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158. 딸기꽃



  딸기꽃이 퍼진다. 아니, 딸기넝쿨이 퍼져서 딸기꽃이 더 환하게 핀다. 풀이든 나무이든 내가 바라는 대로 덩쿨이나 줄기를 뻗어 준다. 내가 바라지 않는 풀이나 나무는 내 곁에서 자라지 못한다. 밥으로 삼는 풀이나 나무가 즐겁게 자라 주기도 하고, 밥으로 삼지 않더라도 바닥자리에 덮는 구실을 하는 풀이 자라 주기도 한다. 먹지 않는 대서 쓰임새가 없는 풀이란 없다. 훤칠하게 자란 풀은 알맞게 베어서 말리면 모깃불을 피울 적에 함께 태우면 재로 바뀌어 흙으로 돌아간다. 딸기넝쿨이 퍼져 딸기꽃이 한결 넓게 번지고, 아이들도 나도 곁님도 알게 모르게 딸기꽃내음을 맡는다. 한 해 두 해 천천히 번지는 딸기넝쿨처럼, 우리 배움길도 한 해 두 해 천천히 나아가는 걸음걸이로 피어난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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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157. 길든 마음

  제도권학교에 다니지 않을 적에는 ‘여느 남하고 다른’ 때에 움직이기 마련이다. 우리 배움집에서는 스스로 일어나려 하는 때에 일어나고, 스스로 배우려는 때에 배우며, 스스로 마실하려는 때에 마실한다. 볕이 좋아서 낮에 마실할 수 있고, 바람이 싱그러워 아침에 뛰어놀 수 있다. 아침 여덟 시부터 저녁 여섯 시 사이에 학교라는 울타리에 들어가서 조용히 있어야 할 까닭이 없다. 마당이 배움터가 될 수 있고, 바다나 숲이 배움자리가 될 수 있다. 저잣거리나 이웃집을 배움길로 삼을 수 있다. 제도권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여느 남하고 달느’ 때에 돌아다니면 ‘뭔가 잘못하지 않느냐’ 하는 생각에 쉬 사로잡힌다고 한다. 아무래도 시간에 길들기 때문이다. 어느 때이든 우리 스스로 생각하고 살펴서 알맞게 쓰는 살림을 익혀야지 싶다. 길들기 아닌 짓기로 하루를 바라보아야지 싶다. 2018.4.13.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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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155. 두 마디



  우리는 늘 두 마디를 할 수 있다. 첫째, “야, 신 끌지 마!” 둘째, “우리, 사뿐사뿐 걷자.” 또는 “신 끌면 신 닳는다!” 때로는 “나는 바람을 타고 구름을 딛듯 걸을래.” 어느 말로 하든 아이는 듣는다. 어느 말을 하든 어버이 스스로 생각으로 굳는다. 아이는 첫째 말을 듣고서 그 짓을 더 안 할 수 있다. 아이는 둘째 말을 듣고서 새로운 몸짓이 될 수 있다. 어느 말을 하든 어느 길을 가든 모두 우리가 고르면서 짓는 살림이다. 이리하여 아이한테 말하기 앞서 생각에 잠긴다. 같은 일을 지켜보면서 틀에 박힌 말을 뱉을는지, 같은 몸짓을 바라보면서 새롭게 꿈꾸어 사랑할 말을 노래할는지. 2018.3.9.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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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154. 밥이 어떻게 나오니



  밥을 지을 적에 아이들이 저마다 다른 놀이를 하거나 책을 읽겠노라 하면 한 마디 물어본다. 이제 큰아이는 열한 살에 접어들고 작은아이는 여덟 살에 접어들기 때문이다. “우리 이쁜 아이들아, 하나 물어볼게. 밥이 어떻게 나오니? 너희가 배고파서 밥 달라고 하면 밥이 척 코앞에 나타나니? 너희는 밥을 어떻게 먹니? 너희는 수저만 챙겨서 밥상맡에 앉기만 하면 될까?” 밥짓기를 함께 하려는 뜻을 이야기해 본다. 함께 짓고 함께 누리고 함께 치우면서 함께 살아간다. 우리 몸이 되어 주는 밥이란 얼마나 아름다운 숨결인가를 생각하고, 우리 마음을 가꾸는 바탕이 되는 몸을 어떻게 돌보도록 밥을 짓고 부엌살림을 어우를 적에 즐거울까를 헤아린다. “우리 아이들아, 웃으면서 밥을 지으면 웃음밥이 되어. 노래하면서 밥을 지으면 노래밥이 되지. 그러니, 우리 몸이 될 밥을 웃고 노래하고 춤추고 사랑하는 손길로 같이 짓자. 재미있게 살림하자.” 2018.3.9.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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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153. 한 걸음 디디면



  한 걸음 디디기가 어렵거나 벅찰 뿐이란다. 한 걸음을 디딜 줄 알면 그 다음 걸음은 얼마나 쉬운 줄 아니? 잘 모를 수 있어. 아직 몸으로 못 느낄 수도 있지. 그런데 너희가 처음 걸음마를 뗄 적을 어머니랑 아버지는 늘 지켜보았어. 처음 두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서서 한 걸음을 떼다가 넘어지고 자빠지고 미끄러지고 주저앉았단다. 그렇지만 일어서서 둘레를 살피는 기쁨을 알고, 한 걸음씩 내딛으며 마시는 바람이 싱그러운 즐거움인 줄 알고 나서는 이내 걸음마가 달음박질로 거듭나더라. 너희 어머니랑 아버지도 그처럼 걸음걸이를 익혔어. 우리는 어떤 걸음도 처음에는 오래 걸리거나 힘이 들 뿐이야. 그러니 느긋하게 기다리자. 첫 걸음을 뗄 때까지 가만히 지켜보면서 나아가자. 한 걸음을 떼었으면 저 앞을 새롭게 바라보면서 달리자. 2018.3.9.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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