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말 손질 456 : 청빈하여 가난



청빈하여 늘 가난하게 살았어

→ 깨끗하여 늘 가난하게 살았어

→ 늘 깨끗하면서 가난하게 살림을 가꾸었어


청빈(淸貧) : 성품이 깨끗하고 재물에 대한 욕심이 없어 가난함



  마음결이 깨끗하면서 가난하게 사는 모습을 가리켜 ‘청빈’이라고 해요. “청빈하여 가난하게 살았어”처럼 쓰면 겹말이에요. “가난하여 가난하게 살았어” 꼴이 되거든요. “깨끗하여 가난하게 살았어”처럼 손보거나, “깨끗하여 가난하게 살림을 가꾸었어”처럼 손볼 수 있습니다. 2016.9.2.쇠.ㅅㄴㄹ



높은 벼슬을 살았으나 청빈하여 늘 가난하게 살았어

→ 높은 벼슬을 살았으나 깨끗하여 늘 가난하게 살았어

→ 높은 벼슬을 살았으나 늘 깨끗하면서 가난하게 살림을 가꾸었어

《정인수-짚신 신고 도롱이 입고 동네 한 바퀴!》(분홍고래,2016) 132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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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 테니스를 치고



테니스를 치고 있는

→ 테니스를 하는

→ 테니스를 즐기는

→ 테니스를 하며 노는


테니스(tennis) : 중앙에 네트를 치고, 양쪽에서 라켓으로 공을 주고받아 승부를 겨루는 구기 경기



  테니스는 ‘경기’입니다. 공을 서로 치거니 받거니 하면서 벌이는 ‘경기’가 바로 테니스입니다. 그러니 “테니스를 ‘치다’”처럼 쓰면 잘못 쓰는 말이에요. 어느 모로 보면 겹말이지요. “테니스(공을 치는 경기)를 치다 = 공을 치는 경기를 치다” 꼴이거든요.


  이와 비슷하게 “탁구를 치다”나 “당구를 치다”도 겹말이에요. “탁구를 하다”나 “당구를 하다”로 바로잡아야 합니다. “축구를 차다”도 겹말이지요. “축구를 하다”처럼 바로잡을 노릇입니다.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왜 이러한 말투가 겹말인가를 알아차릴 수 있어요. 이를테면 “야구를 치다”나 “배구를 때린다”나 “농구를 넣는다”처럼 말하지 않습니다.



날마다 사람들이 테니스를 치고 있는 초록 운동장 말이에요

→ 날마다 사람들이 테니스를 하는 푸른 운동장 말이에요

《페터 헤르틀링/박양규 옮김-할머니》(비룡소,1999) 77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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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454 : 황혼 녘



황혼 녘 배 안에서

→ 황혼에 배에서

→ 저물녘 배에서


황혼(黃昏) : 1. 해가 지고 어스름해질 때. 또는 그때의 어스름한 빛 2. 사람의 생애나 나라의 운명 따위가 한창인 고비를 지나 쇠퇴하여 종말에 이른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녘 : 1. = 쪽 2. 어떤 때의 무렵

저물녘 : 날이 저물 무렵

무렵 : 대략 어떤 시기와 일치하는 즈음

즈음 : 일이 어찌 될 무렵

시기(時期) : 어떤 일이나 현상이 진행되는 시점. ‘때’로 순화



  ‘녘’은 어떠한 모습이 나타나는 때나 무렵을 가리킵니다. ‘황혼’은 해가 져서 어스름해질 ‘때’를 가리키지요. 그러니 ‘황혼 녘’처럼 쓰면 겹말입니다. ‘저물녘’이라는 한국말이 있으니 ‘저물녘’으로 쓰거나, 한자말로는 ‘황혼’이라고만 써야 올바릅니다. 한국말사전에서 ‘황혼’을 찾아보면 보기글로 “황혼 녘”을 싣습니다. 한국말사전도 겹말을 손질하지 못한 채 그대로 실어요.


