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보기가 못 되는 틀

[오락가락 국어사전 6] ‘본·보기 = 본보기’라면?



  우리 사전이 참다운 보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즐거우면서 좋은 보기가 되고, 아름다우면서 멋진 보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렇지만 아직 우리 사전은 참보기도 좋은보기도 멋보기도 못 되기 일쑤입니다. 낡은 틀을 벗지 못하는 탓이요, 낡은 틀을 알아채지 않는 탓입니다. 사전에 모든 낱말을 올리려 하기보다는 덧없거나 쓸모없는 군말을 털어낼 줄 알아야겠고, 올림말로 삼는 낱말을 제대로 깊고 넓게 풀이하면서 이야기할 줄 알아야지 싶습니다.



실력(實力) : 1. 실제로 갖추고 있는 힘이나 능력 2. 강제력이나 무력

힘 : 1. 사람이나 동물이 몸에 갖추고 있으면서 스스로 움직이거나 다른 물건을 움직이게 하는 근육 작용 2. 일이나 활동에 도움이나 의지가 되는 것 3.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나 역량 4. 개인이나 단체를 통제하고 강제적으로 따르게 할 수 있는 세력이나 권력

능력(能力) : 1. 일을 감당해 낼 수 있는 힘 ≒ 역능(力能)



  어떤 일을 할 수 있기에 ‘힘’이 있습니다. 이 힘을 ‘실력’이나 ‘능력’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힘이기에 ‘힘’이라고만 해도 됩니다. 참으로 있는 힘이라면 ‘참힘’이라 할 만하겠지요. 일하는 힘은 ‘일힘’처럼 새로 나타낼 만합니다. 노는 힘은 ‘놀이힘’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밥힘, 글힘, 말힘, 손힘, 다리힘, 머리힘, 생각힘, 사랑힘처럼 온갖 힘을 헤아릴 만합니다.



포물선(抛物線) : 1. 물체가 반원 모양을 그리며 날아가는 선 ≒ 팔매선 2. [수학] 이차 곡선의 하나

팔매선(-線) : = 포물선

팔매금 : x

팔매줄 : x

팔매 : 작고 단단한 돌 따위를 손에 쥐고, 팔을 힘껏 흔들어서 멀리 내던짐. 또는 그런 물건



  돌을 내던지면 위쪽으로 둥글게 그리면서 날아가다가 떨어집니다. 이를 ‘팔매’라 하지요. 그러니 ‘팔매금·팔매줄’ 같은 말을 쓰면 될 텐데 ‘포물선’이라는 한자말만 널리 쓰는구나 싶어요. 반만 둥근 줄이나 금이라면 ‘



철야(徹夜) : = 밤샘

밤샘 : 잠을 자지 않고 밤을 보냄 ≒ 철소·철야·철효·통소



  밤을 새우기에 ‘밤샘’이니, ‘철야’는 “→ 밤샘”으로 다루면 됩니다. ‘밤샘’ 말풀이에 달린 비슷한말이라는 한자말은 몽땅 털어내 줍니다. 비슷한말을 붙이려 현다면 ‘밤새움’이나 ‘밤새기·밤새우기’나 ‘밤일하기·밤샘일’ 같은 낱말을 붙여야지 싶습니다.



종내(終乃) : 1. (주로 부정을 나타내는 말과 함께 쓰여) = 끝내 2. = 끝내

끝내 : 1. (주로 부정을 나타내는 말과 함께 쓰여) 끝까지 내내 ≒ 종내·종시(終是) 2. 끝에 가서 드디어



  끝까지 내내를 가리킬 적에는 ‘끝내’ 한 마디면 넉넉합니다. 또는 ‘끝끝내·마침내’를 쓸 수 있습니다. ‘종내·종시’는 사전에서 털어내거나 “→ 끝내”로 다루어야지 싶습니다.



만개(滿開) : 1. = 만발. ‘만발’, ‘활짝 핌’으로 순화 2. 활짝 열어 놓음 3. 돛을 돛대 끝까지 펴서 올림

만발(滿發) : 꽃이 활짝 다 핌



  ‘만개·만발’ 모두 “활짝 핌”을 가리킨다면 “활짝 피다”로 둘 모두 고쳐쓸 노릇이겠지요. “가득 피다”로 고쳐써도 될 테고요. 한국말 ‘흐드러지다’에 셋째 뜻으로 “꽃이 활짝 피거나 가득 피다”를 새로 붙여 주어도 좋습니다.



본(本) : 1. = 본보기 2. 버선이나 옷 따위를 만들 때에 쓰기 위하여 본보기로 만든 실물 크기의 물건 3. = 관향(貫鄕) 4. = 본전(本錢)

본보기(本-) : 1. 본을 받을 만한 대상 2. 어떤 사실을 설명하거나 증명하기 위하여 내세워 보이는 대표적인 것 3. 어떤 조치를 취하기 위하여 대표로 내세워 보이는 것 4. 본을 보이기 위한 물건

보기 : = 본보기

예(例) : 1. 본보기가 될 만한 사물. ‘보기’로 순화



  ‘본’이나 ‘보기’를 “= 본보기”로 풀이하지만, ‘본보기’는 “본을 받을 대상”이라 하니 뒤죽박죽 겹말풀이입니다. ‘본’하고 ‘본보기’를 “→ 보기”로 손질하고서 ‘보기’에 알맞게 뜻풀이를 달아야겠지요. 더 살펴보면 ‘본 2’을 “본보기로 만든 실물 크기의 물건”처럼 풀이하니 매우 얄궂어요. ‘보기’ 한 마디이면 넉넉합니다. 또는 ‘옷보기’라 써 볼 수 있고, ‘좋은보기’나 ‘글보기’처럼 차근차근 새말을 지을 만합니다.



