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303] 어느 길로



  이 길에서는 이 즐거움

  저 길에서는 저 기쁨

  그 길에서는 그 사랑



  어느 길로 가든 ‘책임’이 뒤따른다고 합니다. 그런데 책임이란 ‘짐’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내가 스스로 맡은 몫’이라고 할 수도 있어요. 스스로 기꺼이 짊어지는 짐이기에 어느 길로 가든 이 짐을 씩씩하게 들고 다닐 만해요. 아이를 안거나 업으면서 ‘짐스럽다’고 느끼는 어버이란 없듯이, 이날은 이 길에서 이 즐거움이 되어요. 저날은 저 길에서 저 기쁨이 될 테지요. 잘 되거나 잘 안 되는 일은 대수롭지 않아요. 늘 새롭게 맞이하는 일이고, 언제나 새삼스레 깨달으면서 느끼는 하루이지 싶어요. 이리하여,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사랑을 찾고 나누는 살림이 됩니다. 2016.4.16.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삶넋/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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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98] 남성 여성



  아이가 태어나는 자리에는

  어머니랑 아버지가 함께 있으니

  나한테는 두 기운이 나란히



  사내가 아무리 훌륭해도 어머니가 있어야 아이를 낳아요. 가시내가 아무리 빼어나도 아버지가 있어야 아이가 태어나요. 사내 혼자 아이를 못 낳고, 가시내 혼자 아이를 못 낳아요. 둘은 서로 다른 몸이지만 한자리에 사랑으로 함께 있을 때에 새로운 살림을 지어서 즐거운 삶으로 나아갈 수 있어요. 서로 다르니 힘도 다를 테고, 슬기나 마음이나 손길도 다를 테지요. 어느 한쪽이 낫거나 좋거나 훌륭할 수 없이 서로 다른 둘은 서로 다른 대목을 고이 아끼고 보살피면서 바야흐로 새로운 하나를 짓는 꿈을 가슴으로 품어요. 그래서 우리한테는 언제나 두 가지 기운, 사내다움하고 가시내다움이 늘 나란히 있어요. 몸으로는 한쪽 모습으로만 보일 테지만 말이지요. 2016.3.30.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삶넋/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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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97] 눈부신 솜씨



  솜씨가 눈부시니 솜씨가 보여

  재주가 빼어나니 재주가 보여

  손길이 사랑스러워서 사랑이 보여



  글솜씨가 눈부신 글을 읽으면, 눈부신 솜씨를 볼 수 있습니다. 손재주가 빼어난 사진을 보면, 빼어난 재주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솜씨가 투박하더라도 사랑이 깃든 글을 읽으면 따사로운 사랑을 느껴요. 재주가 없더라도 사랑이 흐르는 사진을 만나면 넉넉하며 포근한 사랑을 헤아립니다. 솜씨나 재주가 나쁘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다만, 솜씨나 재주는 다른 모든 것을 가리고 솜씨랑 재주만 두드러지게 해요. 이야기나 알맹이를 즐겁게 느끼거나 누리려면 바로 ‘사랑’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2016.3.29.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삶넋/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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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96] 무엇을 아는가



  살림하는 대로 배우고

  사랑하는 대로 배우며

  삶을 짓는 대로 배우네



  흙을 만지면서 일하는 사람은 흙말을 배웁니다. 흙을 만지작거리면서 노는 아이는 흙말을 스스로 익힙니다. 글을 쓰다 보면 글하고 얽혀서 배우고, 책을 읽다 보면 책하고 얽혀서 배워요. 사람을 사귀는 동안 사람한테서 배우고, 나무를 어루만지는 사이에 나무한테서 배웁니다. 바람을 마시면서 바람을 바라보면 바람결로 날씨도 철도 삶도 배우겠지요. ‘무엇을 아는가?’ 하고 묻는다면, 저마다 ‘사는 대로 스스로 배워서 아네!’ 하고 말할 만하구나 싶습니다. 2016.3.27.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삶넋/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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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93] 아버지 이웃



  아이를 가르치려고

  아이랑 나란히 배우면서

  아이한테서 새로 배운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모두 아이와 함께 늘 새롭게 배운다는 마음이 되면 즐거운 살림살이를 꽃피우리라 느껴요. 아이한테만 가르칠 수 있는 일이란 없다고 느낍니다. 아이한테 어느 한 가지를 보여주거나 가르칠 적마다 어버이 스스로 모든 일을 새롭게 바라보면서 새롭게 가다듬고 새롭게 즐기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글씨를 가르치든 밥짓기나 살림하기를 가르치든 어버이 스스로 이 모두를 새로 배우는 마음결이 될 적에 비로소 가르치거나 알려줄 수 있다고 느껴요. 2016.3.18.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삶넋/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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