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엄쉬엄 읽다가 빙그레



  쉬엄쉬엄 읽다가 빙그레 웃을 수 있는 만화책 한 권이 아름답습니다. 오랜만에 한국말로 나온 《솔로 이야기》라는 만화책 넷째 권을 읽으면서 조용히 웃음을 짓습니다. 마치 《초원의 집》에 나오는 로라 같은 느낌이 들고, 《미스 럼피우스》를 그린 할머니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우주소년 아톰》에 나오는 우란 같은 마음씨로 삶을 짓는 사람들을 만나고, 《영리한 공주》에 나오는 슬기로운 공주나 아주머니들 같은 사람들이 가꾸는 살림이라면 이처럼 정갈하겠구나 싶은 노래를 듣습니다. 2016.10.16.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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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같은 책을 두 권 세 권 사지?



  《손, 손, 내 손은》이라는 이름으로 옮겨진 그림책이 있습니다. 영어로는 《Here are my hands》라는 이름으로 나왔어요. 나는 이 그림책이 참으로 아름답다고 여겨서 장만했고, 우리 집 큰아이는 네 살 적부터 아버지하고 함께 이 그림책을 보았어요. 나는 이 그림책을 보다가 괜히 눈시울이 붉어지곤 해요. 그림과 이야기에서 따스한 사랑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어쩜 이리도 예쁜 그림책이 다 있담?


  큰아이가 여러 해 본 그림책은 아주 낡고 찢어지기까지 했기에 새로 한 권 장만했어요. 영어로 된 두꺼운 종이 그림책을 헌책방에서 보고는 얼른 장만했지요. 같은 책을 세 권 갖추었어요. 한 권은 아주 낡고 닳은 책. 다른 한 권은 깨끗한 책. 새로 한 권은 영어로 된 책. 앞으로 우리 집 그림책 세 권이 또 낡고 닳으면 한 권을 더 장만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그리고 이웃님한테 선뭃려고 가끔 다시 장만하기도 하고요. 2016.10.6.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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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을 남기는 책



  발자국을 남기는 책을 읽습니다. 굳이 역사책이나 인문책이라 하지 않아도 되는 책을 읽습니다. 따로 평전이나 문학이라 하지 않아도 될 만한 책을 읽습니다. 수수하게 살아온 어머니 이야기가 깃드는 책을 읽습니다. 삶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곱고 착하며 참다이 살림을 지으려는 숨결이 흐르는 책을 읽습니다. 나를 사랑하고 이웃을 아끼며 동무를 돌보고 한솥밭지기를 살가이 어루만지는 손길이 따사로운 책을 읽습니다. 이 책을 학교에서 역사책으로 읽힐 날이 있을까 모르겠습니다만, 가슴으로 헤아리며 사랑으로 되새길 뭉클한 발자국이란 이렇게 ‘어머니 한 사람’이 걸어온 길을 갈무리할 때에 태어나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책이름은 《노동자의 어머니》이지만, 노동자한테 어머니인 그분은 노동자한테뿐만이 아니라 뭇사람 누구한테나 어머니가 된 분, 그러니까 “사람을 사랑한 어머니”이지 싶어요. 사람을 낳아 돌보고 가르치고 사랑하는 발자국이 짙게 묻어난 《노동자의 어머니》를 빗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읽습니다. 2016.9.29.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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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나름



  참 멋지구나 싶은 이야기를 넌지시 담은 그림책을 아이들하고 읽고서 느낌글을 써 봅니다. 줄거리로 들려주는 이야기도 멋지고, 그림책에 흐르는 아이들 낯빛이 바뀌는 모습도 멋지며, 아이들이 어른하고 다르게 씩씩하면서 고운 마음결을 드러내는 몸짓도 멋지구나 하고 느낍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저처럼 이 그림책에서 이러한 숨결을 느끼거나 배우리라 보지는 않습니다. 다 다른 사람들은 다 다른 이야기를 ‘똑같은 책 하나’에서 느끼거나 배우겠지요. 또는 아무것도 안 느낄 수 있고, 어느 것도 못 배울 수 있어요.


  거꾸로 생각해도 이와 같아요. 다른 사람들은 어느 책을 놓고서 무척 멋지거나 아름답거나 좋다고 여길 수 있고, 나는 다른 사람들이 멋지거나 아름답거나 좋다고 여기는 책에서 어떤 멋짐도 아름다움도 좋음도 못 느낄 수 있습니다.


  내가 좋다고 느끼는 책을 네가 반드시 좋다고 느껴야 하지 않습니다. 네가 좋다고 느끼는 책을 내가 꼭 좋다고 느껴야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좋아하는 책을 제대로 바라보고 즐겁게 마주하며 사랑으로 삭일 수 있으면 됩니다.


  배우려고 책을 읽습니다. 아직 제대로 배우지 못한 살림을 배우려고 나한테 맞춤한 책을 찾아서 읽습니다. 사랑하려고 책을 읽습니다. 아직 찬찬히 사랑하지 못하는 삶을 되새기면서 내가 스스로 지을 사랑을 헤아리면서 책을 읽습니다. 꿈꾸려고 책을 읽습니다. 오늘부터 새롭게 나아갈 이 길을 씩씩하게 걸으려고 즐겁게 노래할 책을 살피며 읽습니다. 2016.9.10.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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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뭐라 읽든

 

  어제 책방에서 새롭게 만난 그림책을 놓고 곧 느낌글을 쓸 생각입니다. 이 그림책을 시골집으로 잘 들고 가서 우리 아이들하고 읽은 뒤에 글을 쓰려 하는데, 먼저 짤막하게 몇 줄로 느낌을 적어 보았어요. 이러다가 다른 분들이 이 그림책을 놓고 쓴 느낌글을 문득 살폈는데, ‘좋다’고 말하면서도 막상 별점을 꾹꾹 눌러서 주지 않은 분들이 제법 있습니다. 속으로 생각했지요. ‘아니 왜? 아니 이 그림책 좋다면서 왜 별점은 깎지?’ 이러다가 다시 생각했어요. ‘남들이 뭐라 읽든, 또 남들이 뭐라 말하든, 내가 스스로 즐겁게 읽은 책이면 넉넉하지 않니? 남들이 신나게 추천한대서 우리 아이들한테 읽을 책이 아니잖아? 나부터 먼저 즐겁게 읽고 아름다움을 느꼈으면 그저 즐겁게 아이들한테 선물할 수 있는 책이잖아?’ 2016.8.31.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책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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