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의하다 依


 노동에 의한 소득 → 노동 소득 / 일해서 얻은 소득

 전쟁에 의한 참화 → 전쟁 참화 / 전쟁이 빚은 참화

 사상은 언어에 의하여 표현된다 → 생각은 말로 나타낸다

 소문에 의하면 → 소문에 따르면 / 소문을 들으면 / 소문으로는

 실천에 의하여 검증된다 → 실천으로 검증된다 / 실천하면서 밝혀진다

 밝혀진 바에 의하면 → 밝혀진 바를 보면 / 밝혀진 바로는


  ‘의(依)하다’는 “무엇에 의거하거나 기초하다. 또는 무엇으로 말미암다”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의거(依據)하다’는 “어떤 사실이나 원리 따위에 근거하다”라 하고, ‘기초(基礎)하다’는 “근거를 두다”라 하니, 한국말사전 말풀이는 겹말풀이인 셈입니다. ‘근거(根據)’는 “1. 근본이 되는 거점 2. 어떤 일이나 의논, 의견에 그 근본이 됨”을 가리키고, ‘근본(根本)’은 “1. 초목의 뿌리 2. 사물의 본질이나 본바탕”을 가리킨다고 해요. 곧 ‘의하다 = 의거하다 + 기초하다 = 근거하다 + 근거하다 = 근본 = 뿌리/바탕’인 얼거리입니다. 어떤 일에 ‘뿌리’나 ‘바탕’을 둔다는 소리요, ‘말미암다’로 손볼 수 있는데, ‘의하다’가 깃든 글월은 흔히 입음꼴이 되기에, 이 말씨를 가다듬으면서 흐름에 맞추어 뜻을 살려서 손질해야지 싶습니다. 2016.8.27.흙.ㅅㄴㄹ



소유권에 의한 대소득의 소산이지만

→ 소유권에 따라 큰 소득을 얻지만

→ 소유권이 있기에 엄청난 소득을 얻지만

→ 소유권으로 크나큰 소득을 얻지만

→ 소유권으로 말미암아 큰 소득을 얻지만

《A.C.피구우/송기철 옮김-자본주의 대 사회주의》(문교부,1958) 13쪽


악을 그 원인에 의해서 알고 있는 사람은

→ 악을 그 밑바닥부터 아는 사람은

→ 악을 그 뿌리부터 아는 사람은

→ 악을 처음 생겨난 까닭부터 아는 사람은

→ 악이 처음 생겨난 까닭을 아는 사람은

《알랭/박상규 옮김-행복론》(신구문화사,1979) 152쪽


어머니의 회상에 의하면

→ 어머니 회상으로는

→ 어머니가 떠올리시기를

→ 어머니가 되새기시기로는

《고은-황토의 아들》(한길사,1986) 7쪽


발표에 의하면

→ 발표에 따르면

→ 발표를 보면

→ 발표를 살피면

《하야시 다케히코/최현 옮김-남북한 현대사》(삼민사,1989) 68쪽


자신들의 저력에 의하지 않고 다만 일본의 지원만을 믿고 있었다

→ 저희 힘으로 하기보다 다만 일본이 지원하기만을 믿었다

→ 저희들 힘은 안 쓰고 다만 일본이 돕기만을 믿었다

→ 저희들 힘이 아닌 다만 일본이 돕는 힘만을 믿었다

→ 저희들 힘은 믿지 않고 다만 일본이 돕는 힘만을 믿었다

《쓰노다 후사코/오상현 옮김-조국은 나를 인정했다》(교문사,1992) 32쪽


시험에 의한 선발은 하지 않는다

→ 시험 선발은 하지 않는다

→ 시험을 치는 선발은 하지 않는다

→ 시험을 쳐서 뽑지는 않는다

→ 시험으로 뽑지는 않는다

《호리 신이치로/김은산 옮김-키노쿠니 어린이 마을》(민들레,2001) 31쪽


군사 정부에 의한 검열로 인해

→ 군사 정부가 검열을 하며

→ 군사 정부 검열 때문에

→ 군사 정부 검열에 휘둘리며

《박인하-꺼벙이로 웃다, 순악질 여사로 살다》(하늘아래,2002) 94쪽


법률 제정에 의해 여인숙이 실제로 개선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 법률을 제정하여 여인숙이 참말로 고쳐지는 일은 거의 없다

