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읽을 뿐인 책



  문학책을 읽거나 철학책을 읽거나 인문책을 읽거나 늘 한 가지 마음입니다. 문학책에서 문학이론을 뽑아낼 마음이 없고, 문학책을 문학비평으로 바라볼 마음이 없습니다. 철학책이나 인문책을 읽으면서도 이 같은 마음입니다. 이론을 뽑아내려고 책을 읽을 까닭이 없고, 비평을 하려고 책을 손에 쥘 일이 없습니다.


  아무것도 없이 책을 읽습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책을 장만합니다. 언제나 한 가지만 생각합니다. 내 삶을 사랑하는 숨결이기에 내 하루를 새롭게 열도록 북돋우는 책을 장만합니다.


  사랑으로 읽을 뿐인 책입니다. 책을 쓴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사랑하고, 책을 손에 쥔 내 하루를 사랑합니다. 책을 펴낸 곳에서 베풀려는 꿈을 사랑하고, 책을 읽으면서 아침을 새롭게 열려는 내 몸짓을 사랑합니다.


  책 하나는 오롯이 사랑입니다. 글쓴이도 읽는이도 한결같이 사랑입니다.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도 사랑이고, 지구별을 골고루 보듬는 해님도 사랑이며, 새봄에 새로운 꽃내음을 베푸는 풀과 나무도 사랑입니다. 4348.5.21.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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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슈아 2015-05-21 21:09   좋아요 0 | URL
그러내요^^~
사랑으로 읽을 뿐~~

숲노래 2015-05-22 00:29   좋아요 0 | URL
네, 그렇습니다~
 

바닷가에서 책을 읽다



  시골버스를 타려고 아이들과 35분을 걸어서 큰길로 나갔고, 시골버스를 탔으며, 버스에서 내려 다시 40분을 아이들과 걸어서 바닷가로 갔다. 바닷가에서 아이들이랑 놀다가 아이들이 스스로 놀도록 한 뒤 책을 읽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바닷가 모래밭을 밟고 바닷물에 발을 적시면서 논다. 이러고 나서 아까 걸은 길을 거슬러 40분을 걸어서 시골버스 타는 곳으로 왔고, 시골버스를 탔으며, 면소재지에서 버스를 내리고는 우리 마을 앞으로 지나가는 버스를 새로 갈아타서 들어온다.


  버스를 탄 이야기와 걸은 이야기만 적은 듯한데, 바닷가에서 바닷바람을 듬뿍 쐬면서 책을 읽었다. 바닷바람을 쐬면서 책을 읽자니, 두 손과 책에 짠내가 배더라. 문득 한 가지를 깨달았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바닷가에서 책을 읽지 말아야겠다. 소금기 물씬 나는 바람을 맞다가 책을 다 버리겠더라. 4348.5.16.흙.ㅎㄲㅅㄱ


(최종규/숲노래 . 2015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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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책, 있는 책



  우리 집에 없는 책이 있고, 우리 집에 있는 책이 있습니다. 우리 집에서 즐길 만한 책이 우리 집에 있고, 우리 집에서 즐길 만하지 않은 책이 우리 집에 없습니다. 우리 집에서는 우리 집에 있는 책을 펼쳐서 읽습니다. 우리 집에 없는 책은 읽지도 못하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바로 내 곁에 있는 책에 손을 뻗고, 언제나 내 둘레에 있는 책을 가만히 읽습니다.


  어떤 책을 우리 집에 둘까요? 우리 집을 가꾸는 고운 사람들이 기쁘게 웃도록 이끌 아름다운 책을 우리 집에 둡니다. 우리 집을 보듬는 착한 사람들이 맑게 노래하도록 북돋우는 멋진 책을 우리 집에 둡니다. 4348.5.5.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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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소리



  책을 읽는 소리가 울린다. 책순이가 책을 읽으니 책돌이가 가만히 귀여겨듣는다. 책순이가 책을 읽으니 온 집안에 맑은 소리가 퍼진다. 아이가 글을 읽는 소리는 고운 가락이 얹히면서 나긋나긋 퍼진다. 아이가 새롭게 눈을 뜨면서 글을 읽는 소리는 푸른 숨결이 깃들면서 고르게 흩어진다.


  노래를 하듯이 글을 읽는다. 노래를 부르면서 책을 읽는다. 아름다운 삶을 이야기하는 책을 읽으면서 아름다운 삶을 그린다. 사랑스러운 꿈을 이야기하는 글을 읽으면서 사랑스러운 꿈을 헤아린다. 어떤 책을 읽을까? 아주 마땅하지. 아이와 함께 아름다운 삶을 나누면서, 서로서로 어깨동무하면서 사랑스러운 꿈을 짓는 이야기로 엮은 책을 읽어야지. 4348.4.26.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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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사람은



  책을 읽는 사람은 이녁 이웃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는다. 책을 손에 쥐는 사람은 이녁 이웃이 지은 삶을 손에 쥔다. 책을 장만하는 사람은 이녁 이웃이 나누어 주는 사랑을 기쁘게 얻는다. 책을 건사하면서 아끼는 사람은 이녁 이웃한테서 불어오는 포근한 바람을 함께 쐰다. 책을 즐겁게 읽고 나서 아이한테 물려주는 사람은 이녁이 짓는 하루에 웃음꽃을 피운다.


  바로 내가 책을 읽는다. 바로 내 손에 책을 쥐어 읽는다. 바로 내가 씩씩하게 책방마실을 한다. 바로 내 손길이 묻은 책 하나가 우리 집에 곱게 있다. 4348.4.21.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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