비옥하다(肥沃-) : 땅이 걸고 기름지다. ‘걸다’, ‘기름지다’로 순화

걸다 : 1. 흙이나 거름 따위가 기름지고 양분이 많다 2. 액체 따위가 내용물이 많고 진하다 3. 음식 따위가 가짓수가 많고 푸짐하다 4. 말씨나 솜씨가 거리낌이 없고 푸지다 5. 푸짐하고 배부르다

기름지다 : 1. 음식물 따위에 기름기가 많다 2. 사람이나 동물 따위가 살지고 기름기가 많다 3. 영양 상태가 좋아서 식물의 잎이나 줄기가 싱싱하고 윤기가 있다 4. 땅이 매우 걸다



  ‘비옥하다’를 “걸고 기름지다”라 풀이하면서, ‘걸다’는 ‘기름지다’로 풀이하고, ‘기름지다’는 ‘걸다’로 풀이하는 사전입니다. 그나마 ‘비옥하다’는 ‘걸다’나 ‘기름지다’로 고쳐쓰라고 적지만, 이 엉성한 실타래를 풀어야겠습니다. ‘비옥하다’에는 뜻풀이 아닌 “→ 걸다, 비옥하다”만 달면 됩니다.



무섭다 : 1. 어떤 대상에 대하여 꺼려지거나 무슨 일이 일어날까 겁나는 데가 있다 2. 두려움이나 놀라움을 느낄 만큼 성질이나 기세 따위가 몹시 사납다

두렵다 : 1. 어떤 대상을 무서워하여 마음이 불안하다 2. 마음에 꺼리거나 염려스럽다

겁쟁이(怯-) : 겁이 많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겁(怯) : 무서워하는 마음. 또는 그런 심리적 경향

겁나다(怯-) : 무섭거나 두려운 마음이 생기다



  ‘무섭다’를 왜 ‘겁나다’로 풀이하고, ‘두렵다’는 왜 ‘무섭다’로 풀이해야 할까요? 이러면서 ‘겁’을 ‘무섭다’로 풀이하고, ‘겁나다’는 ‘무섭다’하고 ‘두렵다’로 풀이하는군요. 몹시 얄궂습니다. ‘겁·겁쟁이’는 털어내고 ‘무섭다·두렵다’를 제대로 풀이해야겠습니다. ‘겁쟁이’는 ‘두렴쟁이’나 ‘무섬쟁이’로 손질하도록 알려주면 좋겠습니다.



걱정없다 : x

근심없다 : x

태평(太平/泰平) : 1. 나라가 안정되어 아무 걱정 없고 평안함 ≒ 태강(太康) 2. 마음에 아무 근심 걱정이 없음



  사전에 ‘걱정없다’가 없군요. ‘근심없다’도 없어요. 근심이나 걱정이 없다는 뜻을 나타내는 ‘태평’이라는 한자말은 있고요. ‘걱정없다·근심없다’는 꼭 올림말로 다루어야겠습니다. 이러면서 ‘걱정있다·근심있다’도 올림말로 다루어야지 싶어요. 우리는 걱정이나 근심이 없이 살기도 하지만, 걱정이나 근심이 가득한 채 살기도 하니까요.



수완(手腕) : 1. 일을 꾸미거나 치러 나가는 재간 2. = 손회목

솜씨 : 1. 손을 놀려 무엇을 만들거나 어떤 일을 하는 재주 ≒ 수품(手品) 2. 일을 처리하는 수단이나 수완



  ‘솜씨’를 ‘수완’이라는 한자말로 풀이하지만, 이는 알맞지 않습니다. ‘수완’은 “→ 솜씨”로 다루고, ‘솜씨’ 말풀이를 올바로 가다듬어야겠습니다. 그리고 ‘솜씨’는 ‘재주’하고 결이 비슷하지만 다른 만큼, 두 낱말을 제대로 갈라서 풀이해야겠지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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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고 싶은 말

[오락가락 국어사전 5] ‘찾기’로 고쳐쓰라지만



  한국말사전을 살피다 보면 어느 말로 고쳐쓰라는 풀이가 있으면서도 정작 이 어느 말은 올림말로 없기 일쑤입니다. 한자말은 빠짐없이 올림말로 있으나 한국말은 올림말로 잘 안 올리더군요. 한국말사전이 외려 한국말을 얕보거나 멀리하는 얼거리인 셈입니다. 이런 얼거리는 앞으로 찬찬히 바로잡거나 손질해야겠습니다.



