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차게 자랄 수 있는 한국말 살림
[국어사전 돌림풀이 벗기기 8] 성장·자라다·크다, 우화·날개돋이, 능하다·뛰어나다·훌륭하다·대단하다


  누구나 스스로 생각하기에 스스로 길을 찾습니다. 누구나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길을 못 찾습니다. 남이 나한테 알려주기에 내가 길을 찾지는 않습니다. 남이 나한테 안 알려주어도 스스로 길을 찾으려고 애쓰고 마음을 기울일 적에 비로소 길을 찾아요.

  말뜻 하나를 놓고도 이와 같아요. 사전을 아무리 뒤적여 본들 말뜻을 제대로 알 수는 없습니다. 사전은 여러 가지 말뜻을 학자 나름대로 갈무리해서 적은 책이에요. 사전마다 ‘여러 학자가 그 낱말을 바라보는 생각’을 읽을 수는 있되, 정작 그 낱말을 ‘우리 나름대로 어떻게 새기거나 살펴서 알 만한가’는 배우지 못할 수 있어요.

  예쁜 낱말을 많이 외우기에 글을 잘 쓰지 않습니다. 낱말 하나를 스스로 혀에 얹고 생각하면서 이 낱말대로 살아내 볼 적에 비로소 ‘낱말 지식’을 넘어서면서 삶이 묻어나는 이야기를 짓는 숨결로 거듭나서 글을 풀어낼 만합니다. 스스로 자라려고 스스로 말을 생각하지요. 스스로 크려고 스스로 말을 살핍니다.

  몸뿐 아니라 마음이 자랍니다. 나이를 먹으면 더 안 자란다고 여기기 일쑤이지만, 우리는 몸으로도 마음으로도 늘 새롭게 자라는 삶이라고 느낍니다. 한국말사전에서 ‘자라다’하고 얽힌 낱말을 살펴봅니다.


(표준국어대사전)
성장(成長) : 1. 사람이나 동식물 따위가 자라서 점점 커짐 2. 사물의 규모나 세력 따위가 점점 커짐 3. [생물] 생물체의 크기·무게·부피가 증가하는 일. 발육(發育)과는 구별되며, 형태의 변화가 따르지 않는 증량(增量)을 이른다
생장(生長) : 나서 자람
자라다 : 1. 생물체가 세포의 증식으로 부분적으로 또는 전체적으로 점점 커지다 2. 생물이 생장하거나 성숙하여지다
크다 : [움직씨] 1. 동식물이 몸의 길이가 자라다 2. 사람이 자라서 어른이 되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성장(成長) : 1. 사람이나 동식물이 자라서 몸무게가 늘거나 키가 점점 커짐 2. 사물의 규모가 커지거나 그 세력이 이전보다 늘어남 3. [생물] 개체, 기관(器官), 세포가 형태적 또는 양적(量的)으로 증대가 되는 변화
생장(生長) : 생물이 나서 자람
자라다 : 1. (생물체가) 부분적으로 또는 전체적으로 점점 커지다 2. (사람이) 어떤 환경에서 성장하다 3. (수준이나 역량이) 점점 높아지거나 나아지다
크다 : 1. (동식물이) 생장(生長)하거나 성숙(成熟)하다 2. (동식물이) 몸의 길이가 자라다 3. (사람이) 수준이나 지위 따위가 더 높아지다 4. (회사나 단체 따위가) 발전하거나 성장하다

(북녘 조선말대사전)
성장(成長) : 자라나는것 또는 자라서 점점 커지는것
생장(生長) : 나서자라거나 크는것
자라다 : 1. (사람이나 생물이) 점점 크다 2. (정치사상적으로나 자질, 능력적으로) 커지고 발전하다 3. 대오나 력량이 커지다 4. 욕망, 욕구 같은것이 점점 강해지다
크다 : (동사로 쓰이야) 자라다


  남녘 한국말사전은 ‘자라다’를 ‘크다’로 풀이하거나 ‘성장·생장’이라는 한자말을 씁니다. ‘크다’를 놓고는 남북녘 한국말사전 모두 ‘자라다’로 풀이합니다. 한자말 ‘성장·생장’을 살피면 남북녘 한국말사전은 ‘크다’나 ‘자라다’로 풀이하지요.

  ‘자라다·크다’를 이렇게 풀이해도 될까요? 남북녘에서 사전을 엮는 분들은 ‘자라다’하고 ‘크다’를 돌림풀이로 다룬 줄 알는지요, 모를는지요? 아무래도 모르기 때문에 이처럼 다루었지 싶습니다. 아주 흔한 낱말이지만 아주 엉성하게 다룹니다.

  더 살피면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은 ‘크다’라는 낱말을 놓고 새롭게 가지를 뻗는 쓰임새를 찬찬히 다루지만, 표준국어대사전이나 조선말대사전은 ‘크다’를 놓고서 새로운 쓰임새를 거의 못 다룹니다. 사회 흐름에 맞추어 새로 나타나는 낱말을 사전에 더 많이 싣는 일도 해야겠으나, 우리가 늘 쓰거나 흔히 쓰는 낱말도 함께 차근차근 짚으면서 더욱 제대로 살뜰히 가다듬을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글쓴이가 손질한 새 말풀이)
성장(成長) : → 자라다. 크다
생장(生長) : 나서 자람 → 자라다. 크다
자라다 : 1. 세포가 차츰 불어나거나 부풀거나 길어지다 2. 어리거나 젊은 나날을 보내면서 어른이 되다 3. 풀과 나무가 어느 곳에서 나서 살다 4. 솜씨나 재주가 무척 늘거나 높아직거나 나아지다 5. 짜임새·기운·힘이 높아지거나 나아지다
크다 : 1. 해가 갈수록 몸이 길어지거나 부풀면서 단단해지다 2.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서 어른이 되다 3. 사람이 어느 곳에서 나서 살다 4. 짜임새·기운·힘이 늘거나 높아지거나 나아지다


  곰곰이 본다면 ‘성장·생장’ 같은 한자말에는 따로 뜻풀이를 안 붙여도 될 만합니다. 먼저 ‘자라다·크다’를 제대로 풀이해 놓을 수 있으면 됩니다. ‘→’를 넣어서 ‘자라다·크다’를 살피도록 이끌 노릇이라고 생각해요. 생물학에서도 한국말 ‘자라다·크다(자람·큼)’을 넉넉히 즐겁게 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
우화(羽化) : 번데기가 날개 있는 성충이 됨 ≒ 날개돋이
날개돋이 : = 우화(羽化)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우화(羽化) : 1. 번데기가 날개 있는 엄지벌레로 변함 2. 사람이 몸에 날개가 돋아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간다는 말. 《진서(晉書)》의 <허매전(許邁傳)>에 나오는 말이다
날개돋이 : 번데기가 날개 있는 엄지벌레로 변함

(북녘 조선말대사전)
우화(羽化) : 1. → 엄지벌레되기 2. = 우화등선
날개돋이 : x
엄지벌레되기 : 번데기가 날개있는 엄지벌레로 되는것


  번데기가 깊이 잠을 자고 난 뒤에 날개가 있는 어른벌레(엄지벌레)로 되는 일을 가리켜 한자말로 ‘우화’라고 한대요. 한국말로는 ‘날개돋이’라 하고요. 표준국어대사전을 살피면 ‘날개돋이 = 우화’로 풀이하는데, 이는 올바르지 않아요. ‘우화 → 날개돋이’로 적고, ‘날개돋이’를 제대로 쉽게 풀이해야 한국말사전다운 올바른 얼거리라고 봅니다. 북녘 사전은 이를 제대로 짚는데, 북녘에서는 ‘날개돋이’라는 낱말은 안 쓰고 ‘엄지벌레되기’라는 낱말을 씁니다.

  뜻을 더 헤아린다면, 꼬물꼬물 기기만 하던 애벌레가 번데기를 거쳐서 ‘날개 돋은 새로운 벌레’가 되는 일을 사람한테 빗대기도 합니다. 이른바 ‘거듭나기’를 ‘날개돋이’로 빗대어서 쓰지요. 이러한 빗댐말 쓰임새도 사전에 담을 수 있어요.


(글쓴이가 손질한 새 말풀이)
우화(羽化) : → 날개돋이
날개돋이 : 1. 날개가 돋는 일. 날개가 없던 애벌레가 번데기로 잠들다가 깨어날 적에 날개가 돋는 일 2. 예전 모습을 내려놓거나 버리면서 아주 달라지거나 새로워지는 모습. 거듭나는 모습 ≒ 엄지벌레되기


  표준국어대사전은 ‘엄지벌레’라는 한국말을 안 쓰고 ‘성충’이라는 한자말을 쓰는데, 이 대목도 바로잡아야지 싶어요. 한국말이 버젓이 있는데 이를 안 쓰는 일은 한국말사전답지 않습니다. 학자도 여느 사람도 한국말을 즐겁고 슬기롭게 쓸 일인데, 이와 함께 사전도 사전답게 한국말을 한결 살찌우고 북돋는 구실을 할 수 있어야지 싶어요.


