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혹한 酷寒


 혹한으로 동상에 걸렸다 → 강추위로 동상에 걸렸다 / 추위로 살이 얼었다

 수십 연래의 혹한이라고 → 수십 해 만에 찾아온 강추위라고

 날씨는 갑자기 혹한에 들어가 버렸다 → 날씨는 갑자기 몹시 추워졌다


  ‘혹한(酷寒)’은 “몹시 심한 추위”를 가리킨다고 해요. 한국말사전을 보니 “≒ 호한( 寒)·고한(苦寒)·극한(極寒)·열한(烈寒)” 같은 비슷한말을 싣습니다. ‘호한 = 혹한’이라 나오고, ‘고한 = 모진 추위’라 나옵니다. ‘극한 = 몹시 심하여서 견디기 어려운 추위’라 하고, ‘열한 = 몹시 심한 추위’라 나와요. 그런데 모진 추위라면 ‘모진추위’처럼 한국말을 새롭게 지을 수 있습니다. 눈이 오지 않으면서 몹시 매운 추위를 ‘강추위’라 해요. 이와 맞물려 비가 오지 않으면서 몹시 더울 적에 ‘강더위’라 하고요. 몹시 센 추위라면 ‘센추위’처럼 새말을 빚을 수도 있습니다. 2016.8.9.불.ㅅㄴㄹ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혹한에 견디며

→ 예전에 겪지 못한 추위에 견디며

→ 예전에 겪지 못한 강추위에 견디며

《유상준·박소영-풀꽃편지》(그물코,2013) 149쪽


그 겨울은 혹한도 폭설도 없었지만

→ 그 겨울은 강추위도 큰눈도 없었지만

→ 그 겨울은 추위도 눈도 없었지만

《곽효환-슬픔의 뼈대》(문학과지성사,2014) 20쪽


지난겨울 혹한의 추위

→ 지난겨울 모진 추위

→ 지난겨울 끔찍한 추위

→ 지난겨울 엄청나던 추위

《주원섭-오늘도 숲에 있습니다》(자연과생태,2015) 65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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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 녹음기의 녹


단, 방에는 녹음기의 ‘녹’ 자도 없었다

→ 다만, 방에는 녹음기에서 ‘녹’ 자도 없었다

→ 다만, 방에는 녹음기에서 ‘녹’도 없었다

《찰스 레반스키/김영진 옮김-499살 외계인, 지구에 오다》(비룡소,2009) 24쪽


  어떤 낱말을 들 적에 “하늘‘의’ 하도 모른다”처럼 말하는 분을 곧잘 봅니다만 “하늘‘에서’ 하도 모른다”처럼 ‘-에서’를 붙여야 올바릅니다. ‘단(但)’은 ‘다만’으로 손봅니다.


오월의 일요일

→ 오월 어느 일요일

→ 오월을 맞은 일요일

《요네자와 호노부/김선영 옮김-봄철 한정 딸기 타르트 사건》(엘릭시르,2016) 133쪽


  오월 가운데 어느 주에 있는 일요일을 가리키려 한다면 “오월 어느 일요일”처럼 쓰면 돼요.


옥상의 빨랫줄

→ 옥상 빨랫줄

→ 옥상에 있는 빨랫줄

→ 옥상에 세운 빨랫줄

《박승우-생각하는 감자》(창비,2014) 65쪽


  옥상에 있는 빨랫줄은 “옥상에 있는 빨랫줄”입니다. 또는 “옥상 빨랫줄”이에요. “옥상에 건 빨랫줄”이나 “옥상에 묶은 빨랫줄”이나 “옥상에 드리운 빨랫줄”이기도 합니다.


《죠스》의 번역 초판 제목은

→ 《죠스》를 번역한 첫판 이름은

→ 《죠스》를 처음 옮긴 이름은

→ 《죠스》를 처음 옮기며 붙인 이름은

《윤성근-탐서의 즐거움》(모요사,2016) 80쪽


  어느 책을 번역하며 붙인 이름이라면 ‘-를’ 번역하며 붙인 이름이라고 적어야 올바릅니다. ‘초판(初版)’은 ‘첫판’으로 손보고, ‘제목(題目)’은 ‘이름’으로 손봅니다. 2016.8.8.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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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419 : 삼시 세끼



삼시 세끼

→ 하루 세끼

→ 세끼

→ 세 끼니


삼시(三時) : 아침, 점심, 저녁의 세 끼니

세끼 : 아침·점심·저녁으로 하루에 세 번 먹는 밥이라는 뜻으로, 하루하루의 끼니를 이르는 말



  한국말은 ‘세끼’이고, 이를 한자말을 빌어 ‘삼시’처럼 나타내기도 합니다. 그러니 ‘삼시 세끼’처럼 쓴다면 겹말이에요. 네 글자로는 “하루 세끼”처럼 쓸 만하고, 다섯 글자로는 “날마다 세끼”로 쓸 만합니다. 세 글자로는 “세 끼니”라 하면 되고, 단출하게 두 글자로 ‘세끼’라 하면 돼요. 2016.8.8.달.ㅅㄴㄹ