검색(檢索) : 1. 범죄나 사건을 밝히기 위한 단서나 증거를 찾기 위하여 살펴 조사함 2. 책이나 컴퓨터에서, 목적에 따라 필요한 자료들을 찾아내는 일. ‘검사’, ‘찾기’로 순화

찾기 : x

검사(檢査) : 사실이나 일의 상태 또는 물질의 구성 성분 따위를 조사하여 옳고 그름과 낫고 못함을 판단하는 일

조사하다(調査--) : 사물의 내용을 명확히 알기 위하여 자세히 살펴보거나 찾아보다



  ‘검사’나 ‘찾기’로 고쳐쓸 ‘검색’이라지만, 정작 사전에 ‘찾기’는 없습니다. ‘검사’는 ‘조사’하는 일이라 하고, ‘조사’는 ‘살펴보다’나 ‘찾아보다’를 가리킨다지요. 그렇다면 ‘검색·검사·조사’는 모두 ‘찾다·찾아보다·살피다·살펴보다’로 고쳐쓸 만합니다. 그리고 사전에 ‘찾기’쯤은 따로 올림말로 다루어야지 싶습니다.



대미(大尾) : 어떤 일의 맨 마지막. ‘맨 끝’으로 순화 ≒ 대단원

대단원(大團圓) : 1. = 대미(大尾) 2. [문학] 연극이나 소설 따위에서, 모든 사건을 해결하고 끝을 내는 마지막 장면

맨끝 : x

마무리 : 1. 일의 끝맺음 2. 논설문과 같은 글의 끝맺는 부분



  사전에 ‘맨 끝’이 없습니다. 띄어서 적는 말이기에 없을 테지요. 그러면 ‘맨끝’쯤은 얼마든지 올림말로 삼을 만합니다. 무척 자주 쓰는 말이거든요. ‘대미·대단원’은 뜻풀이를 “→ 맨끝, 마지막”처럼 붙이기만 해도 됩니다.



글씨체(-體) : = 서체(書體)

글씨 : 1. 쓴 글자의 모양 2. = 글자 3. 글자를 쓰는 법. 또는 그런 일

글꼴 : = 서체

서체(書體) : 1. 글씨를 써 놓은 모양 ≒ 글씨체

문체(文體) : [문학] 1. 문장의 개성적 특색. 시대, 문장의 종류, 글쓴이에 따라 그 특성이 문장의 전체 또는 부분에 드러난다. ‘글투’로 순화 ≒ 글체

글체(-體) : = 문체(文體)

글투(-套) : = 문투(文套)

문투(文套) : 1. 글을 짓는 법식 2. 글에 나타나는 특징적인 버릇 ≒ 글투

-씨 : ‘태도’ 또는 ‘모양’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체(體) : 4. ‘글씨 따위에 나타나는 일정한 방식이나 격식’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투(套) : 말이나 글, 행동 따위에서 버릇처럼 일정하게 굳어진 본새나 방식



  ‘글꼴’을 “= 서체”로 풀이하는 모습은 알맞지 않습니다. “서체 → 글꼴”처럼 풀이해야 알맞지요. ‘글씨체’는 겹말이니 ‘글씨’나 ‘글꼴’ 가운데 하나로 손질하도록 알려주어야겠습니다. 이밖에 사전에 ‘서체·문체·문투’를 비롯한 온갖 말이 어지럽게 나오는데, ‘글씨·글꼴’로 알맞게 쓰도록 이끌어야겠다고 봅니다. ‘-체·-투’는 ‘-씨·-꼴’로 손질하면 됩니다.



몸짓 : 몸을 놀리는 모양

몸짓말 : [언어] = 몸짓 언어

몸짓언어(-言語) : 음성 언어나 문자 언어에 의하지 않고 몸짓이나 손짓, 표정 등 신체의 동작으로 의사나 감정을 표현·전달하는 행위 ≒ 몸짓말·보디랭귀지

보디랭귀지(body language) : [언어] = 몸짓 언어



  ‘몸짓언어’라 하지 않아도 됩니다. ‘몸짓말’이면 넉넉합니다. ‘보디랭귀지’를 풀이할 적에 “= 몸짓 언어”처럼 적으나, “→ 몸짓말”로 손질해야겠습니다.



차례(次例) : 1. 순서 있게 구분하여 벌여 나가는 관계

순서(順序) : 1. 정하여진 기준에서 말하는 전후, 좌우, 상하 따위의 차례 관계 2. 무슨 일을 행하거나 무슨 일이 이루어지는 차례

열(列) : 1. 사람이나 물건이 죽 벌여 늘어선 줄 2. 사람이나 물건이 죽 벌여 늘어선 줄을 세는 단위

열짓다 : x

줄짓다 : 1. 줄을 이루다 2. 어떤 일이 끊이지 아니하고 잇따라 계속되다



  사전은 ‘차례’를 ‘순서’로 풀이하고, ‘순서’는 ‘차례’로 풀이합니다. 돌림풀이입니다. ‘열’은 ‘줄’을 가리킨다고 하니, ‘열 → 줄’처럼 풀이해 주면 되겠지요. 곰곰이 돌아본다면 “차례를 지키셔요”나 “순서를 맞추셔요”는 “줄을 지키셔요”나 “줄을 맞추셔요”로 손볼 만합니다. ‘줄짓다·줄짓기’로 손볼 수 있을 테고요. 책에서 줄거리를 벌인 모습은 ‘벼리’로 손볼 수 있습니다.



압지(押紙/壓紙) : 잉크나 먹물 따위로 쓴 것이 번지거나 묻어나지 아니하도록 위에서 눌러 물기를 빨아들이는 종이 ≒ 빨종이·흡묵지

빨종이 : = 압지(押紙)

흡묵지(吸墨紙) : = 압지(押紙)

누름종이 : x



  물을 빨아들이는 종이를 한자로 ‘압지’라 한다는데, 한국말 ‘빨종이’도 있어요. ‘빨종이’를 쓰면 됩니다. 또는 ‘눌러’서 빨아들이는 모습을 살려서 ‘누름종이’라 해 보아도 되겠지요.



