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인전을 읽은 청소년한테 들려준 말



  어여쁜 푸름이가 나한테 묻는다. 나는 이 물음을 기쁘게 받아들인다. “위인전을 보면 위인들은 역경이나 고난을 딛고 일어서는데요, 역경이나 고난은 어떻게 해야 해요?” “힘들게 살고 싶어요?” “네? 잘 모르겠어요.” “힘들게 살고 싶으면 일부러 힘든 일을 찾아서 해도 돼요. 그런데 왜 힘든 일을 일부러 찾아서 해야 할까요? 생각해 보세요. 백만 평이라고 쳐 보지요. 우리 부모님이 훌륭한 일을 해서 아름다운 집과 숲을 백만 평 넓이로 가꾸는 보금자리를 이루었다고 해 보지요. 자, 그러면 어떻게 할까요? 우리는 이 아름다운 부모님 집을 일부러 떠나서 밑바닥부터 다시 하면서 일부러 어렵게 살아야 할까요? 아니면, 우리 부모님이 일군 아름다운 보금자리를 그야말로 아름답게 누리면서 삶을 지으면 될까요? 어느 경험을 골라서 하든 다 괜찮아요. 좋은 쪽도 나쁜 쪽도 없어요. 고난과 역경을 일부러 다 경험해 보아도 나쁘지 않아요. 그러나 고난과 역경을 일부러 경험해 보다가 지치거나 힘들어서 죽고 싶어질 수 있고, 그만 죽을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한번 생각해 보셔요. 우리 부모님이 아름다운 보금자리를 일구셨다면, 이 보금자리는 왜 일구셨을까요?” 어여쁜 푸름이하고 더 말을 나눈다. “우리 친구는 ‘위인’이 되고 싶으세요?” “아니요.” “위인이 굳이 되어야 할 까닭이 없어요. 우리는 우리 스스로 사람이 되어 살면 돼요. 스스로 즐겁고 기쁘며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살면 돼요. 그뿐이에요. 위인이 될 까닭도 안 될 까닭도 없어요. 우리는 우리 삶을 배워서 꿈을 지으면 돼요. 위인전이 왜 재미없는 책인지 아시나요? 위인전은 사람들을 너무 힘들게 몰아세우면서 마치 그러한 일을 누구나 다 겪어야 하는듯이 이야기하기 때문에 재미없어요.” 4348.10.1.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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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용료’를 챙겨 줄 수 있는 문화



  신문이나 잡지 같은 매체에서 ‘사진을 안 쓰는’ 일이란 드물다. 흔하게 나오는 수많은 책에서도 ‘사진을 안 쓰는’ 일이란 드물다. 그러면, 사진을 그렇게 흔히 쓰는 한국 사회에서 사진사용료는 얼마나 챙겨 줄까? 사진을 찍은 사람 이름(저작권)은 얼마나 지켜 줄까?


  나는 사진을 1999년부터 찍었고, 내가 찍은 사진을 여러 신문이나 잡지에 예전에는 제법 보내 주었으나 요새는 웬만해서는 거의 아무 데도 보내 주지 않는다. 한국에서 나오는 모든 신문사와 잡지사가 이러하지 않을 테지만, 나는 한국에서 손꼽히는 신문사와 잡지사에 내 사진을 보내 주면서 ‘사진사용료’를 받은 일이 아직 없다. 다문 1만 원이나 1천 원조차 사진사용료를 치러 주지 않았다. ‘진보’ 매체이든 ‘보수’ 매체이든 똑같다. 그러나 꼭 한 군데, 경기문화재단이라는 곳에서는 내 사진을 쓰면서 ‘한 장에 얼마씩’ 꼼꼼하게 챙겨 주었다(게다가 큼지막하게 쓰면 사용료를 더 주기까지 했다). 사진사용료를 이토록 알뜰히 챙겨 주는 곳은 꼭 경기문화재단 한 군데만 보았다(내 경험으로는).


