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없던 때에 책과 글



  인터넷이 없던 때에는 사람들이 글을 어떻게 썼고 책을 어떻게 냈을까 헤아려 본다. 모두 똑같지는 않으리라 느낀다. 옛날과 오늘이 아주 다르지 않으면서 아주 같지도 않으나, 한결같이 흐르는 한 가지는 있다고 느낀다.


  내가 느끼기로, 인터넷이 없던 때에는 사람들이 저마다 글을 마음으로 써서 마음으로 읽었다. 인터넷이 없던 때에는 사람들이 누구나 책을 마음으로 쓰고 엮어서 마음으로 사서 읽었다. 인터넷이 없던 때에는 사람들이 다 같이 이야기를 마음으로 펼쳐서 들려주고 마음으로 이야기를 받아들여 삭였다.


  인터넷이 널리 퍼진 오늘날에도 마음으로 글을 쓰는 사람과 마음으로 글을 읽는 사람이 있다. 오늘날에도 마음으로 글을 써서 책을 엮는 사람이 있으며, 마음으로 책을 사서 읽는 사람이 있다. 언제 어디에서나 마음으로 이야기를 펼쳐서 들려주는 사람이 있으며, 사랑이 가득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귀여겨듣고 빙그레 웃는 사람이 있다. 4348.3.19.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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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책을 ‘읽을 마음’이 있는가



  배울 마음이 없는 사람은 배울 수 없습니다. 참으로 그렇습니다. 배울 마음이 있는 사람은 배울 수 있습니다. 참말로 이와 같습니다. 눈을 뜨고 싶다면 눈을 뜰 수 있습니다. 눈을 감고 싶다면 눈을 감을 수 있습니다. 언제나 내가 스스로 생각해서 모든 일을 합니다. 언제나 내가 스스로 생각을 기울여서 내 길을 걷습니다.


  남이 나를 가르치지 못합니다. 내가 나를 가르칩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남들이 내 앞에서 멋진 강의와 강연을 베풀어도 ‘나 스스로 들어서 배울 마음’을 끌어내야 비로소 배우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나를 가르치는 사람은 언제나 나일 뿐입니다. 수많은 스승이나 멋진 길잡이나 훌륭한 이슬떨이는 내 곁에서 이 길을 함께 걷는 사람일 뿐입니다. 이들이 나를 가르치지 않습니다. 나는 내가 스스로 나를 가르치려고 이들을 불러서 함께 이 길을 걷습니다.


  남이 나를 살리지 못합니다. 내가 나를 살립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내 머리에 ‘산소마스크’를 씌워 주어도, 내 마음이 움직여서 내 몸이 숨을 쉬도록 말을 걸지 않으면, 나는 숨을 못 쉬고 죽습니다. 내가 살려면 내가 스스로 기운을 내어 숨을 쉬고 밥을 먹어야 합니다.


  배우려는 사람은 늘 스스로 배웁니다. 살려는 사람은 늘 스스로 삽니다. 책을 읽으려는 사람은 늘 스스로 책을 읽습니다. 돈을 벌려는 사람은 늘 스스로 돈을 법니다. 삶을 지으려는 사람은 늘 스스로 삶을 짓습니다. 4348.2.26.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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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책



  아름다운 이야기는 늘 이곳에 있습니다. 아름다운 이야기는 저곳에 있지 않아요. 아름다운 이야기는 바로 이곳에 있습니다. ‘내가 있는 이곳’과 ‘네가 있는 이곳’에 있습니다. 내가 바라보기에 ‘네가 있는 이곳’은 ‘저곳’일 수 있지만, 우리는 저마다 ‘이곳’에서 아름다운 이야기를 누립니다.


  삶이 즐거우면 언제나 아름다운 이야기가 흐른다고 느껴요. 삶이 즐겁기에 언제나 아름다운 이야기가 흐른다고 느껴요. 삶이 즐겁지 않다면 안 즐거우니까 안 아름다울 테지요. 즐거움이 없는 곳에는 아름다움이 없으니까요.


  노래하는 사람이 즐겁습니다. 노래하는 사람이 즐거우니 아름답습니다. 노래하지 않는 사람은 안 즐겁습니다. 노래하지 않는 사람은 안 즐거우니 안 아름답습니다. 구성지거나 멋들어지게 뽑는 목소리려야 아름다운 노래가 아닙니다. 스스로 즐거움을 길어올려서 부르는 노래일 때에 아름답습니다.


  책 하나가 아름답습니다. 즐겁게 노래하는 마음으로 쓴 글을 엮은 책 하나가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운 책을 쓴 이웃을 알아서 즐겁고, 이 아름다운 책을 읽으면서 내 하루를 즐겁게 열 수 있기에 나한테도 아름다운 노래가 흘러서 더없이 기쁘게 서로 어깨동무를 합니다. 4348.2.24.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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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책, 예쁜 사람