(표준국어대사전)
능하다(能-) : 어떤 일 따위에 뛰어나다
뛰어나다 : 남보다 월등히 훌륭하거나 앞서 있다
훌륭하다 : 썩 좋아서 나무랄 곳이 없다
대단하다 : 1 매우 심하다 2. 몹시 크거나 많다 3. 출중하게 뛰어나다 4. 아주 중요하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
능하다(能-) : 막히거나 서투른 데가 없다
뛰어나다 : 남보다 두드러지게 높거나 낫다
훌륭하다 : 1. 썩 좋아서 나무랄 곳이 없다 2. 칭찬할 만큼 대단하거나 뛰어나다
대단하다 : 1. 보통보다 비길 수 없이 더하거나 심하다 2. 몹시 크거나 많다 3. 수준이나 정도가 매우 특별하고 뛰어나다

(북녘 조선말대사전)
능하다(能-) : 1. 서툴지 않고 솜씨있고 익숙하다 2. 능력이 있다
뛰여나다 : 수준이 두드러지게 아주 높다
훌륭하다 : 매우 좋게 평가할만하게 잘되여거나 대단하다
대단하다 : 1. 보통정도보다 비길바 없이 더하거나 심하다 2. 아주 중요하다 3. 평판이나 소문 같은것이 자자하고 굉장하다 4. 몹시 뛰여나거나 특별하다


  ‘뛰어난’ 모습하고 ‘훌륭한’ 모습은 어떻게 다를까요? 누구를 보면서 ‘대단하다’ 하고 말할 적에는 어떤 느낌일까요. ‘능하다’라는 외마디 한자말을 쓰는 분이 제법 있는데, 이 낱말은 어떻게 다루면 좋을까요.

  남북녘 한국말사전은 ‘뛰어나다·훌륭하다·대단하다’를 돌림풀이에 갇힌 얼거리로 다룹니다. 무척 좋거나 낫거나 앞선다고 할 적에 쓰는 이 세 낱말이 저마다 어떠한 결인가를 슬기롭게 살펴서 보여주지 못합니다.

  한글이 훌륭하다면 이 훌륭함이란 무엇일까요? 우리가 쓰는 말이 대단하다면 이 대단함이란 무엇일까요? 우리한테 뛰어난 글씨가 있다면 이 글씨에 깃든 뛰어난 결을 어떻게 살리면 아름답고 즐거울까요?


(글쓴이가 손질한 새 말풀이)
능하다(能-) : → 잘하다. 뛰어나다
뛰어나다 : 남보다 눈에 뜨이도록 훨씬 낫거나 좋거나 앞서다
훌륭하다 : 1. 됨됨이나 몸짓이 무척 좋아서 나무랄 곳이 없다 2. 한 일이나 지은 작품이 아주잘되다 3. 마음에 들 만큼 매우 아름답다 4. 씀씀이나 쓰임새가 아주 좋다
대단하다 : 1. 매우 세거나 깊다 2. 아주 크거나 많다 3. 누구보다 훨씬 낫거나 좋거나 앞서다 4. 크게 여길 만하다


  외마디 한자말 ‘능하다’는 ‘→’를 넣어서 한국말을 살펴보도록 이끌면 되리라 생각합니다. ‘뛰어나다·훌륭하다·대단하다’는 나란히 맞대면서 뜻이 안 겹치도록 차근차근 가다듬어 주면 좋겠습니다.

  이 세 낱말은 사회가 달라지면서 쓰임새도 차츰 깊어지거나 넓어집니다. 한국말사전은 세 낱말에 차츰 깃드는 새로운 결을 살펴서 뜻풀이를 더 붙여 주어야지 싶어요. 어쩌면 앞으로 이 세 낱말은 쓰임새가 더 늘면서 뜻풀이를 더 붙여야 할 수 있어요.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한국말을 배우도록 우리 어른들이 더 마음을 기울이기를 바랍니다. 씩씩하게 크는 아이들을 비롯해서 우리 어른들 모두 한국말을 새롭게 바라보고 넉넉히 살찌워서 알차게 배울 수 있기를 빕니다. 2017.4.9.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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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르고 어 다른 말일 텐데

[국어사전 돌림풀이 7] 한가·여유·한갓·느긋·넉넉, 흠모·공경·사모·존경·섬기다·받들다·모시다·우러르다, 모양·형·모습·꼴


 

왜 '돌림풀이'와 '겹말풀이'를 벗기는가?
글쓴이는 2016년 6월에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이라는 작은 한국말사전(국어사전)을 한 권 써냈습니다. 이 작은 한국말사전을 써내려고 다른 한국말사전을 살피는 동안, 한국에서 그동안 나온 사전은 하나같이 돌림풀이와 겹말풀이에 갇혀서 한국말을 제대로 밝히거나 알리는 구실을 거의 못했구나 하고 깨달았습니다. 제가 쓴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에는 '한국말을 새롭게 손질한 뜻풀이'만 실었습니다. 그래서 그 책에서는 못 싣거나 못 다룬 이야기를 찬찬히 풀어내 보려 합니다. 오늘날 한국에서 가장 권위가 있다고 하는 두 가지 사전(표준국어대사전, 고려대한국어대사전)하고 북녘에서 내놓은 한 가지 사전(조선말대사전)에 실린 뜻풀이를 살피면서, 앞으로 한국말이 새롭게 나아가거나 거듭나야 할 길을 짚어 보고자 합니다.



  바쁜 사람이 있고 안 바쁜 사람이 있습니다. 바쁠 적에는 ‘바쁘다’ 같은 말을 쓸 테지요. 그러면 안 바쁠 적에는? 이때에는 어떤 말을 쓸까요? 사람마다 다 다른 말을 쓸 수 있을 텐데, 한자말로는 ‘한가롭다·한가하다’나 ‘여유’를 쓸 만합니다. 그러면 한국말로는? ‘한갓지다’하고 ‘느긋하다’가 있어요. 여기에 ‘넉넉하다’가 있습니다.


  남북녘 한국말사전은 이들 낱말을 어떻게 다룰까요? 슬기롭게 잘 다룰까요, 아니면 겹말풀이나 돌림풀이에 사로잡힌 나머지 엉망진창으로 있을까요?



(표준국어대사전)

한가롭다(閑暇-) : 한가한 느낌이 있다

한가하다(閑暇-) : 겨를이 생겨 여유가 있다

여유(餘裕) : 1. 물질적·공간적·시간적으로 넉넉하여 남음이 있는 상태 2. 느긋하고 차분하게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마음의 상태

한갓지다 : 한가하고 조용하다

느긋하다 : 마음에 흡족하여 여유가 있고 넉넉하다

넉넉하다 : 1. 크기나 수량 따위가 기준에 차고도 남음이 있다 2. 살림살이가 모자라지 않고 여유가 있다 3. 마음이 넓고 여유가 있다 4. 형세 따위가 제법 번듯하며 듬직하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

한가롭다(閑暇-) : 바쁘지 않아 여유가 있다

한가하다(閑暇-) : 겨를이 생겨 여유가 있다

여유(餘裕) : 1. 성급하게 굴지 않고 사리 판단을 너그럽게 하는 마음의 상태 2. 물질적이거나 시간적으로 넉넉하고 남음이 있음

한갓지다 : 한가하고 조용하다

느긋하다 : (마음이나 태도가) 조급하거나 서두르는 기색이 없이 여유롭다

넉넉하다 : 1. (크기, 수효, 무게가) 어떤 기준에 충분히 차고도 남음이 있다 2. (살림이) 풍족하여 여유가 있다 3. (마음이) 넓고 여유롭다


(북녘 조선말대사전)

한가롭다(閑暇-) : 어지간히 한가하거나 한가한 느낌이 있다

한가하다(閑暇-) : 하는 일이 없거나 적어서 겨를이 많다

여유(餘裕) : 1. 넉넉하고 남음이 있는것 2. 성급하지 않고 침착하게 판단할수 있는 가능성 3. 긴장하거나 빡빡하지 않고 더 받아들이거나 더 나타낼 가능성이 있는것

한갓지다 : 한가하고 조용하다

느긋하다 : 마음에 부족함이 없이 만족하고 흡족하다

넉넉하다 : 1. 어떤 기준에 차고도 남음이 있다 2. 살림이 모자라지 않고 쓰고도 남을만하다



  한자말 ‘한가롭다’를 ‘한가하다’로 풀이하는 사전이 있습니다. 때로는 ‘한가롭다’를 ‘여유’가 있는 모습으로 풀이합니다. 이러면서 남녘 두 사전은 ‘한가하다’를 ‘여유’가 있는 모습을 가리킨다고 적습니다. 여러모로 살피면 ‘여유 = 넉넉함 + 느긋함 + 차분함’이라고 할 만합니다. 그러니 ‘한가롭다 = 넉넉하다/느긋하다’인 얼거리입니다. “한가롭고 느긋한”은 겹말인 꼴이기도 해요.


  한국말사전을 더 살피면 ‘느긋하다’를 “여유가 있고 넉넉하다”로 풀이하는데, ‘여유 = 넉넉함’으로 다루니, 여러모로 겹말풀이가 되어요. 우리는 이런 사전을 어떻게 보아야 좋을까요. 우리는 바쁘지 않은 삶을 어떤 낱말로 그릴 만할까요. 갑갑하구나 싶지만, 갑갑함을 떨치고 새롭게 뜻풀이를 달아 보자고 생각합니다.



(글쓴이가 손질한 새 말풀이)

한가롭다(閑暇-) : → 한갓지다. 느긋하다.

한가하다(閑暇-) : → 한갓지다. 느긋하다.

여유(餘裕) : → 느긋함. 넉넉함.