양어깨(兩-) : 양쪽의 두 어깨 ≒ 양견(兩肩)

두어깨 : x



  한자 ‘양(兩)’을 붙이면 한 낱말 ‘양어깨’로 삼으나, 한국말 ‘두’를 붙이면 한 낱말이 안 되는 사전 얼거리입니다. 어딘가 알쏭달쏭하지요. 사전에는 ‘양다리(兩-)’도 올림말이고, ‘두다리’는 올림말이 아닙니다. 뭔가 아리송합니다. 한국말은 왜 올림말로 안 삼을까요?



대파(大-) : 파의 하나. 잎의 수가 많은 계통의 것을 연화법으로 재배한 것이다

대-(大) : ‘큰, 위대한, 훌륭한, 범위가 넓은’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왕파(王-) : 굵은 파

굵은파 : x

큰파 : x

큰- : x

실파 : [식물] 몸이 가느다란 파 ≒ 사총·세총

사총(絲?) : [식물] = 실파

세총(細蔥) : [식물] = 실파



  파가 크다면 ‘큰파’입니다. 파가 굵다면 ‘굵은파’인데 ‘굵파’처럼 써 볼 수 있을까요? 사전에는 ‘큰파’도 ‘굵은파’도 없이 ‘대파·왕파’만 있습니다. 더욱이 ‘실파’를 나타낸다는 한자말 ‘사총·세총’을 실으니 어지럽습니다. ‘사총·세총’을 누가 쓸까요?



장애물(障碍物) : 1. 가로막아서 거치적거리게 하는 사물 2. [군사] 전투를 지연시키거나 구속하는 자연적이거나 인공적인 지형지물. 강, 하천, 호수, 험한 산, 깊은 골짜기, 습지대, 철조망, 인공 낙석, 건물 따위가 될 수 있다

걸림돌 : 1. 길을 걸을 때 걸려 방해가 되는 돌 2. 일을 해 나가는 데에 걸리거나 막히는 장애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거치적거리게 하는 돌이란 ‘걸림돌’입니다. ‘장애물’은 “→ 걸림돌”로 고쳐쓰도록 이끌어야지 싶습니다. ‘걸림돌’을 바탕으로 ‘막음돌’을 써 볼 만하지요. ‘디딤돌·징검돌’처럼 ‘이음돌’을 쓸 수 있고요.



발음(發音) : [언어] 음성을 냄. 또는 그 음성 ≒ 소리내기

소리내기 : [언어] = 발음(發音)



  소리를 낼 적에는 ‘소리내기’라 하면 될 텐데, 사전은 ‘소리내기’를 얄궂게 다룹니다. ‘발음’을 “→ 소리내기”로 다루면서, 한국말을 한국말답게 잘 쓰도록 이끌어 주어야겠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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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게 어루만지는 한 마디

[오락가락 국어사전 4] ‘흰-’은 없고 ‘백(白)-’만 있구나



  사전 올림말이 대수롭다고 할 수 없으면서도 대수롭습니다. 사전에 올라야 쓸 만한 낱말은 아니되, 사전에 오르기 때문에 사람들이 한결 널리 쓰는 기틀이 생깁니다. ‘흰-’은 올림말로 없고 ‘백(白)-’만 올림말로 있다면, 한국말사전이 오히려 한국말을 등지거나 멀리한다면, 우리는 어떤 말을 어떻게 쓸 수 있을까요?



채전(菜田) : = 채소밭

채소밭(菜蔬-) : 채소를 심어 가꾸는 밭 ≒ 남새밭·전포(田圃)·채소전·채전(菜田)·포전(圃田)·포지(圃地)

남새밭 : = 채소밭



  채소를 심으면 채소밭일 테고, 남새를 심으며 남새밭일 테지요. 그런데 한국말 ‘남새밭’을 “= 채소밭”으로 다루는 풀이는 알맞지 않구나 싶습니다. ‘채전·채소밭’을 “→ 남새밭” 처럼 다루어야지 싶어요.



서가(書架) : 문서나 책 따위를 얹어 두거나 꽂아 두도록 만든 선반 ≒ 삽가·서각(書閣)·책시렁 

책시렁(冊-) : = 서가(書架)



  책을 놓은 시렁이라면 ‘책시렁’입니다. 이를 굳이 ‘서가’라는 한자말로 옮기지 않아도 됩니다. 말풀이도 이와 같고요.



백사장(白沙場) : 강가나 바닷가의 흰모래가 깔려 있는 곳 ≒ 백모래밭

백모래밭(白-) : = 백사장

흰모래밭 : [북한어] ‘백모래밭’의 북한어



  흰모래가 깔린 곳이라면 ‘흰모래밭’이지만, 사전에서는 북녘말로만 다룹니다. 사전 올림말은 ‘백사장’일 뿐 아니라, ‘백모래밭’이 있기도 합니다. ‘백모래밭’은 덜어내고 ‘백사장 → 흰모래밭’으로 고쳐야지 싶습니다.



백(白)- : ‘흰’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흰- : x



  사전에 ‘흰-’을 따로 안 올렸군요. 이러다 보니 ‘흰모래밭’ 같은 낱말을 알맞게 다루는 길이 없는 셈입니다. ‘흰’을 뜻하는 앞가지는 한자 ‘백(白)’이 아닌 ‘흰-’으로 올려야 마땅합니다.