→ 법률을 세워서 여인숙이 조금이나마 나아지는 일은 거의 없다

→ 법률로 여인숙을 조금이나마 낫게 하는 일은 거의 없다

《조지 오웰/박경서 옮김-코끼리를 쏘다》(실천문학사,2003) 146쪽


재활이 가능한가 혹은 그렇지 않은가 하는 여부에 의해 결정된다

→ 재활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결정된다

→ 재활할 수 있는가 아닌가로 따진다

→ 재활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가린다

→ 다시 설 수 있느냐 없느냐를 살펴서 한다

《윌리엄 에이어스/양희승 옮김-법정의 아이들》(미세기,2004) 69쪽


정부가 임명한 세 명의 행정관에 의해 다스려졌다

→ 정부가 뽑은 행정관 세 사람이 다스렸다

《쿤가 삼텐 데와창/홍성녕 옮김-티벳전사》(그물코,2004) 53쪽


조선 사회는 실학자들에 의해 사대를 반성하고

→ 조선 사회는 실학자들이 사대를 뉘우치고

→ 조선 사회는 실학자들이 앞장서서 사대를 뉘우치고

→ 조선 사회는 실학자들이 나서며 사대를 뉘우치고

《이이화-한국사 나는 이렇게 본다》(길,2005) 46쪽


순이의 손에 의해 눈뭉치로 변했고

→ 순이 손으로 눈뭉치로 바뀌었고

→ 순이 손을 거쳐 눈뭉치가 되었고

→ 순이가 눈뭉치로 만들었고

→ 순이가 눈을 둥글게 뭉쳤고

《엄광용-초롱이가 꿈꾸는 나라》(이가서,2006) 13쪽


장기 독재에 의해 처참하게 유린되고 형태만 남게 되었다

→ 장기 독재 때문에 끔찍하게 찢기고 허울만 남았다

→ 장기 독재 탓에 갈기갈기 찢기고 껍데기만 남았다

→ 장기 독재에 눌려 갈가리 찢기고 껍데기만 남았다

《김삼웅-진보와 저항의 세계사》(철수와영희,2012) 283쪽


모두는 애초부터 당신에 의해 완벽하게 지어졌어요

→ 모두는 처음부터 그대가 빈틈없게 지었어요

→ 모두는 처음부터 그대 힘으로 빈틈없이 지었어요

《블라지미르 메그레/한병석 옮김-삶의 에너지, 아나스타시아 7》(한글샘,2012) 51쪽


어린이들에 의해 꾸준히 보전될 것입니다

→ 어린이들 손으로 꾸준히 지켜질 것입니다

→ 어린이들이 꾸준히 지켜 줄 것입니다

《폴 베델/김영신 옮김-농부로 사는 즐거움》(갈라파고스,2014) 165쪽


4·19혁명에 의해 무너지고

→ 4·19혁명으로 무너지고

→ 4·19혁명으로 말미암아 무너지고

→ 4·19혁명이 무너뜨리고

《권주훈-렌즈로 쓴 혼돈과 격동의 역사》(눈빛,2015) 205쪽


남편의 힘에 의해 고통을 당할 테니까

→ 남편 힘에 말미암아 괴로울 테니까

→ 남편이 힘으로 억눌러 괴로울 테니까

→ 남편이 힘으로 괴롭힐 테니까

《도현신-지도에서 사라진 종교들》(서해문집,2016) 269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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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인간 人間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 → 사람은 바탕이 착하다