한갓지다 : 따로 하는 일이 없고 조용하다

느긋하다 : 1. 모자라거나 아쉽다는 생각이 없을 만한 마음이 되다 (즐겁게 가득한 마음이 되다) 2. 바쁘거나 서두르거나 조르거나 다그칠 일이 없는 마음이 되다 (차분하게 있을 만한 마음이 되다)

넉넉하다 : 1. 마음이 크고 시원하다 2. 어느 자리가 크다 3. 남을 만큼 많다 4. 살림이 제법 넘쳐서 남을 만큼 많다



  ‘한가롭다·한가하다’는 “→ 한갓지다. 느긋하다”처럼 뜻풀이를 달아도 되리라 봅니다. 이러면서 한국말 ‘한갓지다’하고 ‘느긋하다’가 겹말풀이나 돌림풀이가 안 되도록 가누어야지 싶어요. ‘느긋하다’라는 낱말을 남북녘 모두 하나로만 풀이하지만, 결을 헤아리면 두 가지 느긋함으로 나누어야지 싶습니다. ‘여유’라는 한자말은 “→ 느긋함. 넉넉함”으로 풀이하면서 ‘느긋하다’하고 ‘넉넉하다’가 서로 맞물리지 않도록 가다듬을 노릇이고요. 서로 비슷한 대목이 있으니 이 같은 낱말은 한 꾸러미로 보여주어도 좋다고 느낍니다.


  다음으로 ‘흠모·공경·사모·존경’이라는 한자말을 살펴봅니다. ‘흠모’라는 한자말을 한국말사전에서 살피다가 끝없이 돌림풀이로 이어지기에 이래저래 꽁무니를 좇다가 이 여러 말을 돌아보았어요. 한자말을 풀이하며 “흠모 = 공경하며 사모함”이라든지, “공경 = 받들어 모심”이라든지, “사모 = 우러러 받들고”라든지, “존경 = 받들어 공경함”으로 적는데, 너무 뚱딴지 같습니다. 이래서야 한자말도 한국말도 도무지 종잡을 수 없어요.



(표준국어대사전)

흠모(欽慕) : 기쁜 마음으로 공경하며 사모함

공경(恭敬) : 공손히 받들어 모심

사모(思慕) : 1. 애틋하게 생각하고 그리워함 2. 우러러 받들고 마음속 깊이 따름

존경(尊敬) : 남의 인격, 사상, 행위 따위를 받들어 공경함

섬기다 : 신(神)이나 윗사람을 잘 모시어 받들다

받들다 : 1. 공경하여 모시다. 또는 소중히 대하다 2. 가르침이나 명령, 의도 따위를 소중히 여기고 마음속으로 따르다 3. 물건의 밑을 받쳐 올려 들다

모시다 : 1. 웃어른이나 존경하는 이를 가까이에서 받들다 2. ‘데리다’의 높임말. 3. 제사 따위를 지내다 4. 웃어른이나 신주 따위를 어떤 곳에 자리 잡게 하다

우러르다 : 1. 위를 향하여 고개를 정중히 쳐들다 2. 마음속으로 공경하여 떠받들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

흠모(欽慕) : 마음에 그리고 우러러 따름

공경(恭敬) : 남을 대할 때 몸가짐을 조심스럽게 하고 받듦

사모(思慕) : 1. 마음에 두고 애틋하게 생각하며 그리워함 2. 우러러 받들며 마음

존경(尊敬) : 우러러 받듦

섬기다 :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공경하여 받들어 모시다

받들다 : 1. 받아들여 지지하고 소중히 여기다 2. 공경하여 높이 모시다 3. 손바닥으로 밑에서 받아 올려 들다

모시다 : 1. 어떠한 곳으로 데리고 가거나 데리고 오다 2. 함께 있거나 가까이 있으면서 잘 받들다 3. 일정한 곳에 소중히 잘 두다 4. 손윗사람이나 존경하는 사람을 어떤 자격을 갖게 하거나 지위에 있게 하다. 5. 신이나 손윗사람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높이 받들다 6. 시신을 어떤 곳에 묻다 7. 제사를 행하거나 겪어 내다

우러르다 : 1. 받들어 공경하는 마음을 지니다 3. 위를 향하여 고개를 높이 쳐들다


(북녘 조선말대사전)

흠모(欽慕) : 1. 가장 존경하는분을 높이 받들면서 우러르는 마음으로 따르고 그리워하는것 2. 기쁜 마음으로 그리워하는것

공경(恭敬) : 공손하게 받들고 모시는것

사모(思慕) : 몹시 생각하고 그리워하는것

존경(尊敬) : 1. 어느 분을 높이 우러러 소중히 받드는것 2. 공손히 례절있게 높이 받들고 대하는것

섬기다 : 1. 웃사람이나 어른을 잘 받들고 모시다 2. 사회적으로 보람있는 일이 이루어지도록 그 일에 힘을 기울이거나 정성을 기울이다

받들다 : 1. 우러러 존경하며 높이 모시다 2. 받아들이고 따르며 응하다 3. 밑에서 받아올려 들거나 받치다

모시다 : 1.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높이 받들다 2.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어떤 자리에 정중히 받들어 자리잡게 하다 3. 웃어른을 가까이 있으면서 받들다 4. 웃사람이나 존경하는 대상을 데리고 일정한곳으로 가거나 오다

우러르다 : 1. 높은데를 바라볼수 있게 고개를 높이 쳐들다 2. 어떤 존재나 사람의 위대하고 훌륭함을 존경하여 경건한 태도로 높이 올려다보다



  한국말을 돌아봅니다. “섬기다 = 모시어 받들다”라 하고, “받들다 = 공경하여 높이 모시다/우러러 존경하며 높이 모시다”라 합니다. “모시다 = 존경하는 이를 받들다/존경하며 높이 받들다”라 하고, “우러르다 = 공경하여 떠받들다/받들어 공경하다/종경하여 높이 올려다보다”라 합니다.


  무슨 소리일까요? 이 뜻풀이는 누가 붙였을까요? 남북녘 학자는 왜 이 한국말이며 한자말을 이렇게 풀이하고 말았을까요? 나아가 우리는 이런 사전풀이를 제대로 살피기나 했을까요? 엉터리 낱말풀이를 바로잡도록 학자를 나무라거나 꾸짖은 적이 있을까요?


  문학을 하는 사람뿐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은 이런 엉터리 한국말사전을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까요? 한국사람은 한국말사전을 읽으면서 말을 깊거나 넓게 익혀 한국말을 빛낼 수 있을까요?



(글쓴이가 손질한 새 말풀이)

흠모(欽慕) : → 섬기다. 모시다.

공경(恭敬) : → 받들다. 섬기다.

사모(思慕) : → 모시다. 섬기다.

존경(尊敬) : → 우러르다. 섬기다.

섬기다 : 1. 윗사람이나 거룩한 님을 아끼거나 살뜰히 여기어 높은 자리에 있도록 하다 2. 뜻이나 보람이 있게 이루어지도록 힘이나 마음을 기울이다

받들다 : 1. 높이 여기면서 곁에서 살뜰히 돕다 2. 말·가르침·시키는 일·뜻을 살뜰히 여기면서 마음으로 깊이 따르다 3. 손바닥이나 반반한 것으로 밑을 튼튼히 받아서 올려 들다

모시다 : 1. 웃어른이나 아끼는 분이나 손님을 곁에서 살뜰히 돕다 2. 웃어른이나 아끼는 분이나 손님이 여러 곳에 잘 다닐 수 있도록 곁에 있으면서 살뜰히 여기거나 아끼다. ‘데리다’를 높이는 말 3. 어느 사람·어느 것을 더욱 아끼거나 찬찬히 도우려고 높은 자리에 두다 4. 아끼는 것·연장을 어떤 곳에 곱게 있도록 잘 두다 5. 어느 사람·어느 것한테 어떤 자리·이름·자격을 주면서 아끼려 하다 6. 주검을 어느 곳에 묻다 7. 죽은 사람 넋을 되새기는 일을 하거나 자리를 열다

우러르다 : 1. 위로 고개를 가만히 높이 들다 2. 높거나 훌륭하다고 여기면서 살뜰히 아끼려는 마음이 되다



  ‘흠모·공경·사모·존경’ 같은 한자말을 쓰고 싶으면 쓸 노릇입니다. 그러나 말뜻을 제대로 짚어서 올바로 써야지요. 무엇보다 한국말 ‘섬기다·받들다·모시다·우러르다’를 어느 자리에 어떻게 써야 알맞고 올바르며 즐거운가를 새롭게 배우고 가르쳐야지 싶어요.


  한국말을 누구보다 한국사람 스스로 하루 빨리 바로세워야지 싶어요. 한국말이 이렇게 엉터리라면 ‘한글이 아무리 훌륭한 글’이라 하더라도, ‘한글이라는 그릇에 담을 한국말이라는 넋’은 어영부영 어지러워지고 맙니다.