백합(白蛤) : [동물] 백합과의 조개. 껍데기는 길이가 8.5cm, 높이가 6.5cm, 폭이 4cm 정도이다. 흰빛을 띤 잿빛 갈색에 붉은 갈색의 세로무늬가 있고 매끄러우며 안쪽은 희다. 식용하며 껍데기는 바둑돌이나 물감 따위의 재료로 쓴다 ≒ 대합(大蛤)·대합조개·마당조개·무명조개·문합(文蛤)·화합(花蛤)

마당조개 : [동물] = 백합(白蛤)

무명조개 : [동물] = 백합(白蛤)



  흰빛을 띠는 조개라면 ‘흰조개’라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백합’이라는 조개는 다른 이름이 있으니 ‘마당조개·무명조개’입니다. 이러한 이름을 알맞게 쓸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사전에 나오는 다른 한자말 이름은 털어낼 노릇입니다.



저음(低音) : 1. 낮은 소리 ≒ 낮은음

낮은음(-音) : = 저음(低音)

낮은소리 : x



  소리가 낮을 적에는 ‘낮은소리’라 하면 되고, 클 적에는 ‘큰소리’라 하면 됩니다. 이를 한자로 옮긴 ‘저음’만 올림말로 삼은 모습은 알맞지 않습니다.



체질(體質) : 1. 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 몸의 생리적 성질이나 건강상의 특질 ≒ 몸바탕 2. 조직 따위에 배어 있는 성질

몸바탕 : = 체질(體質)



  ‘체질’하고 비슷한말로 ‘몸바탕’을 붙이지만, 정작 ‘몸바탕’에는 풀이가 없이 ‘체질’하고 같은 낱말로 다룹니다. 예부터 ‘몸바탕’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을까요? 말을 제대로 살리는 결을 사전에 잘 다루어야겠습니다.



동사(凍死) : 얼어 죽음

얼어죽다 : x



  얼어서 죽으니 ‘얼어죽다’라 하면 됩니다. 이를 한자로 옮긴 ‘동사’만 올림말이 되어야 할 까닭이란 없습니다. 더 따져 본다면 ‘동사’ 같은 한자말은 아예 털어낼 만합니다.



전력(全力) : 모든 힘

전력(專力) : 오로지 한 가지 일에 온 힘을 다함

온힘 : x



  ‘모든’하고 ‘온’은 뜻이 맞물려요. 그래서 “모든 힘 = 온 힘”이라 할 수 있지요. 사전에 ‘온힘’은 없이 한자말 ‘전력’이 두 가지 나오는데, ‘온힘’을 올림말로 삼으면서 두 가지 뜻을 나타내도록 하면 됩니다. ‘온-’이 앞가지가 되어 ‘온힘·온몸·온마음’처럼 알맞게 쓸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가량(假量) : ‘정도’를 뜻하는 접미사

정도(程度) : 1. 사물의 성질이나 가치를 양부(良否), 우열 따위에서 본 분량이나 수준 ≒ 정한(程限) 2. 알맞은 한도 3. 그만큼가량의 분량

-쯤 : ‘정도’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가량’은 ‘정도’를 뜻한다고 하는데, 한국말 ‘쯤’이 바로 ‘정도’를 뜻한다지요. 이는 ‘가량·정도’ 모두 ‘쯤’으로 고쳐쓰면 된다는 뜻입니다. 사전 말풀이도 이 얼거리를 잘 살펴서 가다듬어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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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새롭게 살릴 수 있는 사전

[오락가락 국어사전 3] ‘손매’를 북돋아 ‘살림맛’ 키우는 ‘단말’



  말을 살리는 길이란 어렵게 여기면 어렵지만, 쉽게 여기면 쉽습니다. 소꿉놀이를 하듯이 소꿉말부터 찬찬히 살펴서 하나씩 가꾸는 말맛을 북돋우면 되어요. ‘맛매’라는 낱말이 먹을거리에서 누리는 맛뿐 아니라 사람 됨됨이를 나타내는 자리로도 말결을 넓힐 수 있듯이, 차근차근 말맛을 살리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맛을 잘 살리면 살림살이에서는 살림맛이 나고, 사랑하는 사이에서는 사랑맛이 피겠지요.



맛매 : = 풍미(風味)

풍미(風味) : 1. 음식의 고상한 맛 ≒ 맛매 2. 멋지고 아름다운 사람 됨됨이



  ‘맛매’라는 낱말을 잘 살리도록 뜻풀이를 손질해야겠습니다. ‘풍미 → 맛매’처럼 다루고, ‘맛매’에 뜻풀이를 붙일 뿐 아니라, 이러한 낱말을 바탕으로 새 낱말을 짓는 틀을 알려주면 좋겠어요. “맵시”를 나타내는 ‘-매’를 붙여 ‘눈매·손매·몸매·옷매’처럼 쓰니, 이밖에도 여러 새말을 지을 수 있습니다.