 인간이 어째 그 모양이냐 → 사람이 어째 그 꼴이냐

 그 인간하고는 상대도 하기 싫다 → 그치하고는 마주하기도 싫다

 그런 정신 상태니, 인간이 안 된다 → 그런 마음이니, 사람이 안 된다

 이 인간이 글쎄 → 이 녀석이 글쎄 / 이놈이 글쎄


  ‘인간(人間)’은 “1. 언어를 가지고 사고할 줄 알고 사회를 이루며 사는 지구 상의 고등 동물 2. 사람이 사는 세상 3. 사람의 됨됨이 4. 마음에 달갑지 않거나 마땅치 않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러니 한국말 ‘사람’을 쓰면 됩니다. 달갑지 않거나 마땅치 않은 사람이라면 ‘치’나 ‘놈’이나 ‘년’이나 ‘것’이나 ‘녀석’을 쓰면 돼요. 2016.8.27.흙.ㅅㄴㄹ



야생동물들 역시 우리 인간만큼이나 병 때문에 고통스러워한다

→ 들짐승도 우리 사람만큼이나 병 때문에 괴로워한다

→ 들짐승 또한 우리 사람만큼이나 병 때문에 아파한다

→ 들짐승도 똑같이 우리 사람만큼이나 병 때문에 힘들어한다

《어니스트 톰슨 시튼/장석봉 옮김-다시 야생으로》(지호,2004) 71쪽


인간인 이상 오류가 있을 수밖에

→ 사람인 만큼 잘못이 있을 수밖에

→ 사람인 터라 틀린 데가 있을 수밖에

《고성국-10대와 통하는 말하기와 토론》(철수와영희,2016) 20쪽


채소도 인간도 십인십색입니다

→ 남새도 사람도 모두 다릅니다

→ 남새도 사람도 열이면 열 다 다릅니다

《스즈키 뎃페이·야마시로 도오루/문희언 옮김-여행하는 채소 가게》(하루,2016) 31쪽


그림을 그리는 인간에게는 모라토리엄 기간이 필요없습니다

→ 그림을 그리는 사람한테는 모라토리엄 기간이 없어도 됩니다

→ 그림을 그리는 이한테는 다 멈추고 쉬어야 할 때가 없어도 됩니다

《히가시무라 아키코/정은서 옮김-그리고, 또 그리고 5》(애니북스,2016) 60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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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소원 疏遠


 피할 수 없는 하나의 두터운 소원이 일어나고야 마는

→ 벗어날 수 없이 크게 멀어지고야 마는

→ 어찌할 수 없이 아주 멀어지고야 마는

 다른 것에는 소원하게 되었다 → 다른 것에는 멀어졌다

 한동안 소원했던 것 같다 → 한동안 멀어졌던 듯하다 / 한동안 서먹서먹했던 듯하다


  ‘소원(疏遠)’은 “지내는 사이가 두텁지 아니하고 거리가 있어서 서먹서먹함”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러니 ‘서먹서먹하다’나 ‘서먹하다’로 손볼 수 있고, ‘멀어지다’나 ‘벌어지다’나 ‘틀어지다’나 ‘뜸해지다’로 손볼 만해요. 2016.8.27.흙.ㅅㄴㄹ



사이가 소원해질 이유가 별로 없다

→ 사이가 서먹해질 까닭이 거의 없다

→ 사이가 멀어질 까닭이 거의 없다

→ 사이가 벌어질 까닭이 거의 없다

→ 사이가 틀어질 까닭이 거의 없다

《한미화-아이를 읽는다는 것》(어크로스,2014) 64쪽


소원해져 버린

→ 멀어져 버린

→ 서먹서먹해져 버린

→ 남남이 되어 버린

《타이라 아이린/김남미 옮김-들어 봐요 호오포노포노》(판미동,2015) 125쪽


새로운 인간관계도 많이 형성되어 언제부터인가 니시무라와 소원해졌습니다

→ 새로운 사람도 많이 사귀어 언제부터인가 니시무라와 뜸해졌습니다

→ 새로운 사람도 많이 알고 지내며 언제부터인가 니시무라와 멀어졌습니다

→ 새로운 사람도 많이 만나면서 언제부터인가 니시무라와 서먹해졌습니다

《히가시무라 아키코/정은서 옮김-그리고, 또 그리고 5》(애니북스,2016) 116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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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잠정적