(표준국어대사전)

모양(模樣) : 1. 겉으로 나타나는 생김새나 모습

형(形) : 외관으로 나타나는 모양

모습 : 1. 사람의 생긴 모양 2. 자연이나 사물 따위의 겉으로 나타난 모양 3. 자취나 흔적

 : 1. 겉으로 보이는 사물의 모양 2. 사람의 모양새나 행태를 낮잡아 이르는 말 3. 어떤 형편이나 처지 따위를 낮잡아 이르는 말


(고려대한국어대사전)

모양(模樣) : 1. 겉으로 나타나는 생김새나 형상 2. 치장하거나 다듬어서 드러나거나 풍기는 멋 3. 외양의 구색(具色)

형(形) : 겉으로 나타나 보이는 모양

모습 : 1. 사람의 생긴 모양 2. 사물, 자연, 사회 등의 겉모양 3. 어떤 것이 남기고 간 자리나 흔적

 : 1. 사람의 모습이나 행색을 낮추거나 비웃어 이르는 말 2. 어떤 상황이나 형편 또는 처지를 낮추거나 비웃어 이르는 말 3. 사물의 모양이나 됨됨이


(북녘 조선말대사전)

모양(模樣) : 1. 겉으로 나타나보이는 생김새나 차림새 2. 주로 입말에서 꼴이나 상태라는 뜻으로 핀잔을 주거나 욕할 때 쓴다

형(形) : 모양이나 형태

모습 : 1. 사람의 생김생김이나 됨됨이 또는 겉모양 2. 자연이나 사회 및 사물의 나타난 겉모양

 : 1. 사물의 모양새나 됨됨이, 상태를 나타내는 말 2. 사물의 모양새나 됨됨이 또는 처한 상태를 낮잡아 이르는 말 3. 어떤 형편이나 처지를 이르는 말



  한국말사전에 ‘달걀꼴’이 실립니다. 낱말뜻은 “= 계란형”으로 적어요. ‘계란형(鷄卵形)’은 “달걀과 같은 모양”으로 풀이합니다.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달걀꼴 = 달걀과 같은 꼴’로 풀이하고, ‘계란형 = 계란과 같은 모양’으로 풀이해야 올바르지 않을까요?


  ‘타원형(楕圓形)’은 “길쭉하게 둥근 타원으로 된 평면 도형”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이는 한국말로 ‘긴둥근꼴’입니다. 길고 둥근 꼴이기에 ‘긴둥근꼴’이에요. 그런데 길고 둥근 꼴은 바로 달걀꼴이기도 합니다.


  이밖에 한국말사전은 ‘形 = 모양’으로 풀이합니다. ‘모양 = 모습·꼴’로 풀이하고요. 다시 ‘모습 = 모양’으로 풀이하고, ‘꼴 = 모양’으로 풀이해서 뒤죽박죽인 돌림풀이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 엉킨 실타래를 그냥 두어도 될까요?



(글쓴이가 손질한 새 말풀이)

모양(模樣) : ≒ 모습. 1. 어떻게 생겼는가 하는 테두리를 겉으로 헤아리거나 살피면서 쓰는 말 2. 겉으로 드러나는 느낌 3. 겉으로 부리거나 꾸미는 멋 4. 어떠하게 되는 흐름이나 얼거리를 살피면서 쓰는 말 5. 고루 있거나 갖추어서 어떠한가를 살피면서 쓰는 말 6. 남 앞에서 세우는 몸짓이나 됨됨이 7. 몸짓이나 됨됨이를 못마땅하겨 여기면서 쓰는 말 8. ‘그것처럼’을 뜻하는 말 9. 어떤 몸짓이나 방법 10. 어림을 나타내는 말

형(形) : → 꼴. 모습.

모습 : 1. 어떻게 생겼는가 하고 눈으로 크기·부피·무게·빛깔·무늬·느낌을 두루 헤아리면서, 튀어나오거나 들어간 곳까지 모두 살피면서 쓰는 말 2. 다른 눈에 뜨이도록 어느 곳에 어떻게 있는가를 나타내는 말 3. 겉으로 보이거나 드러나는 것을 나타내는 말 4. 겉으로 드러나는 느낌 5. 고루 있거나 갖추어서 어떠한가를 살피면서 쓰는 말 6. 남 앞에서 세우는 몸짓이나 됨됨이 7. 몸짓이나 됨됨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면서 쓰는 말 8. 어떠한 흐름이나 움직임이나 얼거리를 나타내는 말

 : 1. 어떻게 생겼는가 하는 테두리를 겉으로 헤아리거나 살피면서 쓰는 말 2. ‘모습’이나 ‘몸짓’을 낮잡는 말 3. 고루 있거나 갖추어서 어떠한가를 살짝 낮추어 살피면서 쓰는 말 4. 어떠한 흐름이나 얼거리를 낮잡는 말



  ‘모양’하고 ‘모습’은 매우 비슷하지만 똑같지는 않아요. 그리고 ‘모양’은 ‘모습’에서 비롯했구나 싶은 쓰임새입니다. 여러모로 살피면 ‘모습·꼴’ 두 낱말을 알맞게 쓰면서 생각을 밝힐 수 있습니다. 한국말 ‘꼴’은 낮잡으면서 한자 ‘形’은 높이는 한국 사회는 이제라도 뜯어고쳐야지 싶고요.


  다른 말은 다르게 쓰되 알맞게 가누어야 슬기롭습니다. 비슷한 낱말은 비슷하면서 다른 결을 똑똑히 살펴야 한결 즐거우면서 아름답게 생각을 꽃피울 수 있습니다. 말이 바로설 적에 나라가 바로섭니다. 말을 바로세우는 몫은 학자나 전문가 아닌 바로 작은 사람들, 마을에서 살림을 짓는 우리 스스로 맡아야지 싶습니다. 2017.3.19.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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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찬히 살펴 수수한 멋을 살리는 말
[국어사전 돌림풀이 벗기기 6] 소탈·솔직·수수·털털, 아픔·괴로움·고통, 세밀·자세·꼼꼼·찬찬


꾸미기하고 가꾸기는 다릅니다. ‘꾸미기(꾸미다)’는 겉을 매만져서 보기 좋게 하는 몸짓을 가리킵니다. ‘가꾸기(가꾸다)’는 속이나 겉 모두 잘 보살피는 몸짓을 가리킵니다. 논밭을 ‘가꾼다’고 합니다. 논밭을 가꾸기에 밥을 얻습니다. 논밭을 ‘꾸민다’고 하지 않아요. 그러나 꽃밭은 꾸밀 수 있겠지요. 다만 ‘꽃밭 꾸미기’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 예쁘기를 바라면서 겉으로 매만지는 손길입니다. 다른 사람 눈을 쳐다보지 않으면서 꽃밭을 곱고 알차게 매만지는 손길일 적에는 ‘꽃밭 가꾸기’입니다.

꾸며서 하는 말이란 ‘거짓을 숨기면서 마치 참인 듯’ 하는 말입니다. 가꾸면서 하는 말이란 무엇일까요? 마음을 북돋우고 생각을 살찌우면서 서로 어깨동무하는 숨결로 하는 말일 적에 ‘가꾸면서 하는 말’이 됩니다.

스스로 말을 가꾸기에 생각이 자라고 마음이 넉넉해요. 스스로 말을 꾸미기에 어려운 말씨나 번역 말씨가 불거지거나 섣불리 외국말을 아무 자리에나 끼워넣으며 지식자랑이 되기 일쑤예요.

꾸미지 않는 모습을 가리키는 한자말 둘하고 한국말 둘을 살펴보겠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
소탈하다(疏脫-) : 예절이나 형식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수수하고 털털하다
솔직하다(率直-) : 거짓이나 숨김이 없이 바르고 곧다
수수하다 : 사람의 성질이 꾸밈이나 거짓이 없고 까다롭지 않아 수월하고 무던하다
털털하다 : 사람의 성격이나 하는 짓 따위가 까다롭지 아니하고 소탈하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소탈하다(疏脫-) : (사람이나 그 성격, 차림새 따위가) 예절이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수수하고 털털하다
솔직하다(率直-) : (사람이나 그 태도가)거짓이나 꾸밈이 없고 바르다
수수하다 : 1. (생김새나 차림 따위가) 그리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고 어지간하다 2. (사람이나 그 성격이) 꾸밈이나 거짓이 없고 까다롭지 않아 수월하고 무던하다
털털하다 : (사람이나 그 성격, 생김새가) 까다롭지 아니하고 소탈하다

(북녘 조선말대사전)
소탈하다(疏脫-) : 틀을 차리거나 격식에 매임이 없이 소박하고 수수하다
솔직하다(率直-) : 거짓이나 숨김이 없이 바르고 곧다
수수하다 : 1. 그리 좋지도 나쁘지도 않고 평범하다 2. 소박하고 수더분하다
털털하다 : 1. (성격이나 행동이) 까다롭거나 간사하거나 퉁명스럽지 않고 텁텁하고 시원스럽다 2. 사치하거나 요란스럽지 않고 수수하다

남녘 한국말사전은 ‘소탈하다’를 “수수하고 털털하다”로 풀이합니다. 북녘 한국말사전은 ‘소탈하다’를 “소박하고 수수하다”로 풀이합니다. 그런데 ‘소박하다(素朴-)’는 “꾸밈이나 거짓이 없고 수수하다”를 뜻한다지요? 세 가지 한국말사전 모두 겹말풀이에 돌림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 들여다보면 ‘수수하다’는 “꾸밈이나 거짓이 없는” 모습을 가리킨다 하지요. 이는 한자말 ‘솔직하다’하고 맞물리는 말풀이입니다. ‘털털하다’는 ‘소탈하다’로 풀이하니 엉성하고요.

‘소탈·솔직’이나 ‘소박’ 같은 한자말을 쓰는 일은 나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말풀이는 제대로 건사해야지 싶습니다. 뜻풀이를 짧게 가다듬고서 한국말로 어떻게 쓰는가를 밝히는 얼거리로 손질해 봅니다. 이러면서 ‘수수하다·털털하다’가 돌림풀이가 안 되도록 차근차근 손봅니다.

