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꽃 책읽기

 


  봄까치꽃에 이어 피어난 작은 들꽃을 만납니다. 이웃마을에는 벌써 피었고, 우리 집 앞 논둑에는 오늘 핀 모습을 바라봅니다. 아마 며칠 앞서 피었을 테지만 오늘 알아보았다고 해야겠지요.


  봄까치꽃마냥 아주 자그마한 들꽃을 바라보며 말을 겁니다. “네 이름은 무어니? 사람들이 너를 두고 무슨 꽃이라 하니?” 꽃이름을 모르지만, 생김새로 보아 “넌 별처럼 생겼구나. 아주아주 작으니 작은별꽃이라 해도 되겠니?” 하고 묻습니다.


  그런데, 봄까치꽃도 참 작지만 이 꽃을 ‘작은봄까치꽃’이라고는 하지 않으니 그냥 ‘별꽃’이라고 해야 할까요. 하기는, 큰사람이랑 작은사람이라고 나누어 말할 수 있지만, 모두 같은 사람이고 모두 사랑스러운 사람이에요. 큰꽃이든 작은 꽃이든 모두 같은 꽃이고, 모두 사랑스러운 꽃이에요.


  집 앞 논둑에서 두 번째로 만난 별꽃 다음으로는 무슨 꽃을 볼 수 있을까 기다립니다. (4345.3.7.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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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03-08 16:06   좋아요 0 | URL
꽃소식이네여 소담해요

숲노래 2012-03-08 18:21   좋아요 0 | URL
고개 가만히 숙이고 내려다보면
언제나 즐기는 꽃이에요~
 


 봄동백꽃 책읽기

 


 지난겨울 12월 첫무렵에 우리 집 마당가 동백나무에 꽃이 너덧 송이 피었다. 이러고서 다른 동백꽃은 더 피어나지 않았고, 이제 해를 넘긴 3월 첫무렵에 첫 봄동백꽃 한 송이가 피어났다. 바야흐로 다른 동백꽃 봉우리가 시나브로 터지리라 생각한다. 동백나무 곁에서 함께 자라는 후박나무도 나란히 꽃봉우리를 터뜨리겠지.

 

 11월 끝무렵과 12월 첫무렵에도 매우 포근한 날씨가 찾아들곤 한다. 이때에 동백나무 봉우리 가운데 몇몇이 따순 날씨에 그만 꽃잎을 연다. 그러고는 겨우내 추위에 바들바들 떨며 꽃잎이 차갑게 시든다.

 

 일찍 피어 일찍 시든 꽃잎이 오래도록 매달린다 할는지 모른다. 그런데, 봄이 피는 꽃이라 하더라도 머잖아 시들기 마련 아닌가. 겨울에 피든 봄에 피든 꽃이라면 시들기 마련이다. 꽃은 반드시 시들어야 열매를 맺고, 씨를 낸다. 피기만 하고 지지 않는다면 꽃이 아니요, 피어난 꽃으로 열매와 씨를 이루지 못한다면 풀이나 나무 구실을 못하는 셈이다.

 

 피는 꽃은 아름답다. 지는 꽃 또한 아름답다. 새 잎사귀는 아름답다. 지는 가랑잎과 맺는 열매와 씨 모두 아름답다. 앙상한 나뭇가지라든지 누렇게 말라붙은 풀줄기도 아름답다. 아름답지 않다고 여길 모습이 있을까. 아름답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아름답지 않을 이야기가 있을까. 아름답지 않을 책이 있을까. (4345.3.6.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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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자는 꽃 책읽기

 


 아직 겨울인 2월 끝무렵은 동짓날을 생각하면 해가 퍽 길지만, 봄이나 여름을 헤아리면 해가 꽤 짧습니다. 낮 서너 시를 지나면 차츰 기울고, 너덧 시쯤 되면 뉘엿뉘엿 해질녘입니다. 해질녘 아이와 함께 고샅길을 걷다가 아침에 들여다보던 봄까치꽃을 다시 들여다봅니다. 앙증맞도록 작은 꽃송이는 거의 다 오므렸습니다. 이제 따순 햇볕이 고개 넘어 지니, 이 꽃들도 꽃잎을 앙 다물며 새근새근 잠들고 싶은 듯합니다. 이러다가 새벽을 지나 동이 트며 차츰 따뜻한 새날이 찾아오면, 밤새 오므리던 꽃잎을 벌려 새 햇살을 넉넉히 받아먹겠지요.

 

 새벽에 잠을 깨고 아침에 활짝 펴서 낮에 흐드러지며 저녁에 곱게 잠듭니다. 고요한 하루이고 즐거운 삶입니다. 맑은 소리이고 좋은 가락이며 기쁜 꿈입니다.