  요 몇 해 사이에는 다른 걱정이 하나 생긴다. 걱정이라기보다 슬픔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어느 사진잡지에 사진비평을 자원봉사로 써서 싣는데, 달마다 그 사진잡지에 ‘사진가 작품’을 얻어서 함께 실을 때마다 더없이 미안하다. 나로서도 사진책도서관을 지키는 살림돈이 모자라서 빚을 지거나 이웃이나 형한테서 돈을 꾸는 터라, 사진가한테 사진을 몇 장씩 얻어서 지면에 싣도록 다리를 놓기는 하되, 사진가한테 아직 한 번도 사진사용료를 챙겨 주지 못했다. 나도 글을 실으면서 돈(글삯)을 한 번도 못 받았으니 사진가로서도 사진을 실으면서 사진사용료(사진삯)를 못 받겠구나 싶기는 하지만, 이래서야 될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앞으로는 내 주머니를 털어서 적어도 5만 원이라도 작가들한테 사진사용료를 챙겨서 드려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잡지사에서 못한다면 나라도 해야 할 노릇이리라 본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살짝 아찔하지만, 우리 살림돈이 아슬아슬하니까, 그렇지만 그런 생각만 하다가는 앞으로도 사진사용료를 제대로 치르는 문화는 아주 먼 나라 일이 될밖에 없다. 길을 찾고 한 걸음씩 천천히 가다 보면 틀림없이 나아질 테지만, 오늘 내 주머니에 돈이 없대서 그냥 지나치려고 한다면 아무것도 안 된다. 내 주머니에 없으면 이웃님 주머니에 있는 돈을 빌려서라도 사진사용료를 치르고, 나중에 이웃님한테 빚을 갚을 수도 있으니까. 4348.9.29.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책 언저리)


+ + +


이러한 사진을 얻어서 지면에 싣는데

아무도(작가도 매체도) 사진사용료를

치러 줄 수 없다면

얼마나 슬픈 일일까?



한영수 님 사진책 <꿈결 같은 시절>에 실린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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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해를 읽은 책



  도서관 책상에 올려놓고 여섯 해에 걸쳐서 그야말로 야금야금 읽은 책을 이레쯤 앞서 다 읽었다. 여섯 해 동안 책상맡에 둔 책을 이제 책꽂이로 옮긴다. 시원하면서 섭섭하다고 할 때에 이런 느낌이로구나. 두툼한 책을 책상맡에서 치우니 책상이 넓어 보인다. 이제 새로운 책이 도서관 책상에 오르겠지. 앞으로 어떤 책을 또 여섯 해에 걸쳐서 야금야금 읽으려나. 어떤 책이 여섯 해에 걸쳐서 고요히 마음으로 스밀 만할까. 4348.9.21.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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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사인가, 냄비장사인가, 라면장사인가?



  김훈 님이 쓴 글을 《라면을 끓이며》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엮은 문학동네 출판사는 412쪽짜리 책을 15000원에 팔면서 예약행사를 하는데, 냄비와 라면을 끼워서 판다. 책을 팔려고 냄비와 라면을 끼워넣는다고 할 수 있고, 달리 보자면 냄비와 라면을 팔려고 책을 끼워넣는다고 할 수 있다.


  신경숙 표절 이야기가 불거지면서 문단권력이라는 이름이 새삼스레 도드라지기도 한 문학동네 출판사이지만, ‘냄비와 라면을 끼워넣는 김훈’이라는 산문책은 이런저런 모든 것을 한꺼번에 휩쓸어 버린다.


  나는 딱 두 가지만 생각해 본다. 첫째, 김훈쯤 되는 이름이라면 10원 에누리도 없이 ‘오직 정가’대로만 책을 팔 만하지 않을까? 둘째, 김훈쯤 되는 이름을 내거는 책이라면 ‘끼워넣기’ 하나 없이 ‘오로지 책 하나’로만 독자하고 만나도록 책을 펴낼 만하지 않을까? 독자를 헤아리려는 ‘대형출판사’라고 한다면, 전국에 있는 독자가 작가를 만날 수 있도록 ‘전국 순회 강연 + 전국 중소책방 독자 사인회’쯤을 마련해야 비로소 ‘책장사’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어찌 된 셈인지 한국에 있는 대형출판사는 출판사이기보다는 냄비장사나 라면장사 쪽으로 기울어진다. 4348.9.18.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책 언저리)


















그런데

재미있는 모습이라면,

처음에는 "대놓고 신라면 광고"를 하더니

어느새 '라면'으로 이름을 바꾸었네.


예전 광고파일도 함께 붙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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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맥(漂麥) 2015-09-18 14:34   좋아요 0 | URL
상업적 마인드에 대한 일침이군요. 살짝 웃으면서 읽었습니다...^^

숲노래 2015-09-18 14:46   좋아요 0 | URL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어제오늘 사이에 `신라면 광고`를 대놓고 하던 사진을 안 바꾸고 그대로 두었다면... 문학동네 출판사가 ˝신라면 계열사˝인 줄 알았으리라 느껴요.