교목(喬木) : [식물] 줄기가 곧고 굵으며 높이가 8미터를 넘는 나무. 수간(樹幹)과 가지의 구별이 뚜렷하고, 수간은 1개이며, 가지 밑부분까지의 수간 길이가 길다. 소나무, 향나무, 감나무 따위가 있다 ≒ 큰키나무

큰키나무 : [식물] = 교목(喬木)



  뜻풀이는 ‘큰키나무’에 붙여야 올바릅니다. 키가 작은 나무 가운데 ‘떨기나무’가 있는데, ‘작은키나무’라는 낱말을 새로 지어서 써 볼 수 있습니다. 나무를 비롯해서 꽃하고 풀을 놓고도 ‘큰꽃·작은꽃’하고 ‘큰풀·작은풀’처럼 쓸 수 있어요. ‘큰길·작은길’이나 ‘큰이·작은이’도 좋습니다. 말짜임을 살릴 수 있는 사전이기를 바랍니다.



고언(苦言) : 듣기에는 거슬리나 도움이 되는 말 ≒ 고어(苦語)·쓴소리

고어(苦語) : = 고언(苦言)

쓴소리 : = 고언(苦言)



  듣기에 쓰다 싶은 소리란 ‘쓴소리’입니다. 듣기에 쓰다 싶은 말이란 ‘쓴말’입니다. 글을 놓고는 ‘쓴글’이라 하면 여러모로 어울립니다. ‘고언·고어’는 이제 털어낼 만합니다. 반가이 알맞게 내려서 ‘단비’라면, 반갑지 않게 내려 마을을 휩쓰는 비일 적에는 ‘쓴비’라 해 보아도 됩니다.



고읍(古邑): 1. 옛 읍 ≒ 구읍(舊邑) 2. 옛날에 군아(郡衙)가 있던 곳

옛읍 : x



  오래된 읍이면 ‘옛읍’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옛고을·옛마을’이라 해도 되고요. “옛 읍”이라면 ‘옛읍’이라 하면 되기에, 굳이 ‘고읍’이라 하지 않아도 됩니다.



기생(寄生): 1. [생물] 서로 다른 종류의 생물이 함께 생활하며, 한쪽이 이익을 얻고 다른 쪽이 해를 입고 있는 일. 또는 그런 생활 형태 2. 스스로 생활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의지하여 생활함. ‘더부살이’로 순화

더부살이: 1. 남의 집에서 먹고 자면서 일을 해 주고 삯을 받는 일. 또는 그런 사람 2. 남에게 얹혀사는 일 3. 나무나 풀에 기생하는 식물



  ‘더부살이’로 고쳐쓸 한자말인 ‘기생’이라면 ‘기생’에 뜻풀이를 안 붙이면 됩니다. 그런데 사전을 보면 ‘더부살이 3’에 “기생하는 식물”이라고 풀이하기도 합니다. 굳이 이렇게 돌림풀이를 할 까닭은 없습니다. “더부살이 3 : 다른 나무나 풀에 붙거나 기대어 사는 나무나 풀”처럼 뜻풀이를 손질해 줍니다.



이화(梨花) : = 배꽃

배꽃 : 배나무의 꽃 ≒ 이화(梨花)

도화(桃花) : = 복숭아꽃

복숭아꽃 : 복사나무의 꽃 ≒ 도화(桃花)·복사꽃



  배에 꽃이 피면 ‘배꽃’입니다. 한자로 ‘이화’라 할 까닭이 없습니다. 복숭아에 꽃이 피면 ‘복숭아꽃’입니다. 한자로 ‘도화’라 할 까닭이 없습니다. 그리고 사전 뜻풀이에서 “배나무의 꽃”이나 “복사나무의 꽃”은 “배나무에 핀 꽃”이나 “복사나무에 핀 꽃”으로 손질해야겠습니다.



어감(語感) : 말소리나 말투의 차이에 따른 느낌과 맛. ‘말맛’으로 순화

말맛 : = 어감



  말에서 느끼는 맛은 ‘말맛’입니다. 사전 뜻풀이가 얄궂게 붙습니다. ‘말맛’으로 고쳐쓸 한자말에는 뜻풀이를 붙일 까닭이 없습니다. 오늘날에는 ‘맛’을 새롭게 살려서 ‘글맛·책맛·노래맛·발맛·삶맛·살림맛·배움맛·마실맛’처럼 얼마든지 써 볼 만합니다.



언피해: ×

동해(凍害): 농작물 따위가 추위로 입는 피해. ‘언 피해’로 순화



  “언 피해”로 고쳐쓰기보다는 ‘언피해’ 같은 낱말을 새로 지으면 되겠지요. 한국말하고 한자말을 더하는 새말도 지을 수 있습니다. ‘언맛’으로 손보아도 어울립니다. “언맛을 보았다”라고 말이지요. 또는 ‘언 + 매(몽둥이)’나 ‘얼음 + 매’처럼 새말을 지을 수 있습니다.



설산(雪山) : 1. 눈이 쌓인 산 ≒ 눈산·옥산(玉山) 2. [불교] 불교 관련 서적 따위에서, ‘히말라야 산맥’을 달리 이르는 말 ≒ 설옹산

눈산(-山) : 1. = 설산 2. 눈이 많이 쌓여 산처럼 된 것

눈메 : x

눈뫼 : x



  눈이 쌓였으니 ‘눈산’이라 하면 되고, ‘눈메(눈뫼)’라 할 수 있습니다. 눈은 ‘눈’이라 하면 되고, 산이나 메는 ‘산·메’라 하면 됩니다. 한국말로 알맞게 빚어서 쓸 만한 낱말을 사전에 차곡차곡 담아야겠습니다.