(글쓴이가 손질한 새 말풀이)
소탈하다(疏脫-) : 틀에 안 매이다. → 수수하다. 털털하다
솔직하다(率直-) : 꾸밈이 없다. → 꾸밈없다. 수수하다
수수하다 : 1. 도드라지지도 않고 뒤떨어지지도 않으면서, 있는 그대로 조용히 어울리다 2. 꾸밈이나 거짓이 없어 조용하고 부드럽다 3. 어느 것이 썩 좋지도 나쁘지도 않으면서 쓸 만하다
털털하다 : 1. (마음결이) 까다롭거나 무뚝뚝하거나 약지 않고 시원스럽다 2. (모습이) 꾸미거나 어지럽지 않아 조용하다

‘수수하다’는 뜻풀이를 잘게 나눌 수 있습니다. ‘수수하다’에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고 할 만하지만 “조용히 어울리다”나 “쓸 만하다” 같은 뜻을 보탤 수 있습니다. “수수한 멋”이나 “수수한 맛”을 헤아려 보면 ‘수수하다’가 우리 삶에 어떻게 깃드는 낱말인지 헤아릴 만해요.

‘털털하다’는 마음결이나 모습을 놓고 말풀이를 가를 수 있어요. 시원스러운 몸짓이나 마음결이기에 누구하고나 잘 어울리고 받아들입니다. “수수한 옷차림”은 있는 그대로 차린 조용한 모습이라면, “털털한 옷차림”은 다른 사람 눈치를 따질 까닭이 없기에 꾸미거나 일부러 드러낼 일이 없이 차린 조용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
아픔 :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괴로운 느낌
괴로움 : 몸이나 마음이 편하지 않고 고통스러운 상태
고통(苦痛) : 몸이나 마음의 괴로움과 아픔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아픔 :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매우 괴로운 느낌이나 상태
괴로움 : 몸이나 마음이 견디기 어려울 만큼 불편하거나 고통스러운 상태
고통(苦痛) : 몸이나 마음의 아픔이나 괴로움

(북녘 조선말대사전)
아픔 : 아픈 느낌이나 상태
아프다 : 1. 몸의 일정한 부위에 자극을 받거나 이상이 생겨 괴로운 느낌이 있다 2. 몸에 병적증상이 생겨 참기 어려운 느낌이 있다 3. (정신적으로) 쓰리고 괴롭다
괴로움 : 괴로운 상태나 그러한 느낌
괴롭다 : (몸이나 마음이) 참아내거나 견디여내기 어려울만큼 불편하고 언짢다
고통(苦痛) : (몸이나 마음의) 괴로움과 아픔

북녘 사전은 ‘아픔·괴로움’을 찬찬히 풀이합니다. 그러나 북녘 사전은 ‘아프다’를 ‘괴롭다’로 풀이하고 말지요. 남녘 사전은 ‘아픔’을 ‘괴로움’으로 풀이하고, ‘괴로움’은 ‘고통’으로 풀이하는데, ‘고통’은 ‘괴로움·아픔’으로 풀이해요. 이 대목은 북녘 사전도 같습니다.

‘고통’은 ‘괴로움 + 아픔’일까요? ‘괴로움(괴롭다)’하고 ‘아픔(아프다)’을 뒤죽박죽으로 풀이하고서 한자말 ‘고통’에 뭉뚱그려도 될까요?

(글쓴이가 손질한 새 말풀이)
아픔 : 1. 다치거나 맞거나 찔리거나 부딪혀서 이를 참거나 견디기 어려움 2. 어찌해야 할는지 모르도록 마음이 슬프거나 무거움. 이러면서 힘이 많이 드는 모습
괴로움 : 1. 느긋하거나 홀가분하지 못하면서 무엇을 하지 못하겠다고 느낌 2. 힘이 많이 들거나 하기에 어려움 3. 어떤 일을 못 하게 해서 마음이 자꾸 쓰임
고통(苦痛) : → 괴로움. 아픔

참거나 견디기 어려운 마음이나 몸이 된다고 느끼기에 ‘아픔(아프다)’이라고 봅니다. 마음이나 몸이 눌리거나 힘이 들어서 하기 어렵다고 느끼기에 ‘괴로움(괴롭다)’이라고 봅니다. 하지 못하기에 힘이 들어 ‘괴로움’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한자말 ‘고통’은 어느 때에는 ‘괴로움’을 나타내고 어느 때에는 ‘아픔’을 나타내겠지요. ‘고통’으로 뭉뚱그리기보다는 한국말로 알맞게 쓰도록 이끌어 주어야지 싶어요.

한국말사전은 ‘아프다·괴롭다’를 제대로 갈라서 다루어야 합니다. 이밖에 ‘앓다·아리다·쓰리다·쓰라리다’ 같은 여러 비슷한말을 한데 묶어서 느낌이나 결이나 뜻이 어떻게 다른가를 짚어 주는 구실을 해야 할 테고요.

(표준국어대사전)
세밀하다(細密-) : 자세하고 꼼꼼함
자세하다(仔細/子細-) : 1. 사소한 부분까지 아주 구체적이고 분명하다
2. 성질 따위가 꼼꼼하고 세심하다
꼼꼼하다 : 빈틈이 없이 차분하고 조심스럽다
찬찬하다 : 1. 성질이나 솜씨, 행동 따위가 꼼꼼하고 자상하다 2. 동작이나 태도가 급하지 않고 느릿하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세밀하다(細密-) : 자세하고 빈틈없이 꼼꼼하다
자세하다(仔細/子細-) : 1. (내용이나 설명이) 사소한 부분까지 구체적이고 분명하다 2. (태도나 성질이) 꼼꼼하고 찬찬하다
꼼꼼하다 : (사람이나 그 성격, 일처리가) 매우 차근차근하고 자세하여 빈틈이 없다
찬찬하다 : 1. (성질이나 태도가) 꼼꼼하고 차분하다 2. (동작이) 들뜨지 않아 가만가만하고 차분하다

(북녘 조선말대사전)
세밀하다(細密-) : 자세하고 꼼꼼하다
자세하다(仔細/子細-) : 1. 사소한 부분까지 아주 구체적이다 2. (성질이) 꼼꼼하고 찬찬하다
꼼꼼하다 : (성격이나 하는 행동이) 빈틈이 없게 자세하고 찬찬하다
찬찬하다 : 1. (거칠거나 경솔하지 않고) 자세하고 차근차근하다 2. (동작이 급하지 않고) 침착하며 느리다

말을 찬찬히 헤아려 봅니다. 아무렇게나 써도 되는 말이 아닙니다. 생각을 찬찬히 가다듬어서 쓸 말입니다. 알맞은 자리에 알맞게 쓸 말입니다. 말뜻이나 말결이나 말씨를 꼼꼼하게 가누면서 쓸 말입니다.

한국말로는 ‘찬찬하다·꼼꼼하다’일 텐데, 이를 한자말로는 ‘세밀하다·자세하다’로 나타내기도 해요. 남북녘 사전을 살펴봅니다. 어느 사전이든 뒤죽박죽 돌림풀이에 겹말풀이입니다.

가만히 보면 우리는 한국말을 슬기롭게 가다듬거나 가누지 못한 채 한자말을 너무 엉성하게 받아들였습니다. 한자말을 받아들여 쓰더라도 슬기롭고 알맞게 받아들여서 써야 할 텐데, 뒤죽박죽으로 쓰고 말았어요. 이러다 보니 겹말이 생기고 군더더기 같은 말씨마저 늘어납니다.

(글쓴이가 손질한 새 말풀이)
세밀하다(細密-) : 작은 데까지 살피면서 또렷하다. → 꼼꼼하다. 찬찬하다
자세하다(仔細/子細-) : 작은 데까지 또렷하다. → 꼼꼼하다. 찬찬하다
꼼꼼하다 : 1. 빈틈이 없이 작은 데까지 또렷하다 2. 작은 데까지 잘 살피면서 차분하고 따스하다
찬찬하다 : 1. 마음씨·솜씨·몸짓이 작은 데까지 빈틈이 없고 따스하다(거칠거나 가볍지 않고 차례에 따라 알맞게 하는 모습) 2.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면서 살짝 느리다


‘세밀하다·자세하다’ 같은 낱말을 쓰려 한다면 알맞게 제대로 바르게 똑바로 쓸 노릇입니다. 곰곰이 생각을 기울일 수 있다면 ‘세밀·자세’가 쓰이는 자리를 한국말로 한결 쉬우며 부드러이 풀어낼 만합니다. 이러면서 ‘꼼꼼하다·찬찬하다’가 돌림풀이로 맞물리지 않도록 가다듬어 줍니다.

그야말로 찬찬히 살펴서 쓸 말입니다. 참으로 꼼꼼하게 가누어서 쓸 말이에요. 작은 곳까지 알뜰히 살필 적에 말을 비롯해서 생각을 살립니다. 작은 자리에도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마음을 기울일 적에 말뿐 아니라 삶도 곱게 살릴 만합니다.
 2017.2.13.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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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국어사전으로 말을 배울 수 있을까?
[국어사전 돌림풀이 벗기기 5] 괴롭다·고통스럽다, 꼭·반드시·필요, 더럽다·지저분하다·오염


  사전은 새로운 말을 싣는 구실도 하지만, 무엇보다 말을 새롭게 바라보면서 익히도록 돕는 구실을 합니다. 사전을 가장 자주 들출 사람이라면 글을 쓰거나 손질하는 사람이 될 텐데, 어른 못지않게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사전을 자주 들춥니다. 어른은 사회에서 지내며 여러모로 새로운 말을 듣고 몸으로 부대끼면서 익힐 수 있지만, 어린이랑 푸름이는 아직 이모저모 많이 배우는 때인 터라, 몸으로 부대껴서 익히지 못하는 말을 사전을 옆에 놓고서 배우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늘 옆에 놓으면서 늘 들출 책이라면 여러 가지가 있을 테지만, 이런 책 가운데 하나는 바로 사전입니다. 한국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한국말사전을 옆에 놓고서 ‘내가 쓰는 이 말이 참말 한국말다운 한국말인가?’를 돌아볼 노릇이에요. 말뜻이나 말결이나 말느낌을 제대로 살펴서 알맞게 써야 할 테니까요.