냄비와 라면 팔 돈이 있으면, 참말 그 돈으로 `전국 중소 책방 사인회` 같은 기획을 하는 데에 쓰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고맙습니다 ^^

무해한모리군 2015-09-18 14:51   좋아요 0 | URL
김훈작가 에세이집이 제법 많이 팔렸나보네요! 라면 안끼워팔아도 잘 팔렸을텐데요 ㅎㅎㅎ

숲노래 2015-09-18 15:06   좋아요 0 | URL
다른 출판사도 아닌
그 출판사에서
이런 행사를 하는 일도
여러모로 쓸쓸해 보여요.

책으로 책을 말하는 멋진 기획을
얼마든지 할 수 있을 텐데요...

Blueman 2015-09-18 15:01   좋아요 0 | URL
저야 흥미를 느끼면서 예약구매를 했습니다. 뜻밖의 상품이 좋았지만 책과 맞는 걸까하는 아쉬움도 들었습니다. 책은 읽어봐야 알겠죠.

숲노래 2015-09-18 15:05   좋아요 0 | URL
틀림없이 재미있는 행사로구나 하고 느껴요.
그런데... 15000원짜리 책에 냄비와 라면을 끼워넣으면
책은 참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을 지울 길이 없습니다.

도서정가제 문제를 떠나서,
틀림없이 `책`인데 말이지요...

재는재로 2015-09-18 15:06   좋아요 0 | URL
이정도작가한테이런행사는쓸데없는행위죠안해도책샀을텐데
뭐주문하기했지만 29일까지라더니 이번에는19일까지로바끤 라면재고가다떨어졌나보녜?

숲노래 2015-09-18 18:06   좋아요 0 | URL
라면 재고가 다 떨어질 수도 있을 만큼... @.@
책 예약이 많은가 보네요.

라면 산문책이라서 라면을 줄 수도 있다지만... 그래도 ... ㅠ.ㅜ

드림모노로그 2015-09-18 16:17   좋아요 0 | URL
하긴 이런 이벤트 하지 않아도 김훈작가의 책이라면 ㅎㅎㅎ
충분히 베스트일텐데 ㅎㅎㅎ(워낙 두터운 팬층이 ~)
라면과 냄비의 이벤트가 되려 신선하게 느껴져서 전 아무생각없이 바로 질렀습니다...

전,, 무뇌인가봐요 ㅜㅜ 주문하는 순간 양은 냄비의 라면은 무척 맛나겠다는 생각만을 ㅋㅋㅋㅋ

숲노래 2015-09-18 18:07   좋아요 0 | URL
이런 사은품 끼워넣는 대형출판사 행위 때문에
도서정가제도라는 것을
이번에는 꽤나 크게 시행을 한다고 할 수 있는데,

문단권력으로 얼마 앞서 이름을 오르내린 그 출판사에서
이번에는 도서정가제를 바로 한방에 날려 버리는...
양은냄비를 주는 행사를 하니...
이것은 참... 슬픈 일입니다...

교외 2015-09-18 15:27   좋아요 0 | URL
하하하 너무 웃깁니다. 제가 라면을 좋아하지만 정말 저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2015-09-18 18:08   좋아요 0 | URL
이 광고를 보았기 때문인지
저도 갑자리 라면이 당겨서

오늘 열엿새 만에 아픈 다리를 이끌고
면소재지에 가서 라면을 몇 봉지 사 왔습니다 ^^;;;

저녁에 라면 끓여먹으면서
라면과 냄비 행사를 좀 돌아보고자 합니다......

Ralph 2015-09-18 15:29   좋아요 0 | URL
어차피 예전 글들을 재탕하는 것이니.. 그냥 마케팅이려니 하고 웃고넘어가야할듯하군요.

숲노래 2015-09-18 18:09   좋아요 0 | URL
네... 마케팅일 테지요.

그런데 예전 글을 다시 쓰면서
˝예전 글은 버린다˝는 말을 붙이니
너무 마케팅을 생각하는 셈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Ralph 님 말씀처럼 웃고 넘어가야 할 일이라고 느낍니다.
고맙습니다.

중국어랑 2015-09-18 15:33   좋아요 0 | URL
매운 라면이 아니라 씁쓸한 라면이네요 ㅋㅋ

숲노래 2015-09-18 18:10   좋아요 0 | URL
처음에는 매운라면을 홍보하다가
어느새 `그냥 라면`으로 바꾸었어요 ^^;;;;

붉은돼지 2015-09-18 15:35   좋아요 0 | URL
저는 뭐... `애교` 라고 생각합니다. ^^

숲노래 2015-09-18 18:10   좋아요 0 | URL
네, 붉은돼지 님 말씀처럼
멋진 애교이지요.