장일성(長日性) : [식물] 한해살이풀에서 일조 시간이 길어지면 꽃이 피는 성질. 상추, 시금치 따위가 있다

일조(日照) : 햇볕이 내리쬠. ‘볕 쬠’으로 순화

해바라기 : 추울 때 양지바른 곳에 나와 햇볕을 쬐는 일



  해를 오래 받기를 좋아한다면 이때에는 ‘해바라기·볕바라기’로 손볼 만합니다. 해를 짧게 받고 한동안 그늘이 지기도 해야 꽃이 핀다고 할 적에는 ‘단일성(短日性)’보다는 ‘그늘바라기’라고 하면 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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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흔한 말을 제대로 다룰 적에 사전

[오락가락 국어사전 2] ‘억지로=강제로’, ‘강제로=억지로’라니?



  사전에는 얼마나 어려운 낱말이 실려야 할까요? 사전은 어려운 낱말을 찾아보는 책일까요? 사전은 어떤 낱말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 책일까요?


  우리는 우리 사전을 아직 제대로 살피거나 바라보거나 읽거나 다루는 길을 모르지 싶습니다. 외국말을 어떻게 배우는가를 살짝 생각해 보기만 해도 사전에서 어떤 낱말을 찾아보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영어를 처음 배운다고 할 적에 어떤 낱말을 찾아볼까요?


  영어로 친다면 아주 쉬운 낱말부터 찾아볼 테지요. 영어 배우기 첫걸음인 사람들한테 어려운 낱말이 섞인 교과서나 교재를 쓰지 않을 테니까요.


  한국말을 처음 배우는 아이들은 사전에서 어떤 낱말을 찾아보아야 할까요? 바로 가장 쉽고 흔한 낱말을 찾아보아야 합니다. 쉽거나 흔한 낱말을 쉽게 찾아보면서 쉽고 또렷하게 배울 수 있도록 이끄는 책이 바로 사전입니다. 쉽거나 흔한 낱말부터 제대로 다룰 수 있어야 하는 책이 사전이지요.



억지로 : 이치나 조건에 맞지 아니하게 강제로

강제(强制) : 권력이나 위력(威力)으로 남의 자유의사를 억눌러 원하지 않는 일을 억지로 시킴



  ‘억지’라는 낱말을 사전에서 찾아볼 분이 있을까요? ‘억지 + 로’인 ‘억지로’를 찾아보면 ‘강제로’로 풀이해요. 한자말 ‘강제’를 찾아보면 ‘억지로’로 풀이합니다. 자, 우리는 이런 사전을 찾아보면서 말을 얼마나 잘 익힐 만할까요? 이런 뜻풀이를 그대로 두어야 할까요?



당연지사(當然之事) : 일의 앞뒤 사정을 놓고 판단할 때에 마땅히 그렇게 하여야 하거나 되리라고 여겨지는 일

당연하다(當然-) : 일의 앞뒤 사정을 놓고 볼 때 마땅히 그러하다

마땅하다 : 1. 행동이나 대상 따위가 일정한 조건에 어울리게 알맞다 2. 흡족하게 마음에 들다 3. 그렇게 하거나 되는 것이 이치로 보아 옳다



  사자성어라 하는 ‘당연지사’는 ‘마땅히’ 그렇게 하거나 되리라 여기는 일이라 한대요. ‘당연’이라는 한자말을 따로 찾아보면 ‘마땅히’ 그러한 모습을 가리킨다고 나와요. 가만히 생각해 볼 노릇입니다. 처음부터 텃말 ‘마땅하다’를 알맞게 쓰면 좋겠지요? “마땅한 일(←당연지사)”이라 하면 됩니다. ‘마땅하다(←당연하다)’라 하면 돼요.



외투(外套) : 추위를 막기 위하여 겉옷 위에 입는 옷을 통틀어 이르는 말 ≒ 오버(over)

오버(over) : 1. = 외투

겉옷 : 1. 겉에 입는 옷 ≒ 외의(外衣)·표의(表衣) 2. ‘외투’를 달리 이르는 말 3. 겉으로 나타난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겉옷’에 덧입는 옷을 ‘외투’라고 한다는데, ‘외투 = 외(外 : 바깥) + 투(套 : 덮개/씌우개)’를 가리킵니다. 곧 ‘외투 = 겉옷’이라는 한자 얼개입니다. 한자를 따지면 말밑이 ‘겉옷’일 뿐인 ‘외투’인데, 이 낱말을 “‘겉옷’에 덧입는 옷”이라 풀이하거나 쓰면 알맞을까요? 더욱이 ‘겉옷’을 찾아보면 “‘외투’를 달리 이르는 말”로 풀이합니다. 엉뚱한 말풀이입니다. 우리는 ‘겉옷’ 한 마디를 쓰면 넉넉합니다. ‘외투’도 ‘오버’도 털어낼 만합니다. 그리고 겉옷에 덧입는 옷이라면 ‘덧옷’ 같은 새말을 지을 수 있어요. ‘겉겉옷’이라든지 ‘덧겉옷’처럼 새말을 지어도 됩니다. ‘두툼옷’이라 해도 될 테고요.



