몸짓이 됩니다. 생각과 사랑이 흐르는 따순 손길로 사진을 찍습니다. 4348.12.23.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읽기/사진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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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94. 밥상맡에서 곯아떨어지기



  낮잠을 거르면 몹시 힘들어 하는 작은아이인데, 재미나게 놀 수 있으면 낮잠쯤 그야말로 거뜬히 건너뛰려고 합니다. 그러나 아직 자그맣고 여린 아이인 터라, 낮잠을 안 자고 내처 놀기만 하면, 서너 시라든지 너덧 시에 스르르 눈이 감기거나 쉽게 골을 부리지요. 밥이나 주전부리를 먹을라치면 배고픔보다 졸음이 먼저라, 몇 숟갈 뜨지도 못하고는 고개를 이리 까딱 저리 까딱 하다가 아버지 무릎을 찾아서 폭 기댑니다. 밥상맡에서 곯아떨어진 아이를 내 무릎에 누여서 토닥이다가 이불을 가져와야겠구나 싶어서 곁님 무릎으로 옮깁니다. 이불을 덮어 주고 다시 토닥여 줍니다. 4348.12.15.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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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93. 밥상을 차리면서



  밥상을 차리면서 노래를 부릅니다. 노래를 부르지 않고서야 밥상을 차릴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노래를 부르지 않고 골을 부리거나 성을 내면서 밥상을 차리면, 아 이런 밥상은 나부터도 앉고 싶지 않더군요. 칼질을 하고 남새를 다듬으며 꽃접시에 밥이랑 국이랑 반찬이랑 한 가지씩 올리며 밥상을 차근차근 채우는 동안 즐겁게 노래를 부를 수 있어야, 비로소 아이들도 곁님도 나도 함께 사이좋게 둘러앉을 만하구나 하고 느낍니다. 밥상차림을 왜 사진으로 찍는가 하면, 스스로 노래하며 차린 즐거움을 아로새기고 싶기 때문입니다. 대단한 밥이나 멋진 밥을 사진으로 찍지 않습니다. 하루하루 기쁘게 맞이한 밥상을 사진으로도 찍어 봅니다. 4348.12.11.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넋/사진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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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92. 수레를 타는 놀이



  집에서 여러모로 쓸 대나무를 베러 다녀오는 길에 수레를 끌고 갑니다. 두 아이는 집을 나설 적에도 수레를 타고, 집으로 돌아올 적에도 수레를 탑니다. 두 아이는 수레를 끌고 다닐 적에 수레에 타겠다면서 달라붙습니다. 오르막에서 내리막에서도 아이들이 수레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천천히 끌고 밀고 올리고 당깁니다. 집에 닿아 땀을 훔치면서 비로소 이 아이들 놀이를 사진으로 찍을 수 있습니다. 나는 수레를 끌면서 땀을 흘리고, 아이들은 수레에 타며 바람을 쐬는 동안 시원합니다. 나도 어릴 적에는 우리 어버이가 땀을 쏟으면서 나하고 형이 홀가분하고 시원하게 놀도록 해 주셨을 테지요. 4348.12.10.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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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91. 함께 빚는 이야기



  나는 아이들하고 살면서 사랑스러운 숨결을 느낍니다. 아이들은 저희 어머니랑 아버지하고 살면서 사랑스러운 숨결을 누립니다. 이리하여 나는 아이들 놀이와 웃음과 몸짓을 지켜보면서 글을 짤막하게 쓸 수 있고, 아이들은 저희 아버지가 쓴 글을 읽으면서 그림을 재미나게 그릴 수 있습니다. 나는 어버이로서 아이한테서 새로운 사랑을 배우고, 아이들은 어버이한테서 새로운 꿈을 물려받아요. 둘은 사이좋게 가르치면서 배우는 사이가 되고, 둘이 함께 빚는 글하고 그림을 종이에 옮기면 ‘그림노래’가 태어납니다. 사진은 글(노래)하고 그림이 어우러지는 자리에 나란히 있습니다. 4348.12.9.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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