  ‘학대하다’라는 한자말을 한국말사전에서 한번 살펴보았습니다. ‘학대하다’라는 낱말을 거의 ‘괴롭히다’로 풀이하기에, ‘괴롭히다’라는 한국말을 살피니, 남녘 사전은 ‘고통·고통스럽다’로 풀이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
학대하다(虐待-) : 몹시 괴롭히거나 가혹하게 대우하다
괴롭히다 : 몸이나 마음이 편하지 않고 고통스럽게 하다
고통스럽다(苦痛-) : 몸이나 마음이 괴롭고 아픈 느낌이 있다
괴롭다 : 몸이나 마음이 편하지 않고 고통스럽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
학대하다(虐待-) : 정신적, 육체적으로 괴롭히고 가혹하게 대하다
괴롭히다 : 1. 심리적으로 고통을 받아 견뎌 내기 힘들게 하다
고통스럽다(苦痛-) : 1. 괴롭고 아프다 2. 힘들고 어렵다 3. 괴롭고 아프다
괴롭다 : 1. 몸이나 마음의 고통을 받아 견뎌 내기가 힘든 상태에 있다 2. 고통을 가져와 견디기 힘들다

(북녘 조선말대사전)
학대하다(虐待-) : 남에게 모질게 굴다
괴롭히다 : 괴롭게 하다
고통스럽다(苦痛-) :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괴로와서 견디기 어렵다
괴롭다 : 참아내거나 견디여내기 어려울만큼 불편하고 언짢다


  ‘학대하다 → 괴롭히다 → 고통스럽다’ 얼거리이니, 다시 ‘고통스럽다’를 찾아봅니다. 남북녘 한국말사전은 ‘고통스럽다’를 ‘괴롭다’로 풀이합니다. 그러면 ‘학대하다’는 ‘괴롭히다’인 셈이고, ‘고통스럽다’는 ‘괴롭다’인 셈일 테지요.


(글쓴이가 손질한 새 말풀이)
학대하다(虐待-) : → 괴롭히다
괴롭히다 : 괴롭게 하다
고통스럽다(苦痛-) : → 괴롭다
괴롭다 : 1. 느긋하거나 홀가분하지 못하면서 무엇을 하지 못하겠다고 느끼다 2. 힘이 많이 들거나, 하기에 어렵다 3. 어떤 일을 못 하게 해서 마음이 자꾸 쓰이다


  사전에는 되도록 많은 낱말을 올려야 할 수 있습니다. 한자말이기에 일부러 빼거나 한국말(토박이말)이기에 일부러 더 올려야 하지 않습니다. 다만 뜻풀이를 다루는 자리에서는 좀 슬기로워야지 싶어요. ‘학대하다’는 “→ 괴롭히다”로 다루면 돼요. 또는 “→ 괴롭히다. 들볶다”로 다루면서 ‘괴롭히다’하고 ‘들볶다’가 어떻게 다른가를 찬찬히 살피면서 다룰 수 있습니다. ‘고통스럽다’는 “→ 괴롭다”로 다룰 수 있고, “→ 괴롭다. 힘들다. 어렵다. 고단하다”로 다루면서 이 여러 가지 한국말이 저마다 어떻게 다른가를 잘 가누어서 알맞게 다루어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할 때에 한국사람으로서 한국말을 슬기롭게 살피며 제대로 배울 길을 여는 사전 얼거리가 되어요.

  초등학교 교과서에 ‘필요·필요하다’라는 한자말이 꽤 나옵니다. 어린이한테는 쉽지 않을 한자말일 수 있습니다. 어른한테는 너무 쉬운 한자말이라 할 테지만 말이지요.


(표준국어대사전)
꼭 : 1. 어떤 일이 있어도 틀림없이 2. 조금도 어김없이 3. 아주 잘 4. 매우 흡족하게 5. 아주 비슷하게
필요하다(必要-) : 반드시 요구되는 바가 있다
반드시 : 틀림없이 꼭

(고려대한국어대사전)
꼭 : 1. 어떤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2. 조금도 어긋남이 없이 3. 예외 없이 늘
필요하다(必要-) : 꼭 요구되는 바가 있다
반드시 : 1. 틀림없이 꼭 2. 또는 어김없이 꼭

(북녘 조선말대사전)
꼭 : 1. 조금도 어김없이 2. 어떠한 일이 있어도 반드시
필요하다(必要-) : 반드시 꼭 요구되거나 있어야 하다
반드시 : 어떤 행동이나 실현이 틀림없이 꼭


  《표준국어대사전》은 한자말 ‘필요’를 “반드시 요구되는 바가 있음”으로 풀이하고,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은 “꼭 요구되는 바가 있음”으로 풀이하며, 《조선말대사전》은 “반드시 꼭 요구되거나 있어야 함”으로 풀이해요. 세 사전이 모두 ‘꼭’이나 ‘반드시’로 ‘필요’를 풀이합니다. 그런데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은 ‘꼭’을 ‘반드시’로 풀이하고, 세 사전은 ‘반드시’를 모두 ‘꼭’으로 풀이해요.

  자, 이렇게 되면 초등학교 어린이는 사전을 들추다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린이한테 한국말을 가르칠 어른은 이 말풀이를 읽고서 어찌해야 좋을까요?


(글쓴이가 손질한 새 말풀이)
꼭 : 1. 때나 숫자가 안 맞거나 벗어나지 않도록(잘 맞도록, 잘 맞추어서) 2. 어떤 일이 끊이지 않고 이어서(늘) 3. 어떤 일이 있어도
필요(必要) : → 꼭. 반드시 (필요하다 : 꼭 있어야 하다)
반드시 : 1. 안 하는 일이나 안 이루어지는 때가 없이 2. 어느 틀이나 때에서 벗어나지 않고(언제나) 3. 어떤 때·자리·흐름·모습이라면 달리 될 수 없이 그렇게 4. 어떤 일과는 그 하나만 얽히거나 이어지는 모습을 나타날 때


  ‘꼭’이나 ‘반드시’뿐 아니라 ‘틀림없이’하고 ‘어김없이’도 제대로 풀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돌림풀이나 겹말풀이가 안 되도록 잘 살펴야지요. 한자말 ‘필요’는 ‘꼭’이나 ‘반드시’를 찾아보도록 이끈 뒤에, ‘꼭’하고 ‘반드시’를 제대로 알맞게 풀어내 주어야지 싶습니다.

  흔하거나 쉽구나 싶은 낱말을 제대로 안 다루면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한국말을 잘못 배우거나 엉터리로 물들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말이 매우 어지러워지거나 뒤틀릴 수 있어요. 물드는 일을 가리키는 ‘오염’이라는 한자말을 살펴봅니다.


(표준국어대사전)
오염되다(汚染-) : 더럽게 물들다
더럽다 : 1. 때나 찌꺼기 따위가 있어 지저분하다 2. 언행이 순수하지 못하거나 인색하다 3. 못마땅하거나 불쾌하다 4. 순조롭지 않거나 고약하다 5. 어떤 정도가 심하거나 지나치다
지저분하다 : 1. 정돈이 되어 있지 아니하고 어수선하다 2. 보기 싫게 더럽다 3. 말이나 행동이 추잡하고 더럽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오염되다(汚染-) : 1. 나쁜 물질 따위로 더러워지거나 해로운 이물질이 번지게 되다
더럽다 : 1. 때나 찌꺼기 따위가 묻어 지저분하다 2. 추잡하고 천하다 3. 지저분한 것들이 널려 있다
지저분하다 : 1. 추잡하고 더럽다 2. 거칠고 어지러워 깨끗하지 못하다 3. 어지럽혀져 깨끗하지 못한 상태가 되다

(북녘 조선말대사전)
오염되다(汚染-) : 1. 더러운 물이 들거나 더럽게 물들다 2. 해로운 물질이 퍼져있거나 묻다 3. 불완전한 사상에 물들다
더럽다 : 1. 때, 찌끼 같은것이 많아서 보기 흉하다 2. 구린내나 냄새가 역하다 3. 못되고 비루하거나 린색하다 4. 낡은 사회에서 사회가 썩을대로 썩어 어지럽다 5.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시시하고 고약하다
지저분하다 : 1. 깨끗하지 못하게 어지럽고 거칠다 2. 행동이 너절하거나 질서가 없다 3. 보기 싫게 밉고 더럽다


  세 가지 사전은 ‘오염되다’를 ‘더럽다’라는 낱말을 써서 다룹니다. 남녘 두 사전은 ‘더럽다’를 ‘지저분하다’라는 낱말을 써서 풀이해요. 그리고 세 사전은 모두 ‘지저분하다’를 ‘더럽다’라는 낱말을 써서 풀이하지요. 뒤죽박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뜻풀이가 엉망인 셈입니다. 이 같은 말풀이로는 한국말 ‘더럽다·지저분하다’가 어떻게 다른가를 알 수 없고, 어떻게 가누어서 써야 알맞은가를 알 길이 없어요.


