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80. 시골아이 웃음노래


  아이들은 그냥 걷기만 해도 웃음을 터뜨립니다. 웃을 일이 무엇이 있나 하고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웃을 일이 따로 없어도 얼마든지 웃을 만합니다. 웃음은 그냥 터뜨리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도 웃고, 업혀도 웃고, 배고파도 웃고, 배불러도 웃고, 졸려도 웃고, 자다가도 웃습니다. 들길을 천천히 걷다가도 웃고, 들길을 달리면서도 웃습니다. 아이들은 천천히 자라면서 웃음꽃을 먹습니다. 웃음꽃을 먹으면서 씩씩하게 나아갑니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마음껏 앞으로 갑니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자취를 감추었다는 시골마을에서 우리 집 두 아이는 온 마을이 울리도록 웃으면서 재미나게 걷습니다. 나는 아이들하고 함께 이 길을 걸으며 사진 한 장을 고마이 얻습니다. 4348.11.7.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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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5-11-07 10:09   좋아요 0 | URL
보기만해도 웃음이 나옵니다

숲노래 2015-11-07 10:39   좋아요 0 | URL
뒷모습 사진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아이들과 살며
아이들이 늘 멀리 앞장서서
저희끼리 노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을 때마다
언제나 고마우면서 기쁩니다 ^^

하늘바람 2015-11-07 10:39   좋아요 0 | URL
저도 뒷 모습 사진 참 좋아합니다
 


 

사진노래 79. 꽃밭 숨바꼭질



  아이들은 숨바꼭질을 할 적에 머리만 살짝 숙이면 제가 안 보이는 줄 아는 듯합니다. 가만히 보면, 나도 이 아이들만 하던 어린 나이에 이렇게 숨바꼭질을 했구나 싶어요. 내가 밖을 안 보면 남도 내가 안 보이리라 여겼어요. 고개를 살짝 내밀다가 히죽히죽 웃고는 살짝 고개만 숙이는 다섯 살 작은아이는 숨바꼭질을 할 적에 맨 먼저 잡힙니다. 그래서 일부러 못 찾은 척하면서 옆으로 비껴서 걷고, 꽃내음을 큼큼 맡다가 아이를 둘러싸고 빙빙 돌면 “나 여기 있는데?” 하면서 아이가 스스로 나서서 잡혀 줍니다. 사진을 찍으려면 연출을 할 까닭이 없이, 그저 놀면 됩니다. 4348.11.6.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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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78. 누나가 읽어 주지


  큰아이는 글을 스스로 깨우친 뒤 그림책이든 글책이든 소리를 내어 읽기를 즐깁니다. 이러다 보니 작은아이는 “이게 뭐야? 읽어 줘.” 하는 말을 어머니나 아버지한테 묻기보다는 으레 누나한테 묻습니다. 이때에 큰아이는 “그래, 누나가 읽어 줄게.” 하고 말하면서 차근차근 읽어 줍니다. 큰아이는 책순이로 놀면서 동생한테 글을 읽히는 책동무가 되고, 작은아이는 누나 곁에서 글이랑 그림이랑 책을 함께 바라보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받아들입니다. 그러고 보면, 큰아이는 어릴 적에 어머니와 아버지한테서 받은 사랑을 제 동생한테 고이 물려주는 셈입니다. 작은아이도 이 사랑을 고이 받아서 나중에 누군가한테 공이 물려줄 테지요. 4348.11.3.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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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77. 가을 깊은 범나비 애벌레


  이제는 나비가 왜 우리 집 마당에서 춤을 추는지 압니다. 나비는 우리한테 알부터 애벌레를 거쳐서 번데기와 나비로 거듭나는 몸짓을 곱게 보여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나도 곁님도 아이들도 우리 집으로 찾아와서 후박나무며 초피나무며 모과나무며 감나무며 유자나무며 동백나무며 뽕나무며 석류나무며 무화과나무며, 나무에 따라 다 달리 찾아드는 나비가 있는 줄 알려주고, 어느 애벌레는 모시잎만 먹고 어느 애벌레는 갓잎만 먹는 줄도 알려주려고 찾아와서 춤을 춥니다. 제법 쌀쌀한 가을날에도 나뭇가지에서 톡 떨어져 평상에서 꼬물꼬물 기는 애벌레를 가만히 지켜봅니다. 참으로 멋진 이웃으로 함께 지내는 숨결입니다. 언제나 새롭게 사진을 찍도록 이끌어 주지요. 4348.11.2.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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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76. 나락물결 곁에 가을유채꽃


  유채꽃은 세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사람들이 가장 잘 알고 좋아하는 봄유채꽃이 있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가장 모르는 가을유채꽃이 있고, 마지막으로 겨울유채꽃이 있어요. 가을유채꽃은 이름 그대로 가을에 피어요. 유채나 갓은 흔히 봄에 피어서 여름을 앞두고 모조리 시들어 죽는다고만 알려졌으나, 한여름이 지나고 가을로 접어들어 찬바람이 살몃살몃 찾아들 적에 조용히 잎을 내밀고 꽃대를 올려서 노란 꽃송이가 나락하고 함께 한들거립니다. 가을유채꽃이 저무는 겨울에도 햇볕이 포근하면 어느새 하나둘 고개를 내밀다가 눈을 맞고 아이 추워 하며 벌벌 떨어요. 가실(가을걷이)을 앞둔 논 귀퉁이에 살그마니 고개를 내민 가을유채꽃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이 가을유채꽃은 며칠 뒤 가실을 할 무렵 모두 잘렸습니다. 4348.10.31.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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