 잠정적 합의 → 잠정 합의 / 한동안 합의

 잠정적으로 따르기로 → 한동안 따르기로

 잠정적인 활동 중단 → 한동안 활동 멈춤 / 한동안 쉼

 잠정적으로 떠난다 → 한동안 떠난다


  ‘잠정적(暫定的)’은 “임시로 정하는”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임시(臨時)’는 “1. 미리 정하지 아니하고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정한 것 2. 미리 얼마 동안으로 정하지 아니한 잠시 동안”을 가리켜요. 그러니 ‘잠정적’은 ‘임시 → 잠시(暫時)’ 얼거리이니 “짧은 동안”이나 ‘살짝’이나 ‘한동안’을 나타내는구나 싶습니다. ‘-적’을 덜어 “잠정 합의”나 “잠정 은퇴”처럼 쓸 수 있을 테고, “한동안 합의”나 “한동안 은퇴”처럼 쓸 수 있어요. 2016.8.27.흙.ㅅㄴㄹ



나의 잠정적 결론은 이렇다

→ 내 잠정 결론은 이렇다

→ 나는 얼추 이렇게 본다

→ 나는 이렇게 생각해 보려 한다

→ 내 나름대로 이렇게 생각해 본다

→ 내 나름대로 생각해 보니 이렇다

→ 내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렇다

→ 내 깜냥껏 이렇게 생각해 본다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윤효진 옮김-곤충·책》(양문,2004) 30쪽


우리 나름의 잠정적인 결론은 이러했다

→ 우리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이러했다

→ 우리 나름대로 내린 생각은 이러했다

→ 우리 나름대로 생각한 이야기는 이러했다

→ 우리는 나름대로 이렇게 생각해 본다

→ 우리는 나름대로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 우리 나름대로 생각한 끝에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장차현실-작은 여자 큰 여자, 사이에 낀 두 남자》(한겨레출판,2008) 132쪽


시험 삼아 잠정적으로 살아 보는 방식을 취하기도 한다

→ 시험 삼아 한동안 살아 보는 길을 가기도 한다

→ 한번 한동안 살아 보기도 한다

→ 한번 얼마 동안 살아 보기도 한다

《메릴린 옐롬·테리사 도너번 브라운/정지인 옮김-여성의 우정에 관하여》(책과함께,2016) 366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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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441 : 사교적 사귐



사교적 사귐을 잘 모르는

→ 사람을 잘 사귈 줄 모르는

→ 이웃을 잘 사귈 줄 모르는


사교적(社交的) : 여러 사람과 쉽게 잘 사귀는



  다른 사람하게 “쉽게 잘 사귀는”을 가리키는 ‘사교적’이라면 “사교적 사귐”처럼 쓸 적에는 겹말이 됩니다. 그런데 “사교적 사귐”은 여러모로 말이 안 된다고 느낍니다. ‘사교적’이라면 ‘사교적’이라 하면 되지 왜 “사교적 사귐”처럼 써야 할까요? 사람이든 이웃이든 동무이든 잘 사귀지 못하면 “잘 사귈 줄 모르는”이라 하고, 잘 사귄다면 “잘 사귀는”이라 하면 됩니다. 잘 사귀지 못한다면 ‘낯가림’을 한다고 하고, 잘 사귄다면 ‘서글서글하다’고 하면 돼요. 2016.8.27.흙.ㅅㄴㄹ



사교적 사귐을 잘 모르는 이들, 특히 젊은 디지털 세대들의 경우에는

→ 사람을 잘 사귈 줄 모르는 이들, 더욱이 젊은 디지털 세대들은

→ 이웃과 잘 사귈 줄 모르는 이들, 더구나 젊은 디지털 세대들은

《메릴린 옐롬·테리사 도너번 브라운/정지인 옮김-여성의 우정에 관하여》(책과함께,2016) 21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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