매년(每年) : = 매해

매해(每-) : 1. 한 해 한 해 2. 해마다

해마다 : 그 해 그 해 ≒ 연부년

연부년(年復年) : = 해마다



  ‘매년’이라는 한자말을 ‘매해’로 풀이하는데, ‘매(每)’가 붙은 ‘매해’는 ‘해마다’로 풀이하지요. 처음부터 ‘해마다’로 쓰면 됩니다. 그런데 ‘해마다’에 ‘연부년’이라는 비슷한말을 달아 놓는군요. 이 한자말을 쓸 일이 있을까요? 쓰지 않는 한자말은 사전에서 털어야지 싶습니다. 알맞게 쓸 한자말이 아닌 군더더기 한자말 때문에 사전이 너무 두껍습니다.



나라 : 1. = 국가(國家) 2. 그 단어가 나타내는 사물의 세상이나 세계를 이르는 말

국가(國家) : 일정한 영토와 거기에 사는 사람들로 구성되고, 주권(主權)에 의한 하나의 통치 조직을 가지고 있는 사회 집단



  사전에서는 ‘나라’를 “= 국가”로 풀이하는 주먹질을 휘두릅니다. 찬찬히 생각해 보아야지 싶습니다. 먼먼 옛날부터 ‘나라’라는 말을 쓴 텃사람입니다. 오늘날에 ‘국가’라는 한자말도 써야 한다면 쓰되, 사전 말풀이는 앞뒤를 슬기롭게 살펴야겠지요. ‘국가 = 나라’ 또는 ‘국가 → 나라’로 바로잡아야겠습니다.



인륜지대사 : x

인륜대사(人倫大事) : 사람이 살아가면서 치르게 되는 큰 행사. 혼인이나 장례 따위를 이른다 ≒ 인간대사

큰일 : 결혼, 회갑, 초상 따위의 큰 잔치나 예식을 치르는 일 ≒ 대사(大事)

인간대사(人間大事) : = 인륜대사

대사(大事) : = 큰일



  ‘인륜지대사’나 ‘인륜대사’나 ‘인간대사’나 ‘대사’라고 하는 말은 모두 집안에서 벌이는 커다란 일을 가리킵니다. 한국말로는 단출히 ‘큰일’입니다. ‘큰일’ 한 마디이면 넉넉하겠지요.



갑작스럽다 : 미처 생각할 겨를이 없이 급하게 일어난 데가 있다 ≒ 거졸하다

거졸하다(遽卒-) : = 갑작스럽다



  ‘거졸하다’라는 한자말을 쓸 일이 있을까 궁금합니다. 사전에 이런 한자말을 굳이 실어야 하는지 아리송합니다. ‘갑작스럽다’ 한 마디이면 넉넉할 텐데요. 군더더기 한자말을 사전에 실을 일은 없다고 봅니다.



원문(原文) : 1. 베끼거나 번역하거나 퇴고한 글에 대한 본래의 글 2. = 본문(本文)

본래(本來) : 1. 사물이나 사실이 전하여 내려온 그 처음. ‘본디’로 순화 2. = 본디

본디(本-) : 사물이 전하여 내려온 그 처음

첫글 : x

처음글 : x

밑글 : 1. 배우고 있는 책에서 이미 배운 부분의 글 2. 이미 알고 있어 밑천이 되는 글



  ‘원문’이란 “본래의 글”이라 하고, ‘본래’란 ‘처음’이라 한다면서 ‘본디’로 고쳐쓰라고 합니다. 그런데 ‘본디(本-)’는 ‘처음’을 뜻한다지요. 알쏭달쏭한 돌림풀이입니다. ‘본래·본디’ 모두 ‘처음’으로 고쳐쓸 노릇이면서 ‘원문 → 처음글·첫글’처럼 다루어야 알맞구나 싶어요. 또는 ‘밑글’ 같은 낱말을 써 볼 만합니다. 사전에 ‘밑글’이 나오기는 하는데, 셋째 뜻을 붙여 볼 만하지 싶습니다. “3. 베끼거나 옮기거나 손질한 글에 앞서 처음 있던 글”처럼 뜻풀이를 붙일 수 있어요.



경박(輕薄) : 언행이 신중하지 못하고 가벼움

가볍다 : 5. 생각이나 언어, 행동이 침착하지 못하거나 진득하지 못하다



  ‘가벼움’을 뜻한다는 한자말 ‘경박’입니다. 그러면 ‘가벼움·가볍다’ 같은 말을 잘 살려서 쓰면 돼요. “너는 참 경박하구나”라 하기보다는 “너는 참 가볍구나”라 하면 됩니다. 이러면서 ‘경박 → 가볍다’로 다루거나 사전에서 털어낼 수 있습니다.



수호(守護) : 지키고 보호함

지키다 : 1. 재산, 이익, 안전 따위를 잃거나 침해당하지 아니하도록 보호하거나 감시하여 막다

보호하다(保護-) : 1. 위험이나 곤란 따위가 미치지 아니하도록 잘 보살펴 돌보다 2. 잘 지켜 원래대로 보존되게 하다

보존하다(保存-) : 잘 보호하고 간수하여 남기다



  한자말 ‘수호’는 “지키고 보호함”을 뜻한대요. 그런데 ‘보호’라는 한자말은 “지켜 보존되게 하다”를 뜻한다 하고, ‘보존’은 다시 ‘보호’로 풀이하는 돌림풀이입니다. 더욱이 ‘지키다’를 ‘보호하다’로 풀이하니 겹말풀이가 되기도 합니다. ‘수호 → 지키다’로 뜻풀이를 손질하고, ‘보호·보존’도 ‘→ 지키다’로 손질할 만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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