이만 한 애교를
애교로 보아주지 못하고
까칠하게 이런 글을 쓰는 제가
참으로 애교가 없구나...
그러니까 귀여운 구석도 없이 이런 글을 썼네 싶은 생각도 듭니다......

yureka01 2015-09-18 16:07   좋아요 0 | URL
라면과 냄비에 혹해서 사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어요.(저는 덤으로 이웃이 선물보내는 바람에 못했)

이책 읽으면서 진짜 받은 냄비로 라면 끓여 먹으면서 읽을 참입니다.ㅎㅎㅎㅎ

김훈의 글이야 냄비보고 혹해서 사려고 덤빌 작가는 아니죠.

숲노래 2015-09-18 18:11   좋아요 0 | URL
예부터 책을 라면받침으로도 쓰곤 했는데
설마 라면과 냄비를 주는 책을 받으신 뒤에
이 책을 라면냄비받침으로 쓰시지는 않으시겠지요? ^^;;;;

아무쪼록 즐겁게 라면을 끓여서
후루룩 소리와 함께
국물도 책에 좀 튀기면서 ^^;;;
재미나게 읽으셔요 ^^

yureka01 2015-09-18 19:40   좋아요 0 | URL
ㅎㅎㅎ그럴리가요.요즘은 라면냄비 받침도 좋은게 워낙 많아서.ㅋ

양철나무꾼 2015-09-18 18:55   좋아요 0 | URL
제가 쓴 댓글을 삭제하는 과정에서 님의 덧글까지 같이 삭제되었네요. 죄송합니다.

숲노래 2015-09-19 02:21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괜찮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

boooo 2015-09-18 22:54   좋아요 0 | URL
바다의 기별 말고는 다른 두 책들은 있는데, 아무래도 이 책도 사게 될 거 같네요. 김훈이라면, 책만으로도, 출간이벤트로 사인만 있더라도 사람들이 살 거 같은데요.

숲노래 2015-09-19 02:21   좋아요 0 | URL
아무쪼록 즐겁게 읽으시면서
아름다운 이야기 누리시기를 바라요.
예쁜 이야기가 흐르는 책이기를 빕니다.

무적창 2015-09-21 17:09   좋아요 0 | URL
하나하나의 댓글마다 숲노래님의 정성어린 답글이 고마워 흔적 남깁니다.
..냄비와 라면이 책을 해치지 않았으면 하는 노파심을 가져 봤습니다.

숲노래 2015-09-21 18:30   좋아요 0 | URL
이벤트나 행사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형출판사가 도서정가제를 또 뒤흔드는 이벤트나 행사를 벌이면서
이러한 이벤트나 행사가
아직 씩씩하게 마을문화를 지키는
전국 중소 책방을 차별하는 형태로 나아갈 적에는
안타깝게도 비판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부디 대형출판사가
책장사를 하는 바른길과 고운길을 걸을 수 있기를 빌어요.
말씀 고맙습니다.

냄비와 라면이 책을 해치는 일이 생기면... 참말 안 되지요...
 

선물한 책에 책값을 건네는 이웃님



  문화방송 라디오에서 취재를 오셨다. 우리 도서관뿐 아니라 전라도를 두루 도는 취재여행을 다니신다고 했다. 전라도를 두루 돈 뒤에는 경상도도 두루 도신다고 한다. 방송국에서 일하며 전국을 두루 누비며 다니는 취재여행은 어떤 삶이 될까? 재미있거나 즐거울까? 신나거나 설렐까? 방송국에서 일하며 여러 이웃을 취재한다는 이름으로 찾아갈 수 있으니, 아주 멋진 이웃을 늘 마주할 테며, 아주 아름다운 사랑을 늘 온몸으로 느낄 수 있겠지.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고 나서 ‘도서관 손님’으로서 반갑구나 하는 마음을 담아 책을 한 권 선물로 드린다. 그런데 “책값을 드려야” 한다면서 책값을 참말 건네신다. 그래도 먼길을 오셨으니 선물로 드리고 싶어 다른 책을 한 권 선물로 다시 내민다. 그분은 “그렇게 배우지 않았습니다”라 하시면서 다른 책까지 책값을 건네신다. 이웃님한테 선물로 드리려고 도서관에 내 책을 여러 권 놓는데, 얼결에 책 두 권을 팔았다. 마을 어귀 빨래터에 함께 발을 담그며 쉬고 나서 그분은 새로운 취재여행길에 나선다. 아이들하고 손을 흔들며 떠나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며 생각해 본다.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가르치는가. 나는 무엇을 배우고 가르치는 사람일까. 책은 얼마든지 선물할 수 있고, 또 책은 얼마든지 책값을 받을 수 있고, 또 ……. 4348.9.2.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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