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137. 보여주기



  어버이는 아이한테 보여주는 사람. 즐거움을 보여주고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사람. 사랑을 보여주고 노래를 보여주는 사람. 꽃하고 속삭이고 나무하고 춤을 추는 살림을 보여주는 사람. 이야기를 스스로 지어서 보여주고, 이 길이 얼마나 새로운가를 몸소 보여주는 사람. 보여주고 거듭 보여주고 자꾸 보여주면서 이 삶에서 우리가 함께 지을 사랑을 알뜰살뜰 여미어 보금자리를 이루는 넋을 고요히 다스리는 사람. 아이들하고 살아온 지 열 해째 되는 요즈음 어버이로서 이제나 저제나 나아가는 길은 바로 ‘보여주기’라고 느낀다. 2017.4.3.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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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136. 살림동무



  전문가나 교사로 마주할 적하고 동무나 이웃으로 마주할 적은 사뭇 다르다. 작은 한 가지를 가르치거나 나눌 자리뿐 아니라, 밥을 짓거나 씨앗을 심거나, 놀이를 할 적에도 참으로 다르다. 아기를 낳는 자리에서도 그야말로 다를 테지. ‘의사라는 전문가’로서 아기를 바라볼 때랑 ‘동무나 이웃’으로서 아기를 바라볼 때는 참말로 다를 수밖에 없다. 어버이하고 아이 사이는 어떠할까. 어버이는 아이를, 아이는 어버이를 어떻게 바라볼 적에 아름다우면서 즐거울까? 둘은 서로 살림을 함께 짓는 길동무라고 느낄 수 있을까? 둘은 서로 살림을 함께 가꾸며 북돋우는 삶동무라고 여길 수 있을까? 이 보금자리를 고이 일구는 동무로 한길을 함께 걸어가려고 한다면, 무엇을 가르치고 배우느냐 하는 테두리에서도 참으로 크게 달라질 만하지 싶다. 어버이는 ‘육아 전문가’가 아니다. 교사는 ‘교육 전문가’여야 하지 않다. 우리는 언제나 ‘사랑으로 함께 손을 잡는 살림동무’이면 넉넉하지 싶다. 2017.4.1.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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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135. 10원



  이레쯤 되었던가, 큰아이가 읍내 우체국 마실을 하는 길에 10원을 주웠다. 우체국 걸상에 떨어진 10원이라고 한다. 곁님은 큰아이더러 이 쇠돈을 처음 주운 자리에 갖다 놓으라고 큰아이한테 이야기했다. 큰아이는 좀 시무룩한 낯빛이었다. ‘내가 주웠는데’ 하는 마음이 있구나 싶다. 곁님도 나도 큰아이한테 ‘왜 다른 곳에 있는 것을 줍거나 가져오면 안 되는가’를 이야기해 주었다. 얼핏 보면 10원 하나이지만, 책일 수도 지갑일 수도 있다. 다른 여러 가지일 수 있다. 어떤 것이든 모두 같다. 10원이 길에 떨어졌기에 슬그머니 주워서 ‘내 것으로 가지려’ 한다면 10만 원도 10억 원도 그냥 내 것으로 가지려 하기 마련이다. 10원이든 10만 원이든 10억 원이든 그 자리에 있는 것은 그것을 흘린 사람이 도로 찾을 수 있도록 그대로 두어야 맞다. 거저 얻은 돈은 빨리 써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만 한 까닭이 있겠지. 그러나 우리는 ‘거저 얻은 돈’을 가져야 하지 않으니, 우리가 가질 돈이란 ‘사랑으로 얻은 돈’이나 ‘마음으로 얻은 돈’이어야지 싶다. 2017.3.30.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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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134. 일곱 살 커피



  일곱 살 작은아이가 커피를 탄다. 곁님이 작은아이더러 커피를 타 볼 수 있느냐고 물었고, 곁님은 작은아이더러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고 그렇게 하라고 말로 알려주었다. 작은아이는 곁님 말을 듣고서 부리나케 부엌으로 가서 이렇게 저렇게 그렇게 하고는 어머이한테 커피 한 잔을 살살 들고 온다. 가만히 돌아보면 나도 어릴 적에 우리 어머니 커피를 가끔 타 본 적이 있다. 그때 어머니가 맛있게 드셨는지 남기셨는지 모른다만, 날마다 커피 타기를 시키셨으면, 또는 내가 날마다 우리 어머니한테 커피를 타서 드렸으면, 나는 커피를 꽤 잘 탈 수 있었을 테지. 새롭게 한 번 배우고 나서 꾸준하게 익히고 가다듬고 손질하고 보태거나 깎는 동안 비로소 ‘솜씨’라고 하는 ‘살림’이 깨어난다. 2017.3.30.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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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133. 지켜보다



  아이는 이를 안 닦고 잠들 수 있다. 아이는 이를 잘 닦을 수 있다. 아이는 온몸이 흙투성이가 되며 뛰놀 수 있다. 아이는 아주 얌전하고 깨끗하게 놀 수 있다. 아이는 그릇을 깨뜨리거나 미끄러져 넘어질 수 있다. 아이는 설거지를 안 해 보며 그릇 깨는 일도 없을 만하고, 인형처럼 이쁘게 걷기만 하며 넘어지는 적이 없을 수 있다. 어떻게 자라도록 돌보면 좋을까? 어떻게 자라기를 바라며 지켜보면 좋을까? 걱정하는 마음으로 혀를 끌끌 차기에 아이들은 어버이한테서 걱정을 고스란히 물려받지 않을까? 즐겁게 어루만지면서 보듬는 사랑으로 지켜보기에 아이들은 어버이한테서 넉넉한 꿈을 사랑스레 물려받지 않을까?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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