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눈송이



바라보는 대로 가는 눈길

별을 담아 반짝이는 눈빛

반듯이 다듬어 보는 눈매

반갑게 다시 만나는 눈짓


함박눈은 함박꽃 같아

싸락눈은 싸리꽃 같지

흰눈은 고스란히 흰꽃

눈송이는 노상 꽃송이


겨울눈은 하얗게 포근하고

봄눈은 푸릇푸릇 따뜻하네

잎눈은 싱그러이 반들반들

꽃눈은 마알가니 방긋방긋


손바닥에 얹은 눈송이는

하늘이 내려준 얼음씨앗

가만히 눈여겨보는 꽃송이는

들숲이 베푸는 바람씨앗


ㅅㄴㄹ


작은아이하고 부산으로

책숲마실을 나왔습니다.

지난해에는 마실을 못 한

〈동주책방〉에 깃들었고

고흥-부산 시외버스 네 시간

가까운 길에 쓴 노래꽃 가운데

버스 유리창에 부딪히는

눈송이를 아이랑 보다가

문득 써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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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틀



씨앗 한 톨은

매우 작고 여려

못 알아보는 눈길에

시큰둥히 지나치지


조그마한 틈으로

바람이 솔솔 스미고

빗물이 졸졸 흐르고

햇볕이 살살 퍼지면


어느덧 싹이 트고

뿌리 튼튼히 내려

줄기 든든히 올리고

잎을 넓게 틔워


모든 숲은 씨앗부터

모든 삶은 아기부터

아무 틀을 안 세우면서

오직 노래와 놀이와 춤으로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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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아이



어른을 가르치려고 왔지

무엇을?

사랑으로 짓는 살림을

스스로 노래하며 춤추라고


어른한테서 배우려고 왔지

왜?

아름답게 펴는 하루를

새롭게 놀면서 나누려고


너는 누구이니?

난 아이야

아이가 어른을 가르친다고?

난 다 아는걸


어른은 모른다고?

알지만 잊었으니 일깨우려고

아하, 어른은 잃었구나?

아니, 날 맞이하려고 자랐단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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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오래오래



아끼는 손길을 모아

돌보는 눈길을 담아

즐기는 몸길을 실어

두고두고 누리는 우리 옷


느긋한 손빛을 밝혀

포근한 눈빛을 띄워

살뜰한 몸빛을 펼쳐

오래오래 가꾸는 우리 집


상냥히 손품을 들여

넉넉히 눈품을 쏟아

푸르게 몸품을 지어

새록새록 차리는 우리 밥


두고두고 나누는 풀꽃길

오래오래 주고받는 말글빛

새록새록 잇는 품앗이

한결같이 우리가 함께 가는 꿈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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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세우는 나무



까치가 둥지를 짓는 나무는

고개를 꺾고 올려다보아도

우듬지를 다 못 볼 만큼

우람하지


왜가리가 쉰쯤 내려앉고

참새가 삼백쯤 올라타고

벌나비가 즈믄쯤 넘나들어도

큰나무는 넉넉해


몇 아름을 벌려도

다 못 안는데

이토록 대단한 나무가

손톱만큼 작게 씨앗 맺어


우람나무는 오래 기다려

큰나무는 천천히 자라

아름나무는 고요히 춤춰

나는 느긋이 날며 노래해

.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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