(글쓴이가 손질한 새 말풀이)
오염되다(汚染-) : → 더러워지다. 물들다
더럽다 : 1. 때, 먼지, 찌꺼기가 묻거나 붙다 2. 물에 찌꺼기나 다른 것이 섞여서 맑지 않다 3. 거칠거나 어수선하게 여기저기 널려서 보기에 나쁘다 4. 말이나 몸짓이 그릇되거나 막되거나 좁다 5. 어떤 일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마음이 나쁘다
지저분하다 : 1. 거칠거나 어수선하게 여기저기 널려서 보기에 나쁘다 2. 때, 먼지, 찌꺼기가 덕지덕지 붙거나 묻다 3. 말이나 몸짓이 그릇됙거나 막되거나 좁다


  한자말 ‘오염되다’는 “→ 더러워지다(더럽게 되다). 물들다”처럼 다루면 됩니다. 이러면서 ‘더럽다’하고 ‘물들다’를 알맞게 풀이하면 됩니다. 무엇보다도 ‘더럽다·지저분하다’를 찬찬히 살피고 가누어서 한국사람이 한국말을 알맞게 쓰도록 도와야지요. 이러면서 ‘추레하다’나 ‘꾀죄죄하다’ 같은 비슷한말을 ‘더럽다·지저분하다’ 뜻풀이에서 함께 밝혀 볼 수 있어요.

  한국말사전은 한국사람이 한국말을 배우도록 이끄는 그릇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리송하거나 뒤죽박죽인 말풀이는 이제 걷어내고, 낱말을 하나하나 제대로 다루는 데에 마음을 쏟아야지 싶어요. 이제 종이사전은 목숨을 다했다는 생각을 얼른 떨치고, 아직 한국에서는 참다운 종이사전이 제대로 나온 적이 아직 없다는 대목을 깨달아야지 싶어요. 참다운 한국말사전이 없으니 한국사람이 한국말을 참답게 못 배워요. 제대로 된 한국말사전이 없기에 한국사람이 한국말을 엉터리로 쓰지만 이를 가다듬거나 보듬을 길이 없어요. 2016.12.21.물.ㅅㄴㄹ


* 글쓴이 *
|최종규|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과 자료조사부장을 지냈다. 전남 고흥에서 ‘새로운 한국말사전 배움모임, 숲노래’를 꾸린다.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책 읽는 즑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사자성어 한국말로 번역하기》 같은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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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전은 ‘한자말’사전이 아니라 ‘한국말’사전!
[국어사전 돌림풀이 벗기기 4] 생소·낯설다, 편하다·쉽다, 표정·얼굴


사람들이 잘 모를 만한 낱말을 알기 쉽도록 풀이해서 알리는 몫을 맡는 한국말사전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안다 싶은 낱말이라면 굳이 한국말사전을 살펴보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는 ‘어른 생각’입니다. 어른으로 자란 사람은 여러모로 사회살이를 하면서 ‘사전을 들추지 않아도 어림으로 말느낌을 헤아리’곤 합니다. 말뜻을 제대로 알지 못하더라도 어림으로 말느낌을 헤아리지요.

어림으로 헤아릴 뿐, 똑바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별다르다’나 “지천으로 널리다”나 “한 측면” 같은 겹말을 쓰면서도 겹말이라고 못 느끼곤 합니다. 말뜻을 또렷이 알면서 찬찬히 짚는다면 말살림을 북돋우는 길로 가지만, 말뜻을 모르는 채 말느낌만 어렴풋이 헤아릴 적에는 아무 말이나 되는대로 쓰는 길로 가는구나 싶어요.


(표준국어대사전)
생소하다(生疏-) : 1. 어떤 대상이 친숙하지 못하고 낯이 설다 2. 익숙하지 못하고 서투르다
낯설다 : 1. 전에 본 기억이 없어 익숙하지 아니하다 2. 사물이 눈에 익지 아니하다
친숙하다(親熟-) : 친하여 익숙하고 허물이 없다
익숙하다 : 어떤 일을 여러 번 하여 서투르지 않은 상태에 있다
서투르다 : 1. 일 따위에 익숙하지 못하여 다루기에 설다 2. 전에 만난 적이 없어 어색하다 3. 생각이나 감정 따위가 어색하고 서먹서먹하다. 4. 앞뒤를 재어 보는 세심함이 없이 섣부르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생소하다(生疏-) : 1. 처음 보거나 듣는 것이어서 익숙하지 않다 2. 처음 하는 것이라 서투르다
낯설다 : 눈에 익숙하지 않다
친숙하다(親熟-) : 친하여 익숙하다
익숙하다 : 1. 서투르지 않고 능숙하다 2. 자주 대하거나 겪어 잘 아는 상태에 있다
서투르다 : 1. 익숙하거나 능숙하지 못하다 2. 어색하고 서먹하다 3. 앞뒤를 재지 못하고 섣부르다

(북녘 조선말대사전)
생소하다(生疏-) : 1. 친숙하지 못하여 낯이 설다 2. 익숙하지 못하여 서툴다
낯설다 : x
친숙하다(親熟-) : 친하고 허물없다
익숙하다 : 1. 여러번 겪거나 손에 익어서 솜씨가 매우 능란하다, 또는 몹시 숙련되여 능숙하다 2. 자주 보거나 들어서 눈에 환하거나 매우 낯익다 3. 서로 사귀는 사이가 가까와 친숙하다
서투르다 : 1. 아직 익숙하지 못하여 다루기에 설다 2. 생각이나 감정 같은것이 어색하고 서먹하다 3. 앞뒤를 재여 잘 짜고들지 않고 서뿔리

낯선 낱말을 알아보려고 한국말사전을 뒤적일 수 있어요. 그러나 낯선 낱말뿐 아니라 익숙하다고 여기는 낱말도 알아볼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그래야 말을 제대로 알면서 슬기롭게 쓸 수 있거든요.

한국말사전을 살피면 ‘생소하다’라는 한자말을 “낯이 설다”하고 ‘익숙하다’하고 ‘서툴다(서투르다)’ 같은 낱말을 써서 풀이합니다. 그러면 “낯이 설다”나 ‘익숙하다’는 무엇일까요? <표준국어대사전>은 ‘생소하다’를 ‘친숙하다’라는 한자말까지 써서 풀이하는데, ‘친숙하다’는 ‘익숙하다’라는 낱말로 풀이하지요. 한국말사전마다 돌림풀이에다가 겹말풀이 얼거리입니다.

더 살피면, 여러 한국말사전은 ‘익숙하다 → 서투르지 않다’로 풀이하고, ‘서투르다 → 익숙하지 못하다’로 풀이하기까지 합니다. 한국말사전을 엮은 이들 스스로 못 느끼거나 못 알아챘기에 이런 돌림풀이가 불거질 텐데, 여느 사람들도 저마다 익숙하다고 여기는 쉬운 낱말을 안 찾아보기 때문에 이처럼 얄궂은 돌림풀이를 못 느끼면서 못 나무라는구나 싶습니다.

(글쓴이가 손질한 새 말풀이)
생소하다(生疏-) : 1. → 낯설다 2. → 서투르다
낯설다 : 1. 지난날에는 거의 못 보거나 못 들었다 2. 처음 보거나 자주 못 보거나 마음에 남지 않아 잘 모르다(익숙하지 않다)
친숙하다(親熟-) : → 익숙하다
익숙하다 : 1. 여러 번 해 보아서 꽤 할 줄 알다(솜씨가 있다) 2. 여러 번 보거나 이야기를 들어서 잘 알다(눈에 선하거나 환하다) 3. 어떤 사람이나 물건을 자주 보거나 어떤 일을 자주 겪어서 잘 알다 4. 어둡거나 밝은 곳에 눈을 잘 맞추어 웬만큼 볼 수 있다 5. 늘 사귀어 사이가 가깝다
서투르다 : 1. 일을 얼마 해 보지 못해서 제대로 다루지 못하다 2. 얼마 만나지 못해서 반갑게 여기기 어렵다(서먹서먹하다, 자연스럽지 않다) 3. 앞뒤를 재지 못학고 함부로 나서다(꼼꼼하지 못하다)

한국 사회는 똑같은 모습이나 몸짓이나 일을 두고 ‘한국말하고 한자말을 섞어서’ 쓰곤 합니다. 여느 사람들은 예부터 수수한 한국말을 썼고, 집권자와 지식인은 한자말(중국 한문)을 썼기 때문입니다. 남북녘이 새롭게 엮을 한국말사전은 한국말하고 한자말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요? 뜻풀이는 어떻게 추슬러야 할까요? 한자말은 한국말로 풀이해 주고, 한국말은 이래저래 빙글빙글 맴도는 뜻풀이를 붙이면 될까요?