  그리고 한국말사전을 더 살피면 ‘무렵’이라는 낱말을 ‘즈음’으로 풀이하고, ‘즈음’은 다시 ‘무렵’이라는 낱말로 풀이해요. 돌림풀이입니다. 더욱이 ‘시기’라는 한자말은 ‘때’로 고쳐쓰라고 나오면서도 ‘무렵’을 풀이할 적에 ‘시기’라는 한자말을 써요. 여러모로 안타깝습니다. 2016.9.1.나무.ㅅㄴㄹ



버스에서, 황혼 녘 배 안에서, 축제날 밤의 가장 짙은 고독 속에서

→ 버스에서, 저물 무렵 배에서, 잔치날 밤 가장 짙게 외로우면서

→ 버스에서, 저물녘 배에서, 가장 짙게 외로운 잔치날 밤에

《파블로 네루다/고혜선 옮김-모두의 노래》(문학과지성사,2016) 51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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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453 : 사시사철



사시사철

→ 네 철 내내

→ 언제나

→ 한 해 내내


사시사철(四時四-) : 봄·여름·가을·겨울 네 철 내내의 동안

사시(四時) : 1. = 사철 2. 한 달 중의 네 때 3. 하루 중의 네 때

사철(四-) : 1. 봄·여름·가을·겨울의 네 철 2. 늘 변함없음



  ‘사시’는 ‘사철’을 가리킵니다. ‘사철’은 “네 철”을 가리켜요. ‘사시사철’은 같은 낱말을 잇달아 붙인 꼴입니다. 일부러 힘주어 말하려는 뜻으로 ‘사시사철’을 쓰려 한다면 쓸 수 있습니다만, “네 철 내내”라든지 “한 해 내내”로 쓰면서 뜻이 또렷하게 잘 드러나도록 할 수 있어요. ‘늘’이나 ‘언제나’를 쓸 수 있고 “철을 가리지 않고”나 “아무 때나”나 “아무 철이나”나 “어느 철이나”로 손볼 수 있어요. 2016.9.1.나무.ㅅㄴㄹ



요즘은 사시사철 채소를 먹지만

→ 요즘은 네 철 내내 남새를 먹지만

→ 요즘은 한 해 내내 남새를 먹지만

《이태수-도롱뇽이 꼬물꼬물 제비나비 훨훨》(한솔수북,2016) 54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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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452 : 남다르고 별난



남다르고 별난

→ 남다른

→ 남다르고 새로운


남다르다 : 보통의 사람과 유난히 다르다

별나다(別-) : 보통과는 다르게 특별하거나 이상하다

특별하다(特別-) : 보통과 구별되게 다르다

보통(普通) : 특별하지 아니하고 흔히 볼 수 있음

유난히 : 언행이나 상태가 보통과 아주 다르게



  ‘남다르다’는 “보통 사람과 유난히 다르다”를 가리킨다는데, ‘유난히’눈 “보통과 아주 다르게”를 가리킨다고 해요. 한국말사전 말풀이가 겹말풀이입니다. ‘별나다’는 “보통과는 다르게 특별하다”를 가리킨다는데, ‘특별하다’는 “보통과 구별되게 다르다”를 가리킨다고 해요. 한국말사전 말풀이는 다시 겹말풀이입니다. 그런데 ‘보통’은 “특별하지 않은” 모습을 가리킨다고 하니 여러모로 뒤죽박죽인 돌림풀이예요.


  “남다르고 별난”은 겹말입니다. ‘남다른’만 쓰면 됩니다. 또는 ‘유난한’이나 ‘유난스런’을 쓸 수 있어요. 때로는 “남다르고 새로운”처럼 써 볼 만합니다. 2016.9.1.나무.ㅅㄴㄹ



멀리 가지 않아도 남다르고 별난 자연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에요

→ 멀리 가지 않아도 남다른 자연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에요

→ 멀리 가지 않아도 남다른 새로운 자연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이태수-도롱뇽이 꼬물꼬물 제비나비 훨훨》(한솔수북,2016) 3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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