 

 생각해 보면, 식물도감에 ‘활짝 핀 꽃망울’ 그림이나 사진만 실을 뿐, ‘잠자는 꽃망울’ 그림이나 사진을 싣지 않습니다. 그림책이든 사진책이든 꽃을 다루는 이들이 활짝 피는 꽃망울처럼 고요히 잠드는 새근새근 꽃자락을 나란히 보여주는 일이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두 얼굴이나 두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하지 않습니다. 온삶을 살피고 온넋을 헤아리며 온빛을 담을 줄 알아야 합니다. (4345.2.25.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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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2-25 10:37   좋아요 0 | URL
저 아래 피었던 녀석들이 저렇게 옹크리고 자는건가요?
진짜 그런건가요? 이파리는 비슷한데.... 피곤한가봐요, 다들, 잘두 자는군요. ^^

숲노래 2012-02-25 11:04   좋아요 0 | URL
저 아래하고 같은 꽃이에요.
저녁이 되면 다들 이렇게
새근새근 자요~

진주 2012-02-25 20:52   좋아요 0 | URL
그쪽은 많이 따스한가봐요.
봄까치 꽃이 벌써 피었네요.
여기선 개불알꽃이라고 해야 알아 들어요^^;;

숲노래 2012-02-25 22:05   좋아요 0 | URL
네, 그런데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불어
꽃이 봉오리를 굳게 다물었네요~
 


 봄까치꽃 책읽기

 


 2월이 막바지인 철, 도시에서는 어떤 꽃이 봄을 부를까 궁금합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2월 막바지에 어떤 꽃을 어디에서 맞이할까 궁금합니다.

 

 아직 겨울이 가시지 않은 2월 막바지에도 골목집 꽃밭이나 마당 한켠에서는 자그마한 들꽃이 피곤 합니다. 골목동네 사람들 발길 뜸한 흙땅 한쪽에서는 조그마한 들꽃이 새숨을 틔우곤 합니다.

 

 2월 막바지, 시골 논둑과 밭둑에는 선 채로 바라보아서는 좀처럼 눈에 잘 안 뜨이는 파란 빛깔 작은 꽃송이가 흐드러집니다. 아이와 함께 논둑에 쪼그리고 앉아 작은 꽃들을 바라봅니다. 볕이 잘 드는 자리일수록 꽃무리가 흐드러진 봄까치꽃입니다. 손톱만 한 꽃잎을 활짝 펼친 봄까치꽃이 있고, 바야흐로 꽃잎을 활짝 펼치려는 봄까치꽃이 있습니다. 다섯 살 아이는 한참 봄까치꽃을 구경하고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제 신발에 새겨진 꽃 무늬를 가리켜 “내 신발에도 꽃이 피었네.” 하고 말합니다.

 

 들에도 멧자락에도 마당에도 아이 얼굴에도 조그마한 꽃송이 예쁘게 어우러집니다. (4345.2.24.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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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2-25 10:39   좋아요 0 | URL
저희 동네는 아직도 길가에 얼음이 쌓였답니다.
된장님 동네는 조금 더 따뜻한가 봅니다. 벼리가 외투도 안 입고 외출한거 보면.

봄까치꽃인가요? 이름이 참 곱네요~

숲노래 2012-02-25 11:05   좋아요 0 | URL
그러나 학명은 개불알꽃이에요... -_-;;;;;
 


 풀밭 책읽기


 두 아이가 어머니랑 풀밭에 앉아서 풀가락지를 삼으며 논다. 어머니는 풀밭 기운을 예쁘게 누리면서 아이들이 함께 예쁘게 누릴 풀밭 기운을 베푼다. 토끼풀을 뜯고 억새를 뜯는다. 시원스레 부는 바람이 세 사람 온몸을 포근하게 어루만지면서 지나간다. 모든 사람을 살찌우는 숨결은 아이들 살결처럼 보송보송하면서 보드라운 흙에서 태어난다. 시멘트밭이나 아스팔트논이란 없다. 보송보송하면서 보드라운 흙밭과 흙논에서 새 숨결이 태어난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이 보송보송하면서 보드라운 흙땅을 천천히 밟을 수 있고, 이 흙땅에서 자라나는 풀밭에 얌전히 앉으면서 생각에 잠기고 놀이에 젖을 때에 아름답다.

 햇볕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바람이 이야기를 속삭인다. 들풀과 도랑물이 이야기를 나눈다. 멧새가 하늘을 가르며 이야기를 흩뿌린다. 어머니가 차분하게 삼은 풀가락지를 손가락에 걸며 이야기씨 하나 가슴에 맺힌다. (4344.11.5.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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