엄마의 삼시 세끼 따신 밥상은

→ 엄마가 하루 세끼 차린 따신 밥상은

→ 엄마가 차린 세 끼니 따신 밥상은

《박노해-다른 길》(느린걸음,2014) 281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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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418 : 기대고 의지하다



기대고 의지할

→ 기대고 살

→ 기댈


의지(依支)하다 : 1. 다른 것에 몸을 기대다 2. 다른 것에 마음을 기대어 도움을 받다



  한자말 ‘의지하다’는 ‘기대다’를 가리킵니다. 그러니 “기대고 의지할”처럼 쓰면 같은 말을 되풀이한 셈이지요. 짧게 ‘기댈’이라고만 쓰면 됩니다. “기대고 살”이나 “기대고 지낼”처럼 꾸밈말을 붙일 수 있고요. 2016.8.8.달.ㅅㄴㄹ



우리는 누군가에게 기대고 의지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 우리는 누군가한테 기댈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 우리는 누군가한테 기대며 살 수밖에 없는 숨결이다

《박노해-다른 길》(느린걸음,2014) 43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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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신사적


 신사적 태도 → 점잖은 몸가짐 / 바른 몸가짐

 신사적인 사람 → 점잖은 사람 / 바른 사람

 신사적으로 대하다 → 점잖게 맞이하다 / 바르게 마주하다

 신사적으로 해결하다 → 점잖게 풀다 / 올바르게 풀다


  ‘신사적(紳士的)’은 “사람됨이나 몸가짐이 점잖고 교양이 있으며 예의 바른”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러니 ‘점잖은’ 사람이나 ‘예의 바른’ 사람을 가리키지요. 이런 모습은 ‘바른’ 몸짓이라고 할 수 있으며, 때로는 ‘다소곳하다’거나 ‘얌전하다’거나 ‘차분하다’거나 ‘조용하다’고 할 만해요. 어느 때에는 ‘멋지다’거나 ‘의젓하다’고 할 만합니다. 2016.8.8.달.ㅅㄴㄹ



아주 신사적으로 서로 헤어진다

→ 아주 깨끗하게 서로 헤어진다

→ 아주 점잖게 서로 헤어진다

→ 아주 얌전히 서로 헤어진다

→ 아주 조용히 서로 헤어진다

→ 아주 뒤도 안 보고 서로 헤어진다

《정문기-어류박물지》(일지사,1974) 45쪽


신사적이고 멋진 사람이면

→ 예의 바르고 멋진 사람이면

→ 사내답고 멋진 사람이면

→ 다부지고 멋진 사람이면

→ 착하고 멋진 사람이면

《소노다 마사하루/오근영 옮김-교실 일기》(양철북,2006) 199쪽


적어도 그 사람은 신사적으로 행동했고

→ 적어도 그 사람은 예의 있게 굴었고

→ 적어도 그 사람은 의젓하게 굴었고

→ 적어도 그 사람은 다소곳했고

《아라키 조·카이타니 시노부/서현아 옮김-소믈리에 9》(학산문화사,2009) 23쪽


녀석들 그래도 꽤 신사적이니까

→ 녀석들 그래도 꽤 점잖으니까

→ 녀석들 그래도 꽤 괜찮으니까

→ 녀석들 그래도 꽤 착하니까

→ 녀석들 그래도 꽤 마음이 좋으니까

→ 녀석들 그래도 꽤 너그러우니까

→ 녀석들 그래도 꽤 미더우니까

→ 녀석들 그래도 꽤 믿음직하니까

→ 녀석들 그래도 꽤 믿을 만하니까

《오카 슈조/김정화 옮김-신들이 사는 숲 속에서》(웅진주니어,2010) 59쪽


“우주에서 온 괴물들이었다고!” “하지만 신사적이었어.”

→ “우주에서 온 괴물들이었다고!” “그렇지만 착했어.”

→ “우주에서 온 괴물들이었다고!” “그렇지만 얌전했어.”

→ “우주에서 온 괴물들이었다고!” “그렇지만 다소곳했어.”

《데즈카 오사무/도영명 옮김-The crater 1》(학산문화사,2011) 127쪽


환경에도 마음을 쓰는 신사적인 사람입니다

→ 환경에도 마음을 쓰는 착한 사람입니다

→ 환경에도 넓게 마음을 쓰는 사람입니다

→ 환경에도 너그럽게 마음을 쓰는 사람입니다

《스즈키 뎃페이·야마시로 도오루/문희언 옮김-여행하는 채소 가게》(하루,2016) 56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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