  온누리에 예쁜 책이 아주 많이 있습니다. 온누리에 예쁜 사람이 아주 많이 있습니다. 그러면, 온누리에 안 예쁜 책이나 안 예쁜 사람이 있을까요? 가만히 생각을 기울여 봅니다. 안 예쁜 책이 있다면, 어떤 책이 안 예쁠까요? 우스꽝스럽거나 엉터리 같은 이야기를 다루는 책은 안 예쁠까요? 이웃을 괴롭히거나 깎아내리는 이야기를 싣는 책은 안 예쁠까요? 아무래도 이런 책은 안 예쁘다고 여길 만합니다. 서로 어깨동무를 하려는 마음이 없다면 예쁜 책이라고 여기기 어렵습니다. 삶을 밝히지 못하는 책도 예쁘다고 하기 어렵고, 사랑과 등돌리거나 사랑을 가리거나 사랑을 도무지 모르는 책도 예쁘다고 하기 힘듭니다. 다만, 이러한 책도 앞으로는 스스로 어떤 모습인지 깨닫고 예쁜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앞으로 예쁜 모습으로 거듭나는 날까지는 ‘아직 예쁘지 않으나 이제부터 예쁜 길로 갈 책’이라고 할 만합니다. 예쁘지 않다 싶은 사람도 이와 같으리라 느껴요. 우리 마음속에 깃든 고운 님을 알아차리거나 바로보지 못한 채 이웃을 괴롭히는 사람은, 이웃뿐 아니라 나 스스로 내가 나를 괴롭히는 셈입니다. 이런 사람은 예쁠 수 없어요. 그러나, 내가 나를 스스로 괴롭히는 사람이 내 모습을 제대로 바라보면서 앞으로는 예쁜 삶으로 거듭날 수 있다면, 누구라도 모두 예쁜 사람이 됩니다. 이리하여 ‘아직 예쁘지는 않으나 이제부터 예쁜 사람으로 살아갈 책’이라고 할 만합니다.


  예쁜 책을 알아보고 장만해서 읽을 수 있는 사람은 모두 예쁜 사람입니다. 예쁜 사람이 손에 쥐는 책은 모두 예쁜 책입니다. 4348.2.22.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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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는 할아버지와 도서상품권



  올해 설날에 음성으로 아이들과 마실을 다녀오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하나 듣는다. 내 아버지이자 아이들 할아버지는 퍽 예전부터 동시를 쓰셨고, 내가 국민학교 다닐 무렵 신춘문예에 뽑히기도 했다. 이제는 시골자락에서 조용히 지내는데, 내 아버지가 꽤 예전에 쓴 어느 동시를 2015년 ‘우리은행 책상달력’에 실었다고 한다. 한 해 열두 달이니까 열두 가지 싯말 가운데 하나로 실린 셈인데, 책상달력에 내 아버지 시를 한 줄 실으면서 ‘글삯’으로 10만 원을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나마 이 글삯을 맞돈(현금)이 아닌 도서상품권으로 주었단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책상달력에 넣는 ‘글 한 줄’이지만, 한쪽에 통으로 들어가는 글이다. 책상달력 한쪽에 통으로 넣는 사진 한 장이라면 값을 얼마쯤 칠까?


  아무튼 ‘시골에 사는 일흔 넘은 할아버지’한테 도서상품권 열 장을 보내 주면서, ‘시골에 사는 늙은이’가 이런 도서상품권을 어디에서 어떻게 쓰느냐 하고 물으니, 내 아버지더러 이 도서상품권을 ‘인터넷에 등록해서 어찌저찌 하면 된다’고 알려주더란다. 인터넷을 조금 하실 줄 알지만 잘 하실 줄 모르는 아버지는 ‘알았다’ 한 마디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는데, 아무리 보아도 도서상품권을 쓸 자리가 없단다.


  시를 쓰는 할아버지한테 글삯으로 준 도서상품권 열 장을 내가 물려받는다. 나는 이 열 장을 들고 고흥 시골집으로 돌아온다. 하룻밤을 푹 쉰 뒤 인터넷을 켜서 등록하는 길을 살핀다. 내 아버지보다 젊은 내가 이 도서상품권을 인터넷으로 등록하는 데에 자그마치 20분이 넘게 걸린다. 등록하는 사이트를 찾느라 몇 분이 걸리고, 사이트를 찾아서 가입을 했더니, 도서상품권과 도서문화상품권이 다르다면서 등록이 안 되어, 다른 사이트를 살피니 예전에 가입한 아이디가 있다 해서 이래저래 다시 비밀번호랑 찾아서 등록을 하려는데, 키보드보안 프로그램이니 무어니 하면서 거푸 인터넷창이 닫히고 다시 열고 되풀이한다. 가만히 보니 ‘크롬’으로는 등록이 안 된다. 한참 뒤에 깨닫고는 ‘익스플로어’를 돌려서 겨우 등록을 하는데, 등록을 한 뒤 인터넷서점에서 책 결재를 하려는데 또 몇 분이 걸린다.


  도시에서라면 도서상품권이든 도서문화상품권이든 문화상품권이든 다 좋다. 그런데 시골에서는 참 힘겹다. 그나저나, ‘우리은행 책상달력’ 글삯은 왜 도서상품권으로 줄까? 은행에 돈이 없기 때문인가? 시를 쓰는 할아버지한테 줄 10만 원이 없는데 책상달력은 무슨 돈으로 찍었을까? 4348.2.21.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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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2 0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5-02-22 04:53   좋아요 0 | URL
책방이 가까운 곳에 있다면... 책방에 가서 쓸 테지만... 이것을 쓰기란 이제는 만만하지 않은 일이 되었어요...

희망찬샘 2015-02-22 09:55   좋아요 0 | URL
저도 인터넷 등록 처음 할 때 애먹었던 기억이 있어 화악 와 닿네요. 시골 할아버지께 현금을 드렸더라면 정말 요긴했을텐데... 상대를 생각해 보는 헤아림이 부족한 세상입니다.

숲노래 2015-02-22 10:20   좋아요 0 | URL
네, 다른 분들도 애먹기는 마찬가지로군요 ^^;;;;

생각해 보면,
돈이 없을 만한 곳도 아닌 `은행`인데
은행 달력을 만들면서
그 달력에 들어갈 `큰 자리`를 차지하는 글을 써 준 사람한테
글삯(원고료)을 도서상품권으로 준다는 생각부터
참으로... `은행스러운`지 모르겠지만...
거석하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