‘생소하다·친숙하다’ 같은 한자말에는 굳이 뜻풀이를 안 붙여도 되리라 봅니다. ‘낯설다’나 ‘서툴다’나 ‘익숙하다’를 찾아보도록 이끌면서, 한국말을 또렷하게 제대로 다루면 좋으리라 봅니다. 이러면서 한국말을 한국말답게 제대로 풀이하는 일에 마음을 깊이 써야 한다고 느낍니다. 돌림풀이가 되지 않도록 ‘익숙하다’하고 ‘서툴다(서투르다)’하고 ‘낯설다’를 올바로 가누어야지 싶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
편하다(便-) : 1. 몸이나 마음이 거북하거나 괴롭지 아니하여 좋다 2. 쉽고 편리하다
편리하다(便利-) : 편하고 이로우며 이용하기 쉽다
쉽다 : 1. 하기가 까다롭거나 힘들지 않다 2. 예사롭거나 흔하다 3. 가능성이 많다
좋다 : 1. 대상의 성질이나 내용 따위가 보통 이상의 수준이어서 만족할 만하다 3. 말씨나 태도 따위가 상대의 기분을 언짢게 하지 아니할 만큼 부드럽다 10. 어떤 일이나 대상이 마음에 들 만큼 흡족하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
편하다(便-) : 1. 거북하거나 괴롭지 아니하여 좋다 2. 힘이 들거나 어렵지 않아 편리하다
편리하다(便利-) : 편하고 이로우며 이용하기 쉽다
쉽다 : 행해지는 데 그다지 많은 수고나 노력이 필요치 않다
좋다 : 1. 성질이나 내용이 보통 이상이거나 우수하다 3. 잘 어울리거나 알맞다 6. 기쁘고 즐거워서 상쾌하다

(북녘 조선말대사전)
편하다(便-) : 1. 몸이 아프거나 피로하지 않다 2. 일을 하거나 활동하는데 힘들거나 복잡하고 까다롭거나 거치장스러움이 없이 헐하다 3. 마음이 불안하거나 걱정스럽거나 괴로운데가 없다
편리하다(便利-) : 편하고 리용하기 좋다
쉽다 : 1. 힘이나 품이 적게 들다 2. 흔하거나 례사롭다 3. 그러한 가능성이 적지 않다
좋다 : 1. 마음에 들어 흐뭇하고 만족스럽다 6. 마음이 거뜬하고 흐뭇하게 기쁘고 즐겁다 7. 조건에 맞아 고갠찮거나 알맞다

이제 사회는 온갖 기계가 많고 누리그물이 발돋움해서 매우 손쉽게 여러 가지 일을 보거나 살필 수 있습니다. ‘손쉽게’ 또는 ‘쉽게’ 또는 ‘수월하게’ 또는 ‘좋게’ 여러 가지를 할 수 있어요. 이러한 느낌이나 뜻은 ‘편하다·편리하다’ 같은 한자말로 나타내기도 하지요. 그런데 남녘에서 나오는 두 가지 사전은 ‘편하다’를 ‘편리하다’라는 낱말을 써서 풀이하고, ‘편리하다’는 ‘편하다’라는 낱말을 써서 풀이합니다. 이러면 참 알쏭달쏭한 노릇이에요.

(글쓴이가 손질한 새 말풀이)
편하다(便-) : 1. → 좋다 2. → 쉽다
편리하다(便利-) : → 쉽다
쉽다 : 1. 힘을 적게 들여도 다루거나 할 수 있다 2. 앞으로 자주 일어나거나 이루어질 수 있다 3. 자주 하거나 만나거나 듣거나 보다 4. 뜻·줄거리·이야기를 누구나 바로 알아들을 수 있다 5. 삶이 빨리도 흐른다고 할 때에 쓰는 말
좋다 : 1. 나무라거나 아쉬울 만한 곳이 없도록 마음에 들다(훌륭해서 흐뭇하다) 2. 마음이나 느낌이 기쁘면서 넉넉하다(흐뭇하다) 10. 어떤 일을 하기에 힘이 적게 들다(낫다·알맞다)

말풀이를 곰곰이 살피고 말느낌을 찬찬히 돌아보면, ‘편하다’는 ‘쉽다’를 가리키지 싶습니다. 때로는 ‘좋다’를 가리키고요. 그러면 한국말사전 뜻풀이에서도 이 대목을 더 읽고 살펴서 ‘좋다’나 ‘쉽다’라는 낱말을 찾아보도록 이끌면 한결 나으리라 생각합니다.

굳이 모든 한자말을 다 풀이해야 할 까닭이 없다고 할까요. 우리가 한국말을 알맞게 쓰고 슬기롭게 쓰도록 이끄는 길을 한국말사전이 밝혀 주면 된다고 할까요. 한국말을 알맞게 쓰는 길을 제대로 못 밝히는 한국말사전인 탓에 한자말을 애써 풀이하는 자리에서도 서로 돌림풀이가 되기 일쑤입니다. 이러면서 한국말은 한국말대로 너무 엉성하거나 서툴거나 어리숙하게 다루고 말아요.

곰곰이 따지면 “쉽고 편하게”나 “편하고 쉽게”처럼 쓰면 겹말이에요. 뜻이나 결이나 느낌이 맞물리거든요. 한국말사전은 한국말을 쓰는 사람 누구나 알맞고 바르면서 즐겁게 생각을 북돋우도록 이끄는 몫을 맡아야지 싶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
표정(表情) : 마음속에 품은 감정이나 정서 따위의 심리 상태가 겉으로 드러남
얼굴 : 4. 어떤 심리 상태가 나타난 형색(形色)
얼굴빛 : 얼굴에 나타나는 표정이나 빛깔
낯빛 : 얼굴의 빛깔이나 기색
형색(形色) : 2. 얼굴빛이나 표정
기색(氣色) : 1. 마음의 작용으로 얼굴에 드러나는 빛

(고려대한국어대사전)
표정(表情) : 얼굴에 드러나는 여러 가지 마음속의 심리와 감정의 모습
얼굴 : 2. 어떤 심리 상태가 나타난 표정
얼굴빛 : 1. 감정이나 느낌 따위가 내비치는 얼굴 표정
낯빛 : 얼굴의 빛깔이나 기색
형색(形色) : 2. 얼굴빛이나 표정 따위에서 나타나는 특성
기색(氣色) : 1. 어떤 마음의 작용으로 드러나는 얼굴빛

(북녘 조선말대사전)
표정(表情) : 얼굴에 드러나는 감정이나 정서 등의 심리상태
얼굴 : 5. 어떤 사물현상의 드러내고있는 겉모양이나 모습을 비겨 이르는 말 6. 진면모를 알수 있게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태나 표징을 비겨 이르는 말
얼굴빛 : 1. = 얼굴색 2. 얼굴에 나타나는 표정이나 기분
낯빛 : = 낯색
낯색(-色) : 1. 낯의 색갈 2. 낯에 나타나는 감정이나 기분
형색(形色) : 2. 얼굴의 생김새와 빛갈
기색(氣色) : 1. 어떤 마음의 작용으로 나타나는 얼굴빛

겉으로 드러나는 마음을 한자말 ‘표정’으로 가리키기도 합니다. 한국말로는 이러한 뜻을 ‘얼굴’이나 ‘얼굴빛·낯빛’으로 가리켜요. 그러니 “얼굴은 험상궂은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처럼 쓰면 겹말입니다. 이런 겹말을 퍽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얼굴’이나 ‘표정’ 가운데 한 낱말만 골라서 써야 할 텐데, 좀처럼 한국말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고 맙니다.

한국말사전을 살펴보면 ‘얼굴’을 풀이하며 ‘형색’이라는 한자말을 쓰고, ‘낯빛’을 풀이하며 ‘기색’이라는 한자말을 써요. ‘형색 = 얼굴빛이나 표정’으로 풀이하고, ‘기색 = 얼굴에 드러나는 빛’으로 풀이해요. 곧 ‘형색 = 표정이나 표정/얼굴빛이나 얼굴빛’으로 풀이한 꼴이요, ‘기색 = 얼굴빛’으로 풀이한 꼴이니, 여러모로 돌림풀이나 겹말풀이가 됩니다.

(글쓴이가 손질한 새 말풀이)
표정(表情) : → 낯빛·얼굴빛
얼굴 : 3. 남을 마주할 만한 몸짓이나 남이 말하는 됨됨이 4. 마음이나 느낌이나 생각이 겉으로 나타난 모습
얼굴빛 : 마음이나 느낌이나 생각이 얼굴로 나타난 모습
낯빛 : 마음이나 느낌이나 생각이 낯으로 나타난 모습
형색(形色) : 2. = 얼굴빛
기색(氣色) : 1. = 얼굴빛

한국말을 즐겁게 쓰는 기쁜 얼굴이 되기를 빕니다. 아이와 어른이 다 같이 한국말을 슬기롭게 가꾸는 아름다운 낯빛으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한국말사전은 ‘한국말’사전일 뿐, ‘한자말’사전이 아니라는 대목을 잘 헤아려야지 싶습니다. 한자말 가운데 한국말로도 받아들인 낱말이 있을 뿐, 모든 한자말을 한국말사전에 억지스레 담을 까닭이 없다고 느낍니다.

알맞게 잘 쓰는 한국말을 한국말사전에 담고, 새롭게 지어서 쓰는 한국말을 한국말사전에 실어야지 싶습니다. 한자말은 따로 한자말사전을 새로 엮어서 담으면 될 일이라고 느낍니다. 영어사전이나 일본말사전에 있으면 되는 낱말을 한국말사전에 구태여 옮겨서 담을 까닭이 없다는 대목을 생각해야지요. 한국말이 아름답고 넉넉한 그릇에 푸지게 깃들어 기쁘게 노래하는 살림터를 이룰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글쓴이 *
|최종규|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과 자료조사부장을 지냈다. 전남 고흥에서 ‘새로운 한국말사전 배움모임, 숲노래’를 꾸린다.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책 읽는 즑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사자성어 한국말로 번역하기》 같은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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