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163. 하나도 모르겠어



  2018년 6월에 지자체 일꾼을 모두 새로 뽑는다. 큰아이가 11살을 살아가는 이즈음, 더없이 좋은 ‘삶터 배우기(사회 교육)’를 할 만하다 싶어서, 큰아이를 이끌고 ‘군수 후보’를 만나서 교육정책 협약서에 이름을 받는 자리에 함께 가기로 한다. 큰아이는 이 자리에서 ‘사진을 찍는 몫’을 맡는다. 사오십 분쯤 흐른 자리를 마치고 일어서서 큰아이한테 묻는다. “오늘 어땠니? 오늘 어떤 이야기를 들었어?” “음, 모르겠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군수 후보로 나선 분은 ‘교육 정책 공약을 내놓겠지만 협약서에 이름을 적지는 않겠다’는 말을 35분 즈음 했다. 똑같은 말을 이렇게 되풀이했는데, 큰아이는 이런 실랑이가 무엇인지 모르겠고, 어른들이 읊는 말씨도 어렵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그렇다. 정치 일꾼 가운데 11살이나 9살 어린이 눈높이에 맞추도록 무릎을 꿇고서 교육 정책을 세우거나 문화나 복지 행정을 펴는 이가 있을까? 아예 없으리라 여기지 않는다. 부디 고흥 같은 작은 시골을 비롯해 골골샅샅 어디에나 이러한 일꾼이 나오기를 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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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162. 훔침질



  바늘을 훔치면 소를 훔친다. 씨앗을 훔치면 땅을 훔칠 테고, 푼돈을 훔치면 큰돈을 훔치겠지. 책을 훔친대서 훔침쟁이로 안 친다고도 하지만, 나는 달리 본다. 책을 훔쳐서 무엇을 배울까? 훔친 책으로 무엇을 익힐까? 갖고 싶은 책이 있다면 그 책을 품을 수 있을 때까지 바지런히 땀을 흘려서 돈을 모으든, 아니면 그 책이 내 손에 들어오도록 일이나 심부름을 해야겠지. 아이는 어릴 적에 무엇을 보고 듣고 배워서 몸에 붙일 적에 아름다울까? 어른은 아이한테 무엇을 보여주고 들려주고 가르쳐서 몸에 배도록 할 적에 즐거울까? 가볍게 한 짓은 나중에 늘 하는 짓이 된다. 가볍게 넘어가는 일은 나중에 언제나 넘어가는 일이 된다. 이와 맞물려 돌아보면, 훔침질에 맛을 들인 이는 자꾸 훔침질로 흐를 테지만, 배움길에 익숙한 사람은 나날이 새롭게 배우는 길을 씩씩하게 나설 터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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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161. 치움놀이



  한동안, 아니 퍽 오래 잊고 지냈는데,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늘 치움질을 한다. 쓸고 닦으면서 책걸상이나 골마루나 바닥이나 뒷간이나 여기저기 치움질을 한다. 학교라는 곳에서는 교과서 수업을 따라가는 일 못지않게 치움질도 배운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집에서는? 집에서도 치움질을 해야겠지. 그런데 ‘치움질’로 그치기보다는 ‘치움놀이’나 ‘치움살림’으로 거듭나면 더 좋으리라 본다. 시켜서 하거나 억지로 하는 치움질이 아닌, 스스로 하는 치움살림이 되고, 새로 배우면서 생각을 키우는 치움놀이가 되어야지 싶다. 살기에 살림을 하는데, 살림에는 꼭 치우기가 있다. 먹는 살림에서 설거지가 있듯이, 자고 지내며 놀고 일하는 자리에서도 쓸고 닦는 치우기가 있기 마련이다. 날마다 어느 만큼 품을 들이거나 말미를 내어 서로 치움이가 되어야 즐거울까. 하루 가운데 치움살림에는 어느 만큼 마음을 쓰며 살았고, 앞으로는 얼마나 마음을 쓸 수 있을까.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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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160. 학교 밖 아이들



  우리 집 아이들도 학교를 다닌다. 둘레에서 우리 집 아이들더러 “왜 학교를 안 다니느냐?”고 물으면 참 어처구니없다고 여긴다. “졸업장을 따는 곳만 학교이지 않습니다. 살림을 배우고 사랑을 익히는 곳은 어디나 학교입니다. 배우는 곳이지요.” 하고 이야기해 준다. 우리 집에서는 ‘우리 집 학교’라는 이름을 쓴다. 얼핏 ‘홈스쿨’하고 이름이 맞닿을 수 있는데, ‘우리 집 학교·홈스쿨’이란, 이 같은 배움길을 걷는 사람들이 ‘학교 밖’이 아니란 뜻이다. 우리는 즐겁게 ‘배움마당’을 펴고 ‘배움자리’를 나누며 ‘배움꽃’을 피운다. “학교 밖 아이들·학교 밖 청소년” 같은 말, 이른바 ‘학교 밖’이란 막말일 수 있다. ‘졸업장 학교·제도권 학교’를 다녀야 ‘학교 안’이지 않다. 대학교까지 줄줄이 졸업장을 바라면 ‘졸업장 학교’를 다닐 뿐이요, 삶·살림·사랑을 바라면 ‘우리 집 학교’를 다닐 뿐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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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159. 일어난다



  바깥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저녁 여섯 시 무렵에 비로소 첫 끼니이자 하루 마지막 끼니를 먹는다. 낮 두 시에 고흥읍에서 유월 선거 후보자한테 ‘교육 정책 제안 이야기판’이 있었고, 이 자리에 나도 함께하며 5분쯤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5분 이야기를 들려준다면서 아침 일찍 움직여야 했고, 자리를 지키고 나서 집으로 돌아오고 보니, 바깥일에 일곱 시간을 들였구나 싶다. 밥 한 그릇을 비우고 곁님이 들려준 이야기를 들으니 몸에서 기운이 다해 바로 곯아떨어진다. 내처 일곱 시간을 꿈결에서 맴돌다가 작은아이가 이를 가는 소리를 듣고는 손을 뻗어 작은아이 볼을 어루만지며 “얌전한 이, 튼튼한 이”라는 말을 중얼거린다. 이렇게 하면 작은아이는 이갈기를 멈춘다. 나뿐 아니라 꽤 많은 분들이 예닐곱 시간을 밖에서 썼을 텐데, 이 하루가 제몫을 하기를 빈다. 아침에는 새로 기운을 내어 아이들하고 쑥 뜯고 뽕잎 뜯어서 말려 놓을 생각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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