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127. 저자마실



  함께 저잣거리로 간다. 마을 어귀에서 군내버스를 타고 노래를 듣는다. 군내버스에서 흐르는 라디오나 대중노래 말고, 우리 마음을 적시는 노래를 미리 건사한 뒤에 저마다 귀에 소리통을 꽂아서 듣는다. 읍내에 닿아 우리 살림에 쓰일 여러 가지를 장만한다. 저마다 짊어질 수 있을 만큼 가방에 담아서 집으로 돌아온다. 무엇을 장만하면 좋을는지 미리 수첩에 적어 놓는다. 길을 가다가 문득 보았대서 함부로 집어들지 않는다. 철 흐름을 생각하고, 우리 살림을 살피며, 즐겁게 집으로 돌아와서 꾸릴 이야기를 헤아린다. 마을로 돌아가는 군내버스에서 두 아이는 서로 기대며 잔다. 이십 분 버스길은 짧지만 이동안 단잠을 누리면서 고이 쉰다. 2016.12.23.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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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126. 할머니


  나는 어머니한테서 손놀림을 물려받는다. 우리 어머니가 여느 때에 하던 밥짓기 설거지 걸레질 빨래하기 들이 내 손길로 스며든다. 우리 어머니가 여느 때에 내 머리를 쓰다듬거나, 손을 잡거나, 손ㄱ가락을 따거나, 손톱을 깎거나, 붕대를 감거나, 발을 씻기거나, 신끈을 매거나, 여러모로 따스히 베푼 숨결이 내 온몸으로 스며든다. 내가 오늘 아이들 바지를 기우는 손놀림은 바로 우리 어머니한테서 물려받은 바느질이요, 아이들로서는 저희 할머니한테서 아버지를 거쳐서 앞으로 물려받을 바느질이 된다. 한 땀 두 땀 이으면서 한 걸음 두 걸음 이어진다. 하루 이틀 흐르면서 한 해 두 해 철이 들고 슬기가 무르익는다. 아이는 어머니 아버지를 지나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고, 고운 씨앗을 마음에 심으면서 새롭게 아이로 태어난다. 2016.12.7.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집 학교/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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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125. 우리 걸음



  우리는 어디를 가더라도 그냥 걷지 않아. 춤을 추면서 걷지. 노래를 하면서 걷지. 웃음을 지으면서 걷지. 놀이를 즐기면서 걷지. 구름을 보면서 걷지. 바람을 타면서 걷지. 햇볕을 쬐면서 걷지. 꽃내음을 맡으면서 걷지. 풀빛을 먹으면서 걷지. 나무랑 동무하면서 걷지. 그리고 서로서로 아끼는 손길로 사뿐사뿐 싸목싸목 걷지. 우리 걸음은 우리 춤사위가 되고, 우리 걸음은 우리 노랫말이 되고, 우리 걸음은 우리 이야기꽃이 되고, 우리 걸음은 언제나 우리 살림꿈이 돼. 자, 신나게 마실을 다녀오자. 2016.11.22.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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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124. 따로 있는 그림



  그림이 따로 있다. 바로 우리 곁에. 노래가 따로 있다. 언제나 우리 둘레에. 사랑이 따로 있다. 늘 우리 마음속에. 날마다 으레 걷는 길에서 그림을 본다. 눈부신 그림을 보고, 고운 그림을 보며, 환한 그림을 본다. 우리 보금자리와 마을과 도서관학교에서 신나는 노래를 본다. 입으로도 부르지만 눈과 코와 귀와 몸으로도 부르는 노래를 본다. 하늘하고 땅 사이에, 풀하고 나무 사이에, 그리고 아이들하고 어버이 사이에 흐르는 싱그러운 노래를 본다. 그림하고 노래를 누리니, 이곳에서 삶을 짓는 사랑을 배운다. 그림은 노래를 일으키고, 노래는 사랑을 북돋우며, 사랑은 새삼스레 파랗게 푸르게 그림으로 새로 태어난다. 2016.11.4.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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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123. 손수



  너희가 손수 놀잇감을 마련하고 장난감을 빚듯이 앞으로 살림하고 일거리도 손수 찾고 느끼고 생각하고 일굴 수 있기를 빈다. 너희한테만 너희 손수 놀이를 찾으라고 말하지 않아. 너희 어머니하고 아버지도 손수 지을 삶과 살림과 사랑을 생각해. 우리가 다 같이 짓는 삶이나 살림이나 사랑이 있고, 너희가 너희 나름대로 짓는 삶이랑 살림이랑 사랑이 있어. 그리고 어머니하고 아버지도 어머니대로 아버지대로 손수 새롭게 지어서 누리는 삶하고 살림하고 사랑이 있지. 손수 하기에 내 것이 돼. 손수 생각하기에 내 꿈이 돼. 손수 짓기에 내 길이 돼. 손수 살피기에 내 터가 돼. 손수 심기에 작은 씨앗 한 톨로 내가 살아갈 숲이 돼. 꽃송이를 쥔 네 손길이 얼마나 고우면서 기쁨으로 넘치는가를 온마음으로 느끼렴. 이 손이 바로 이곳에서 이야기를 빚는 수수한 길이 될 수 있어. 2016.11.1.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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